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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갤브레이스의 의존효과] 광고는 소비자에게 해일까? 득일까? - 위신은 기부를 통해 확인

상대적 욕구, 전시효과, 베블렌 효과

광고는 소비자에게 해일까? 득일까? 미남 미녀 스타가 고급 수입차를 타고 해변가를 질주하는 광고가 소비자들에게 유익한 정보일까? 

경제사상사에 의미 있는 족적을 남긴 갤브레이스와 하이에크는 각각 제도학파와 신자유주의의 입장에서 광고의 기능에 대한 뜨거운 논쟁을 펼쳤다. 

갤브레이스는 광고가 불필요한 욕구를 만든다고  주장하였다. 광고가 소비자들의 취향에 영향을 미쳐, 결국 취향을 바꾸거나 결정하도록 부추긴다는 것이다. 

그는 생산이 제품뿐만 아니라 욕망을 창출한다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욕망은 광고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전달되어, 소비자들은 광고의 힘에 의해  불합리한 소비 행동을 하게 된다. 광고가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던 욕망들을 사람들에게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갤브레이스는 이를 의존효과(dependence effect)라 불렀다. 

갤브레이스의 이러한 주장에 비판을 제기한 경제학자는 신자유주의의 거두인 하이에크였다. 그는 광고가 소비자들의 취향에 영향을 미치지만 소비자들의 소비행위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였다.(맨큐) 생산자들은 단지 자신이 만든 물건을 소비자들이 좋아하도록 설득 할 뿐이라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광고는 정보전달 기능을 담당하게 된다. 광고는 상품가격, 새로운 제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여 소비자들의 합리적 구매 의사결정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 상대적 욕구, 전시효과, 베블렌 효과 -주변의 상황이 욕구를 부추겨

갤브레이스는 필요(needs)와 욕구(wants)를 구분한다. 필요는 생리적 욕구를 말하며, 욕구는 심리적 욕구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배고픈 사람이 배불리 식사를 하게 되면 그는 만족을 느낀다. 이는 필요가 충족된 것이다. 반면 사치품을 하나 가지고 있는 사람이 또 하나의 사치품을 구입한다면, 이는 그의 심리적 욕구를 충족시킨 것이다.  (토드 부크홀츠)

필요와 욕구는 절대적인 욕구와 상대적인 욕구로 구분되기도 한다. 이와 관련하여, 케인즈는 주변 상황에 전혀 상관없이 느끼는 절대적 욕구와  소유를 통한 만족도가 자신을 남보다 높은 위치로 끌어올릴 것이라는 상대적 욕구를 구분하였다. (갤브레이스)

갤브레이스는 이러한 필요는 내부에서 생겨나지만, 욕구는 자신의 내부와 분리되어 외부에서 주입되는 것으로 파악하였다. 주변의 상황이 욕구를 부추긴다는 것이다. 

즉 그는 소비증가는 소득증가로 인한 것이라는 통념대신, 소비는 다른 사람들의 소비로 인해 증가할 수 있다는 듀젠베리의 ‘전시효과’ 이론을  흡수한다. 

전시효과란 한 사람의 소비가 다른 사람들이 소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으로, 소비는 절대적인 수준보다 상대적인 수준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듀젠베리는 이를 keeping up with the Jones(존스씨네 따라하기)라 불렀다.(조장옥)

전시효과의 대표적인 예가 베블런 효과이다. 명품의 가격이 떨어지면 명품의 수요는 오히려 감소한다는 것이다. 가격이 하락하면 수요량이 증가한다는 가격과 수요 간의 역관계는 이 경우 성립되지 않는다. 

갤브레이스와 함께 제도학파에 속하는 베블런은 이러한 소비를 과시소비 또는  현시적(conspicuous)소비라 불렀다. 체면유지와 위신을 위해 고급사치품의 소비가 가격과 무관하게 소비되고 있는 것이다. 

베블런은  사람들이 벤츠를 선호하는 이유는 공학기술의 차이 때문이 아니라,  상대적 욕구에 있다고 보았다. 호텔에 고급 상표 옷을 입고 벤츠를 타고 나타나면 제대로 대접해주는 현실을 언급한 것이다. 


◆마케팅은 욕구와 필요를 충족시키려는 인간활동

전시효과, 상대적 욕구, 베블런 효과 등은 모두 심리적 욕망을 강조한 것이다.  갤브레이스는 광고는 이러한 사람들의 불필요한 심리적 욕구를 부추기는 역할을 한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마케팅 전문가들은 수요가 공급에 미달되는 현대에 광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과거 자본주의 초기에는 제품의 공급이 수요에 미달하였다.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는 ‘세이의 법칙’이 적용되던 시절이었다. 그러므로 그 당시는 판매, 마케팅 광고등을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생산만 하면 소비가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량생산시대가 접어들면서 수요의 부족현상이 나타났고, 저성장시대에는 더욱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그러므로 현재 소비자의 수요에 적절히 대응하면서 소비자의 욕구를 최대한으로 충족시킬 때 계속적인 판매가 이루어지고, 계속적인 판매가 이루어질 때 계속 기업으로  성장하게 된다. (박인수) 

이처럼 광고는 상대적 욕구를 부추기는 면이 발견되지만, 이는 공급에 미달되는 수요 창출의 수단이 된다. 

마케팅의 대가 코틀러(Kotler)도 “마케팅이란 교환과정을 통하여 소비자의 기본적인 욕구와 필요를 충족시키려는 인간활동”이라고 정의하였다. 

이처럼 광고는  기업과 자본주의의 계속성을 위한 처방으로  받아들여진다. 정보전달을 할 뿐만 아니라 구매하도록 권유하는 설득을 하고, 가까운 장래에 상품 필요성을 상기시키는 기능을 하게 된다. (박인수)


◆실용보다 과시위주의 소비에 탐닉할 수 있어

먹는 것조차 힘들었던 사람이 풍성한 식단과 비가 새지 않는 집에서 살게 되면  만족한다. 이후 그의 소득이 늘어나자 오늘은 특이한 구두를 사고 싶어한다.(갤브레이스) 

그렇다고 이를 그가 지나친 욕구, 상대적 욕구에 빠져 있다고 비난 할 수 없다. 비록 이것이 외부로 주입된 상대적 욕망일지라도  자연스러운 욕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베블런 효과에 보듯이 이러한 욕망이 과시적 상대적 욕망으로 치달을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듀젠베리는 “우리시대에 더 높은 생활수준도 사회의 주요 목표 가운에 하나이다. 더 좋은 재화를 갖고자 하는 욕망이 그 자체로 살아서 움직이게 된다.”며 “그 욕망은 남보다 더 많이 지출하려는 충동을 불러일으키며, 이런 충동은 그 지출로 충족될 욕구에서 생기는 충동보다 더 강할 수 있다.”고 말한다. (갤브레이스 )

베블렌 효과처럼 실용보다 과시위주의 소비에 탐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갤브레이스는 황폐한 공원과 빈민가 사이로 번쩍이는 리무진이 돌아다니는 미국의 현실을 개탄했다. 


◆ 위신은 소비 뿐만 아니라 기부를 통해서 확인받을 수 있어야 

하지만 미국은 또한 부자들의 기부도 활성화되어 있다.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인 셰릴 샌드버그가 지난해 말 페이스북 주식 29만 주를  자선단체에 기부했다고 미국의 CNN머니는 보도했다. 기부액은 3천100만 달러로 우리 돈으로 약 377억 원에 이른다.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기부문화로 실현하는 예인 것이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서울거리에는  벤츠가 달리지만, 서울의 또 다른 골목에는 연탄으로 겨울을 나는 곳도 있다. 내가 번 돈으로 상대적 욕망을 실현하는데 무엇이 문제인가라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위신은 소비를 통해서만 확인되는 것은 아니며, 기부를 통해서도 실현된다는  사회문화가 제도적으로  정착되어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갤브레이스, 노택선역 (2006), 「풍요한 사회」 
토드 부크홀츠, 이승환역 (1994),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맨큐(2014), 「맨큐의 경제학」
조장옥(2014), 「거시경제학」
박인수외(2015), 「마케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