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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사회적 관계와 행복] 지나친 비교와 인정에 대한 갈망이 낮은 자존감과 모멸감을 초래해

우리나라 국민들은 국제비교에서 평균소득수준에 비해 주관적인 만족도가 낮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은  2012년에 인구 5000만 명을 넘고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 이상 되는 나라들이 속해 있는 2050클럽에 세계 7번째로 가입하였다. 하지만 삶의 질 수준은 OECD 34개국 중 32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소득수준에 비해 주관적 만족도가 낮은 이유는 무엇인가?  

거시경제적인 이해로는, 1인당 국민소득이 평균소득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소득불평등이 높아, 평균은 높아도 중위값은 이보다 떨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사회적 관계를 통한 설명이  이에 대한 답을 제공하고 있다. 

사회적 관계는 긍정적 만족감뿐만 아니라 부정적인 영향도 나타나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한준 2014) 즉 사회적 관계는 물질적, 정서적 지원을 제공하는 주관적 만족도를 주는 플러스 효과와 함께, 멸시와 모멸감을 당하는 마이너스 영향도 초래한다는 것이다. 


◆사회적 관계의 긍정적 효과 

주관적 만족도를 높이는 긍정 효과를 가져 오는 사회적 관계에는  소통,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사람의 존재, 그리고 함께 사는 가족의 존재등을 들 수 있다. 

① 소통가능성= 가족이나 친구들과 친밀한 대화를 나눈다. 친구들을 믿을 수 있고, 그들도 나를 믿는다. 나의 고민을 털어놓을 만한 친구가 있다. 내가 힘들 때 내 이야기를 들어 주는 사람이 있다. 

② 자신이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사람의 존재 = 내가 여행을 떠날 때, 나의 반려견을 맡길 수 있는 사람이 있다. 내가 부재중에 나 대신 택배를 받아주는 이웃이 있다. 

③동거하는 가족의 존재=함께 사는 가족이 있다. 

위의  사례들에서 각각 긍정적인 답이 높다면,  주관적 삶의 만족도 즉 행복은 높다고 해석된다.  사회적 관계가 행복한 삶을 이끈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사회적 관계를 통해 물적·심적 도움과 정보가 공급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므로 이 사회적 관계는 정보와 도움을  전달하는 파이프 역할을 하게 된다.  

예컨대 사회적 관계가 형성되어 있는 경우,  자신의 힘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봉착하였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고, 심적인 곤경에서 정서적 위로와 안정을 받을 수 있으며, 또한 자신의 우군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심리적 안정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 사회적 관계의 부정적 효과 

반면 사회적 관계는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하기도 한다.  자신의 웰빙은 상대 수준과의 비교로 결정되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지나친 비교와 인정에 대한 갈망이 낮은 자존감과 모멸감을 야기했다는 것이다. 


△ 비교성향과 열등감 

비교의식과 관련해서,   듀젠베리의 상대소득가설이 이의 대표적인 예이다. 고소득층에 속해 있는 사람은 소득이 줄게 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면, 단기에는 소득감소에  비례하여 소비를 줄이지 않는다.  오히려 소비는 완만한 감소를 보인다. 그 이유는  자신이 소속되어 있는 집단과의 소비수준을 비교하게 되어 급격한 소비감소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처럼 준거집단과 자신을 비교함에 따라 만족도는 오히려 떨어지게 된다. 특히 사회적 비교기준인 준거집단을 자신보다 우월하게 설정하게 된다면, 열등감과 낮은 자존감을 가지게 된다.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이 국제비교에서 행복감은 낮다는 지적도 이처럼 자신을 우월한 사람과 비교하여 자신의 만족감을 낮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주관적 행복에 대한 연구의 권위자인 Diener는 한국 사회가 지나친 경쟁, 지나친 비교, 외모와 명품에 대한 집착으로 평균소득에 비해 국제적으로 주관적 만족도는 낮다고 지적하였다. 개인적인 기준보다 타인의 시선에 늘 사로잡혀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 사람들의 비교성향이 주관적 만족도와 웰빙을 감소시킨것이다. 


△ 인정투쟁과 모멸감

사회적 관계는 타인들로부터 모욕을 당하여 자존감을 박탈당하는  효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김찬호 성공회대 교수는 모욕감은 상대방이 자신을 대하는 방식이 부당하다고 생각하면서 화가 나타나는 감정으로 정의 내린다. 

이를 테면, 집단에서 약자를 왕따시키는 현상을 들 수 있다. 이는 자신과 다른 이들에게 낙인을 찍어 괴롭히고 고통을 주는 것이다. 이렇게 집단 괴롭힘을 가하는 이들은 우월감과 오만을 즐기게 된다. 

낙인이 찍힌 이들은 열등과 모멸감으로 자신의 존재가치를 상실하게 되어, 주관적 만족도는 거의 바닥에 이르게 된다. 우리나라의 삶의 만족도가 낮은 이유가 이러한 모멸감과 열등감의 탓이 크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낙인을 찍고 약자에게 모멸감을 가하는 배경은 무엇인가? 김교수는 이는 우리사회의  인정에 대한 갈망에서 비롯되었다고 진단한다. 

강자가 약자에게 폭력을 행사하여 강자가 존재감을 인정받고 생존을 유지하는 것이다. 인정이 삶의 존재 근거가 되는 것이다. 타인의 시선과  인정에 목마른 우리사회의 얼룩진 단면이 폭력과 모욕감을 조장하게 된다는 것이다.   

인정에 대한 갈망은 역으로 자신이 하찮은 존재로 전락할 것에 대한 공포(The Fear of Insignificance)가 내재되어 있다. 이 공포도 기실 우리사회가 경쟁의 장이라는 현실 인식과 결부되어 있다. 승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적자생존의 정글이 곧 우리사회라는 것이다. 


◆ 99%에 대한 생존권 보장

우리나라는 비교 성향이 우리 삶의 웰빙 수준을 낮추고 있다. 또한  인정을 받기 위해 또는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  힘있는 자는  약자들에게 폭력을 행사하여  자신의 우월감과 인정을 획득하고, 동시에 피해자는 모멸감과 멸시를 당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인정투쟁은 생존의 정글에서의 경쟁과 무관하지 않다. 

그렇다면 우리사회가 주관적인 삶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이 필요할까? 

김교수는  비교의 굴레에서 자유로워져야 하고, 이를 위해 자기에 대한 깊은 신뢰와 존중이 갖추어져야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자신은 못난 자라는 자기비하는 곧바로 불행감에 빠져든다는 것이다. 남들이 뭐 라든 간에, 자기의 시선으로 세상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또한 다른 사람들이 낙인을 찍고 악마 짓을 한 결과 이를 끌어안고 고통을 키우게 되면, 자신을 하찮은 존재로 전락 시킬 위험이 있다. 그러므로 자기자신에 대한 존중이 선행되어야 하고, 자신이 사랑받을 만한 가치로운 존재임을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존재감의 획득은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다. 그러므로 경쟁에서 도태된 이들에 대한 배려가 이루어져야한다. 이점에서 소수 몇%에 대한 기득권을 인정해주기 보다,  나머지 99%에 대한 생존권을 보장해주는 정책이 먼저 고려되어야 한다. 


*참고자료 
김찬호, 2014, 『모멸감:굴욕과 존엄의 감정 사회학』, 문학과 지성사
한준, 김석호, 하상응, 신인철, 2014, “사회적 관계의 양면성과 삶의 만족”, 
우성대, 2014,“행복의 정치경제학을 위한 연구:웰빙과 삶의 질, 그리고 행복의 문제를 중심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