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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사내유보] 710조 사내유보, 어떻게 볼것인가? 생산적인 사내유보 운용 방법, 모색해야

710조에 이르는 대기업 사내유보금 운용에 대한 논쟁이 지루하게 벌어지고 있다. 

야당은 710조의 사내유보금은 천문학적 금액이라 지적하며, 이 금액을 투자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야당의 법인세율 인상 주장에 대한 근거도 기업이 사내유보금을 생산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점과 맞닿아 있다.  

반면 기업 측에서는 유보금의 80%이상이 실물자산으로 운용되어 있다고 강조한다. 사내유보금의 상당액이 설비투자로 운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어느 쪽 말이 맞는가? 이를 위해서는 사내유보금의 개념을 다시 정리할 필요가 있다. 

야당이 주장하는 천문학적 사내유보금의 원천은 기실 노동자들이 생산성에 상응한 보수를 받지 못한 부분의 누적이다. 또한 사내유보금이 정기예금, 채권, 회사채 구입등 금융자산으로 사용되고 있는 점도  부정할 수 없다. 반면 기업이 사내유보금의 일부를 설비투자로 운용하고 있다는 점도 거짓은 아니다. 


◆사내유보금

사내유보금은 기업의 대차대조표 구성항목의 한 부분이다. 

기업의 대차대조표를 보게 되면, 우측이 부채· 자본, 좌측이 자산으로 구성되어 있다. 즉 우측이 자금의 조달 원천을 표시하며, 좌측은 이 자금을 운용한 내역을 나타낸다. 기업은 외부에서 돈을 빌리거나 주주에게서  조달한 자금으로 기계· 건물등을 구입하게 된다.  

대차대조표 우측의 자본을 좀 더 세밀히 분석하면, 자본은 주주와의 거래에서 발생한 자본거래와 기업이 영업등에서 벌어들인 손익거래로 나뉜다. 

자본거래는 주주가 납입한 금액인 자본금과 액면금액을 초과하여 납입한 자본잉여금(주식발행초과금)등이 있다. (시장에서 기업이 자기 주식을 구입하였을 경우, 자본금의 감소인  자본조정항목도 자본거래의 일부이다.)

손익거래에는 기업이 사업을 하여 벌어들인 이익인 당기순이익이 포함된다. (기계등을 재평가하였을 경우 증가한 금액인 기타포괄손익도 손익거래에 속한다.) 

우리가 사내유보금이라 하면  이 손익거래에서 발생한 금액을 말한다. 주로 당기순이익이 유보금의 원천이 된다. 


△사내유보금의 발생 

당기순이익이 사내유보금으로 어떻게 전환되는 것일까? 간단히 당기순이익에서 배당을 차감한 금액이 유보금이 된다. 

손익계산서의 당기순이익은  대차대조표의 이익잉여금으로 대체된다. 그리고 기업은 주주총회에서 이익잉여금을 처분하게 된다.   

우선 이익잉여금의 일부를 주주들에게 배당으로 나누어준다. 또한 기업은 법에서 규정한 일부를 적립해 두어야한다. (예를 들어 현금배당의 10%를 의무적으로 적립하는 이익준비금을 들 수 있다.) 이렇게 이익잉여금에서 배당과 법정적립금을 차감한 후의  잔액이 미처분이익잉여금이다. 

이 미처분이익잉여금은 대차대조표 자본항목에 이익잉여금으로 기재된다. 

사내유보금이란 바로  이익잉여금을 말한다. 

그러므로 자본의 구성은 납입자본(자본금, 주식발행초과금), 기타자본항목, 이익잉여금으로 구성된다. 


△사내유보금의 운용

그렇다면 사내유보는 어떻게 운용될까? 대차대조표의 우측에 기재된 사내유보금액은 기업의 활동을 위해 사용된다, 요구불예금, 정기예금, 국채, 주식등의 금융자산에 투자하기도 한다. 또는 이 자금으로 기계를 구입할 수도 있다. 물론 대차대조표 좌측의 자산에는 사내유보금 뿐만 아니라, 회사채등의 외부자금과 주주가 불입한 자본금도 포함되어 있다. 

자금 운용의 실례를 들어보자. 삼성전자의 2014년 12월 31일 기준 대차대조표를 보면, 좌측에 현금및 현금성 자산, 단기매도가능금융자산, 장기매도가능금융자산, 관계기업 투자, 유형자산과 무형자산등의 항목들이 있다.  

현금성자산은 쉽게 유동화 할 수 있는 자산으로, 요구불 예금· 3개월 만기 채권등이 포함된다. 단기매도가능금융자산에는 1년 내에 현금화되는 자산으로 채권, 정기예금, 콜론, 국공채 등이 있다. 

매도가능금융자산은 현금화가 1년 이상 소요되는 주식, 채권등을 포함한다. 삼성이 투자한 삼성SDI, 삼성중공업, 호텔 신라, 제일기획등의 주식이 매도가능금융자산의 항목으로 기재되어있다.  또한 삼성전자는 비상장주식으로 팬택에도 투자하였다 

관계기업투자는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율 20%~50%의 주식이 포함된다. 이에는 삼성카드, 삼성전기등이 있다.

유형자산에는 토지· 건물· 기계등이 있다. 무형자산에는 특허권등 산업재산권이 있다. 

결국 사내유보금은 이처럼  유무형자산, 금융자산등 다양한 자산으로 운용되고 있는 것이다. 


◆사내유보금을 둘러싼 논쟁

사내유보금을 둘러싼 논쟁의 핵심은 무엇일까? 우선 이 유보금을 어디에 운용하느냐이다.    자금의 원천인 사내유보금을 어디에 쓰느냐의 문제인 것이다. 

예를 들어 사내유보금으로 기계를 사고 정기예금에 투자하고, 나머지 금액은 다른 기업의 주식을 구입할 수도 있다.  기업들이 사내유보금을 현금이나 정기예금 국공채에 안전하게 투자해서 돈놀이를 하지 말고 설비투자를 하게 되면, 소득증가와 소비증가로 인해 경제가 선순환될 수 있다. 

사내유보의 또 다른 이슈는 사내유보가 천문학적으로 쌓여 있게 된 원인이 무엇인가이다. 이 문제는 사내유보에 대한 과세문제와 연관되어 있다. 


△사내유보는 왜 증가하였나? 

기업의  사내유보누적은 어디서 비롯되었는가? 이는 총소득중 노동소득분배율의 추세적인 하락과 관련되어 있다. 

노동소득분배율의 하락은 임금성장율과 노동생산성 증가율의 격차가 확대되어 왔음을 의미한다.  노동생산성증가에 비해 임금상승이 비례적으로 증가하지 못하여, 창출된 소득 가운데 노동 몫이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이병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IMF외환위기 이후 근로자들의 실질노동생산성이 실질임금보다 높았으며, 이 격차는 증가하는 추세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조정노동소득분배율은 1996년 79.3%에서 2013년 69.5%로 하락하였다. 

그렇다면 노동소득분배율이 하락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한 다양한 분석들 중 금융화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금융화와 더불어 기업이 내부조달보다는 외부금융시장을 통한 조달에 의존하게 됨에 따라 금융조달비용이 급속도로 증가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비용 압박이 증가하면, 기업은 노동비용 증가를 억제하려는 유인이 증가한다. 이런 경향으로 노동비용이 하락하고 총소득중 노동소득이 차지하는 비율이 하락했다는 것이다. 

결국 총소득에서 근로자에게 귀속되는 보수가 줄어들면서, 상대적으로 자본에 귀속되는 소득이 증가하게 된 것이다. 이점이 기업의 사내유보누적의 근원이 된다. 


△ 누적된 사내유보의 해결 

이처럼 근로자의 노동생산성이 임금보다 높다면, 이 둘의 괴리를 조정하는 역할은 국가의 몫이 된다. 우선 정부는 노동생산성에 상응한 임금상승을 유도할 수 있다.  

또한  증가하는 자본소득분배의 일부에 과세를 하여 이 재원으로 재정 지출을 늘리는 것이다. 즉 사내유보금액에 과세를 하여 이전지출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내유보금액에 대한 현실적인 과세방법은 무엇일까? 이에 대한 답으로 새정치민주연합의 은수미 의원은 사내유보금을 운용한 자산 중 기업의 목적사업과는 무관한 자산의 운용수익에 과세할 것을 제안한다. 

은의원은 기업 활동 목적을 벗어난 사내유보금의 자산수익에 대해, 기업이 사내유보금으로 운용한 단기금융자산, 주식 채권등의 장기매도금융자산, 업무무관부동산등에서 발생하는 이자· 배당· 부동산임대소득등에 개인소득세의 최고세율인 38%를 부과할 것을 제안한다.  

사내유보금을 영업무관 자산으로 운용하여 이를 통해  발생하는 소득에 과세하는 방안은 사내유보금의 운용방향을 비생산적 자산투자에서 유형, 무형자산투자로 전환시킬 동기가 될 수 있다.  

또한 이 방안은  노동소득분배율의 하락으로 증가한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로 노동생산성에 미달된 보수 부족분을 재정의 확충과 복지이전지출로 보충할 수 있게 된다. 


△과세대상의  선별

하지만 과세대상에는 신중한 고려가 필요하다. 특히 과세대상으로 거론된 배당에 대한 과세는 투자를 억누르는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투자는 재투자나 신설투자를 위해 유무형자산을 구입하는 것이다. 하지만 기존 사업이 성숙기에 접어들었다면, 재투자는 과잉투자가 될 수 있다. 

이에 대한 대안은 사내유보를 외부투자로 연계시키는 것이다. 즉 타기업의 유망한 사업에 주식 구입방식으로 자금을 제공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기업이 성장과 다각화를 위하여  새롭게 회사를 만들 필요는 없다.  핸드폰 제조회사가 바이오 제약사업에  뛰어들기 위해서는 직접 설비를 구입하기보다 유망한 바이오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다.  이처럼 설비구입대신 간접적으로 자금을 제공하는 투자가 사내유보금의 효과적인 대안으로 고려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팬택에 투자하는 경우등을 들 수 있다. 

기업이 유망한 기업에 투자하게 될 경우, 기업의 자산은 주식으로 매도가능금융자산이나 관계기업주식이 증가하고, 이에 대한 운용수익은 배당이 된다. 따라서 이 배당에 과세를 하게 되면, 투자에 과세를 하는 격이 되어 투자를 억제하는 효과가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사내유보금으로 유망한 기업에 투자하는 것도 효과적인 투자가 된다는 점에서, 일방적으로 배당에 과세하는 방식은 신중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 


△ 생산적인 사내유보 운용 방법, 모색해야 

사내유보금의 논쟁은 노동소득분배율의 추세적 하락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해법으로 등장하게 된 것이다. 또한 기업의 이익의 누적인 사내유보금을 생산적인 부문으로 운용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논쟁이다. 

천문학적인 사내유보는 한편으로 기업 당기순이익의 누적이라는 현상과 또 한편으로 노동소득분배율의 하락과의 결합이다. 그러므로 사내유보를 일방적으로 비난할 것도 없지만, 이를 그대로 방치할 수도 없다. 

결국 사내유보를 생산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모색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