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창립회원국으로 가입하기로 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은 육해상 실크로드 구축(一帶一路)이라는 중국의 국가 전략의 일부분이다.
중국은 서남아시아, 러시아, 유럽까지 잇는 육상 해상 실크로드의 인프라 건설을 위한 자금을 AIIB를 통해 조달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은 왜 육해상 실크로드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일까?
◆ 중국 국가전략의 목적
중국의 가장 중요한 국가목표는 생존이다. 중국은 주권과 영토의 수호라는 국가안보를 국가전략의 목적으로 삼고 있다.
여기서 안보의 의미는 구체적으로 공산당의 체제유지로 좁혀진다. 공산당 체제유지가 현재 중국의 국가목표인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의 국가안보, 즉 공산당 체제유지를 위한 전략은 무엇인가? 이는 등소평의 ‘평화와 발전론’에 기초한 ‘신국제정치경제질서’의 구축이다.
이 질서는 패권적 힘 대신 경제발전을 통해 평화적 힘을 증강시킨다는 방어적 노선이다.
‘평화와 발전론’은 두 단계로 구성된다. 우선 중국과 개도국들 각각의 경제력을 높인다. 이후에 중국과 개도국들이 각각 발전시킨 힘들이 연대와 협력을 구축한다.
이처럼 개도국과의 협력으로 중국에 우호적인 국제질서를 구축하고, 이러한 질서를 통해 중국의 평화적 힘을 길러, 공산당의 안보체제를 유지하고자 한다. 이 상호협력으로 신국제정치경제질서가 등장하게 된다.
◆ 일대일로란?
중국의 평화와 발전, 즉 연대와 협력은 一帶一路 정책으로 설명된다.
一帶는 ‘실크로드 경제 벨트’를 뜻한다. 중국서부지역과 중앙서남아시아를 거쳐, 러시아 유럽을 잇는 육상 경제벨트를 구축하는 정책이다.
一路는 ‘해상 실크로드’의 구축을 의미한다. 중국 동남부 해안에서 동남아, 중동, 아프리카, 유럽까지 포괄하는 해상네트워크를 말한다.
구체적으로 이웃국가와 경제권을 형성하여 상호네트워크를 강화하여 함께 발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공동발전, 상호신뢰를 통해 장기적으로 공동경제권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처럼 일대일로는 등소평의 ‘평화와 발전’에서 강조된, 평화적 힘을 구축하여 공산당 안보를 지키겠다는 우회적인 전략인 것이다.
◆ 일대일로의 구체적 목표
일대일로의 구체적 목표는 무엇인가?
일대일로 정책은 국내시장의 포화상태로 성장의 한계에 다다른 중국의 건설 및 인프라 업체에게 중국 외 지역에서 새로운 시장을 제공하게 된다.
고성장 고투자시대에 기술을 축적한 철도· 통신· 전력· 원자재 산업은 국내시장의 포화상태에 직면하였다. 일대일로의 연계 국가들에 대한 인프라 투자는 중국의 인프라 기업들에게 새로운 시장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또한 중국은 낙후된 중국 서부지역을 개발하고자 하는 복안을 가지고 있다. 이 지역을 개발하여 중국의 내수를 활성화하고자 한다.
에너지 자원의 안정적 확보도 일대일로의 목표이다. 중국은 아프리카에 차관을 주고 그 대가로 원유등을 받는다. 그러므로 육상실크로드를 구축하게 되면 이 원유를 안정적으로 도로와 철도를 통해 수송할 수 있게 된다.
특히 미국의 대중국 압박에 대한 대응으로 일대일로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미국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등의 아태지역 경제공동체 설립을 통해 이 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한다. 중국은 이러한 미국의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대한 영향력 행사에 대한 견제로 아시아와 유럽에 미치는 상호협력의 일대일로를 구상하게 되었다.
◆ AIIB의 특징
일대일로 구상의 구체적 실천방안이 AIIB이다. 인프라 투자에 집중할 것으로 보이는 AIIB는 일대일로의 주요 자금원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국 입장에서의 AIIB의 설립은 중국의 기존의 투자전략에 대한 수정을 의미한다.
최근까지 중국은 자신들의 재원만으로 아프리카등에 투자를 하였으나, 국제사회는 이에 대해 경계심을 품고 있으며, 일부 아프리카 국가들은 중국의 아프리카 패권을 공개적으로 비판하였다.
이러한 배경으로 중국은 자신의 이름표를 숨기고자 하였고, 그 결과가 AIIB라는 모습으로 나타난 것이다.
AIIB는 자본금 1000억달러를 목표로 하고 있고, 회원국들의 GNP의 일정비율을 기준으로 수권자본을 조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AIIB는 세계다자간개발은행의 일부인 지역개발은행(RDB)이다. 세계다자간개발은행은 세계은행그룹, 지역개발은행, 하위지역개발은행으로 구분되는데, 지역개발은행중 아시아지역개발은행에는 ADB와 AIIB가 포함된다.
AIIB의 설립은 아시아 개발을 독점해온 ADB의 단일 구도가 깨진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AIIB와 ADB가 공존하여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ADB가 빈곤감소에, AIIB가 인프라 구축에 특화한다면 두 은행이 상호 협력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 한국의 AIIB 참여 이익
한국이 AIIB참여로 얻을 수 있는 이익에는 무엇이 있을까?
우선 한국 건설 인프라 기업들은 중국 및 아시아 인프라 시장에 진출할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 AIIB를 통해 자금조달과 사업시행이 이루어질 경우, 중국 업체들이 관련 사업을 독점하기는 어려워, 한국기업들도 참여 기회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남북한 통일 비용이 절감될 수 있다. AIIB는 중국 주도이므로, 북한의 회원가입을 기대 할 수 있다. AIIB에 북한이 참여하게 된다면, AIIB 주도로 북한개발이 가능해진다. 이는 통일을 위한 비용절감과 기반마련이 가능하게 된다.
2014년 드레스덴선언에서 한국정부가 설립을 표명한 동북아개발은행의 대체역할을 AIIB가 할 수 있다. 동북아 개발은행은 중국동북지역, 한국, 북한, 몽골, 극동러시아등의 지역개발을 위한 재원마련이 주목적이다. 만약 AIIB가 동북아에 자원을 배분한다면, 동북아개발은행의 설립은 불필요해 질 수 있다. AIIB가 동북아에 충분한 투자를 한다면, 우리나라에 대한 투자도 확충될 수 있다.
*참고자료
최필수, 「AIIB 설립과 동북아 개발금융」
권혁재, 최지영, 「시진핑 체제 중국 경제외교의 발전과 특징」
지만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을 추진하는 중국의 속내와 경제적 기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