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연방준비제도가 제로금리에서 벗어나 정책금리를 인상시킨 것은 미국 경제의 회복으로 비전통적 통화정책에서 통화정책의 정상화 단계를 밟아 간다는 의미가 된다.
비전통적 통화정책은 제로금리로 단기금리를 하락시키고, 장기채권 매입으로 장기 채권에 포함되는 기간프리미엄을 낮추어 장기금리를 하향 안정화시키는데 목표를 두고 있었다.
이제 미국의 양대 정책목표인 고용개선과 물가안정이 통화정책 정상화의 방아쇠가 되었다. 실업률은 11월 5%로 머물러 있고, 핵심물가지수는 1.9%에 달하고 있다. 11월 2.3%로 높아진 임금 상승률도 물가상승률이 점차 높아 질 수 있다는 신호가 되고 있다.
통화정책의 정상화는 비전통적 정책에서의 출구전략을 의미한다. 단기금리의 상승과 기간프리미엄의 부활로 장기금리의 회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금리 인상이 우리경제에 미칠 파장에 대한 관심의 하나는 미국 장단기 금리 인상이 우리나라 금융시장의 장단기 금리에 미치는 영향이다.
우리나라 금리상승이 미국 금리 상승과의 동조화 압력을 받고 있다면, 우리 금융당국의 통화정책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 있고 우리 실물경제는 금리 인상으로 인한 악영향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전문가들은 미국금리 인상의 속도는 완만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의 기준금리 변동은 미국정책 금리 방향과는 다소 독립성을 지닐 것이란 분석이다. 이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 이탈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에 근거하고 있다.
하지만 장기금리는 미국의 장기금리와 연동 될 가능성이 높아, 기업의 투자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신용 스프레드가 높아지고, 특히 비우량 회사채의 금리는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 정책금리 인상 속도
금융시장은 미국 금리 인상이 완만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과거 금리 인상기의 경험에 근거하면, 2016년 말의 정책금리는 1.75~3%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지만, 미연준 위원들은 약 1.3~1.4%로 응답하고 있다. 투자은행들은 1.25%를 예측하고 있다.
즉 연준의 정책금리 예상경로는 2016년 2017년 각각 25bp씩 4회 총 100bp인상될 것으로 예상한 반면, 주요 투자은행들은 2016년 약 3회, 총75 bp인상을 예측하여 더욱 완만한 금리 이상을 기대하였다.
심지어 선물가격에 반영된 수준은 1%미만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금리 인상속도가 점진적으로 예상됨에 따라, 글로벌 경제의 불안이 다소 완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렇다면 미국 정책금리의 느린 인상 추세의 배경은 무엇일까?(LG 연구소) 점진적이고 느린 금리 인상으로 경제주체의 실질 이자부담이 크게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한 것, 양적완화로 미연준의 보유자산 규모가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금리의 빠른 상승으로 인한 자산의 평가손실을 막기 위한 것, 정부재정측면에서 지불해야 하는 이자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것등이 완만한 금리상승에 대한 설명으로 꼽히고 있다.
△급격한 금리인상
반면 급격한 금리 인상은 미국과 주변국 간의 금리차를 확대 혹은 축소시켜, 국제 달러 유동성이 미국으로 급격히 회귀 될 수 있다.
이러한 자금유출은 달러가치 상승을 초래하여, 거액의 달러화 표시 부채를 지니고 있는 신흥국의 원리금 상환부담을 높이게 된다.
또한 빠른 금리 인상으로 인한 자금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각국은 미국의 금리인상에 동조 할 압력을 받게 된다.
◆기준금리와 단기 금리
해외 투자은행들은 한국은행이 당분간 미국정책금리 인상과 달리 독립적인 기준금리 정책을 펼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국제금융센터)
JP Morgan은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추세 성장률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내년 말 까지 금리 동결을 전망하고 있다. Goldman Sachs도 ’17년 중반까지 금리동결을 전망하면서, 수출부진의 지속으로 기업이익, 고용, 투자가 내수를 제한 할 경우 통화정책 추가 완화조치가 필요할 것이라고 평가하였다.
Citi도 수출부진 및 높은 재고율등에 따른 산업구조 조정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면서, 한은은 내년 중 성장둔화와 마이너스 GDP갭(=실제GDP-잠재GDP)등에 따라 내년 두 차례 금리를 인하 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다만 Nomura는 갑작스런 외국자본유출에 따른 원화가치 급락, 미국 연준의 가파른 금리 정상화등의 경우, 한국은행이 금리조정을 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였다. 즉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확대되면서 국내 외국인 투자자금이 급격히 유출된다면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국내 기준금리도 상승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존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기준금리는 대출금리와 연계
미국정책금리 방향과 달리 한은이 독립적인 정책금리를 펼칠 수 있다는 것은 가계대출금리 인상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한은 기준금리는 환매조건부채권금리인데, 이는 콜금리와 거의 동일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금리의 만기가 줄어들수록 단기금리와 콜금리와의 상관계수가 높다. 국내 주요 단기금리인 CD금리의 경우, 국내 콜금리와의 상관계수가 0.97로 거의 동일하게 움직이고 있다. 반면 국고채 10년물 금리의 경우 콜금리와의 상관계수가 0.67로 상대적으로 낮다. (현대경제연구원)
한편 단기 금리는 대출금리와 연계된다. 대출금리는 CD금리에 가산금리가 더해져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한은이 미국 정책금리 인상의 방향과 달리 기준금리를 독립적으로 결정한다는 것은 CD금리등 단기금리의 상승폭이 제한되어, 결국 대출금리 인상이 급격히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가 된다.
△ 원화 실질실효환율 절하되어 있는 상태, 외환시장 불안 높지 않아... 한은의 독립적 통화정책 가능
실질실효환율이 고점에서 절하되어 있어, 외국인의 환차손이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한 외국인의 채권비중이 높지 않아 외국인의 자금이탈이 원/달러 환율의 급격한 상승으로 연결되지 않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원화 실질실효환율은 장기평균대비 0.8% 높고, 2007년 금융위기 이전 고점대비 16%(15년 2월 기준)절하되어 있는 상태여서, 미국 금리 인상으로 외국인이 대규모 환차손에 노출 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원화자산에 대한 투자는 지역별로 차별화 가능성이 예상된다. 원화자산에 대한 외국인의 달러화투자는 원/달러 강세로 둔화 될 전망이나, 유로화투자는 유로화 약세로 확대될 전망이다.
또한 외국인의 국내채권 비중이 6%대에 불과해 자금유출이 발생해도 이에 따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판단이다. 10월 말 기준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국내 채권 보유 규모는 102조원으로, 전체 채권 잔액의 6.6% 여서,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지 않다.
국내채권시장에 유입된 외국인 자금들 중에서 연기금이나 중앙은행등 장기 투자 성격의 자금 비중도 높은 편이어서 단기간에 자금 이탈 할 가능성도 높지가 않다.
이처럼 지난 외환위기와 글로벌 위기 때처럼 환율급등이 우려될 정도가 아니고 물가도 안정세이며, 외환건전성을 기반으로 하여, 외국인의 자금 이탈로 인한 외환시장 불안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실제로 2013년 버냉키 쇼크는 미국금리 인상에 대한 예행연습이었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는 신흥국처럼 통화가 하락 하였지만, 오래 지나지 않아 상승세로 돌아섰다. 해외투자자금도 다른 신흥국과 달리 바로 유입추세로 전환되었다.
따라서 금융당국은 어느 정도 미국과는 다른 금리 정책을 펼칠 수 있는 통화정책의 여력과 독립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장기금리
장기금리는 정책금리와 단기금리와 달리, 미국장기금리와 동조화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먼저 미국 장기금리 상승세는 단기 금리 상승세보다 더 완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단기 금리는 정책금리의 영향 하에 있으나, 장기금리는 경기, 물가등 기초경제여건의 흐름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 미국성장률이 올해수준이거나 둔화될 수 있다는 전망에 근거하여 미국 장기금리의 상승압력이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또한 미국금리 인상으로 인한 미국으로의 자본유입은 미국금리 안정의 요인이 될 수 있다.
해외 투자은행들은 정책금리가 약 1%p오르면 장기금리는 0.6%p상승할 것으로 전망하여, 내년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은 약 2.8%정도를 예상하였다
전문가들은 장기 시중금리는 미국금리를 따라 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 (LG연구소, 현대경제연구원) 실제로 미국금리와 우리나라 금리 간의 관계를 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단기금리 간의 연계성은 높지 않지만 만기가 길어질수록 금리 연계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이 1%포인트 변할 때 국내금리는 0.42%포인트 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 신용스프레드 확대 및 비우량채권의 금리 상승 가능성
미국금리 인상은 신용스프레드가 확대되고, 비우량채권의 금리를 높일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채권시장에는 이미 회사채 금리가 국채금리에 비해 빠르게 상승하면서 신용스프레드가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LG연구소)
우리나라에서도 미국처럼 국채보다 회사채 금리의 상승폭이 커지고 있다. 특히 회사채 중에서 우량회사채보다 비우량회사채 금리가 보다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3년 만기 국채 대비 회사채 금리의 스프레드는, 12월초 기준으로 AA-등급에서 0.39%, A-등급회사채의 경우 1.54%에 머물고 있지만, BBB-의 회사채에서는 6.34%로 치솟고 있다.
이처럼 수출부진으로 해외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의 경영 실적을 기대하기 어려 운데다 장기화된 업황의 악화로 부실 업종이 늘고 있어, 신용등급이 하락하는 기업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기업들의 금리부담이 점점 높아진다는 의미가 된다.
◆ 가계소득 증대, 기업의 기술혁신이 경제 변동성에 대한 근본 처방
미국금리 인상으로 우리나라 금융시장에서 외화 유동성 부족에 대한 만반의 방비와 시중금리 상승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우선 외국인 자금 이탈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되고 있지만, 신흥국에 대한 우려가 부각 될 경우 원/달러 환율의 상승으로 인한 환차손 우려가 높아져, 외국인 자금유출이 늘어날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 경우 외화 유동성 경색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금리 상승과 관련, 저소득 저신용자들의 금리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이들은 비은행권으로부터 대출을 많이 받아, 비은행권 신용대출금리의 지속적인 상승으로 디폴트 위험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저소득, 저신용자들의 비중이 높은 상호저축은행의 대출 중 신용대출 금리의 경우 2015년 4월 21.6%에서 10월 24.4%로 지속 상승하였다. 저소득 저신용자들의 대출 금리는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저소득 저신용 계층이 채무불이행에 빠지지 않도록 서민금융지원제도의 지속적인 추진이 제안되고 있다.
장기금리 인상의 속도는 완만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결국 미국 통화정책 정상화는 유동성프리미엄을 높여 미국의 장기금리를 상승시키게 된다. 이는 미국의 장기금리와 연동되는 우리나라 장기금리도 동반 상승압력을 받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장기금리의 정상화로의 복귀는 기업의 장기투자의사결정을 기각시킬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의미가 되어 투자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러므로 전문가들은 기업의 투자 위축을 방지할 대비책을 마련할 것을 주문한다. 특히 상대적으로 자금 조달 능력이 낮은 중소기업들에 대한 금융기관의 신용 평가 시스템을 정교화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신용스프레드 상승으로 비우량기업의 이자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는 기업의 구조조정의 압력이 커진다는 의미가 된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중장기적으로 가계의 소득을 증대시키고 국내 기업의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것이 어떠한 외부 충격에도 견딜 수 있는 힘이 된다고 지적한다.
이는 안정된 일자리 창출로 가계소득 증대를 도모하고, 기업의 기술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경제변동성에 대한 근본적인 처방이 된다는 것이다.
<참고 문헌>
이창선 최문박, ‘현실로 다가온 미국 금리 인상’, LG Business Insight,
김경빈외, ‘미 금리인상, 단기적인 성장 하방압력에 그칠 소지’, 국제금융센터
조규림,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국내 금리에 미치는 영향’, 현대경제연구원
이승훈,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 논의와 글로벌 자금흐름 영향’, KB지식 비타민
장보형, ‘미 금리인상, 새로운 폭풍’, 하나금융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