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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그래샴의 법칙 ② ]무상급식 중단은 논리적인 판단보다 어설픈 이념의 산물

독일은 왜 금본위제를 도입하였나?

영국은 원래 은과 금이 동시에 기준통화의 역할을 하는 複本位制를 운영하였다. 그런데 어떻게 은이 유통되지 못하고 금이 單본위제의 기준통화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을까? 이는 그래샴의 법칙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 

금본위제가 정착된 것은 영국이 중국등과의 교역으로 은이 대량으로 유출되었기 때문이다. 당시 영국은 중국으로부터 비단, 차, 도자기등을 수입하였고, 수입품의 결제수단은  중국이 원하는  은이었다. 

또한 영국이 프랑스와 벌인 9년 전쟁(1689~1697)도 은의 해외유출을 가속화시켰다. 영국은 전쟁 물자를 전쟁터와 가까운 유럽대륙 국가들로부터 조달하였기 때문에, 영국으로부터 막대한 은이 유출되었다. 

은의 대외유출로 국내에 은의 보유량이 줄자 은의 실질가치는 높아졌다. 반면 은화의 법정가격은 은의 시장가치에 비해 저평가되었다. 

이는 금화와 은화를 가치 면에서 비교할 경우, 은화는 저평가되고 금화는 고평가되었음을 의미한다. 

그래샴의 법칙으로 보면, 은화는 양화이며 금화는 악화이다. 따라서  저평가 통화는 퇴장되고 고평가 통화는 유통되는 원리에 따라, 은화는 통화시장에서 사라지게 된다.  은의 실질가치가 법정가격보다 높은 관계로, 사람들이 은화를 녹여 시중에 팔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영국은 은의 대규모 유출로 은이 부족해지자 은을 포기하고 가치가 높은 금을 통화의 기준으로 삼게 된 것이다. 


◆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현실 

독일은 왜 기존의 은본위제를 폐지하고 금본위제를 도입했을까?  이러한 배경에는  독일의  당시 최강국이었던 영국 따라잡기가 있었다. 

영국은  다른  국가들에 비해,  농업 산업 무역등 모든 분야에서 기타 국가들보다 우위에 서 있었다.  금융부문에서도 채권거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었다. 

독일은  금본위제가 영국의 번영에 기여하였다고 보았다. 프로이센의 비스마르크총리의 경제보좌관은  “독일의 통화정책을 영국식으로 재단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금 마르크화는 서방진영의 안정추 역할을 하는 파운드화의 옆자리에 위치할 것이고, 영국의 정치 및 경제적 패권에 도전하는 독일의 상징이 될 것이다.”라고 언급했다. 

이처럼 금본위제가 논리적으로 우수한 제도였기 때문에 독일이 영국을 추종하여 금본위제를 채택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은본위제가 금보다 우위라는 주장도 제기되었다. 은이 금보다 수요와 공급 면에서 안정적이기 때문에, 은이 금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치 면에서  안정적이라는 것이다. 또한 고가의 화폐는 지폐발행으로 대신하면 되므로, 거액거래에서의 큰 부피로 인한 은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었다. 

따라서 독일의 금본위제 확립은 당시 영국이 금본위제를 채택하였다는 사실과 무관치 않았다. 

결국 영국에 비해 열등한  금융제도를 지니고 있던 독일의 금본위제 도입은 상당한 비용을 치르게 한다. 금본위제에서의 태환을 위해, 영국에 비해 금의 보유량을 대거 늘려야 했다. 1913년 태환에 대비한 영국의 금 보유량은 1억6,490만 달러에 불과했지만, 독일은 거의 두 배에 이르는 2억 7,870만 달러의 금을 보유해야만 했다. 

정책결정자들은 자신들의 신념체계가 비이성적인 면에 노출되어 있다는 사실을 느낄 경우, 자신들의 신념을 수정하거나 포기하지 않는다. 역으로  이 체계가 옳다고 지지해주는 증거를 검토하는 경향이 있다.

이처럼  독일의 금본위제 도입은 정책입안자들이 특정의 제도나 분위기에 편승해 왜곡된 신념을 가진 결과물이었다.  경제적 우수성보다 일종의 이념적 동화현상에 뿌리를 두고 있었던 것이다. 

경상남도가 무상급식을 유상급식으로 전환한 것은 무상급식에 대한 제도적인 문제점으로부터 비롯되었다기보다, 경남도지사의 이념적 경향에서 찾을 수 밖에 없다. 유상급식이 더 우월하다는 경남도지사의 신념체계는 논리적인 판단보다 어설픈 이념의 산물로 보여 진다. 

‘너는 가난하다’라고 아이에게 공식적인 꼬리표를 달아준다면, 주변에서는 아이가  가난하여  앞으로도 미래가 밝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게 되고, 결국 그 아이는 이러한 부정적인 기대에 반응하게 된다는 자기충족예언(self fulfilling prophecy)의 원리를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다. 

결국 지도자의 어설프고 편향적인 사고로 인해 ‘살만하게’하는 제도가 사라지고 ‘살벌한’ 제도가 유통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다. 양화가 구축되고 악화가 범람한다는 역사적 교훈은  지금 현재에도 살아 숨쉬고 있다. 

*참고도서: 김기수, 『국제통화금융체제와 세계경제의 패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