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를 잊는 데는 물놀이만한 것이 없다. 계곡과 바다뿐만 아니라, 집 근처 물놀이장도 가족의 물놀이 나들이에 부족함이 없다.
경기도 성남시가 운영하는 탄천 물놀이장도 여름 한 때를 보내기에 안성맞춤이다. 지난 10일 개장한 탄천 물놀이장은 누구나 입장료 없이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물놀이장 언저리에 개인 텐트를 세우고 수박과 참외를 나누어 먹는 정이 그만이다.
그런데 공공 물놀이장은 원하는 이용자를 모두 수용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 수 있다. 이용자들의 수가 증가하는 초등학생들의 방학 기간등에 물놀이장의 혼잡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하철 분당선 정자역 근처에 위치한 정자물놀이장의 안전 관리인은 이에 대해 “물놀이장은 충분한 수용능력이 있다.”고 말한다.
그는 “탄천 물놀이장은 정자 물놀이장 뿐만 아니라 야탑 맴돌 태평 구미에도 설치되어 있어, 이용자들이 곳곳으로 분산된다.”며 수요량의 소화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탄천 물놀이장엔 성남시의 적절한 시설의 설치 관리로 인해 공공재의 혼잡이 발생하지 않고 있다.
◆혼잡가능공공재 vs 순수공공재
공공재의 혼잡문제는 혼잡가능공공재(congestible public goods)로 설명할 수 있다.
혼잡가능공공재는 순수공공재에 비해 불완전한 공공재이다.
순수공공재(pure public goods)는 서비스소비를 위해 경쟁이 필요 없는 공공재이다. 모두가 원하는 만큼 서비스를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김씨가 국방서비스를 먼저 이용한다 해도 박씨가 그 서비스의 혜택에서 배제되지 않는다. 추가적으로 한단위의 공공재의 소비가 증가해도 혼잡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를 소비의 비경합성(non-rivalry)이라 한다.
반면 혼잡가능공공재는 비경합적이지만 소비하려는 사람이 너무 많을 때 혼잡의 문제가 생긴다. 예컨대 공간이 협소한 공공 물놀이장의 경우,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의 수가 늘어나 어느 시점에 이르게 되면 혼잡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혼잡은 서비스의 질을 악화시킨다. 물놀이장에 입장하기 위해선 아침부터 줄서서 기다려야 하는 불편이 발생하고, 다행히 물놀이장에 몸을 담근 이용자들은 더위를 잊기보다 혼잡으로 인한 짜증을 참아내야 한다. 더위를 피하기보다 더위를 먹게 되는 것이다.
◆ 혼잡의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나?
불완전한 공공재가 초래하는 혼잡의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간단한 방법은 배제이다. 일정시점을 넘어 혼잡이 시작될 때 이용자를 제한하면 혼잡을 방지 할 수 있다.
도로의 통행료 부과가 그 예이다. 서비스의 수요가 지나칠 때, 개인의 비용을 높이면 개인의 비용의 합인 사회적 비용이 증가한다. 이 때 사회적 편익과 높아진 사회적 비용이 일치하는 균형점에서, 균형량은 과다수요량보다 줄어들게 된다.
[참고: 또 뷰캐넌의 클럽의 이론도 배제의 기준을 제시한다. 비경합적이지만 혼잡의 문제가 나타나는 헬스클럽등에서 최적회원수와 클럽의 최적규모를 찾아내고자 한다.
이용자를 제한하는 기준점은 회원1인당 편익과 비용을 고려하여 결정된다. 1인당 비용은 회원의 수가 증가할수록 줄어든다. 하지만 회원 수가 너무 많을 경우, 혼잡으로 인해 1인당 편익은 줄어든다.
또 회원 수가 일정하다는 전제하에, 클럽의 최적규모를 계산한다. 클럽의 규모가 너무 크면 1인당 비용은 커진다. 하지만 클럽의 규모가 너무 작으면 혼잡이 커진다.
이 두 과정을 합하여 최적의 회원 수와 클럽의 규모를 결정하게 된다. ]
◆공공재의 혼잡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급량을 늘려야
하지만 클럽이론은 혼잡 공공재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공공재는 누구나 서비스와 재화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이러한 특징을 공공재의 배제불가능성(non-excludability)이라 한다.
이는 달리말해 무임승차(free-rider)가 가능하다는 말이다. 사용재는 대가를 지불하지 않을 경우 소비될 수 없다. 하지만 공공재는 돈을 내지 않아도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재화나 서비스이다.
[참고: 게다가 공공재의 한계비용이 0이므로 가격도 0이어야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 이루어진다. 공공재는 한계비용이 0이어서 추가 소비에 비용이 증가하지 않는 특징이 있다. 그러므로 한계비용 0이라면 가격도 0이어야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된다. 최적의 자원배분은 가격(P)과 한계비용(MC)이 일치하는 점에서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준구)]
결국 무임승차가 특징인 공공재는 가격조정을 통한 배제로 혼잡을 막을 수 없다. 세금을 내지 않는 사람도 국방서비스의 혜택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배제불가능하고 비경합적인 그리고 불완전한 혼잡공공재의 혼잡에 대한 해법은 공공재 재화와 서비스의 양을 늘리는 것이다. 초과수요는 공급량을 늘리는 정공법으로 접근해야 한다. 앞의 성남의 물놀이 장처럼 물놀이 시설을 충분히 늘려, 이용객의 수요를 충족시켜야 하는 것이다.
◆국가의 존립이유와 시장실패
여기서 공급주체의 문제가 대두된다. 공공재라고 중앙정부등 공공부분만이 생산 공급을 늘릴 필요가 없다. (이준구) 정부가 개입하지 않고 민간부문이 자발적으로 공급하는 편이 더욱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공공부문은 소비자의 선호에 대응하는 다양한 재화나 서비스를 공급하기 힘들고, 이윤동기가 결여되어 X비효율이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분배적인 측면에서 공공부문이 공공재 공급의 주체가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이준구)
예를 들어 교육 경찰 소방등의 서비스는 모든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가야 하는 서비스이다. 부자나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만 이용할 수 있는 사용재가 아니라, 돈 없는 사람에게도 골고루 그 혜택이 돌아가는 ‘서비스 평등주의’가 적용되는 공공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공재 공급의 주체는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보다 소득의 분배를 담당하는 국가가 적임자이다.
[참고: 경찰이 제공하는 치안 안전 서비스등은 무임승차가 가능한 배제불가능의 공공재다. 또 비경합적이다. 공공재를 공짜로 이용할 수 있다는 비배제성 때문에 개인들은 공공재 생산비는 부담하지 않고 생산된 재원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무임승차문제는 결국 과소 생산의 시장실패를 초래할 수 있다. 사람들이 자신의 선호를 드러내지 않게 되면, 개인의 한계편익의 합인 사회적 편익(개인의 수요곡선을 수직으로 합한 것)이 작게 나타난다. 이로 인해 시장기구에선 극단적으로 공공재의 생산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국가는 재정을 통해 시장기구에 개입한다. 국방 경찰 소방등의 공공재를 원활히 공급하여 시장실패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이 점이 국가의 존립이유의 하나이다.]
◆피곤한 10명의 경찰관 10명보다 활력 있는 경찰관 1명이 더 낫다
경찰 소방등의 서비스는 순수공공재라기보다 혼잡공공재에 가깝다. 치안서비스의 수요가 서비스의 공급량을 초과하는 경우가 있어서다. 이는 일반시민과 직접적으로 접촉하는 一線관료(street-level bureatcrats)들의 업무환경의 특징이다. 이 점이 서비스의 질적인 불만을 초래하게 된다.
一線관료이론을 주장한 미국의 행정학자 Michael Lipsky는 경찰 인력이 부족하게 되면, 정보의 수집과 적절한 처리가 곤란해져서 즉흥적인 방식으로 법집행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김병섭외) 이는 국민의 치안 서비스의 질적인 향상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먼저 수사를 담당하는 일선 형사들은 사건을 심도있게 조사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지 않아, 사건이 두루뭉술하게 처리되어질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경찰관들의 과중한 업무에 기인한다는 분석이다.(김병섭외)
또 일선 지구대의 경우, 주기적인 밤샘 근무와 빈번한 신고 출동이 주 업무이다. 하지만 지구대 경찰관의 경우, 2010년 기준으로 야근 일수가 3교대 근무 시 365일 중 121일고, 4교대 근무시에는 91일로 나타났다. 주당 근무시간도 법정 근무시간인 40시간보다 높은 50~84시간이다.
특히 교통경찰의 과중한 업무는 상상을 불허한다. 교통조사경찰은 월 평균 380시간(주당 90시간)을 넘게 근무하는 경우도 상당수다.
이러한 경찰관의 업무과중은 경찰관의 건강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한다. 일선 경찰의 한 관계자의 “공무원연금 공단의 우수 고객은 경찰관이다.”라는 자조 섞인 말은 경찰관의 현주소를 여실히 묘사한다.
잦은 밤샘 근무로 인한 신체적 피로와 스트레스의 누적이 심장이나 혈관계통의 질환을 초래하고, 결국 다른 직종의 연금 수급자보다 일찍 사망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찰관의 신체적 피로, PTSD등의 정신적 안전문제등은 국민에게 더 나은 치안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피곤한 10명의 경찰관 10명보다 활력 있는 경찰관 1명이 더 낫다.”라는 경찰처우개선 논의 때 마다 언급되는 이 격언이 일선 경찰관 환경의 현주소이다.
◆ 인적자원의 충원이 경찰관의 환경 개선을 위한 필수적인 조건
그렇다면 경찰관이 활력 있게 근무할 수 있는 조건은 무엇일까? 경찰 관계자는 “우리나라 경찰 1인당 담당인구가 선진국에 비해 부족하다.”면서 “인적자원의 충원이 경찰관의 환경 개선을 위한 필수적인 조건”이라 강조한다.
경찰관의 증원 문제는 정치권의 이념의 위치를 넘어선다.
박근혜정부는 국민안전을 강조하면서 경찰관 증원을 국정과제로 선정하였다. 경찰관의 증원을 국민행복 실현의 필수조건으로 파악한 것이다.(경찰청 2016년 백서)
이에 따라 2013년~2017년까지 5년간 경찰 인력 2만명 증원을 목표로, 민생치안 부서를 중심으로 2013년 4,000명, 2014년 3,521명, 2015년 3,760명을 증원하였다.
이러한 증원에도 불구하고, 2015년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 경찰 1인당 담당인구는 456명으로, 독일(306명), 프랑스(322명) 미국 (427명) 영국 (422명) 호주 (384명)의 그것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2016년 경찰청 백서)
경찰 관계자는 충원되는 인원은 수사 형사팀의 구성인원을 늘리는데 도움이 된다고 지적한다. 일선 수사 한 팀의 희망인원은 5~7명인데, 실제 5명 이하로 집계되고 있다.
또 인원의 증원은 경찰의 전문성을 높이는 교육훈련을 받을 여건을 조성해준다. 지역 경찰의 49.2%는 교육훈련을 받지 못하는 이유로 인원부족을 꼽았다.(노동연구원)
경찰관들의 개선 방안으로 제안되고 있는 주당근무시간의 제한, 심야 근무 시 휴식보장, 연차휴가 사용의무화등도 인력 충원의 결과이다. 주당근무시간을 단축하기 어려운 이유도 주로 인원부족에 있다. 경찰의 인력부족이 장시간 노동의 주된 원인이라는 것이다.
또한 실질적으로 기본근무시간을 줄이는 교대제도 인력부족과 맞물려 있다. 교대제인 4조2교대로 기본 근무시간이 줄어들었지만, 실상 4조 탄력근무라는 말처럼, 비번일에 근무하는 경우가 많아 휴무가 잘 보장되지 않고 있다. 이 문제도 인력 부족에 기인한다. (노동연구원)
결국 24시간 근무가 불가피한 일선 경찰관의 처우 개선은 인력 충원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일선 경찰관의 근무 환경의 개선은 국민의 질 높은 서비스로 이어지게 된다. 이는 국민들에게 안전이라는 마음의 안정과 평화를 보장하는 지름길이다.
논쟁적인 정치사상의 소유자인 홉스는 국가의 본질에 대해선 논쟁에서 벗어나 있다.
그는 “국가의 본질은 다수의 사람들이 상호 신약을 체결해 세운 하나의 인격으로서, 그들 각자가 그 인격이 한 행위의 본인이 됨으로써, 그들의 평화와 공동방위를 위해 모든 사람의 힘과 수단을 그가 임의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라고 했다.
여기서 홉스에 의하면 국가의 본질은 국민들의 평화를 지키고 유지하는 것이다.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을 평화와 안전으로 이끌기 위해, 국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위의 ‘그’가 누구인가라는 논쟁이 있다. 절대권력의 ‘리바이어던’이라는 주장, 계약에 의한 합의체 권력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처럼 국가정책의 우선순위는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는데 있다. 이런 맥락에서 국방, 경찰, 소방을 위한 재정지출이 지출의 우선순위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이의를 달기 힘들다.
<참고문헌>
이준구 (2011), 「재정학」
김병섭외(2013), “일선경찰의 행태 및 근무환경에 대한 참여 관찰적 연구”, 한국치안행정논집 제10권 제1호
한국노동연구원(2012), 「경찰교대제와 노동시간」 한국노동연구원
경찰청(2016), 「2016 경찰 백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