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 특허권 5년 재심사에 대한 논란이 정치권에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다.
새누리당은 현행 면세 특허기간 5년을 10년으로 다시 연장하는 법안을 발의한 상태이다.
반면 홍종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9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면세 사업권 5년 재심사를 유지하고, 재벌에게 특혜를 주는 현행의 허가제 대신 자격을 갖춘 사업자가 시장에 쉽게 들어올 수 있도록 진입장벽을 낮추자고 주장하였다.
2013년 관세법 개정 이전에는 면세사업권은 10년간 유지되고, 영업상 하자가 없는 한 갱신되었다. 현행 관세법은 대기업의 갱신권을 폐지하고 특허기간을 5년으로 정하고 있다. 단 중소 중견기업의 갱신은 1회를 한도로 허용되고 있다.
면세사업권 5년을 둘러싼 논란은 기존 특허사업자가 재심사에 탈락하면서 불거졌다. 지난달 시내 면세점 사업자 심사에서 롯데면세점의 서울 월드 타워점과 SK워커힐 면세점이 사업권을 잃으면서 직원들의 실직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것이다.
일각에서는 탈락 면세점 직원의 대량 실업 문제는 5년 특허기간을 규정한 2013년 관세법 개정에서 비롯되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법안을 대표 발의한 홍의원은 기존 면세점 탈락이 자신이 발의한 법안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롯데 월드 타워점은 과거 관세법에 근거해서 2006년 특허를 얻어 올해로 만 10년이 된 경우이고, SK워커힐점은 2010년에 특허기간을 5년으로 신청해서 올해로 특허가 만료가 된 상황이다. 그러므로 홍의원은 기존사업자의 탈락은 과거 관세법의 결과이지 특허 5년 사업권을 규정한 2013년 법안과는 별개의 사항이라고 반박한다.
◆면세점은 왜 면세일까?
면세점이란 외국인 여행자와 출국하는 내국인 여행자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수입품과 국산품을 특정장소(보세판매장)에서 판매하는 곳을 말한다.
면세점이 의미하는 것처럼, 이곳에서 판매되는 상품에 관세, 내국세(부가가치세, 각종 목적세), 지방세등이 붙지 않는다. 이처럼 상품에 판매되는 일체의 세금 면제는 Duty Free라 불린다.
면세점에서 판매되는 상품에 세금이 면제되는 이유는 이곳이 외국물품을 외국으로 반송하기 위한 보세판매장이기 때문이다.
수입자가 외국물품을 국경선을 통과해 국내에 반입하기 위해서는, 관세와 부가가치세를 납부하고 수입신고 절차를 완료하여야 한다.
하지만 보세는 국경선에 도착한 외국물품에 이러한 세금이 유예되는 것으로, 외국물품이 보세구역에서 국내로 반입될 때 관세와 부가가치세가 부과되어 국내물품으로 전환된다.
반면 수입품이 보세구역에서 외국으로 반출 되는 것은 외국물품을 외국으로 반송하는 성격이다. 그러므로 보세구역에서 판매되는 외국물품에 국내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이처럼 관세법상 보세판매장으로 정의되는 면세점은 외국물품을 보세구역에서 외국으로 다시 반송하기 위한 곳이므로, 우리나라 과세권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또한 면세점에서 판매되는 국내에서 생산되는 제품도 보세판매장의 상품에 해당되어 외국관광객이나 내국인 출국자의 외국 반출을 위한 것이다. 따라서 보세판매장인 면세점에서 판매하는 국내 제품에도 부가가치세가 붙지 않는다.
엄격히 말하면 이곳의 국내제품에 면세가 아닌 영세율의 부가가치세가 적용되는데, 면세점의 국내제품 판매는 수출과 성격이 동일하기 때문이다.
◆ 면세점 종류
면세점은 다양한 분류가 이루어진다. 위치에 따라, 공항·항만등의 출국장면세점, 기내·선박 면세점, 시내 면세점등으로 분류된다.
운영제도에 따른 분류로, 보세판매장은 외교관 면세점, 출국장면세점, 시내면세점, 귀금속류면세점으로 구분된다. 이에 더하여 지정면세점이 있다.
외교관 면세점은 관세의 면제를 받을 수 있는 외교관등만 이용할 수 있어 내국인 이용은 불가하다.
출국장 면세점과 시내면세점은 외국으로 반출할 외국물품을 판매하는 장소이다. 출국장 면세점은 출국인과 통과 여객기·여객선의 환승객이 이용할 수 있으며, 시내 면세점은 출국인에 한하여 이용이 가능하다. 지정면세점은 제주도를 방문한 내외국에게 면세된 제품을 판매하는 것으로 보세판매장과 같은 성격이다.
면세점은 사전면세점과 사후 면세점으로 구분되기도 한다. 사전면세점은 비거주자의 구입 품목에 대해 세금을 사전에 면세해주고 있다. 사후 면세점은 외국인 관광객에게 세금을 포함한 가격으로 물품을 판매하고, 구매 물품의 반출을 확인한 후 택스 리펀드를 해준다,
◆면세점의 특징
내국인의 면세점 구매한도는 3000달러 이하로 제한되며, 내국인이 입국 시 구매물품을 휴대 반입하게 되면 1인당 면세한도액은 600달러이다. 이를 초과하는 물품에 대해 관세와 부가가치세를 내야 한다. 출국 시 해외반출을 전제로 구입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내국인은 면세점 구입물품 한도 3000달러와 입국 시 면제되는 600달러의 차이를 숙지할 필요가 있다. 단 담배 1보루, 60ml이하의 향수, 주류 1리터 이하로 400불 이하 1병 등은 추가로 면제를 해주고 있다.
◆ 면세점 선정 논란
면세점 선정 논란은 갱신폐지와 시한부 특허기간이다. 과거 특허기간은 10년으로 갱신이 가능하였지만, 2013년 법 개정으로 5년마다 특허심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기존사업자는 특허 만료 시 면세점 사업을 희망하는 다른 사업자와 특허권을 놓고 경쟁을 벌이게 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2013년 법 개정에는 중소 중견 기업에 특허 갱신이 가능하도록 하였다.
여기서 중소 중견기업이란 아래 요건을 모두 갖춘 기업이다. △직전 3개 사업연도 매출액의 평균금액이 5천억 미만인 기업 △자산총액이 1조원 미만 △ 자산총액이 1조원 이상인 법인(외국법인을 포함한다)이 주식 또는 출자지분의 100분의 30 이상을 직접적 또는 간접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최다출자자인 기업이 아닐 것.
대기업측에서는 갱신은 사업의 연속성과 직결되는 문제이므로 사업영속성이 보장되지 않을 경우, 신규투자 및 일자리 창출에 부정적으로 작용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특허 갱신이 허용되지 않고 5년 시한부 특허기간으로 인해, 사업권을 상실할 경우 투자한 금액에 대한 대규모 손실 및 고용인원에 대한 대량해고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면세점이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는 곳이라는 논리에 근거하고 있다.
매출규모· 면적· 명품 브랜드의 입점 여부가 면세점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것이다. 명품이 입점 되지 않는다면 면세점 글로벌 경쟁으로 인해 고객은 해당 지역의 면세점을 외면한다는 것이다. 또한 글로벌 트렌드에 정통한 MD의 역할도 면세점 수익과 직결된다.
반면 대기업에 갱신을 허용하지 않고 특허기간을 5년으로 단축한 것은 현재 독과점 시장구조에는 불가피한 면이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2015년 7월 기준으로 대기업의 매출액이 전체의 86.9%를 차지하고 있으며 특히 롯데와 신라 두 대기업이 전체 시장에서 약 79.6%를 차지하여 독과점적 시장구조를 형성한 상태였다.
2014년 기준으로 롯데가 4조2,170억원으로 50.8%, 신라는 2조5376억원으로 두 기업이 30.5%를 점하고 있었다. 2015년 7월에는 롯데의 매출액이 2조 5,582억으로 50.1%, 신라가 1조5,052억원으로 29.5%를 차지하여, 두기 업이 79.6%를 점유하고 있다.
파이의 나머지 20%는 소규모 업체들이 나누어 가지고 있다. JDC 5.3%, 동화 3.8%, 관광공사 2.0%, SK 3.3% 신세계 3.3%의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공정거래법에는 상위1개 기업의 점유율이 50%를 넘거나 상위 3개 기업의 점유율이 75%를 넘는 경우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추정된다. 그러므로 롯데와 신라는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추정될 수 있다.
시장지배적 사업자는 상품 용역의 가격· 수량· 품질 등 거래조건을 결정 유지 또는 변경할 수 있는 지위를 가진 사업자로 정의되는데,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추정되는 사업자는 ‘남용행위’가 금지된다.
공정거래법에서 남용행위에는 상품가격의 결정 유지 또는 변경, 상품 판매의 부당한 조절, 다른 사업자 사업 활동의 부당한 방해, 소비자의 이익의 현저한 저해 우려 행위가 포함된다.
이러한 면세점 독과점은 면세점만의 독특한 상황은 아니다. 독과점 시장구조 개선의 사례는 이동통신에서 찾을 수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동통신 3사의 독과점 해소를 위해 신규사업자가 통신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하였다. 주파수 제한과 규모의 경제로 인한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2010년 3월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하여 MVNO진입을 허용하였다. MVNO 사업자는 12년 기준으로 SKT 5개, KT가 10개, LGU+가 9개이다.
또 다른 독과점 완화 사례는 지상파 방송국의 시장점유율의 독과점 해소이다. 신문의 방송사겸업이 가능해지고 종합편성채널이 도입된 것이다.
이처럼 면세점 시장에서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특허기간을 10년에서 5년으로 단축하고 갱신제도를 폐지하여 특허가 만료될 때마다 경쟁이 발생하도록 2013년 관세법을 개정한 것은 다른 독과점 업종의 해소 노력에 비추어 타당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전문가들은 일부기업의 시장 점유율이 지나치게 높은 경우 경쟁제한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시장구조 개선의 필요성을 지적한다.
◆ 흙수저 출신도 상승의 사닥다리를 타고...
독과점 시장구조 개선방안으로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 혹은 등록제로 전환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면세사업자를 평가 선정하는 대신, 진입장벽을 없애고 완전경쟁을 허용하자는 것이다. 강자가 살아남는 시장의 논리가 사업자를 선별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규모의 경제가 적용되는 시장에서 결국 대기업 중 강자가 살아남아 독과점시장을 다시 형성될 것이라는 우려이다.
업계측은 면세점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일정 규모가 안 되면 재고부담과 판매관리비중이 너무 커져 적자를 면치 못한다는 것이다.
시내면세점은 1980년대 후반에 29개에 달했으나 시장경쟁에 따라 2012년 10개로 감소하였다. 경영악화로 19개 시내 면세점이 폐업을 한 결과이다. 면세점 사업의 발전과정을 보면 시장진입이 제한적이지 않았으며 특허가 일부 기업에 부여된 것은 아니었다.
그러므로 자유로운 시장진입을 허용하게 되면, 결국 일부 대규모의 기업이 규모의 경제로 점유율을 늘리는 결과가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그 대안으로 일정 점유율을 가진 사업자의 참여를 제한하자는 주장이 언급되고 있다.
예를 들어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입찰을 제한하든지, 매출액 비중이 30%이상인 기업은 입찰을 제한하자는 것이다. 이는 독과점 구조의 즉각적인 완화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 하나의 대안은 평가기준에 시장점유율을 평가요소로 반영하여 시장점유율이 높은 기업에 대해 일정점수를 감점하는 것이다.
현행 면세사업자 선정은 세부요소 점수의 합으로 결정된다. 보세구역 관리역량, 운영인의 경영능력, 관광 인프라등 환경요소, 중소기업제품 판매 실적, 기업이익의 사회 환원 및 상생협력노력정도가 그것으로, 총점은 1000점이다.
여기에 시장점유율이 높은 순서대로 총점에서 일정점수를 감점하는 것이다. 이는 간접적으로 독과점적 구조완화를 유도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면세점의 경제에 미치는 순기능을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면세점은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므로 수출사업의 역할을 담당한다. 또한 내국인의 외국에서의 과소비를 줄이는 기능도 있다. 내국인이 외국에서 살 것을 자국에서 소비하여 외화유출을 감소시킬 수 있다.
하지만 일부 독과점 기업이 이익을 독식하는 현재의 면세 시장의 구조는 혁파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공정한 경쟁의 토대가 마련되는 발전된 면세점 시장 구조가 형성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득권을 공고히 유지하려는 세력만이 장수만세를 부를 수 있는 세상 대신, 이른바 ‘흙수저’출신이며 현재 가진 것 없는 이들도 상승의 사닥다리를 오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어야 하지 않을까?
<참고문헌>
최낙균(2015), ‘면세점 시장구조 개선 방안’,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박기석 (2015), 한중일 3국의 환율변동이 인천공항 면세점 매출에 미치는 영향분석, 한국항공대학교, 박사학위논문
최영수(2013), 「면세점 이야기」
원금금(2015), ‘면세점의 서비스품질의 고객만족과 고객행동의도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제주국제대학교, 석사학위논문
이수진(2015), ‘면세점 특허제도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 국회입법조사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