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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디플레이션 ① ] 우리나라의 경제, 디플레이션에 빠졌는가?

우리나라의 경제가  디플레이션의 늪에 빠진 것이  아닌가라는 주장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1월 실제 국내총생산(GDP)성장률과 잠재성장률의 차이인 GDP갭의 마이너스 상태가 상당기간 지속 될 것으로 전망하였다. 이러한 디플레이션 갭은  자본과 노동의 유효생산능력이 존재한다는 의미여서, 기준금리 인하의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는 이처럼 디플레이션에 진입해 있는 상태일까? 기준금리를 당장 인하해야 할 만큼 디플레이션 상태일까? 


◆ 디플레이션의 정의 

통상 디플레이션은 물가상승률이 0%이하로 하락하는 마이너스인플레이션을 의미한다. 그리고 물가수준이 일시적으로 하락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기간동안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디플레이션은 총수요 총공급 측면에서, 공급요인 디플레이션과 수요요인  디플레이션으로 구분할 수 있다. 

공급측면 디플레이션은 총공급곡선이 우측 이동하는 현상이다. 비용이 하락하여 생산량이 늘고 물가가 하락하는 것이다. 이른바 좋은 디플레이션(benign deflation)이다. 

수요측면 디플레이션은 총수요곡선이 좌측 이동하는 현상으로, 생산량이 감소하고 물가가 하락하게 된다. 소비, 투자등 총수요가 위축된 결과여서 이를 나쁜 디플레이션(malign deflation)이라고 한다. 


◆ ECB의 디플레이션 판단의 경험적 기준 

한국은행은 유럽중앙은행(ECB)이 지난해 6월 발표한 <Monthly Bulletin June>중  ‘디플레이션의 위험’의 내용을 인용하면서,  명백한 디플레이션과 폐해가 크지 않은 물가상승률 둔화(disinflation)를 구분하는 기준을 소개하였다. 

우선 디플레이션은 협의의 개념으로 물가상승률이 전년 동기 대비 1분기 이상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상황을 말한다. 

광의의 개념으로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년간 마이너스를 기록하여,  국민소득성장률이 매우 낮은 수준 또는 마이너스 지속되어 실물경제가 침체되거나, 디플레이션 악순환이 발생하는 것이다. 

ECB가 밝힌 ‘명백한 디플레이션’과 ‘폐해가 크지 않은 물가상승률 둔화’를 구분하는 경험적 기준은 다음과 같다.  

우선 물가하락이 장기간 지속되는 것이다. 예컨대  IMF는 디플레이션을 마이너스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전년 동기대비 2년 이상 지속되는 것으로 본다.  

또한  광범위한 품목에서 마이너스 물가상승률이 발생하는 경우를 말한다. 몇 개의 품목이 하락하는 현상을 두고 디플레이션이라고 지칭하지 않는다. 

 인플레이션 기대가 안정되지 못하는 것도 디플레이션을 의미한다. 실제물가상승률이 낮은 물가가 지속되고 있지만,  기대물가가 안정적으로 상승한다면 이는 디플레이션이 아니다. 

또한 GDP성장률의 하락과 디플레이션과의 관계에서, GDP성장률이 매우 낮은 수준 또는 마이너스가 지속되거나,  실업률이 높은 수준이 지속된다면 디플레이션으로 판단할 수 있다.  

결국 디플레이션이란 전반적인 물가수준의 장기간 하락이 인플레이션 기대의 불안정을 초래하고,  GDP성장률이 매우 낮은 수준이 지속되어, 이에 따라 물가하락의 지속성이 강화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 우리나라의 디플레이션 현상 

우리나라의 디플레이션 여부를 ECB 기준에 적용해보자. 

우리나라의 지난해 연평균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1.3%를 기록하였다. 

우리나라 소비자물가의 상향편의가 0.7~1%로 추정되고 있어, 이를 고려하여도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는 아니다. 상향편의란 물가지수의 가중치가 몇 년 간 고정되는 문제, 그리고 가격 하락이 빠른 신상품의 영향을 몇 년간 물가지수에  반영하지 못함에 따라 물가 상승률이 실제보다 높게 나타나는 현상을 말한다. (관련기사: 2월12일 ‘소비자물가지수’)

1월 소비자물가 지수는 전년 동월대비 0.8%상승하여 2개월 연속 0%대를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이는 유가하락으로 인해  공급측면에서 총공급곡선이 우측으로 이동하게 되는 현상이다. 생산량이 늘고 물가가 하락하는 좋은 디플레이션(benign deflation)을 말한다.  

기대인플레이션과 관련,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1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1월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2.6%였다. 이는 지난 10월 2.7%보다 0.1%하락한 수치여서, 실제 인플레이션의 하락 가능성도 주장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행은 이 기대물가의 하락은 공급측면에서 국제유가 하락의 영향이 크다고 보고 있다. 또한  기대 물가 2.6%는 한국은행의 중기 물가안정목표(2.5∼3.5%)에 근접하는 수치여서 한은의 물가안정목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국내총생산과 관련, IMF는 한국의 2015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3.7%, 블룸버그는 3.5%를 예상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3.3%로 예측했다.  한국 경제는 2014년 한 해 동안 3.3% 성장했고, 2013년 성장률은 3%였다.  

이러한 기준으로 볼 때 우리나라는 디플레이션으로 정의내릴 수 없고, 저물가 저성장으로 정의내리는 것이 적절하다. 


◆ 일본식 장기불황 가능성은 낮아, 구조조정 필요 

전문가들도 인플레이션이 한국은행의 목표하단(2.5%)에 미치지 못하고 있으나, 당장 ‘0’이하로 하락하는 디플레이션이 나타날 가능성은 낮다고 지적한다. 게다가 디플레이션과 경기침체 악순환이 반복되는 일본식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일본의 장기불황의 발단은 1991년 자산버블붕괴로 디플레이션이 진입하였다. 주식과 지가가 폭락한 것이다. 

정책실패도 장기침체의  원인이다. 부실채권처리를 지연시킨 것이다. 1991년 부동산 시장 버블붕괴 이후 주택전문금융기관들의 손실이 확대되고 있음에도, 일본 정부는 이에 대한 대응을 지연시켰다. 일본 금융기관들의  부실채권규모가 증가하고 파산금융기관이 속출하고 있음에도, 정부는  종합대책으로 1995년 12월 ‘금융시스템안정화를 위한 시책’, 1998년 10월 ‘금융재생법’등을 지연 발표하였다. 

일본 정부는 또한 구조조정을 지연시켰다. 1994~1996년 일시적 경기회복을 장기 경기회복으로 오판하여, 정부부문 및 금융기관 구조조정  추진을 약화시켰다. 

KB경영연구소의 김선태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한국경제가 직접적으로 장기침체에 진입하고 있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는  “순환 경기회복과정에서 정책실패, 금융위험발생, 구조 개혁 실패등이 발생한다면 국내경제도 장기침체 상황으로 진입할 개연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잠재성장률의 정체, 미약한 성장 회복력등으로 저성장·저물가 현상등은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