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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양적완화] 한국판 양적완화, 어떻게 볼 것인가?

새누리당이 20대 총선공약의 하나로 내 건 ‘한국판 양적완화’가 경제에 미칠 영향을 두고 여야의 논쟁이 뜨겁다. 

새누리당의 양적완화는 정책 수단으로 장기채권 매입을 포함하고 있지 않다. 기업구조조정을 위한 산업은행 금융채권과 주택담보부채권(MBS)이 통화팽창 을 위한 대상자산이다.   

새누리당은 전통적 금리 정책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인식이다.   기준 금리를 낮추어도 투자 소비가 크게 늘지 않고 있어, 비전통적 통화정책인 양적완화의 도입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양적완화정책은 선진국에서 이미 실패한 정책이라고 비판한다. 양적완화정책을 펼쳤지만 경제는 살아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민의당은 양적완화를 중앙은행 금고를 털어 돈선거를 치르겠다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판 양적완화 VS 미연준 양적완화 

양적완화는 MBS와 장기국채등을 중앙은행이 매입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반면 새누리당 총선공약의 양적완화는 미연준의 1차 양적완화와 유사하다. 장기국채매입 없이, 중앙은행이  MBS와  정부기관 채권인 산은채권을 매입한다는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2008년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로 촉발된  미국 경제의 대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을 실시하였다. 

미 연준은 1차 양적완화(QE1)로 2009년 3월부터 2010년 10월에 걸쳐,  3대 모기지 공사 발행 MBS와 정부기관채권(agency bond)을 매입하였다. 

2차 양적완화에서 연준은 장기국채를 매입하였다.  2010년 11월부터 2011년 6월에 걸쳐서 수행된 양적완화는 미국경제 일자리 창출을 촉진하는데 초점을 맞추었다. 

2011년 9월 시작된 3차 양적완화는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라 불렸다. 미연준은 장기증권매입과 단기증권매도로 통화공급량을 유지하면서, 장기금리하락을 목표로 하였다. 기업의 장기유동성 자금의 시장공급을 촉진하기 위함이었다.   


◆ 전통적 통화정책  VS 비전통적 통화정책

통화팽창은 전통적 통화정책인 공개시장조작과 비전통적 통화정책인 양적완화로 구분된다. 두 정책 모두 장기 이자율을 낮추어 소비와 투자를 늘리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전통적인 통화정책으로 중앙은행은 단기국채를 매입하여 단기금융시장의 이자율을 낮추고자 한다. 단기 이자율이 하락함에 따라 단기이자율들의 기하평균인 장기이자율이 하락하는 것이다.  

반면 비전통적 통화정책인 양적완화는 단기국채 매입으로 더 이상 단기이자율을 낮출 수 없게 되자 등장한 정책이다. 단기 이자율이 거의 영에 이르렀을 때, 이에 대한 대안으로 등장하였다.  

이는 일반적으로 유동성함정하에서 나타났다. 격심한 경기침체로 단기 이자율이 제로에 가까운 수준에서 이르게 되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자율은 반드시 상승하고 채권가격은 하락할 것으로 기대하게 된다. 따라서 모두 향후 채권매입을 위해 화폐보유를 무한히 늘리게 된다. 

이러한 유동성함정하에서, 통화를 공급하여도 통화가 실물경제로 유입되지 못하게 되자, 총수요증가를 위해 직접 장기이자율을 낮추는 통화정책이 동원된다.  

중앙은행이 장기국채나 MBS를  매입하여 장기이자율을 하락시키는 것이다. 


◆ 양적완화정책의 효과 

양적완화 정책이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효과는 무엇일까? 

먼저 디플레이션에 대한 기대감을 막고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기 위함이다. 장기채 매입을 통해 통화량이 늘게 되면 물가가 상승하게 된다. 이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 실질금리를 하락시킨다. 실질금리 하락은 투자증가를 유도하게 된다. 또한 기대물가의 상승은 실질임금의 하락을 가져와 고용을 늘릴 수도 있다. 

둘째로 양적완화는 중앙은행이 매입하는 자산을 특정 자산에 집중시켜, 해당 자산의 금리를 하락시킨다. 

이를테면 중앙은행이 MBS를 집중적으로 매입하면, 주택담보대출금리가 하락하게 된다. 또한 중앙은행이 장기국채를 매입하여 장기이자율을 하락시키면, 자본비용의 하락으로 투자가 증가하게 된다. 

셋째로 신용완화효과이다. 신용완화는 중앙은행이 신용시장의 특정부문에 유동성을 공급하여 그 시장을 작동시키게 된다. 버냉키 전 연준이사회의장은 양적완화의 목표가 특정시장의  신용완화에 있다고 보았다. 

넷째로 양적완화는 자국통화가치 하락으로 순수출의 증가를 가져올 수 있다. 단 이러한 환율효과는 근린궁핍화정책이 되어, 이웃국가들이 환율전쟁에 뛰어들 우려가 있다. 


◆한국판 양적완화의 효과 

새누리당의 양적완화정책은 위의 두 번째와 세 번째 효과를 노린 정책이다. 

먼저 중앙은행이 산업은행금융채권을 매입하는 양적완화는 세 번째 효과와 관련되어 있다.  

중앙은행이 산업은행의 채권을 매입하게 되면, 산은은 채권발행 자금으로 기업의 구조조정을 지원할 수 있다. 이를테면 산은이 구조조정 대상 기업의 회사채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기업의 구조조정을 지원하면, 기업은 다시 이 자금으로 신성장동력에 투자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업구조조정을 위해 경제정책 전반을 관할하는 통화정책을 동원할 필요성이 있는가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공적자금 투입등 재정정책으로 충분히 기업구조조정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장보형 하나금융연구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중앙은행의 산은채 매입을 통해 구조조정이 필요한 기업의 신용경색부문을 지원하는 것은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이 지원을 공적자금 공급등 재정정책에 의존할 수 있는데, 이를 굳이 통화정책에 의존할 필요성이 있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한다. 

그는 “통화정책은 경제정책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한데, 일부 기업의 지원을 위해 손쉽게 중앙은행의 금고를 동원할 필요성은 없다”고 지적한다.  

한국판 양적완화는 사실상  위의 두 번째 효과에 목표를 두고 있다. 중앙은행이  MBS를  매입하면 주택담보대출의 이자율이 낮아지는 효과가 나타난다. 

장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한은이 주택금융공사가 발행한 MBS를 많이 인수하게 되면, 주택금융공사는 회수한 자금으로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채권을 많이 인수 할 수 있다. 이는 주택담보대출의 이자율을 낮출 수 있게 되어, 가계는 낮은 대출이자율을 부담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결국 중앙은행이 MBS를 매입한다는 것은 부동산 시장을 부양시킨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장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는 가계대출을 늘리는 유인을 제공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가계대출의 이자 부담이 완화될 수 있어, 가계대출이 오히려 증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정책은 가계부채완화정책이라기 보다 가계부채를 오히려 늘리는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