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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재정 조기집행]재정 조기지출, 돈맥경화상태에서 효과 의문 : 지방 재정 건전성 악화 초래

최경환 부총리는 22일  “내수를 견인하고 경기에 대응하기 위해 내년 상반기에 재정의 58%를 조기 집행 하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내년도 집행관리 대상 사업 재정 303조 5000억원 중 176조원이  상반기 중에 집행될 전망이다. 

OECD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한 대표적 사례로 한국을 꼽으면서, 한국의 재정 조기집행으로 인한 경기부양책을 높이 평가하였다. 당시 2009년 상반기 중 연간 재정 집행규모인 257.7조원중 167.1조원(64.8%)를 조기 집행하여, 전기대비 성장률이 (+)로 전환되었다. 

하지만 2009년 당시 경제상황과  2014년 12월 현재의 거시 경제상황이 달라, 재정조기집행의 효과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009년은 금융위기로 기업이 자금애로를 겪어 자금수요가 폭증한 시기였지만, 2014년의 경우 돈을 빌려 투자하고자 하는 기업과 가계는 드물어 자금수요가 대폭 줄어든 상황이다.  

또한 재정조기집행의 고질병인 일시차입금의 이자비용증가, 지방재정 건전성 악화라는 정책의 역효과도 만만치 않다. 


◆ 재정조기 집행의 효과 

재정조기집행의 긍정적 효과는 재정지출 효과와 조기집행 효과의 합이다. 

△ 재정지출은 승수 효과 가져와

 재정지출의 기본 효과는  재정 승수효과이다. 

재정지출의 기본적인 역할은 ‘재정지출 → 유효수요 증대 → 소득증대→ 유발투자와 소비증가 → 투자증가’라는  재정지출액보다  몇 배의 소득을 발생시키는 승수효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이 재정지출의 효과와 관련, 재정지출을 늘릴 경우 이자율구축으로 민간투자가 감소하여 경제적 효과가 미미하다는 주장과 이에 반해  재정지출이 소득을 증가시킨다는 주장이 상존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경기침체기에 재정지출의 순기능을 강조하는 지적들이 자주 발견된다. 

Krugman교수는 경제가 급격히 침체기로 빠져드는 상황에서는 재정지출의 증가로  이자율 상승이 낮아  민간투자구축효과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한다. 게다가 유동성함정에 빠진 경우라면 재정지출의 확대로 인한 이자율구축이 나타날 여지는 더욱 줄어들게 된다.  


△ 재정조기 집행은 민간에 자금공급원 역할 

재정조기집행은 이러한 기본 재정정책의 틀 위에 조기집행의 효과를 덧붙이는 정책이다. 

재정 조기집행의 경제적 주요 효과는 자금을 조기에 민간시장에 공급하는데 있다. 정부 지출의 증가로 자금이 실물경제에 충분히 공급되면, 기업의 설비투자와 소비등이 활성화되고  결과적으로 경제성장률이 높아지게 된다. 

OECD가 언급한 2009년의 재정조기집행의 긍정적 효과는  당시 기업의 폭발적인  자금수요라는 토양위에서 성립되었다. 정부의 재정 조기집행으로 인한 자금공급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자금 가뭄에 허덕이던 기업에게 자금의  단비였다.  정부는 자금의 고갈로 부도 직전까지 몰리는 기업들에게 정책자금을 공급하여 자금의 숨통을 터 주었다. 이 자금이 기업으로 흘러들어가 투자, 생산, 소비등이 살아나게 된 것이다. 

또한 비록 재정조기 집행의 효과가 극적이지 않을 지라도, 경기안정을 위해 상반기에 재정지출을 집중시키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김원식 건국대 교수는  재정조기집행율과 경기와의 관계분석을 통해 재정의 조기지출이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경기를 부양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하였다. 

하지만 김교수는 재정지출이 경기를 개선시키는 역량은 떨어지지만 재정지출을 조기에 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하였다.  경제에 자금이 흘러들어가는 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도록 하게 하면 경제의 경기안정성이 개선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 돈맥경화 상태에서의 재정 조기지출의 실효성에 의문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2014년은 2009년 당시와 경제 상황이 다르다고 지적한다. 

현재 한국은행에서 나온 자금이 실물부분으로 흘러가지 않고, 은행에서 고여 있다.  경기 침체로 가계는 자금시장에 자금을 공급하지 않고 투기적 화폐수요(투자 대기성 자금)를 무한히 늘리고 있다. 기업도  자금을 빌려 투자하고자 하는 의욕이 없다. 케인즈의 지적대로 투자는 기업가의 야성적 충동에 빚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한국경제가 유동성함정에 진입한 것이 아닌가라는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통화유통속도는 3·4분기 0.73으로, 2009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통화승수는  10월 18.91배로 9월의 19.58배에서 하락했다. 돈을 빌려가는 기업이 적다보니 돈이 돌지 않아, 통화량 M2를 본원통화로 나누는 통화승수가 낮아진 것이다. 

그래서 최장관은 최근 돈이 돌지 않는다는 의미의  ‘돈맥경화’라는 표현을 자주 언급하고 있다. 

이처럼  2014년 한국경제의 유동성 과잉 상태 혹은 자금의 ‘돈맥경화’하에서는  이러한 조기지출의 효과가 미약하게 된다.  재정지출의 조기 집행의 취지가  자금애로에 직면한 민간에게 정부의 지출로 자금을 공급하여, 투자와 소비를 늘리는데 있다. 

그러므로 현재 유동성 함정이 의심되는 경제 상황에서 재정지출을 조기 집행하여 자금을 민간에 공급할지라도 그 효과가 의문시 된다.   



재정조기집행의 부작용

재정 조기집행은 고질적인 병폐를 지니고 있다. 일시차입금으로 인한 중앙정부의 이자비용 발생과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악화이다. 


△ 중앙정부의 이자비용 발생 

정부 재정의 조기 집행을 위해 부족한 자금을  중앙은행으로부터  빌리거나 재정증권을 발행하게 된다. 

일시차입금은 정부가 자금이 부족할 경우, 한국은행으로부터 자금을 빌리는 급전이다. 이는 정부가 중앙은행으로부터  현금서비스를 받는 경우로 설명된다.  따라서 이 차입금은 해당 회계연도에 모두 갚아야 한다. 

이 ‘현금서비스’에는 이자비용이 발생한다. 2003년, 2004년 2005년의 경우, 상반기 재정지출 계획은 각각 157.2조(51.7%), 159.1조(54.8%), 169.9조(59%)원이었고,  실질 지출 집행률은 각각 53%, 55%, 59.3%였다. 이에 상응한 이자비용은 각각 514.5억, 1282.6억, 3001.1억원 이었다.  내년의 상반기 재정지출액은 176조원이다. 

새누리당 강석훈 의원에 따르면,  2009년~2014년 6월까지 중앙정부가 일시 차입한 돈은 총 107조2000억원으로 지급한 이자는 80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에는 28조5000억원을 빌려 2644억원의 이자를 지급하였다.


△ 재정조기집행, 지방 재정건전성 악화 초래 

무엇보다 재정조기집행은 차입금 부담등으로 지방재정 건전성을 악화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한다. 

지자체가 돈을 빌리는 이유는 지출시점과 수입시점의 불일치 때문이다. 상반기에 지출을 해도, 세입은  중하반기에 집중된다. 지방세와 재산세는 하반기에  징수되는 것이다. 

따라서 지자체는 조기 지출을 위해 은행으로부터 자금을 빌리게 된다. 지자체의 일시차입금은 하반기에 주로 들어오는 지자체 수입을 담보로 상반기에 지자체가 은행에서 빌리는 형식이다.

자금의 일시 차입은 당연히 이자를 지급해야한다. 2009년~2011년 6월말 재정 조기 집행으로 인해 65개 지자체에서 빌려 쓴 일시차입금이 11조9천억원으로 이자부담액만 521억3천만원에 달하여 지자체의 재정난을 가중시켰다. 

정부는 이 이자의 일부를 보전해주지만,  미보전분은  지자체의 부담이다. 정부는 255억4천만원(49%)을 보전해주고, 나머지 265억9천만원은 온전히 해당 지자체의 몫이었다. 
 
지난 4년간의 경우도,  지자체는 10조8130억원을 일시 차입해 991억원의 이자비용이 발생했다. 이 중  정부는  607억원만 지원해주고, 나머지 384억원은 고스란히 지자체가 부담했다.

게다가 재정지출 조기집행은  지자체의 이자수입 감소라는 악영향도 초래한다. 지자체는 여유자금을 은행에 예치하여 발생하는 이자수입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조기지출로  이러한 공공예금 이자수입라는 고정 여유재원이 감소하게 된다. 

무엇보다 중앙정부가 재정적으로 독립적이지 못한 각 지자체의 경쟁을 촉발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중앙정부는 평가를 통해 우수 지자체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경쟁심을 촉발하여 안정적인 제도 운영을 꾀하고 있다는 것이다. 채찍에 당근이 더해지고 있는 것이다.

인센티브는 특별교부세의 형식으로 개별 지자체에 교부되고 있다. 하지만 각 지자체가 교부받는 인센티브 금액도 급감하고 있다. 2009년의 선정 지자체당 평균 교부액은 2.97억이었으나 2012년의 경우 1.74억원으로 줄어들었다. 


△ 위기 시에 재정조기지출 효과 높아 

국회 예산정책처는 다양한 재정지출 비율의 시나리오를 구성하여 재정조기 지출의 경제효과를 분석하였다. 상반기에 재정지출비중을 높게 잡은 재정조기집행과 경제위기시에만 재정조기집행을 하고 나머지 기간인 정상기간 동안은 균등지출을 하는 경우에 재정조기지출의 효과를 비교하였다. 

예정처는 “재정조기 집행 시, 지자체의 이자부담이 크게 늘어나는 등, 문제점들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무조건적인 재정 조기집행보다 경제 위기 상황 발생 시 재정 조기 집행을 하는 것이 가장 경제적 효과를 극대화 시킨다”고 지적한다. 

2009년처럼, 이자율이 치솟아 시중에 유동성 고갈 상태에 빠져 있는 등의 경제위기시에 조기 집행을 하고 평상시에는 균등지출을 하는 것이 최상의 재정지출 비율 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