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부가 세금을 거두어 공공기관 건물을 짓고자 한다. 건물은 A 건설회사에서 맡아 짓기로 한다. 이 경우, A회사는 건설에 대한 대가로 수익을 얻게 되고, 이 수익은 기계 임대료, 건물을 짓는 데 노동력을 제공한 노동자, 이윤등으로 배분된다.
임금을 받은 노동자는 이 소득으로 쌀과 고기를 사고, 이윤을 획득한 주주는 다시 투자를 늘리기 위해 (주) B사에서 기계를 구입한다. 기계를 판 B사는 수익을 얻게 되고, 이 수익이 기계를 생산한 노동자들에게 배분된다. B사의 노동자들은 이 소득으로 다시 쌀을 산다. 이러한 승수 과정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면서 국민소득은 증가하게 된다.
#2. 국민들 간에 빈부격차가 심한 P국가와 상대적으로 소득 양극화가 심하지 않는 S국가가 있다. P국가와 S국가가 다리를 건설하고자 한다. 이처럼 두 나라가 동일하게 정부지출을 늘릴 때, 이 두 나라의 국민들이 얻는 소득은 같을까?
#3. 모두 일인당 국민소득이 높은 선진국 F와 A국가가 있다. 하지만 F 국민들 간의 소득 차이가 크지 않으나, A 국민들 간에는 소득 격차가 심하다. 상위 몇 %가 전체 소득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선진국 F 정부와 A 정부가 동시에 도로를 건설한다면, 국민소득은 모두 같아질까?
#4. 일인당 국민소득이 낮은 신흥국 M과 R이 있다. 상대적으로 M은 소득불평등이 심하여 지니 지수(Gini index)가 높고, R은 소득불평등이 심하지 않아 지니 지수가 낮다. 만약 이 두 나라의 정부가 동일한 금액의 정부지출을 할 경우, 승수과정이 동일하게 작동하여 균형국민소득은 같아질까?
정부의 재정정책은 조세를 거두어 지출을 하여, 국민소득을 창출하는 것이다. 이는 정부 지출의 승수효과로 경기를 부양시키는 경기부양 정책이다.
그런데 정부의 승수효과를 높이기 위해 어떠한 경제 여건이 갖추어져야 할까?
소득 불평등도가 심한 경우, 즉 지니 지수가 높을 경우, 정부지출 승수는 제대로 작동할까?
위의 사례 2는 승수 효과가 소득불평등이 낮은 국가와 높은 국가 간에 어떠한 차이를 보일까에 대한 질문이다. 소득불평등과 무관하게 승수과정은 작동할까? 이를 달리 표현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소득 불평등을 보이는 나라의 재정승수가 높은 불평등을 보이는 국가의 재정승수보다 더 높을까?
위의 사례3과 4은 소득수준과 소득불평등과의 관계이다. 소득수준의 차이가 재정승수효과의 차이를 발생하는가? 아니면 소득불평등도 차이가 승수효과의 차를 야기할까? 즉 선진국 간에도 소득불평등이 낮은 국가와 높은 국가가 존재하고, 이 두 나라 간에 정부지출 승수는 동일할까?
◆ 정부지출 효과는 소득불평등과 무관한가?
이러한 의문에 대한 답을 제시하는 연구가 나왔다. 편주현 고려대 교수와 이동은 고려대교수가 공동 연구한 <불평등과 재정정책의 효과: Inequality and Fiscal Policy Effectiveness>는 위의 사례를 중심으로 재정정책과 소득불평등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하였다.
연구에 의하면 상대적으로 불평등한 국가들의 누적 재정승수가 0에 가까웠다. 이는 높은 소득불평등에 직면한 경우, 재정정책이 무력함을 의미한다. 반면, 소득불평도가 낮은 국가군에는 누적 재적승수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0.52이상을 나타내었다.
또한 같은 선진국 간에도 소득불평등도가 낮은 국가는 재정승수가 1이상을 나타내었으나, 소득불평등도가 높은 국가는 재정승수가 0에 접근하거나, 재정지출을 늘려도 오히려 소득이 감소하는 음(-)의 재정승수가 관찰되었다.
이처럼 소득불평도가 낮은 국가에서의 재정승수의 무력은 왜 발생하였을까? 연구는 재정충격에 대해 소비 구축현상(crowding out)이 나타났기 때문으로 해석한다.
소득불평등도가 심한 국가의 저소득층은 재정확대에 대한 소비를 늘리기보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에 대비하여 예비적 동기의 저축을 할 유인이 크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한다. 저소득층가구가 팽창적 재정정책에 소비를 늘리기보다, 저축을 늘림에 따라 유효수요가 늘지 않아, 소득이 늘지 않는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따라서 이 연구는 “소득불평등도가 큰 국가에서는 재정 확장을 통한 경기부양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며 “정부 정책 입안자들은 한 나라의 소득불평등 수준을 고려해야한다.”고 지적한다.
그러므로 정부지출을 통해 소득을 배가시키기 위해서는 소득불평등을 완화시키는 정책이 선행되어야 함을 시사하고 있다.
◆ 표본 구분: 低 지니지수 군 VS 高 지니지수 군
이 연구는 ‘표준 국제소득 불평등 데이터베이스’(Standardized World Income Inequality Database:SWIID)중 42개국을 표본으로 삼아, 이들 국가들의 1980~2007년의 지니 지수를 산출한 결과를 토대로 12분기의 재정 승수변화를 분석한다.
42개국 중 중위수준 21위 국가(포르투칼:31.1%)를 경계로 하여, 이들 국가들을 지니지수(Gini index)가 낮은 그룹과 높은 그룹으로 구분한다.
低 지니지수 국가들은 지니지수가 31.1%이하의 국가들로, 스웨덴(22.4%), 핀란드(22.5%), 덴마크(23.8%), 일본(26.7%)등이 속한다. 이 그룹은 GDP에서 정부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15.4%이며, 소비지출 비중은 61%, 투자비중은 21%을 보인다.
高 지니지수 국가들은 지니지수 31.1% 초과 국가들로, 한국 (32.4%), 영국(32.5%), 미국 (34.9%) 인도(49.1%) 남아프리카(56.9%)등이 속해있다. 이 그룹의 경우, GDP에서 정부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20%이며, 소비지출 비중은 52%, 투자비중은 21.4%를 보인다.
◆ 소득불평등과 재정지출효과와의 상관관계
△ 소득불평등도 → 소득, 소비
저 지니지수 국가들과 고 지니지수 국가들은 정부 재정지출이 증가하면 소득과 소비에 각각 어떠한 반응을 보일까?
낮은 지니 지수를 보이는 국가들은 정부지출 충격이 가해지는 시점에서 높은 소득증가를 나타내는 양(+)의 반응을 보였다. 이 그룹군은 반응정도가 서서히 감소하나, 12분기 동안의 지속적인 양의 관계를 나타내었다.
하지만 높은 지니지수를 보이는 국가들은, 소득이 정부지출 충격에 반응하는 정도가 0에 가까웠다. 충격이 가해질 때, 반응 정도가 12분기동안 거의 0에 가까웠다.
또한 정부지출에 소비가 반응하는 정도도 소득불평등도 정도에 따라 달랐다.
낮은 지니지수를 보이는 국가들은 정부지출에 따라 소비가 늘어나는 양(+)의 관계를 나타내었다. 하지만 그 정도는 크지 않았다. 반면 높은 지니 지수를 보이는 국가들은 오히려 충격이 발생한 시초에 양의 반응을 보였지만, 기간이 흐르면서 정부지출에 소비가 부(-)의 관계를 보였다.
이는 저소득층들이 정부지출로 소득을 얻게 되면, 증가한 소득을 소비대신 예비적 동기로 저축을 한다는 의미이다. 적절한 사회안전망의 부재로 인하여 저소득층이 미래소득 흐름의 불확실성에 직면하기 때문에, 이들은 추가 소득의 대부분을 저축하고 단지 일부만 소비하는 경향에 직면하게 된다는 것이다.
△ 소득불평등도 → 재정승수
이번에는 낮은 지니지수 국가군과 높은 지니지수 국가군의 재정승수를 비교한다.
소득불평등과 낮은 국가들은 재정승수가 시초에 0.22를 보인 후, 이 승수가 누적하여 4분기에 0.52, 8분기에 0.65, 이후 0.62을 지속적으로 나타내었다. 반면 소득불평등이 높은 국가들은 시초에 0.25, 4분기에 0.31, 8분기에 0.2, 이후에 0.1을 보였다. 이는 지니 지수가 높은 국가들은 결국 승수 효과가 거의 0에 가깝다는 의미이다.
단 지니 지수의 정도와 무관하게, 재정승수는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음을 보이고 있다.
◆ 소득수준 → 재정승수 효과 차이? or 소득불평등 → 재정승수효과의 차이?
소득수준이 높으면 소득불평등도는 일반적으로 낮아진다고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재정승수의 차이는 소득수준에 의해 발생하는가, 아니면 소득불평등에서 발생하는가?
이 해답을 위해, 샘플을 선진국과 신흥국으로 구분한다. 그리고 다시 선진국을 소득 불평등에 따라 低 지니 집단과 高 지니 집단으로 구분한다. 신흥국도 하위샘플을 저 지니 집단과 고 지니 집단으로 구성한다.
우선 선진국의 경우, 저지니 집단은 재정팽창으로 소득GDP가 크게 증가하였다. 그러나 고 지니 집단은 재정팽창에 소득이 감소하는 부(-)의 효과를 보였다. 이는 한나라의 소득수준보다 소득불평도가 재정 정책의 효과성을 결정하는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특히, 선진국에서는 저지니 고지니 집단 모두에게, 재정지출이 소비에 미치는 영향은 약하였다.
한편 신흥국의 경우, 저 지니집단은 재정지출이 발생할 경우 소득과 소비에서 유의한 변화를 보였다. 하지만 저 지니집단은 소득과 소비에서 부의 효과를 보였다. 결국 재정정책의 효과를 결정하는 것은 소득불평등임을 시사하고 있다.
△ 소득불평등 → 재정승수효과
재정승수와 관련, 선진국의 경우 저 지니집단의 승수는 시초에 0.37, 4분기에 0.37, 8분기에 0.94, 12분기에 1.15를 보였다. 이후 1.12의 승수가 지속되었다.
반면 고 지니집단의 승수는 시초에 0.07에서 서서히 하락하여 부(-)의 관계를 보였다. 4분기부터 -0.49, 8분기에 -0.72, 12분기에 –0.8들 보였다. 이후 -0.65의 승수가 지속되었다.
신흥국도 선진국과 유사한 재정승수 양상을 보였다. 저지니 집단의 승수가 고지니 집단의 그것보다 높았다.
결국, 이 연구는 성장이 먼저냐, 분배가 먼저인가라는 논쟁은 무의미한 입씨름에 불과함을 나타내고 있다. 성장을 먼저 하여 파이의 크기를 늘린 후, 이 과실을 나눈다는 보수적 논리보다, 비정규직 문제해결, 최저임금인상, 고소득층 증세등으로 소득 양극화 문제가 해소 된다면, 정부 지출등의 효과도 배가되어, 성장은 더욱 추동됨을 입증하고 있다.
(출처: Ju Hyun Pyun and Dong-Eun Rhee, 2014, <Inequality and Fiscal Policy Effectiveness>, KIE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