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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대 인플레이션] 저성장 저물가, 기대인플레이션을 높여야

우리나라의 경제가 저물가 저성장에 놓여져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학계와 정치권에서 치열하게 벌어졌던 우리경제의  디플레이션 논쟁은 저물가로 귀착되고 있는 모양새이다. 

하지만 여전히 경기 하방압력의 요인이 대내외적으로 잠복하고 있어 경계를 늦추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저물가와 관련, 2015년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0.7%, 근원인플레이션은 2.2%에 머물렀다. 한국은행의 물가안정목표인 2.5~3.5%에 이르지 못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2016~2018년의 물가안정목표는 단일목표치인 소비자물가상승률 2.0%로 설정되었다. 인플레이션이 2.0%에 이르도록 물가목표를 두겠다는 것이다. 


◆ 기대 인플레이션이 실제인플레이션에 미치는 경로?

실제인플레이션은 기대인플레이션의 영향을 받게 된다.(박진호 2014)

임금협상, 가격설정, 투자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인 기대인플레이션은 어떠한 경로를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치게 될까? 

먼저 기대인플레이션이 상승하게 되면 실질금리가 하락하게 되어, 소비및 투자가 증가한다. 이는 총수요의 증가로 소비자 물가를 높이게 된다. 

또한 기대인플레이션은 기대구매력을 낮추게 되어, 노동자들은 임금상승을 요구하게 되어, 기업은 이에 대한 대응으로 가격을 높이게 된다. 이러한 기업의 가격설정으로 소비자 물가는 상승한다. 

기대인플레이션이 높아지면 명목환율이 높아진다. 결국 환율상승으로 수입비용을 높여 소비자물가가 높아진다. 

이처럼 기대인플레이션은 실제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 기대를 형성하는 방법

“국민여러분. 내일 한반도 분단의 벽이 마침내 무너집니다. 남북한이 드디어 하나가 됩니다. 통일입니다.”

만약 이러한 방송사 보도가 전해진다면, 소비자들은 미래 물가에 대해 어떠한 기대를 하게 될까?

사람들마다 기대를 형성하는 방법이 각기 다양하므로, 소비자들의 기대인플레이션 또한 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갑,을,병등 세 명의 소비자가 한반도 통일 뉴스를 듣고  미래 기대인플레이션을 각기 달리 예측한다. 과거 지향적으로 적응적 기대를 하는 갑, 을은 미래지향적으로 합리적 기대를 형성하는 을, 이 둘을 적절히 혼합하여 미래를 예측하는  혼합 기대의 병으로 구분할 수 있다. 

갑은 과거 지향적으로 미래인플레이션을 예상한다. 그는 과거 지금까지 자신이 실제로 경험한  물가를 적절히 가중평균하여 미래 물가를 기대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한반도 통일이 향후 소비· 투자· 총수요· 총공급등에 미치는 영향을 물가예측에 반영하지 않는다.  결국 적응적 기대는 미래에 대한 정보에 무관하게 실제로 실현된 과거 값으로만 구성된다. 

반면 합리적 기대론자인 을은 기대인플레이션을 예측할 때 미래지향적이다. 현재 입수 가능한 미래에 대한 정보를 동원하여 미래 물가수준을 예상한다. 그러므로 내일 한반도가 통일이 된다는 뉴스는 그에게는 기대인플레이션을 예측하기 위한 필수적인 자료가 된다. 

통일로 인해 북한의 저렴하고 풍부한 노동력과 다양한 자원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 내수시장이 대폭 확대 된다는 점 등, 현재 입수가능한 모든 정보를 이용하여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를 형성하게 된다.  즉 통일이 되면 총수요와 총공급이 증가할 수 있고, 그렇다면 이들의  변동 폭은 각각 어느 정도일지를 고려하여 균형물가를 예상하게 된다. 

병은 미래정보와 과거정보를 적절히 혼합하여 미래 인플레이션을 기대한다. 여기서 혼합기대의 핵심은 예측 시에 동원하는 미래정보와 과거정보의 비중이다. 병이 미래정보보다 과거 실제 인플레이션에 의존하여 물가를 기대한다면, 이는 사실상 적응적 기대에 가까워진다.  


◆ 일반인의 기대방식은? 

그렇다면 우리나라 가계소비자들은 일반적으로 기대인플레이션을 예측할 때, 어떠한 물가기대방법에 의존할까?  

전문가들은 일반 가계소비자들은 기대를 형성할 경우, 과거 뿐만 아니라 미래의 모든 정보를 의사결정에 활용한다고 한다. 즉 기대인플레이션 형성에 미래지향성과 실제인플레이션의 과거지향성을 모두 반영하는 혼합기대방식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박진호 2014)

이는 다시 말해 미국, 영국, 유로 지역등의 가계서베이 자료에 기초한 기대인플레이션에 관한 연구조사에 의하면, 합리적 기대에 의한 인플레이션의 합리성은 성립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처럼 일반 소비자들이 혼합기대를 한다면, 인플레이션 기대 형성을 위해  과거지향적 정보에 의존하는 비중은 어느 정도일까? 

일반인의 인플레이션 기대 형성과정에서 정보갱신 없이 과거 물가로 미래물가를 예측하는 일반인의 비중은 한국과 미·영·유로등 선진국간에 차이를 보이고 있다.(이한규 2015)

우리나라 일반인은 미국등의 경우에 비해 과거정보에 의존하는 비중이 높다. 미국의 경우 각 분기에 기대를 갱신하지 않는 일반인의 비중이 대략 70%로 나타났으나, 한국의 일반인의 비중은 90%를 상회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 일반인은 물가기대형성을 위한 물가갱신에서  미래정보보다 과거지향적 정보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다. 과거 물가상승률 정보 비중이 과거 미래 정보비중의 합 1 중에서 0.90~0.99를 차지하였다. 이는 우리나라 일반인은 인플레이션을 예측할 때 사실상 적응적 기대를 한다는 의미가 된다. 


◆일반인의 기대물가, 물가안정목표에서 벗어날 수 있어 

그렇다면 우리나라 일반인이 과거 지향적 정보로 기대물가를 예측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일반인이 기대인플레이션 형성에서 기대형성시점 부근의 소비자 물가상승률등 과거지향적 정보에 크게 의존한다는 것은 우리 경제 전반의 사회후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판단되고 있다.  일반인의 기대물가가 과거 지향적 모습을 보이고 있어, 물가 안정목표수준에 안착되어 있는 정도가 약하기 때문이다. 

일반인과 달리 전문가들은 과거물가 뿐만 아니라 미래지향적 정보, 즉 경기동행지수 및 선행지수, 단기금리등을 모두 종합하여 물가기대를 한다. 따라서 전문가들의 기대인플레이션은 물가 안정목표에 안착하는 정도가 높다. (이정익 2012)

이처럼 일반인의 기대물가가 물가목표에서 벗어나게 된다면, 물가목표에 이르기 위한 인플레이션 희생비용이 증가하게 된다. 

기대인플레이션이 일단 물가목표에서 크게 벗어나면 기대인플레이션을 목표로 회귀시키는데 상당한 인플레이션의 수습비용이 수반된다는 것이다. 


◆ 기대물가를 높이기 위해 어떻게?

그렇다면 기대물가가 목표물가에 이르도록 어떠한 거시정책이 동원되어야할까?  

전통적인 방법은 통화량 확대로 총수요를 증가시켜 물가를 높이는 방법이다. 즉 GDP갭(실제 산출량 – 잠재 산출량)이 플러스가 되도록 통화당국이 정책금리를 낮추는 통화완화정책을 실시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완화적 통화정책을 통한 총수요 증대가 실제 및 기대인플레이션을 상승시키는데 유효하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현재 국내 경기의 완만한 회복으로 GDP갭률이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전환되더라도 물가상승률은 과거처럼 크게 상승하지 않고 낮은 수준을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임희정 2015) 

전문가들은 이러한 효과가 과거처럼 유효하지 않은 이유를  필립스곡선의 변화로 설명한다. 

2000년대의 필립스 곡선의 변동크기가 과거 1990년대에 비해 축소되고 있다는 점이다.  GDP갭률이  상승하면 소비자물가상승률도 높아졌다가, 공급충격등으로  물가상승과 GDP갭률의 하락이 나타나는데,  과거에는 필립스 곡선의 변동 크기가 컸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서 필립스 곡선의  변동크기가 축소되어, 국내경기가 회복되어도 물가상승률은 낮아진다는 것이다.   

이처럼 통화완화정책이 과거와 달리 강력한 기대 인플레이션 상승 도구가 아니라면, 기대물가를 높이기 위한 거시경제정책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통화완화정책등 수요측면의 대처 대신 공급측면의 접근에 주목한다. (임희정 2015) 공급측면에서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방법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경제성장을 위한 원론적 처방으로 언급되고 있는데,  궁극적으로 경제성장을 위한 다른 대안은 없는 상황이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반추해 보건 대, 일본은 1990년 수요측면의 성장에 한계가 도래하였다. 통화량 증가와 이자율 하락등의 금융완화 및  국채발행을 통한 내수 진작 실패가 나타났다. 이는 설비투자 저하 및 잠재성장률 악화로 이어졌다.

따라서 기대 물가상승과 실제물가상승을 위해서는 유망산업지원, 미래성장동력 강화가 재차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수요측면보다 장기적으로 공급측면으로 인한 힘으로 성장률을 높여 소득을 증가시키고, 다시 소득증가로 총수요를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수요견인으로 물가는 상승하게 된다. 

우리나라 경제는 지난 해처럼 디플레이션에 대한 두려움에서 어느 정도 벗어난 상황이다. 공포의 디플레이션이 아닌 저물가에 놓여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임희정 2015) 

하지만 일반인의 기대물가의 불안정성으로 인해 중앙은행의 물가안정목표에서 벗어날 개연성이 있는 상황이다. 

그러므로 기대물가가 물가안정목표에 미달된다면 통화완화정책이 동원되어야 하지만, 이는 근본적인 처방이 되지 않는다. 

결국 물가안정에 대한 처방은 성장동력의 창출등 장기성장 잠재력을 확충하는 방안이 다시금 강조되고 있다.  

<참고문헌>
박진호(2014), 기대인플레이션의 정책적 중요성, 한국은행 국제경제분석, 
이한규(2015),우리나라 일반인 인플레이션 기대 형성 행태 분석, 한국개발연구
이정익(2012), 우리나라 기대인플레이션의 특징, BOK경제리뷰 
최병재(2012),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 지표의 주요 특징과 시사점, 한국은행
임희정(2015),국내 저물가 지속 배경과 시사점, 현대경제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