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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트럼프 보호무역]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 열정의 트럼프, 거래의 귀재 트럼프

이 기사는 지난 1월 21일에 작성된 글입니다.  7월 말에 이 기사의 1/3분 가량이 삭제됐음을 발견하여, 전체 기사를 다시 올립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당혹스럽군요.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There’s no such a free lunch in economy.)’라고 한다.

 

한 레스토랑이 술을 마시면 점심은 공짜라고 광고한다. 하지만 이 점심은 공짜가 아니다. 술값에 점심가격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점심가격이 술값에 부수되어, 총 가격이 술값이라는 명목으로 표시되는 것 뿐 이다.

 

이 교훈은 선택에는 희생이 따른다는 것이다. 비싼 술값을 내면,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을 경우 저녁을 못 먹을 수도 있다. 비싼 술의 대가가 저녁식사의 포기가 된다.

 

 

정부개입의 기회비용

 

정부개입도 이러한 기회비용을 발생시킨다. 예컨대 미국정부가 자국의 철강 노동자들의 실직을 막기 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외국 철강의 수입에 높은 관세를 부과한다면, 자국의 철강 생산의 고용을 유지하거나 증가시킬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의 선택은 아름답게 끝나지 않을 수 있다.

 

먼저 상류기업과 하류기업의 고용이 상충될 수 있다. 철강이 포함되는 자동차, 기계, 전자장비, 빌딩등의 가격이 동시에 상승하게 된다. 이는 소비자들의 자동차 구입 수요를 줄이게 되고, 결국 자동차생산 노동자들의 실직을 초래할 수도 있다.

 

또한 철강등 취약업종의 생산자와 노동자들의 고용유지는 자동차등을 구입해야하는 소비자들의 후생을 잠식할 수 있다. 소비자는 자동차 가격상승으로 추가적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는 것이다.

 

 

수입제한과 수출 감소의 대칭효과

 

또한 관세인상으로 인한 수입제한은 수출 감소라는 대칭적 현상을 발생시킬 수 있다. 수입 경쟁 산업의 고용증가는 수출산업고용의 감소로 상쇄될 수 있다.

 

미국의 스무트-홀리 관세법(The Smoot-Hawley Tariff Act of 1930)이 상류기업과 하류기업의 이익 상쇄의 대표적인 예로 꼽히고 있다.

 

1930년 후버대통령은 이 법으로 약 2만개가 넘는 수입품목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였다. 당시 남북전쟁이후 대공황에 이르기까지 행정부와 의회의 주도권을 쥐고 있었던 공화당은 고 관세에 의한 국내산업보호를 무역정책의 기조로 하고 있었다.

 

미국의 고 관세는 주변국의 경쟁적인 관세인상을 촉발하였다. 스페인, 이탈리아 등 유럽국가와 캐나다등 10여개 국가가 관세인상을 단행한 것이다. 이러한 주요국의 보복성 관세 인상은 미국의 수출 지향적 산업의 고용을 줄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게다가 스무트-홀리법은 1930년대 세계적인 경쟁적 관세인상을 야기하여 국제교역량을 급감시키고 대공황을 심화시키는 원인이 되었다는 분석이다. (송원근)

 

 

 보호무역의 옹호이론

 

하지만 일부의 경제학자들은 보호무역을 옹호하기도 한다.

 

주류 자유주의 경제학은, 위의 분석처럼, 수입제한으로 인한 수입경쟁제품의 가격상승이 소비자들의 소비자잉여를 감소시키고 심지어 사중손실(deadweight loss)을 발생시킨다고 한다.

 

반면 케인즈는 보호무역을 주장하기도 하였다. 그는 19302월 맥밀란 위원회에서 관세가 장기정책으로는 적절치 않지만 즉각적으로 불황을 치유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관점을 제시하였다.

 

케인즈가 당시 어떤 맥락에서 보호무역을 주장하였는지 명확하지는 않다. 아마도 그는 기본적인 필요조차 충족하지 못하는 실직노동자들을 위해 여유 있는 소비자들이 희생하는 것은 공동선을 행한 희생으로 이해했는지도 모른다.

 

 

지도자의 철학과 소신

 

무역정책을 둘러싼 여러 집단 간의 이해가 충돌되는 경우, 정책을 결정하는 지도자의 철학과 소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회비용이 발생하는 정책결정에서, 지도자의 소신이 무엇보다 강조되는 것이다.

 

트럼프 미국대통령은 그런 면에서 열정적인 철학을 지니고 있다 할 수 있다.

 

그는 취임사에서 “From this day forward, it’s only going to be only America first, America first. Every decision on trade, on taxes, on immigration, on foreign affairs will be made to benefit American workers and American families.”라는 의사결정을 제시하였다.

 

이어 그는 이를 위한 실행 전략으로 “We will follow two simple rules : Buy American, Hire American.”를 내세웠다.

 

이처럼 소비자들의 희생 위에, 그리고 근린궁핍화로 주변국들의 곤경 위에, 자국의 백인 저학력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지키겠다는 그의 열정은, 그의 정열적인 댄스처럼, 뜨겁다 할 수 있다.

 

(45대 대통령 취임식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영부인 멜라니아와 취임축하 무도회(Inaugural Ball)에서 팝송 마이웨이에 맞춰 춤을 추었다. 트럼프부부의 춤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 부부의 댄스와 비교되었다. 펜스부통령은 부인의 허리춤을 잡고 부인과 떨어진 채 어색하게 춤을 춘 반면, 트럼프대통령은 한 손으로 멜라니아의 허리를 깊게 감싸고 춤을 추었다. 내 길을 가겠다며... )

 

 

거래의 귀재, 트럼프

 

그렇다고 트럼프대통령이 자유무역을 허물고 보호무역의 높은 장벽을 쌓을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먼저 공격적인 보호무역 실시 여부의 리트머스지는 미국산 구매법(Buy American Acts)의 전면 실시이다.

 

1933년 성립된 이 법은 미국 정부가 정부의 조달계약에서 미국산 부품과 제품을 선호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완성품에 들어가는 모든 부품들의 원가에서 미국부품의 원가가 차지하는 비율은 50%이상 이어야 하고, 그 완성품은 미국에서 제조되어야한다는 것이다. 단 국내가격이 외국가격보다 25%이상 비쌀 경우, 외국산 철강을 사용할 수 있다.

 

이 법안은 20091월의 경기부양법안에 포함되었다. 도로등 사회간접자본건설에서 미국산 철강제품만을 사용할 것을 명시한 것이다.

 

하지만 2009년의 법안은 완화된 Buy American Acts였다. 상원에서 통과된 법은 국제협정에 규정된 미국의 의무에 저촉되지 않아야 한다고 규정하여 법안의 효과가 완화되었다. 그러므로 NAFTA을 맺은 캐나다 멕시코, WTO GPA(정부조달 협정)에서 서명한 국가들은 이 법안에서 면제되었다. 즉 미국정부조달사업에서 자국의 부품을 사용할 수 있었다.

 

트럼프정부는 보호무역의 강력한 의지를 Buy American Acts의 전면실시로 나타낼 수 있다.

 

하지만 이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는 보호무역으로의 선회를 의미하여 전면적인 보복을 초래하는 무역 전쟁이 발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트럼프 정부는 1930년대 스무트-홀리 관세법실시 결과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미국의 중국에 대한 환율조작국 지정도 요건미달로 높아 보이지 않는다. 환율조작국의 지정요건은 미국과의 교역관계에서 일방적인 불균형으로 대미무역흑자 연200억 달러 이상 GDP대비 경상수지 흑자비율 3%초과 GDP2%를 초과하여 달러 순매수 시장 개입등, 이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시켜야 한다. 이 중 경상수지 흑자비율은 2.37%(157~166)로 경상수지 요건 미달이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은 전통적인 수입규제(반덤핑, 상계관세, 세이프가드)와 새로운 비관세장벽(무역기술장벽과 위생검역)을 강화하는 조치이다.

 

일각에서는 열정적인 기질 못지않게 우선순위를 강조하면서 뛰어난 거래의 기술을 자랑하는 트럼프대통령이 국가 간 쌍방 협상을 통해 실리적인 결과를 도출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참고자료>

더글러스 어윈, 최낙일외옮김(2012), 공격받는 자유무역

송원근(2009), 글로벌 경제위기로 인한 보호무역 추세와 대응방안, 한국경제연구원

제현정(2016),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한국의 대응”, 한국무역협회

최원기(2016),“최근 보호무역주의 경향과 대응 방향”, 외교안보연구소

한국은행 국제무역팀(2016),“보호무역주의 현황 및 우리 수출에의 영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