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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내쉬 균형 ② ] 진보당의 현실과 이상간의 딜레마 - 게임이론 중 내쉬균형의 이해

보수당과 진보당은 선거 공약에서 비슷한 내용을 내세우는 경향이 있다. 보수당은 우측에서 좌편향으로 다소 기울고, 진보당은 좌측에서 우측으로 이동한다. 결국 두 당은 정책의 중간 지점에서 만나게 되고,  중도에서 더 이상 공약의 변화를 보이지 않는다. 서로 정책의 만족점을 발견하고 균형을 이루게 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영국의 총선이다. 1997년 총선에서  토니 블레어가 이끄는  노동당은 대처와 메이저총리의 보수당에 압승을 거두었다. 이후 노동당은  2001년 총선, 2005년 총선에서도 승리하여, 3기 연속  정권을 잡았다. 

그 당시 노동당이 승리한 요인의 하나로  전통적인 좌파 정책 대신 ‘제3의 길’을 선택했다는 점이 꼽히고 있다.  영국의 사회학자, 앤서니 기든스(Antony Giddens)가 주장한 이 제3의 길은 우 클릭한 실용중도좌파를 표방하였다. 

중도성향의 숙련노동자들의 선택이 결국 선거의 승패를 결정하게 되는 가운데, 노동당의 승리는 이들이 노동당의 중도좌파 정책에 동조한 것에 힘입은 바가 크다고  정치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올해 5월 초에  실시된 영국 총선에서 보수당의 단독 과반수 획득과 보수당에 99석이나 뒤지는 노동당의 참패의 원인도  노동당의 중도대신 좌편향적인 노선 때문이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블레어 전 총리는 "열정과 관심 뿐 아니라 야망과 포부를 위해 당이 어디에 서 있는지 보여줘야 했다"며 "노동당은 정치적 중도를 다시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3의 길 대신 전통적인 사회주의 정책을 내세운 밀리밴드 노동당 당수의 전략적 실패 때문에 노동당이 참패를 하였다는 논리인 셈이다. 

이처럼 보수당과 진보당이  고유의 정체성에서  서로 상대의 정체성을 향해 이동하는 경향은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故 존 내쉬 박사의  ‘내쉬균형’으로 설명될 수 있다.


◆ 내쉬 균형

내쉬균형은 게임이론 중에서 비협조적 게임 (non-cooperative game)이다. 상대의 전략이 주어진 것으로 보고 이 전략에 대응하여 최적의 대응을 하게 된다. 단 게임의 플레이어들 간에는  의사소통이 없어, 상호 협조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게임이론과 전략적 상황= 
게임이론의 핵심은  각 경기자(player)들이 전략적 상황(strategic situation)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즉 게임이론은 전략적 상황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기 위한 도구이다. 

전략적 상황에 대한  전형적인 예로 화투, 축구, 야구, 바둑, 장기등을 들 수 있다.  

화투를 칠 때, 상대가 어떤 패를 내어놓을지를 예상하고 이에 대응하여 자신도 자기 패를 내놓는다. 야구에서도 타자는 투수가 커브를 던질지, 직구를 던질지 를 예측하고 배트를 휘두른다.  플레이어들은 상대의 수를 미리 예상하고 이를 주어진 것으로 보고, 자신의 전략을 결정하는 것이다. 

이처럼 전략적 상황은 플레이어들 간에 상호의존성으로 상대방의 반응까지 고려하는 상황을 말한다. 


△독점시장과 전략적 상황= 
전략적 상황은  모든 시장에서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플레이어가 몇 개로만 구성되어 있는 과점시장에서 발견된다. 

과점시장은 소수의 기업만이 존재하게 되어, 공급자들이 서로의 존재를 인식하게 되는 시장을 말한다. 예를 들어 SKT KT LGT로 세 업체만이 경쟁하는 시장이 과점이며,  무수히 많은 미용실, 세탁소, 편의점등은 독점적시장이 된다.

이처럼 무수히 많은 공급자가 있는 완전경쟁시장이나 독점적 시장에서 각 플레이어들은 상호의존성을 상대적으로 덜 고려하게 된다. 


△ payoff matrix=
게임이론에서 하나의 게임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세 가지 구성요소가 필요하다. 즉 경기자(player), 전략(strategy), 보수(payoff)가 그것이다.

경기자는 다수의 전략 중에 하나를 선택하게 되고, 그 선택의 기준은 각각의 전략에 대응하는 보수의 크기이다. 

예를 들어 경기자는 두 기업 갑과 을이다. 이 기업들의 의사결정 전략은 가격을 유지할 것인가, 인하할 것인가이다. 보수는  두 기업과 두 가지 전략의 혼합으로 결정되어, 전체 보수의 경우의 수는  2×2=4가 된다. 

보수의 경우의 수는 다음과 같다. (갑, 을) =(가격유지, 가격유지), (가격유지, 가격인하), (가격 인하, 가격유지), (가격인하, 가격인하)이다. 예를 들어 갑이 가격유지를 하고 을이 가격유지를 할 경우 갑과 을의 매출(보수)은 각각 100과 40이 된다. 

이 모두의 경우의 수에 해당하는  보수를 보수표(payoff matrix)에 기록한다. 

                                  기업을 
                        가격유지         가격인하
기업갑       가격유지    100 40           50 60
             가격인하    120 30           70 20




△ 전략적 의사결정 과정과 균형= 
게임이론의 목표는 전략적 상황에서 플레이어의 최적의 전략을 결정하는 것이다. 즉 과점시장에서 다른 기업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를 먼저 고려한 다음 전략을 결정하게 된다. 

위의 보수표에서 상대방의 전략이 주어졌다고 보고, 갑과 을이  가장 유리한 전략이 각각 무엇인지 판단해보자. 

① if 기업 을이 가격을 유지한다면,
기업 갑은  기업 을의 결정이 주어졌다고 보고, 이를 전제로 하여  전략을 결정하게 된다. 즉 기업 을이 가격을 維持하게 되면, 갑의 최선의 선택은 가격인하이다. 그리고 이처럼 기업 갑이 가격인하를 선택하면, 을은 가격維持를 선택하는 것이 최상이다. 

그러므로 두 기업은 더 이상 자신의 전략을 바꿀 유인이 없는 상태, 즉 균형에 이르게 된다. 즉  갑과 을은  각각 (가격인하, 가격유지) = (120, 30)으로 내쉬균형을 이루게 된다. 

② if 기업 을이 가격 인하를 결정한다면,
이번에는 을이 가격引下를 결정하였다면, 갑은 보수가 더 높은 가격인하를 결정하게 된다. 이렇게 갑이 가격인하를 선택하게 된다면, 이번에는 을은 보수가 더 큰 가격維持를 선택하는 것이 최선이다. 

이 경우는 갑과 을은 균형에 이르지 못한다.  을이 가격인하를 할 것이라는 전제 하에 갑은 가격인하를 결정하였으나, 을은 도리어 가격引下 대신 가격維持를 최상으로 선택하였기 때문이다. 


△내쉬균형=
내쉬균형은 위의 예처럼, 상대방의 전략이 주어진 것으로 보고,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전략을 선택하였을 때 도달하는 균형을 말한다. 즉 각 경기자는 상대방이 선택한 전략에 대해 최적의 대응을 하고, 이들은 자신의 전략을 바꿀 이유가 없게 된다. 

그러므로 내쉬균형은 각 경기자가 다른 경기자의 최적 전략에 대해서 자신도 최적의 대응이 되는 전략을 선택하고 있는 상태를 말한다.

(게임이론 중에서, 내쉬 균형과 유사한 전략적 의사결정이 우월전략이다.  플레이어들이 모두 다른 경기자의 어떠한 전략에도 최적대응이 되는 우월전략을 보유하고 있을 경우,  이 우월전략의 쌍을 우월전략균형이라고 한다.)  



◆ 진보당의 딜레마

보수당과 진보당은 선거에서  유사한 공약을 내걸게 된다는 주장을 다시 검토해 보자.  문제는 각 당이 공약의 스펙트럼에서 자신의 공약을 어디에 위치시켜야하는가라는 것이다.  즉 이는 노선을 어디에  포지셔닝 해야 할 지의 문제이다. 

이에 대한 해답의 실마리는 내쉬 균형으로 접근할 수 있다. 우선 보수당과 진보당은  과점, 더 엄밀히 말하면 복점시장에 놓여있다. 그러므로 각 당은 상대당의 전략을 염두에 두지 않는 독립적인 포지셔닝을 하지 않는다.  

내쉬 균형에 의하면, 상대 당이 어떠한 전략을 선택하는가를 우선 고려하고, 이 주어진 상황에서 자신의 전략을 결정하게 된다. 

예컨대 토니 블레어수상이 주창한 제3의 길을 보자. 이는  실용주의적 중도좌파 노선으로 공공지출 축소, 세금인하, 사회복지 개혁,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등을  내세웠다. 이는 어찌 보면 보수당의 신자유주의 정책의 일부를 수용한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혹자는 이 중도좌파 노선을  ‘바지입은 대처리즘’으로 비판하기도 한다. 

이를 내쉬균형으로 본다면, 블레어의 정책은  보수당의 자유주의 정책을 전제로 두고, 극단의 좌측에서 우측으로 이동한 것이다. 즉 노동당이 과점상태에서 상호의존성에 근거하여 상대 플레이어인 보수당의 반응을 고려한 후, 정책을 결정한 것이다. 

지난 18대 대선의 새누리당의 좌파적 노선도 내쉬균형으로 설명할 수 있다. 신자유주의 극단에 서 있던 한나라당은 자신의 당명과 당의 색깔까지 바꾸고,  경제민주화를 내세우면서 극우에서 좌측으로 이동하였다. 

이는 새누리당이 민주당의 진보적 성향을 우선 고려한 후 이를 주어진 것으로 보고, 중도우파로 노선을 결정하여 포지셔닝한 결과이다.  이러한 전략은 기회주의로 비판받을 수도 있는데, 어차피 선거의 결과는 중도층의 표심에 달려 있다는 관습에 따르면 이는 당연한 전략으로도 보일 수 있다. 

또한 5월초 영국 총선에서  노동당의 참패의 원인이 중도노선의 포기에 있다고 주장하는 토니 블레어 측의 선거이론도 상호의존적인 전략적 의사결정 이론과 괘를 같이 하고 있다. 

그렇다고 진보당이 일방적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포기하고 강하게 우클릭 할 수도 없다. 선거의 현실과 진보당의 이상간의  괴리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중도성향의 유권자들이 우경화 하고 있는 ‘기울어진 축구장’이라는 현실과 서민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진보당의 이상과의 괴리 에서, 진보당은 노선의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이 지점에서 진보당의 고민은 깊어질 수 밖에 없다. 


<참고자료> 

이준구, 미시경제학, 2013 
성백남 정갑영, 미시경제학, 2006
정병열, 경제학 연습(미시편),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