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페더럴 펀드 레이트)를 현재의 0.00%∼0.25%에서 0.25%∼0.50%로 인상한 가운데, 미 금리인상은 글로벌 금융위기 타개를 위한 제로금리와 비전통적 통화정책에 대한 출구전략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음을 의미한다.
연준은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제로금리정책으로 단기금리를 하락시켰으나, 제로금리에 직면하여 이자율 하락으로 인한 총수요정책이 더 이상 먹혀들지 않게 되었다.
따라서 연준은 비전통적 화폐금융정책인 대출확대, 자산매입, Forward guidance등으로 경기진작을 도모하였다.
이러한 비전통적 화폐금융정책은 연준의 기대만큼 통화확대를 가져오지 못하였지만, 실업률의 하락등 긍정효과를 유도한 것도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비전통적 화폐정책이 미국 거시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은 것은 연준의 대차대조표 확대라기보다 대차대조표 구성의 변화에 힘입은 바가 크다고 지적한다.
◆ 단기이자율 제로 하한과 비전통적 통화정책수단의 등장
금융당국이 통화공급을 늘려 이자율을 하락시키는 확장적 화폐금융정책은 경제가 유동성함정에 빠져 있을 경우 아무런 총수요증가효과를 가져오지 못한다. 극단적 경기침체로 모든 경제주체들이 이자율상승을 예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증가된 통화량은 이자율 하락과 투자 증가대신 경제주체들의 화폐수요로 흡수되는 것이다.
실제로 연준은 글로벌 금융위기 타개를 위해 단기이자율을 제로수준으로 떨어뜨린 결과, 단기이자율을 더 이상 인하시킬 수 없는 제로 하한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이처럼 이자율하락으로 인한 총수요증가 회로가 작동하지 않게 되자, 연준은 경제를 진작시키기 위해 이자율 수단 대산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수단을 동원하게 된다.
◆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수단
연준은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수단으로 유동성공급, 자산매입, 미래통화정책조치에 대한 강한 약속(commitment to future monetary policy actions)을 채택하였다.
△유동성 공급
대출의 대폭 확대를 위해 재할인 창구 확충, 이자율경매대출제도등이 사용되었다.
재할인 창구 확충이란 연준이 재할인율을 낮추어 시중은행에게 유동성을 늘려준 정책이다.
연준은 재할인율 (연준이 시중 은행에 대출할 때 적용하는 이자율)을 페더럴펀드이자율 목표보다 통상 100베이시스 포인트 높이 설정해 왔는데, 금융위기 발발 이후 2007년에 50 베이시스 포인트, 2008년엔 25 베이시스 포인트 높게 설정하여 유동성 확충을 지원하였다.
이자율경매대출제도(term auction facility, TAF)는 재할인창구대출제도보다 더 널리 사용되었다. 이는 경쟁적 경매를 통해 이자율이 결정되는 것으로, 은행들이 재할인율보다 낮은 이자율로 자금을 빌릴 수 있었다.
△자산매입
자산매입 프로그램에 포함된 대상은 대표적으로 MBS와 재무부장기증권이다. 특히 재무부장기증권매입은 장기이자율을 낮추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었다.
장기투자의사결정의 기준이 되는 장기이자율의 하락은 경제 진작을 위한 필수요소이다. 하지만 재무부증권의 단기이자율은 금융위기로 제로하한에 이른 반면, 장기이자율은 유동성프리미엄이 가산되어 단기 이자율보다 높았다.
연준은 재무부장기증권을 매입하여 장기이자율을 하락시킨 결과, 기업의 장기투자증대에 기여하였다는 분석이다. 이는 장기이자율의 구성요소인 유동성프리미엄이 낮아졌다는 의미이다.
△미래통화정책조치에 대한 강한 약속 - forward guidance
미래통화정책조치에 대한 강한 약속도 장기이자율 하락을 유도한다. 즉 장기이자율을 하락시키는 또 다른 방법이 금융당국의 forward guidance이다.
당국은 단기이자율인 페더럴펀드 이자율을 미래 장기간 동안 제로 수준으로 묶는다는 강한 약속을 표방한다. 이러한 미래 단기이자율의 제로수준을 고수한다는 당국의 강한 약속은 시장의 미래 단기이자율에 대한 예상치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렇다면 단기이자율의 미래 예상치가 장기이자율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 걸까?
장기이자율은 예상되는 단기이자율들을 기하 평균한 값이다. 따라서 장기간 동안 단기이자율인 페더럴펀드이자율을 제로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것은 결국 장기이자율을 제로수준으로 유도한다는 의미가 된다.
이처럼 금융 당국의 forward guidance, 즉 미래 단기이자율의 제로수준 고수라는 강한 약속을 통해, 시장의 미래 단기이자율 상승에 대한 기대를 낮출 수 있었고, 이는 장기이자율 하락으로 연결되었다.
◆ 비전통통화정책의 한계
일각에선 비전통통화정책이 연준의 기대만큼 경제를 진작시켰는지에 대한 회의를 품기도 한다.
이는 양적완화로 인한 폭발적인 본원통화증가율에 비해 통화량증가는 상대적으로 적었기 때문이다.
연준의 유동성 공급과 자산 매입은 연준의 대차대조표를 대폭 확충시켰다. 대차대조표 확대는 본원통화의 대폭 확대를 가져오게 되어, 비전통적 통화정책은 양적완화라 부르게 되었다.
하지만 본원통화가 대규모의 통화증가로 연결되지는 못하였다. 이유는 초과지준의 증가에 있었다.
실례로 2007년~2009년 금융위기를 막기 위한 연준의 자산매입과 대출등은 본원통화를 200%이상 증가시킨 반면, 현금과 예금(M1)은 25%증가에 그쳤다.
통화량은 본원통화×통화승수로 계산되는데, 초과지급준비율(초과지급준비금/예금)이 증가하게 되면 통화승수는 하락하게 된다.
초과지준이 이렇게 늘게 된 것은 연준이 2008년부터 초과지준에 대해 이자를 지급하게 되었고, 연준에 예치하는 초과지준의 이자가 페더럴 펀드시장의 이자율보다 높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은행들은 초과지준비율을 500배 이상 폭발적으로 늘린다.
그 결과 통화승수가 하락하게 되어, 본원통화증가율이 크게 증가한 것에 비해 통화증가율은 소폭 상승하게 된다.
이러한 양적완화의 한계로 비전통적 통화정책은 경제진작에 제한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양적완화 vs 신용완화
그렇다면 비전통적 통화정책으로 경제성장률 회복과 실업률의 하락이 나타난 것은 어떤 이유에서 일까? 2008년 금융위기 직후 10%까지 올랐던 미국의 실업률이 최근 상당기간 동안 5%대를 유지했다.
이에 대해 버냉키 전 연준이사회의장은 비전통적통화정책의 효과는 대차대조표 확충에 비롯되었다기보다 대차대조표 구성의 변화인 신용의 완화(credit easing) 덕택이라고 주장한다.
신용의 완화는 연준이 작동하지 않는 신용시장의 특정부문에 유동성을 공급하여 그 시장을 작동시키게 되고, 그 결과 경제를 진작시키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연준이 특정 증권을 매입하여 특정증권의 수요를 증가시켜 관련 이자율을 하락시킨다는 것이다.
자산매입은 특정 신용시장의 차입자들을 위해 이자율을 낮추고 소비를 늘리게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GSE MBS의 매입은 관련 증권의 이자율을 낮추고 주택모기지 이자율을 크게 하락시켰다.
특히 장기국채의 매입은 장기국채이자율을 낮추게 되어 장기투자의사결정에서 투자를 채택하는데 도움을 주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