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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마이너스 정책금리 ① ] 초과지준 마이너스 부리가 대출을 자극하는 이유는?

초과지준율의 증가는 대공황을 초래하기도

일본 아베노믹스의 한 축인 ‘대담한 금융정책’이 양적 질적 금융완화(QQE)에서 마이너스 금리인하로 보폭을 넓히게 되었다.  

일본은행은 29일,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일본은행)에 예치하는 일부 당좌예금에 다음 달 16일부터 –0.1% 금리를 적용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마이너스 금리가 부과되는 예금은 상업은행이 중앙은행에 예치하는 법정지급준비금을 초과하는 예치금중 일부이다. 이전에는 중앙은행이 초과지준금에 0.1%의 이자를 지급하였으나, 다음 달 부터는 –0.1%의 수수료를 페널티 성격으로 받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초과지준 마이너스 부리는 이미 일부 유럽국들에서 시행되고 있는 통화완화정책이다. 

유로존의 유럽중앙은행은 2014년 6월부터 초과지급준비금에 마이너스부리율을 적용하여, 현재 –0.30%의 금리를 부과하고 있다. 스위스와 덴마크는 초과지준에 각각 2014년 12월, 2012년 7월부터 이자를 부과하고 있고,  현재 –0.75%의  초과지준 부리율을 적용하고 있다. (한국은행)

이처럼 주요국에서 초과지준에 마이너스금리를 운용하는 이론상의 목표는 대출수요를 자극하겠다는 것이다.(한국은행)  

정책금리가 마이너스가 되면, 기업 대출금리와 예금금리도 마이너스가 되면서, 기업의 대출수요가 증가하여 투자를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대출금리 마이너스란 대출자가 원금 상환 시 은행으로부터 이자를 받는다는 것으로, 원금보다 적은 금액을 상환한다는 의미가 된다. 


◆ 초과 지준금이란?

초과지급준비금은 총지급 준비금의 일부이다. 총지급 준비금은 필요지준(법정지준)과 초과지준으로 구성된다. 

시중은행은 예금의 일정비율을 중앙은행에 의무적으로 예치하여야 한다. 이러한 법정지준율 정책은 예금 인출에 대비한 보험 성격으로 출발하였으나, 현재는 통화량 조정으로 주로 사용되고 있다. 시중에 돈이 지나치게 많이 풀렸을 경우, 중앙은행은 법정지준율을 높여 통화량을 흡수하게 된다. 

은행들은 필요지준(required reserves)을 넘는 예금을 중앙은행에 예치하기도 하는데, 이를 초과지준(excess reserves)이라고 한다. 

현재 마이너스금리 적용 대상이 바로 이 초과지준이다. 


◆ 초과지준 마이너스 부리가 대출을 자극하는 이유는?

초과지준에 마이너스금리가 적용되면, 대출수요가 자극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즉 은행이 중앙은행에 예금을 예치하지 않고 대출을 늘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지준의 양은 지준에 대한 보유비용과 음의 상관관계를 보이기 때문이다.  초과 지준금에 마이너스 금리가 적용되어 보유비용이 증가하고, 이러한 지준에 대한 보유비용의 증가는 지준의 양을 감소시키는 것이다.  

먼저 지준금에 대한 보유비용은 지준금의 기회비용과 지준금 예치로 인한 이자수익의 합이다.  

은행이 예금의 일부를 중앙은행에 예치하게 되면 기회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은행이 대출 대신 지준금을 늘리게 됨에 따라, 대출에서 얻게 되는 이자수익을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반면 은행이 중앙은행에 예금의 일부를 예치하게 되면, 중앙은행으로부터 이자를 지급받게 된다. 이는 은행의 이자수익이 된다. (기사 ‘중앙은행은 왜 지준에 대해 이자를 지급했을까?’참조) 

따라서 지준에 대한 보유비용은 대출 포기로 인한 기회비용과 지준예치로 인한 이자수익의 합이 된다. 

그러므로 은행이 중앙은행으로부터 지급받는 지준에 대한 이자수익은 지준에 대한 기회비용을 낮추는 역할을 하게 되어, 지준에 대한 보유비용이 낮아지게 된다. 

그런데 지준에 대해 마이너스금리를 적용하게 되면 보유비용은 증가하게 된다.  마이너스 금리는 은행이 중앙은행으로부터 이자를 지급받는 것이 아니라, 역으로 중앙은행에 이자를 지급하게 된다.  지준에 대해 이자수익 대신 일종의 이자비용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로 인해 보유비용은 기회비용에 이자비용이 더해져서 이전보다 증가하게 된다.  

결국 지준에 대한 양은 보유비용과 역관계가 성립하므로, 초과지준에 마이너스금리적용은 보유비용의 증가로 지준의 양을 줄이게 된다. 따라서 초과지준에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하면  지준대신 대출이 증가하게 되는 것이다.


◆  초과지준 마이너스부리는  초과지준율을 낮추는 것과 동일한 효과

초과 지준금에 마이너스 금리를  부과함에 따라 발생하는 통화량 효과는 초과지준율을 낮추어 나타나는 통화량 효과와 동일하다.  즉 초과지준율을 낮추면 대출이 증가하여 통화량이 늘게 된다. 

초과지준은 대출에 영향을 미쳐 통화공급의 증가 감소를 초래하게 된다. 즉 은행이 초과지준율(초과지준/예금)을 높이는 결정을 하게 되면, 통화승수가 낮아지게 되어 화폐공급이 줄게 된다. 반대로 은행이 초과지준율을 낮추게 되면 통화승수가 높아지게 되어  통화량이 증가하게 된다.  

이는  ‘통화량=통화승수× 본원통화’의 식이 성립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본원통화는 중앙은행이 시중은행으로부터 채권등을 매입할 경우 증가하게 되고, 시중은행에 지준금을 대출 한 경우에도 증가하게 된다. 중앙은행이 외환을 매입할 경우에도 본원통화는 증가한다. 

통화승수(money multiplier)는 본원통화 1원을 공급했을 때 이의 몇 배에 달하는 통화를 창출하였는가를 나타내 주는 배수이다. 통화량이 본원통화보다 몇배수로 증가하는 것은 대출이 일회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연쇄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통화승수를 결정하는 요소는 예금자가 결정하는 현금예금비율, 은행이 결정하는 초과지준율, 중앙은행이 결정하는 법정지준율로 구성된다. 

예금자가 현금비율을 늘리면 통화승수는 하락하게 되어 통화량이 줄게 된다. 반면 초과 지준율이 높아지게 되면 통화승수는 하락하게 되어 통화량이 감소한다. 법정지준율도 높아지면 통화승수는 하락한다.   

결국 초과지준에 마이너스금리를 부과한다는 것은 초과지준율을 낮추는 것과 동일한 통화량 효과를 가져오게 된다. 


◆ 초과지준율의 증가는  대공황을 초래하기도 (미쉬킨)

초과지준율이 높아지게 되면 최악의 경기침체를 초래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대공황이다. 초과 지준율이 높아져 화폐공급이 감소함에 따라 대공황이 발생하였다는 것이  밀턴 프리드만등 통화론자들의 주장이다. 

1930년 10월부터 1931년 1월까지 미국의 은행들은 연쇄적으로 도산하였다.  1930년 11월에 1억 8000만 달러의 예금을 가지고 있었던 256개 은행이 도산한데 이어, 1930년 12월 3억 7000만 달러의 예금을 가지고 있었던 532개 은행이 도산하였다. 

이렇게 은행패닉이 나타나자, 도산하지 않은 은행들은 생존을 위해 초과지준율을 증가시켰다. 은행의 연쇄도산은 상대적으로 건실한 은행들의 예금자들이 수표발행 예금과 정기예금을 현금통화로 전환시킬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어, 은행들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초과지준율을 높인 것이다.  

초과지준율의 증가는 화폐공급을 감소시키게 된다. 실제로 1931년부터 1933년 까지 초과지준율이 계속해서 증가하였고, 1933년 3월에 은행위기가 종료될 때 까지 화폐공급은 25%이상 감소하였다. 이러한 역사상 최대의 화폐공급의 감소는 최악의 경기위축으로 연결되었다. 

특히 화폐공급의 감소는 본원통화의 수준이 20% 증가하였음에도 발생하였다는 것이다. 

이처럼 초과지준율의 증감이 통화승수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이는 경기 변동에 적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주요국에서 초과지준에 마이너스금리를 적용하는 것도 이러한 역사적 교훈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참고문헌>
미쉬킨, 정지만외 옮김(2013),  「미쉬킨의 화폐와 금융」
한국은행 워싱턴 주재원(2016), ‘주요국의 마이너스 정책금리 운용사례 및 시사점’, 한국은행 동향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