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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미국,키스톤 XL사업] 지속가능성과 성장의 대결- 오바마의 이상, 좌초되나?

지난 1월 6일 공화당이 상하원을 장악하는 제114대 미국의회가 출범하면서, 공화당은 Keystone XL 송유관 건설  사업관련 법률안을 최우선과제로 선정하고 법안 통과를 강력히 표명하고 있다. 

9일에는 미국 하원은 키스톤 XL 법안을 통과시켰고, 상원도 12일(현지시간) 이 법안을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상원에서는 공화당 전원 54명과    민주당 6명의 찬성으로 가결 정족수(60)가 확보되어, 이 법률의 상원 통과가 유력하다.

오바마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비하여 공화당은 오바마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무효로 할 수 있는 3분 2의 의석(67석)을 확보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 정가는 오바마와 공화당이 본격적인 격렬한 대립양상을 보임에 따라, 미국 정가는 시계(視界) 제로(0)의 안개 속으로 빨려들 공산이 커지고 있다. 


◆ Keystone XL Pipeline Project

 XL 파이프라인 사업은 비전통 오일인 샌드 오일을 배송하는 캐나다-미국간 송유관 구축 사업을 일컫는다.  

캐나다 알바타주 오일샌드에서 미국 네버래스카주의 정유공장까지 직경36인치, 길이 2,763km에 이르는 송유관을 건설하는 것이다. 캐나다 기업 TransCanada사는 이 파이프라인을 통해  일일 83만 배럴의 샌드 오일을  미국에 공급하게 된다. 

오일샌드는 원유를 포함한 점토나 모래층을 말한다.  이 모래층에 유전이 평균 10%정도 달라붙어 있어, 오일샌드 2톤에서 원유 1배럴을 추출할 수 있다.   캐나다 앨버타주의 아사바스카 지방과 베네수엘라 등지에 집중적으로 분포되어 있다

오일샌드의 생산은  전통적인 오일에 비해 환경파괴에 악영향을 미쳐 환경론자들의 심한 반대를 받고 있다.   일반 석유에 비해 사용할 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5~15% 더 많고, 오일을 분리하기 위해 사용된 막대한 양의 물이 폐수로 바뀌어 심각한 수질오염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2008년 처음 제안된 이사업은 지금까지 민주당 소속의 오바마 대통령 승인을 받지 못하여 지연되고 있다. 국경을 가로지른 송유관 건설에 대한 검토 및 허가는 행정부에 부여되어 있는데, 오바마 대통령이 이 승인을 지연시키고 있는 것이다. 

행정명령 13337은  석유등의 수입과 수출을 위한 시설등을 미국 국경에 건설· 연결등을 할 경우, 국무부장관은  이에 대한 신청서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시행사인 TransCanada는 이 신청서를 국무부에 제출하고 대통령으로부터 최종승인을 받아야 한다. 


◆ 사업의 긍정적 효과  
 
이 사업 시행의 목표는 성장극대화이다. 일자리 창출이 즉각 나타난다. 

헤리티지 재단의  Nicolas Loris 경제정책연구소 정책 분석관은 당장 20,000명의 건설 현장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2035년까지 일자리 179,000명이 창출될 것으로 예측하였다. 

또한 그는 송유관이 지나가는 Montana, South Dakota, Nebraska, Kansas, Oklahoma, 그리고 Texas등 6개 주는 TransCanada사로부터 100년간 파이프라인 운영에 대한 재산세로 약 52억달러를 받을 것으로 예상하였다. 

송유관이 건설되면 원유 배송비의 절감 효과도 가져온다. 운송비 면에서 송유관을 통한 캐나다 오일 배송이 트럭 혹은 유조선을 이용한 배송보다  효율적이다. 이 송유관 배송 방식은 물량을 저렴하게 옮길 수 있어, 국가 간 분쟁이 없는 경우 선호되고 있다. 

한편 키스톤 송유관 사업은 미국의 에너지 안보 면에서의 장점도 기대된다. 미국은 석유수입원 다변화에도 불구하고 지정학적으로 불안한 중동지역 의존도가 20%에 이르고 있다. 

XL송유관 사업은  캐나다부터 공급되는 원유의 양을 증가시키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그러므로 우방국인 캐나다와의 에너지 협력은 미국에서 가장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원을 확보할 수 있는 이점을 가진다. 


◆ 사업의 부정적 효과 

이 송유관 구축 사업의 제일의 걸림돌은 이 파이프 라인 건설로 인한 환경파괴이다. 

파이프라인은 토양, 식수원을 오염시키고,  식물· 물고기·야생동물의 생존에 위협이 될 수 있다.    

네버래스카주의 경우, 파이프라인이 Ogallala 대수층(물을 함유하는 암석)을 지나간다. 2012년 1월 오바마 대통령이 파이프라인 건설 구축을 기각 한 것도  네버래스카주의 항의시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또한 캐나다의 샌드오일 생산과 개발 확대에 따라 카본 다이옥사이드 (이산화탄소), 이산화황, 산화질소와 같은 환경오염 물질의 배출이 증가할 수 있다.   

무엇보다 파이프라인 건설로 멸종희귀종이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 예컨대  burying beetle(딱정벌레)등이 대표적 예이다. 환경시민단체들은 이 문제를 강력히 제기하고 있다. 


◆ 현실과 지속가능성

XL 송유관 파이프라인 건설로 일자리 창출과 아울러 환경적 폐해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미 정가에서는 이 XL사업을 둘러싸고 첨예한 대립을 보이고 있다.   

공화당은 송유관 건설을 찬성하고 있다. 이들은 송유관 건설시 발생하는 경제적 효과와  중동에너지 의존도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반면 민주당은 이 사업이 환경 및 기후변화에 미치는 문제를 언급하며, 송유관 구축을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공화당 지지자에 비해 지구온난화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이러한 미 정치권의 상반된 입장과 관련, 국회입법조사처의 최준영박사는 “ 이 사업은 에너지 및 기후 변화 정책에 대한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의 대립이기도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미 헌법상 보장된 대통령 행정권과 의회 입법간의 대립”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현재 미국은 여소야대의 상황이어서, 대통령의 권한에 의회를 지배하고 있는 야당이 정면으로 도전하고 있는 상황이다. 

공화당의 키스톤 법안의 통과 시도는 이번 XL사태를 거치는 과정에서  민주당 소속의 대통령 권한을 약화시켜 자신들에  유리한 입법을 하고자 하는 전략으로 해석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이번 공화당과 민주당의 충돌은  국제관계측면으로도 분석될 수 있다.    이는 현실주의와 구조주의 대립이다. 성장 극대화를 추구하는 공화당과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려는 민주당과의 대립이라는 것이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의 김성호 연구위원은 Shum RY의 논문을 인용하면서, 키스톤 XL논쟁을 성장과 지속가능성의 대립으로 설명한다. 

에너지 정책면에서 현실주의론자들은  가능한 많은 확실한 공급 용량을 확보하고자하는 반면,  구조주의론자들은 에너지 정책에 대한 다양한 목적을 추구하면서 지속가능성의 진흥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자가 공화당의 에너지 정책이며 후자가 민주당의 에너지 정책이다. 

이러한 차이는  지난 미국 대선공약에서 분명히 드러났다. 대선 당시 오바마는 화석연료를 대신하는 대체에너지 개발을 주장하였고, 공화당 후보였던 롬리는 석유와 가스시추 비율 증가를 허가하여 캐나다와의 자원개발 협력 강화를 모색한다고 밝혔다. 

각 후보를 지원하는 선거자금 제공자들을 분석해보면 이러한 특징은 분명히 나타난다. 김보람(2013)의 조사에 의하면, 선거 당시 에너지기업의 선거자금은 9,788,922달러가 롬리 후보에게, 오바마 대통령에게는 2,410,062달러가 주어졌다. 

그러므로  에너지 기업들이 두 후보에게 제공한 기부금 차이는 오바마 대통령이 에너지분야 기업의 선거 기부금이  신재생에너지 기업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분석 할 수 있다. 

따라서 공화당은 에너지 대기업의 입장을 대변하여 성장을 추구하고 있는 반면,  오바마는 에너지 효율성과 재생가능 에너지 계획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여, 환경과 지속가능성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오바마는 세계 기후변화를 주요 이슈로 선언하면서 온실가스배출감축 목표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반면 롬리는 석유중심으로 에너지 정책이 유지되어야한다고 주장하며, 오바마의 녹색 기술은 아직 시기상조라고 비난했다. 

이처럼 두 후보자의 에너지 정책 공약의 차이는 지지자들의 극명한 성향차이를 보인다. 

하지만 오바마의 지속가능성 전략은 도전을 받고 있다. 

우선 네브래스카주 대법원이 오바마에게 불리한 결정을 내렸다. 환경단체가 멸종희귀종에 해를 줄 수 있다는 등의 근거로 제기한 파이프라인 건설 관련 소송에서,  네브래스카 대법원은 "문제가 없다"고 판결했다. 

또한 미국인들은 환경보호보다 일자리 창출등 당면한 경제 이슈에 더욱 민감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Nik Nanos(2013)의 보고서에 의하면, 미국인 44%가 사업승인에 긍정적이라고 답하였고, 26%가 다소 긍정적, 10%가 다소 부정적, 14%가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오바마에게 불리한 결정과 입장들은 이상과 현실간의 격렬한 충돌을 보여주고 있다. 오바마가 환경과 신재생에너지정책을 추구하여 지속가능성이라는 이상적인 목표를 추구하고 있는 가운데,  현실의 당면한 문제가 그 이상에 강력하게 저항하고 있는 것이다.  

Shun RY는 “성장과 지속가능성 사이의 모순은 희생 없이 달성될 수 있는 지속가능성 주장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면서 “환상으로 판명된 희망에 바탕을 둔 에너지 정책 입안의 위험성은 역사상 매우 잘 알려져 있다.”면서 오바마의 지속가능성 정책을 비판하였다. 

기후변화의 위험을 막기 위해 현 세대가 희생을 감수하고 미래 세대에게 지속가능한 세계를 물려주고자 하는 오바마와 환경론자들의  이상과 희망은 결국 현 세대의 이해로 인해, 좌초할 위험에 처해 있다. 

이는 마치 현재시점에 조세를 거두든, 조세징수대신 채권을 발행하여 미래세대에게 조세를 부과하든, 경제효과는 같다는 리카르도의 동등성 논리가 적용되지 않고 있으며,  근시안적으로 현재문제가 이상을 압도하고 있다는 사실이 여실히 입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