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물 컵에 반 정도 차 있을 때, 어떤 이는 물이 반이나 남아 있다 할 수 있고, 또 다른 이는 물이 반 밖에 남지 않았다라고 느낄 수 있다. 바라보는 이의 성향에 따라 같은 사실을 낙관적으로 혹은 부정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11일부터 연 사흘간 이어진 중국 인민은행의 위안화 평가절하에 대한, 우리 정부와 외국투자자의 인식의 격차는 위의 예와 별반 다를 바 없다.
정부는 위안화 평가절하로 인한 중국의 수출호조는 우리 기업의 중간재 수출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하였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중국의) 수출이 늘면 우리나라 대중 수출 대부분이 중간재인 만큼 국내 수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낙관적인 전망과 달리 외국인들은 주식을 매도하고, 채권 선물매입 강세를 보였다.
위안화 평가절하가 연 3일 이어졌던 8월 둘째 주 코스피지수는 1983.46으로 내려앉았다. 직전 주말에 비해 26.77p 하락한 결과이다. 외국인들은 한 주간 66억원을 순매도 하였다.
또한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는 채권금리를 일제히 급락시켰다. 12일 3년 만기 국고채금리는 연 1.705%로 전날보다 0.032%포인트 하락하였다. 5년 만기 국고채금리는 0.047%, 10년 만기는 0.066%, 그리고 20년 만기 국고채금리는 0.064% 포인트 떨어졌다.
채권 값의 이러한 급등은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로 국내 채권시장에서 외국인들이 선물을 사들여 채권매수세가 강화된 데 기인한다. 선물의 매입증가는 롱포지션(채권가격상승에서 이익을 보게 되는 상황)상황이어서, 현물의 채권금리 하락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신용파산스왑(CDS) 프리미엄도 치솟았다. 13일 한국의 5년 만기 외국환평형기금채권에 붙는 CDS 프리미엄은 63.10bp로, 지난 2월 63.96bp 이후 6개월여 만에 최고로 올랐다. 이는 인민은행이 위안화 인하를 발표하기 직전인 지난 10일보다 13.69% 상승한 수치다.
국가부도위험 기준지표로 이용하는 CDS프리미엄은 거시경제 기초경제여건과 국제투자자들의 투자 태도등을 반영한 것이다.
CDS 프리미엄의 상승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우리나라 기초경제 여건에 대한 우려를 노출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또한 이번 위안화평가절하는 해외투자자들이 얼마나 위험에 민감하게 탄력적으로 반응하고 있는지를 잘 나타내고 있다.
◆ 위안화 평가절하가 우리경제에 미치는 영향
위안화 평가절하가 우리 경제에 어느 정도의 파급효과를 미칠 것인가? 이는 일본과의 경쟁, 중국과의 완성품과 중간재를 둘러싼 경쟁, 그리고 중국과의 보완관계등을 모두 고려하여 평가 할 필요가 있다.
우선 중국 위안화 평가절하는 우리 기업들의 일본 기업과의 경쟁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위안화 가치 평가절하는 원화의 약세로 이어짐에 따라 일본과 경합도가 높은 산업부문에 대해서는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원달러 강세로 원엔 재정환율이 상승하게 된 결과, 일본산업과의 가격경쟁력에서 개선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원엔 재정환율은 11일 942.23원에서 12일 953.27원으로 상승하였다.
한국의 대중국 중간재 수출도 호전될 전망이다. 한국의 대중 수출의 상당 비중이 중간재 수출이어서, 위안화 평가절하로 중국수출이 호전되면 이에 비례하여 한국의 중간재 수출도 증가하게 된다.
하지만 위안화 평가절하는 대중국 완제품 수출 관련 산업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고 은행권 관계자는 지적한다.
위안화 절하로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여도 위안화 절하 폭이 더 커서 원/위엔 재정환율이 하락하게 된다. 이는 대중국 수출경쟁력이 약화되게 된다. 특히 위안화 약세는 중국 수요둔화를 반영하는 것으로, 완제품 대중국 수출이 감소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또한 같은 이유로 우리 기업들이 완제품과 중간재 수출을 둘러싼 중국과의 경쟁에도 다소 불리할 수 있다.
결국 위안화 평가절하로 국내 전체 수출에는 일부 긍정적인 면이 적지 않아, 극단적으로 불리한 상황으로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 외국인 투자자들의 보수적 평가
하지만 CDS 프리미엄이 급등하고 외국인들의 선물매수세가 강해진 이유는 무엇인가?
외국인들은 같은 상황을 달리 바라본다는 것이다. 오히려 위안화 평가절하를 위험회피성향이 강한 투자자의 입장에서 보수적으로 평가한 것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기업이 중국기업들과의 수출경쟁에서 불리하다고 인식한 것이다. 위안화 평가절하가 국내주식시장에서 기대수익의 메리트를 감소시켰다는 것이다.
또한 수출부진은 성장률 하락과 연결되어 금리 인하 압박의 요인이 된다. 이 점이 외국인의 선물매수세가 강해진 원인이 된 것이다.
덧붙여 위안화 절하를 중국경제 및 내수시장침체가 심각하다는 신호로 받아들인다. 이는 글로벌경제의 침체를 의미하게 된다. 2014년 기준으로 세계 GDP 비중 세계2위(13.4%), 세계무역비중 세계1위(11.3%)인 중국의 경기둔화는 세계경제 침체를 초래할 요인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달러등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게 되어 신흥국의 자산을 매도하게 된다.
게다가 중국위안화 절하로 인한 안전자산의 선호는 원달러 환율의 상승을 초래하여 투자자들의 실현손실을 확대시켜 다시 외국인의 매도를 부추기게 된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외국인투자자들은 위안화 평가절하로 국내수출이 둔화될 것으로 판단하여 안전자산을 선호하게 된 결과 달러수요가 증가하게 된다. 이는 원달러 환율상승을 부추기게 된다.”면서 “이러한 현상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위험회피 심리가 강하다는 반증이다.”라고 지적한다.
◆ 미국금리 인상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 이제 거둘 필요
이번 위안화평가절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을 강하게 선호하고 있음을 나타내었다. 차익거래에서 약간의 손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면 즉시 투자패턴을 변경시킨다는 것이다.
이점은 9월 혹은 12월로 예상되는 미국금리 인상에 대한 교훈이 될 수 있다.
미국금리 인상으로 내외 금리차가 좁혀지게 된다. 이 경우 채권자본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다. 채권매도가 커져 채권가치하락과 이자율상승이 나타나게 된다. 이는 자본비용을 증가시켜 실물경기가 위축될 수 있다.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은 불가피하다. 미국금리와 한국금리 차이가 다시 확대된다면, 외국인의 채권투자가 증가하게 된다. 하지만 기준금리 인상은 기업의 자본비용을 높여 기업 경영에 부담을 주어, 투자와 고용이 줄게 된다.
이러한 경제 흐름으로 인해, 외국인들이 한국경제 전망을 부정적으로 평가할 가능성이 높게 된다. 이는 주식에서 차익 실현에 대한 가능성을 낮게 하여, 주식매도가 더욱 커질 수 있다.
우리는 우리의 현실을 낙관적으로 보고자 하지만, 외국인투자자들은 우리와 달리 보수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미국금리가 인상 되어도 자본 유출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한가한 전망은 이제 거두고, 외국인 투자자들의 입장에서 미국금리 인상 효과에 대한 촘촘한 평가가 필요한 시점이다. 또한 이에 대한 대비책을 선제적으로 마련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