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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미국금리 인상] 한국, ‘신흥국의 ATM이 될 것인가’

미국의 정책금리가 올해 말 1%~1.5% 상승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금리 인상으로 인한 대규모 자금유출로 우리나라는 ‘신흥국의 ATM이 될 것인가’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미국 금리인상으로 자본이 유출되어도 우리 기초체력이 건실하여 위기 가능성이 낮다는 주장과 기초체력과 무관하게 대규모 자금유출이 발생할 위험이 존재한다는 주장이 대립되고 있다. 

13일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한국금융연구원과 한국국제금융학회가 공동 주최한 <미국의 금리 인상, 일본의 양적완화 지속과 한국의 대응>세미나에서 이러한 내용의 논쟁이 전문가들 간에 뜨겁게 벌어졌다.  


◆ 자본유출이 거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주장 

금융연구원의 박성욱 연구위원은 미국 금리 인상으로 우리나라에서 자본이 유출되어도 우리 거시경제에 미치는 충격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우선 자본유출이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 자본유출이 발생하면 통화가치가 하락하고 금리가 인상된다. 이는 민간의 신용이 경색된다. 또한 통화가치하락은 외채 상환부담을 확대시켜 디폴트위험을 초래한다. 환율 방어시에 외환보유액이 소진될 수 있다. 

박연구위원은 이러한 파급효과에 근거해서  자본이 빠져 나갈 경우 우리 경제에 미치는 위험을 6개 자본유출 취약성지표로 설명한다. 

자본유출 위험 정도를 판단하는 6가지 취약성 지표는 △외환보유액 △경상수지 △외채 △물가 △민간신용 △재정수지 등이다. 

우선 우리나라는 외환보유액 지표와 관련하여, 총지불부담 대비 외환보유액이 2013년 기준으로 26개국 신흥국 중 4위였다. 자본유출이 발생하여 외화유동성 부족완화와 통화가치 하락을 방어할 여력이 있다는 것이다. 

경상수지 흑자는 2014년 기준 GDP대비 5%를 넘어, 신흥국중 3위를 차지하였다.  자본유출 공백을  경상수지 흑자분으로 일부 상쇄할 수 있다. 

외채규모가 클수록 자본유출시 외채 상환이 힘들어지게 되는데, 우리나라의 GDP대비 대외채무 규모는 신흥국 중 중간수준이다. 

자본유출이 발생할 경우 환율이 상승하여 물가가 상승하게 되는 위험이 존재하지만,  우리나라의 최근 3년간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신흥국 중 6번째로 낮다. 

글로벌 유동성이 풍부하게 되어 글로벌 자금을 국내 민간신용 확대에 사용하거나 재정적자를 메꾸는데 사용할 경우, 자본 유출 시에  위험은 높아진다. 국가 부채의 상환 부담이 커지고, 외환 고갈에 직면하게 되면 디폴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점과 관련 우리나라는 GDP대비 민간신용 비율의 변화정도가 5번째로 낮았다. 또한 통합재정수지 기준으로 2014년 소폭 흑자를 보여 신흥국 중 재정사정이 양호하다.

이러한 점들을 들어, 박연구위원은 우리나라가 기초경제여건이 건실하여 거시경제에 미치는 직접적인 위기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한다. 

 
◆ 자본유출 충격이 크다는 주장 

우리나라에서 외화 자금이 대거 유출되어 한국이 ‘신흥국의 ATM’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송치영 국민대 교수는 자본유출 위험성을 지적하며, 자본유입과 자본유출은 그 동인이 각각 다르다고 말한다. 

자본유입은 경제 펀더멘탈이 건실해지면 커지게 된다. 하지만 자본유출은 경제 펀더멘털과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송교수는  2008년 미국 리만사태에 관한 연구에서 나라별로 자본이 유출되는 정도가 다른 원인을 분석한 결과, 자본유출은 국내 거시경제 상황과 무관하였다고 말한다.  자본유출정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자본시장이 클 경우, 그리고 금융개방도가 높을 경우 자본유출이 커졌다는 것이다. 

오히려  건실한 경제 펀더멘탈이 자본 유출을 부추길 수도 있다. 

실현손실이 적은 국가에서 자본 회수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경제 펀더멘탈이 타 신흥국들에 비해 건실해서, 주식이 폭락할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그러므로 주가하락이 상대적으로 낮아 외국투자가들의 투자 실현손실이 적다. 이 경우 오히려 자본 회수 가능성이 높게 된다. 

박연구위원도 국제 금융시장이 크게 위축될 경우 대규모 유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한다. 자본시장이 발달해 있고 유동성이 높은 나라에서 대거 자본이 유출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박연구위원은 자본의 유입가능성과 자본유출가능성이 동시에 상존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이 극단적으로 ‘신흥국의 ATM’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자본이 유입되는 ‘신흥국의 스위스’의 일면도  상존한다는 것이다. 

국제투자자금이 신흥국간 차별화가 강화될 경우, 우리나라 기초경제여건이 좋은 점,  또한 원화의 상대적 강세등이 한국으로의 자본유입을 추동한다는 것이다. 

 
◆ 시사점 

자본유출에 대비하여 어떠한 대처가 필요할까? 

송교수는 소나기를 피하기 위해서는 가랑비를 맞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외국 자본의 유출 위험이 존재해도, 이 기회에 외국 자본 의존도를 낮추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정책금리 인하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송교수는 지적한다. 

자본유출로 시장금리가 상승하게 되고 정책금리가 상승하게 된다. 이때 금리상승은 가계부채를 늘리고 국내 신용 리스크가 커지게 되어, 다시 자본유출 압력이 가중될 우려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현재 장기 침체를 막기 위해 논의되고 있는 금리인하는 가계부채를 악화시킬 우려가 높아, 금리를 내려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금리를 낮춘다고 투자와 소비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도 정책금리 인하의 한계이다. 

무엇보다 전문가들은 외국자본의 변동성에 취약한 우리 금융시스템을 질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본시장연구원의 현석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금융시장에서  외국의 경제정책에 따른 외국 자본 유출의 문제점을 질적으로 극복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원화의 위상을 높여 장기적으로 원화를 결제 통화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무역결제에서 원화결제가 가능하도록 하고,  해외 투자 시에도 원화투자가 가능하도록 하여,  원화의 영향력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근본적인 질적 변화만이 우리의 금융시장의 취약성을 해소할 수 있는 효과적인 대처가 된다. 

전문가들과 방청객들 사이에  언제까지  외국의 통화 정책 변화가 발생할  때마다  우리나라에 미치는 금융시장의 위험을 연구하는 세미나를 계속해야하는가라는 한숨이 내뱉어지는 2015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