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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브레튼우즈 체제]헤게모니의 일방주의, 국제시스템의 필연적인 불안정과 붕괴를 초래

SDR의 탄생 배경

중국의 위안화가 SDR(특별 인출권)구성통화에 편입되었다. 이 SDR은 국제통화체제인 브레튼우즈 체제하에서 달러의 신인도 하락을 막기 위한 해법으로 창출된 것이다. 

브레튼우즈 체제는 달러를 사실상의 기축통화로 하고 고정환율제도를 채택한 금환본위제도로,  기축통화가 내재적으로 품고 있는 유동성과 신인도간의 충돌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자국의 희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타국의 부담과 희생을 야기하였다. 

브레튼우즈체제의 전개와 붕괴는 헤게모니의 특성을 여과없이 드러낸다. 


◆ 케인스 VS  화이트

브레튼우즈 체제의 성립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새로운 통화질서 수립을 둘러싼 영국의 케인스와 미국의 화이트간 논쟁에서 비롯된다. 

케인스는 국제결제동맹이 방코르(Bancor)라는 국제결제수단을 창출할 것을 제안한다. 달러 이외의 국제 기축통화를 만들어 국제유동성을 공급하자는 입장이었다.  

반면 미국 재무부 고문인 화이트는 국제안정화기금을 조성할 것을 주장하였다. 기금은 국제수지 적자국에 유동성을 공급하게 되며, 환율의 안정을 추구하여 엄격한 고정환율제의 복귀를 강조하였다. 

결국 미국의 입장을 반영한 화이트안을 기본골격으로 하여, 국제통화기금(IMF)설립, 달러의 가치를 금에 연계시키는 금환본위제(gold exchage standard)를 핵심으로 하는 브레튼우즈체제가 성립된다.  금온스당 35달러를 고정시킨 후, 기타 통화간의 교환비율은 개별 통화를 달러에 연동시켜 간접적으로 결정되었다.   

따라서 국제유동성은 금과 미국의 달러화라는 두 가지 결제수단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사실상 달러가 유일한 국제결제수단의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금은 국제무역의 확장에 비례한 공급이 원활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결국 브레튼우즈체제는 달러가 기축통화의 역할을 담당하는 달러헤게모니의 구축을 의미하게 된다.  


◆트리핀 딜레마

하지만 기축통화의 결함은 트리핀 딜레마라 불리는 유동성과 신인도간의 상충문제가 빚어진다는 것이다. 

금환본위제에서 국제무역이 증가하게 되면 유동성이 적절히 공급되어야 한다. 이 문제의 해결은 미국의 해외직접투자, 대외원조, 군사비지출등과 같은 경상수지적자와 재정적자를 통한 유동성공급이다. 하지만  국제유동성  공급이 늘수록, 기축통화인 달러의 신뢰성은 하락하게 된다. 

미국의 적자 누적으로 달러의 해외유동성이 미국 금보유고 총액을 웃도는 상황에 이르자, 달러의 국제적 신뢰도는 타격을 입게 된다. 종국에는 달러와 금을 교환하는 금 태환이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진 것이다. 

이처럼 금공급하에서 국제유동성의 공급이 달러의 과도한 증발로  해소됨에  따라, 세계기축통화로서 달러의 가치와 신뢰도는 하락하게 된다.


◆브레튼우즈 체제 유지,  타국에 대한 비용 분담과 전가 초래 

미국은 경상수지의 지속적 적자와 달러 신인도 하락의 위기를 어떻게 대처했을까? 달러 신인도 하락으로 금태환 러시가 발생하면, 금태환이 불가능해짐에 따라 금환본위제도가 붕괴된다. 미국은 브레튼우즈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SDR창출, 금풀(Gold Pool)제, 그리고 금의 이중가격제등을 실시한다. 

이론적으론 경상수지 개선을 위한 대책은 디플레이션정책이다. 하지만  미국은 자국의 국내경제의 희생이 요구되는 정책을 회피하였다. 통화 긴축과 이자율 상승으로 총수요가 위축되는 경기침체를 초래하는 디플레이션정책은 정치적 부담으로 인해 채택하기 힘든 대안이었다. 

대신 미국은 국제경제의 안정과 자국경제의 안정이 충돌 될 때,  통화 안정화 비용을 타국에게 분담시키거나 이전시켰다.  

우선 국제결제수단의 보조기능으로 SDR이 탄생한다. 예일대의 경제학자 트리핀은 새로운 국제결제수단이 창출되면  유동성과 신인도간의 상쇄문제는 해소될 것으로 보았다.  

이러한 주장은 1969년 IMF를 통한 새로운 국제결제수단인 SDR(special drawing rights)의 창출로 이어진다. 최초 1SDR은 1USD와 동일하게 평가되어, IMF회원국 간에 SDR과 자유로이 사용가능한 화폐를 교환하게 된다. 이방식은 케인즈안과 유사하다.  

이처럼 달러 대신 SDR로 결제하게 되면, 국제유동성을 공급함과 아울러 경상수지 적자로 인한 달러신인도 하락을 방지 할 수 있다. 동시에 미국의 금태환 부담을 완화시킬 수 있다. 

하지만 SDR은 기축통화의 보조적 기능만을 수행하고 있다. SDR은 국제결제수단의 하나이지만, 중앙은행간 결제에서만 사용된다. 국제무역에서 달러처럼 교환의 매개로 사용되지는 못하고 있다.  SDR이 보조적 기능에 머문 것은 미국이 SDR의 기축통화로서의 역할을 집요하게 반대했기 때문이다.  

둘째로 골드풀(Gold Pool)제도의 도입이다. 골드풀 제도는 주요국들이 금매각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투기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금달러 거래를 막고 금가격을 안정화시키 위한 제도이다.  

예를 들어, 금의 시장가격이 공정가격에서 이탈하여 과대평가되면, 차익거래유인이 발생하게 된다. 일부 중앙은행들은 미국에서 달러자산으로 금 태환 한 후, 금을 시장에서 되팔게 되면 공정가격과 매입가액간의 차액을 얻을 수 있다. 이 와중에 미국의 금준비는 점차 감소하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투기를 막기 위해 금풀제의 재원으로 금을 매각하여 금가격 안정화를 도모하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 금 달러가격 안정을 위해 소요되는 비용을 다른 국가들과 분담하는 금풀제는 달러헤게모니의 유지를 위해 그 부담을 다른 국가들에게 전가시킨 것이다.  

셋째는 금의 이중가격제도이다.  금풀제를 대체한 이 제도는 공정가격과 시장가격을 달리한다. 중앙은행간의 금거래에서는 종전처럼 1온스당 35달러의 공정가격을 적용하고, 일반거래서는 시장가격을 택하게 된다. 

이는 민간시장에서 거래되는 금의 국제통화지위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금의 통화지위를 부분적으로 폐지하는 제도이다. 따라서 투기자들의 차익거래 전략은 시장에서 달러를 팔고 유럽국가들의 통화를 사는 것으로 바뀐다. 

이러한 금의 이중가격제는 미국이 자국의 경제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타국에게 비용을 전가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각국의 중앙은행은 환율의 안정을 위해 투기자들이 공급한 달러를 사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이 달러의 신인도를 유지하기 위한 일련의 비용전가 전략에도 불구하고, 달러는 국제적 신뢰도를 회복하지 못한다.  1971년 8월 닉슨행정부는 금태환중지선언을 하게 됨에 따라 고정환율제도와 금태환으로 요약되는 브레튼우즈체제는 붕괴를 고하게 된다. 

브레튼우즈체제의 몰락이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 국제통화의 안정을 위해 자국의 희생을 최소화하면서 그 부담을 타국에게 분담 혹은 이전시키는 정책은  국제통화체제를 혼돈에 빠뜨려, 종국에는 붕괴로 이끈다는 것이다.  헤게모니의 일방주의는 국제시스템의 필연적인 불안정과 붕괴를 초래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