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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일반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 안철수의 탈당, 구조적 파괴로 연결되어야

70년대 메모리칩은 곧 인텔이었다. 1968년 메모리칩 산업의 폭풍으로 등장한 인텔의 반도체 메모리칩은 이후 70년대 세계에서 가장 잘 팔리는 메모리칩이었다.  

하지만 인텔은 80년대 초반 막대한 손실을 입으면서 주주 수익률도 대폭 하락하게 된다. 일본의 반도체 메모리 칩 제조업체들이 고품질 저가 제품을 시장에 진입시킨 탓에 메모리칩 가격이 폭락했기 때문이다. 인텔의 연속적인 메모리칩 사업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에 그림자가 드리워지기 시작한 것이다.  

문제는 인텔의 경영진이 메모리칩의 연속성을 포기하고 불연속의 파괴를 신속히 감행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메모리칩의 어두운 미래를 나타내는 자료가 경영진에게 보고되어도, 경영진은 메모리칩에 대한 감정적 유대에 빠져있었다. 인텔의 정체성이라 불렸던 메모리칩을 포기할 수 없었던 것. 

인텔은 메모리칩의 연속성의 포기와 과감한 전략적 변곡점을 지나, 새로운 창조로 전환되어야 함에도, 경영진은 파괴의 결단을 내리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고객들은  인텔이 메모리 칩 시장을 지배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경제학자 조셉 슘페터는 불연속의 창조적 파괴가 기업의 초과이윤을 창출하게 되는 통로라 강조한다. 제품 가격과 생산에 투입되는 재료비와 생산자의 인건비등 가변비용의 일치(P=MC=AVC, 가격=한계비용=가변비용)로 공장운영은 폐쇄보다 유리한 의사결정이다. 하지만 고정비의 회수를 위한 초과이윤 창출은  기업의 혁신, 창조적 파괴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인텔은 오랜 결정 끝에  메모리칩을  기억 속에서 지우기 시작하였다. 인텔은 구조적 혁신으로,  PC를 구동시키는 마이크로프로세서 사업에 집중하게 된다.
그 결과 마이크로프로세서 매출은  반도체 메모리칩의 역대 최고 매출액 수준을 넘어선다. 인텔의 정체성이 새롭게 구축된 것이다.  

멘킨지사의 사장출신인 리처드 포스터는 그의 저서 <창조적 파괴>에서 인텔의 경영진이 불연속의 창조적 파괴에 둔감했던 것은 달리 말해 문화적 폐쇄성에 기인한다고 진단한다.

문화적 폐쇄성의 특징은  자기잠식에 대한 두려움이다. 

자기잠식(cannibalization)이란 자사제품이 또 다른 자사제품과의 경합으로 기존 제품이 매출이 잠식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러한 잠식에 대한 두려움으로 기업은 신제품 출시와 혁신을 회피하고  돈벌이가 되는 현재의 캐시 카우에만 매몰된다는 것이다. 

자기잠식의 회피는 시장점유율의 축소와 경영성과의 하락으로 이어지고, 결국 영구적인 시장의 상실을 의미하게 된다는 것이다.  

안철수 의원이 1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정치민주연합 탈당을 선언하였다. 그는 “(새정연이) 혁신을 말하지만 실제로는 혁신을 두려워하고 있다.”며“이제 당 안에서 변화와 혁신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탈당의 배경을 설명하였다.  새정연의 ‘자기잠식의 회피’에 대한 경고라 표현할 수도 있다. 

파괴란 점진적, 실질적, 그리고 구조적 파괴로 구분되는데, 일각에선 새정연은 당의 운영과 제도를 개선하는 ‘점진적 파괴’에 머물렀다는 지적이다.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인적쇄신과 인재영입이라는 ‘실질적 파괴’로 나아가지 못했다는 것이다. 기존 구조의 잠식에 대한 두려움으로, 조직의  핵심시스템은 그대로 둔 채 외피에 대한 개혁에만 안주했다는 것이다.   

야당은  과거를 탓하고 과거의 손실에 연연할 시간적 여유가 없는 상황이다. 이제 앞으로 야당 전체의 ‘구조적인 파괴’에 돌입해야한다는 것이 야당 지지층의 호소이다.  

야권은 새로운 창조적 파괴로  인한  자기잠식에 대한 두려움 보다, 개헌저지 실패로 야권전체의  존재가 사라지는 공포에 떨어야 한다는 것이다.  

안의원의 탈당이 그가 언급한 ‘야당정치의 전면적 변화와 창조적 파괴’로 연결될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