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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투자 부진] 기업 저축은 증가하나, 설비투자는 왜 부진한가?

금리경로, 경기부양에 한계

2000년대 들어 전세계적인 설비투자부진이 글로벌 경기침체의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 「기업투자증가 → 가계소득증가 → 소비증가 → 기업투자증가」라는  고리가 작동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선순환 대신, 기업들은 기업저축을 투자 대신 금융자산 형태로 보유하고 있는 실정이다. 기업저축이 증가하고 있으나, 설비투자는 부진하고 대신 금융자산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2013년 기준으로 기업저축은 2008년 대비 1.1%p 증가하였지만, 기업투자는 –0.7%p를 기록하였다. 하지만 순금융자산취득은 1.3%p 상승하였다. 한국은 기업저축이 3.4%p, 설비투자는 –1.0%p를 나타냈지만,  순금융자산은 5.4%p증가를 기록하였다.  

이로 인해  단기에 총수요의 부족과 장기에  잠재성장률 하락이라는 총공급측면의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경제가 장기정체, secular stagnation에 빠진 것이다.  

기업들은 왜 이렇게 자신들의 본연의 임무를 방기하고, 잔뜩 움츠려 있는 걸까?  
 
일각에서는 한국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져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라는 결단을 우회적으로 강요하고 있다.  

기준금리가 인하되면, 기업의 자본비용은 더욱 감소하고 환율은 상승하여, 기업의 저축은 다시 증가한다. 기업들은 이 저축으로 설비투자 대신 현금을 쌓아두거나, 주식과 채권을 다시 구입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미래 위험에 대비하여 든든한 버퍼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와중에  국민들은  디플레이션이라는 세뇌를 당하게 된다. 그러다  실제로 경제주체들이 기대디플레이션을 품게 되면,  수요측면 부진의 디플레이션으로  중소기업들은 문 닫게 된다.  

서민들은 기준금리 인하로 부채를 늘리고, 전세가격은 다시 폭등하게 된다. 



◆ 설비투자의 감소와 금융자산의 증가  
 
기업저축은 영업이익에서 이자, 세금, 기타비용, 배당등을 차감하고 감가상각비를 가산한 값이다. 이 기업저축은 이익잉여금으로 쌓이게 된다. 

기업들은 이 기업저축, 즉 사내유보금을 기업의 설비투자에 사용하거나, 혹은 금융자산으로 보유한다.  금융자산은 현금 및 현금등가물, 단기금융상품과 단기투자증권, 장기채권등의 장기투자증권, 지분법적용주식등을 의미한다. 

하지만 문제는 기업들이 사내유보금을 유무형자산의 구입 보다  금융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의 목적사업이 제품생산이 아니라 채권과 주식 구입이 된 듯 한 상황이다.  


◆ 설비투자 부진의 원인 ; 일반 원인 

세계적으로 기업들은 왜 설비투자가 부진하고 금융자산이 증가하게 된 걸까? 한국은행의 「주요국의 기업저축 현황과 투자부진 요인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우선 미래 불확실성이 설비투자에 유의한 영향을 미쳤다. 
이 보고서에는 불확실성을 과거 3년간의 자산대비 매출액의 변동성으로 계산하였다. 

금융위기 이후 이러한 매출액비율의 변동성이 높아지자, 기업들은 투자를 줄였다.  반면 위기 이후 경기 변동성이 높아져도  금융투자의 변화는 크지 않았다. 경기 변동성과 금융투자와의 상관관계는 미미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경기 변동성이 커져 기업들의 위험회피성향이 높아지면서 실물투자는 줄이고 금융자산 구입을 늘린 것이다. 

 경기 변동성이 커지면 위험이라는 변동성에 대해, 주주가 요구하는 수익률이 늘게 된다. 이는  위험프리미엄의 증가로 기업이 벌어들여할 투자에 대한  최저필수수익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4년의  S&P 기업 대상 설문조사 결과, 최소필수수익률은  자금조달금리 8%를 훨씬 뛰어넘는 18%로 조사되었다.  위험프리미엄의 증가로 주주의 요구수익률이 증가하고, 이어 가중평균자본비용이 높아진 것이다. 

이처럼 주주의 최저 필수수익율이 높아지고 그 결과 가중평균자본비용이 높아져, 투자의사결정에서 투자안은 기각되어 투자는 줄어들게 된다. 그 결과 설비투자안은 버려지고,  이 여유자금은 금융자산에 투자하게 되는 것이다. 


△ 무형자산 비중이 높은 기업의 특성과 설비투자 부진 

설비투자부진은 무형자산 비중이 높아지는 일부 기업들의 특징과도 관련이 있다. 

특허권등 무형자산 비중이 높은 기업(IT기업등)일 수록 기업저축이 기업투자에 미치는 영향이 작았다. 일반적으로 기계등의 장치산업에 비해, 이러한 산업은 투하자본의 가격이 빠르게 하락한다. 따라서 생산단위당 투자금액이 작다. 

한편 무형자산 비중이 높은 기업은 불확실성에 대해 실물투자에 대한 변동성은 낮았다. 불확실성과 투자 간의 역관계가 유의하지 않아, 경기 불확실성이  높아도 투자를 크게 줄이지 않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 우리나라 기업 고유의 설비투자 부진의 원인

이러한 글로벌 투자부진에 대한 일반적인  원인에 덧붙여, 우리나라 고유의 설비투자 부진의 원인은 무엇인가? 

현대 경제연구원의 「국내고정투자 부진의 중장기적 원인과 시사점」보고서는 우선  신성장 산업과  설비투자의 관계에 주목한다. 

신성장산업이 현실화 되면, 이로 인해 신규 설비투자가 증가하게 된다.  하지만 신규투자를 이끌 새로운 성장산업이 우리기업에 나타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2000년대 이후로 IT부문을 제외하고 투자를 견인할 만한 뚜렷한 신성장산업이 가시화 되고 있지 않다. 

또한 설비투자의 수급불균형이 투자 부진을 초래하고 있다. 설비투자조정 압력은 생산증가율이 생산능력증가율을 뛰어 넘을 경우 나타나게 된다. 

전체 제조업의 생산증가율은 금융위기 이전 연평균 9.7%에서 위기이후 4.7%로 4.7%~5.0%p하락하였다. 하지만 생산능력증가율은 5.1%에서 3.9%로 1.2%p 하락하였다. 

따라서 설비투자압력은 위기이전 4.6%포인트에서 0.7%p로 크게 하락하였다. 실제로 철강, 기계, 조선산업의 경우 설비투자압력이 마이너스로, 설비가 과잉되어 있는 상태이다. 

건설투자비중이 하락하고 있는 것도 투자부진의 주요 이유가 된다. 

건설투자는 소득수준이 일정수준을 넘게 되면 투자비중이 하락하게 된다. 경제발전초기에는 생산시설의 확충, SOC투자 확대, 주거용 주택수요등으로 투자비중은 높아진다. 

하지만 일정수준의 소득수준에 이르게 된다면, GDP대비 건설투자 비중은 하락하게 된다. 1인당 GDP가 약 11,000달러 이후, 이 투자비중이 하락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 시사점 : 금리경로는 경기부양에 한계 

기업의 투자부진은 높아진 불확실성으로 실물투자를 저해하고, 기업의 위험회피로 실물투자대신 금융투자를  늘리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다.  

그러므로 한국은행은 기업의 위험회피 성향의 구조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을 발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예컨대 무형자산비중이 높은 기업은 불확실성과 투자 간의  역관계가 유의하지 않은 점을 감안하여, 고부가가치산업을 지원할 수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또 우리나라 기업들의 투자부진의 원인의 하나로 지목되고 있는 신성장부문의 육성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현대경제연구원은 지적한다. 신성장부문 육성은  현재의 경기부진을 타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장기에 우리경제의 생존을 책임진다는 차원에서  적극적인 지원이 이루어져야 할 부문이다. 

무엇보다 한국은행은 “현재 투자부진이 기업의 자금조달 문제보다 향후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에 비롯된 현상이므로, 기준금리 인하등 금리 경로를 통한 통화정책등의  경기부양책으로는 기업의 투자를 유도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