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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유가 하락] 미국의 에너지 패권, 어떻게 이루어지나?

유가가 날개를 펴지 못하고 있다. 두바이유 현물은 17일 배럴당 55.56달러를 기록하여, 50달러대로 내려 않았다. 이는 과거 5년간 최저치로 하락한 것이다. 

한국에도 18일 리터당 휘발유를 1300원대로 판매하는 주유소가 등장하기도 했다. 

국제유가하락의 배경은  국제적 경기 침체로 원유수요가 감소한 탓이다. 

하지만 원유가격이 하락하게 되면 다시  상승으로 반전하는 일반적인 흐름 대신,  날개 꺾인 듯 유가가 추락하고 있다. 유가가 하락하게 되면,  석유수출국기구 (OPEC)는 전통적으로 원유 생산량을 줄여 가격을 끌어올린다. 하지만  최근 OPEC는 원유가격의  지속적인 하락을 방치하고 있다. 

OPEC의 이러한 의도적인 출혈을 미국과 중동 산유국 간의 에너지 패권 싸움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유가의 지속적인 하락은 미국의 에너지패권 창출을 저지하기 위한  중동 산유국들의 전략이라는 것이다. 


▣ 셰일 가스 혁명 

미국의 에너지 패권 창출의 무기는  셰일가스이다.  이 미래의 에너지원은 매장량이 막대하고, 전 세계에 골고루 분포되어 있으며, 온실가스도 대폭 줄일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중국과 미국이 각각 전 세계 가채매장량 1,2위를 차지하고 있다. 

셰일 가스는 한 곳에 집적되어 있는 전통가스와 달리, 넓은 지역에 분포되어 있는 비전통 가스이다. 따라서 전통가스처럼 파이프를 꽂아 가스를 채굴하는 수직시추가 가능하지 않아 최근까지 개발이 활성화되지 못했다. 

하지만  채굴방식의 혁명으로  혈암(shale)에 갇혀 있는 가스를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 시추관에 다량의 물, 모래, 화학물질을 섞어 강력한 수압으로 이를 분사하여, 셰일층에 균열을 일으키는 수압파쇄방식이 개발된 것.

또한 셰일가스 생산비용도 원유 환산시 배럴당 (BOE: Barrels of Oil Equivalent per day) 35달러로 대폭 하락하였다.  현재 원유생산비는 배럴당 20~30달러 수준이다. 

이러한 셰일가스  생산 기술개발에 힘입어, 2009년 미국은 러시아를 제치고 세계최대 가스 생산국으로 등극하였다. 2012년에는 미국의 천연가스 생산량은 681.4bem(billion cubic meter), 러시아는 527.7bem을 기록하였다.  

또한 과거 천연가스의 대표적 수입국이었던 미국은 2022년에는 가스 순수출국으로 위상이 바뀔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대한 준비로 기존의 가스수입터미널을 수출용 시설로 대체하고 있으며, 가스를 압축 액화하는 LNG( liquefied natural gas)시설을 추가 건설할 계획이다. 앞으로 미국은 단독으로 1억5천만 톤에 이르는 물량을 공급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012년의 세계 LNG 거래량은 2억4천만 톤이었다. 



▣ 셰일가스 혁명과 세계에너지 패권 

셰일가스 혁명은  세계에너지 패권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까?

▲러시아의 가스 영향력 약화 

셰일 가스 혁명으로 세계 전통 천연가스의 주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러시아는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저렴한 셰일가스의 공급으로 전통가스 생산 1위인 러시아의 천연가스 가격은 중장기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농산물 자급률이 낮아 대부분의 농산물을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자원가격이 하락하면 러시아는 외화를 벌어들일 수가 없어,  셰일가스개발로 인한  러시아 경제가 받을 타격은 크다. 

미국 라이스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미국은 최소한 20년 이상 해외의 LNG를 수입하지 않아도 되며, 2040년 정도가 되면 유럽에서 러시아의 시장 점유률도 약 절반으로 줄어들게 된다.  물론  유럽의 러시아에 대한 가스 의존도는 당분간은 유지 될 가능성이 높다. 유럽은 LNG를 기화시키는 시설이 갖추어지지 않아, 단기에는 미국 셰일 LNG의 수입이 즉각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더 나아가 전 세계가 셰일가스를 생산하게 되면 러시아 주도의 가스수출국포럼(GECF)카르텔이 서서히 붕괴되어 국제 천연가스보유국들이 경쟁하는 자유시장경제로 변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천연가스 카르텔 가격의 붕괴는 재정수입의  절반 이상을 자원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러시아 경제에  심각한 부담을 안겨 주게 된다. 


▲ 중동의  에너지 발언권 약화 

셰일 혁명은 중동의 에너지 발언권이 약해지고 미국이 중동의  입깁에 좌우되지 않는 중동정책을 펼칠 수 있게 된다.  2035년 경 미국은 에너지 독립국가가 될 것으로 예상되어,  중동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가 획기적으로 감소하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에서 셰일가스의 개발이 진행되고, 다른 국가에서도 셰일가스를 채취할 수 있게 되면 자원으로서의 석유의 절대가치는 약화된다. 

게다가  2020년이면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보다 더 많은 석유를 캐내게 된다.  

결국 이는  세계 에너지 권력이 중동에서  미국으로 이전된다는 의미이다. 


▲기후이슈에 미국의 영향력 확대 

셰일가스는 세계에너지 믹스의 변화를 야기하여, 미국이 기후이슈에 적극적인 발언권을 확보하게 된다. 

2012년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보고서 ‘Golden Rules for a Golden Age of Gas’에 의하면, 저렴한 가스의 대량공급으로 석유와 석탄의 소비가 감소하게 된다. 석유의 비중은 2010년 32%에서 2035년 27%로, 석탄은 28%에서 24%로 감소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반면 가스의 비중은  21%에서 25%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러한 세계에너지믹스의 변화는 온실가스배출의 감소를 의미한다. 이는 미국이 기후변화이슈에 대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되어, 중국등 화석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에게  온실가스배출 감축의무를  촉구하는 위치에 서게 된다. 

결국  러시아 중동의 에너지 영향력 약화와 미국의 에너지 자립 및  공급으로  미국은  세계에너지 패권을 거머쥘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한 기후분야에도 발언권이 강화되어,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화석연료의 사용이 억제될 수 있다.  이는 발전용, 산업 활동, 수송등에 화석연료 사용이 제약을 받게 되어, 중동의 에너지 영향력은 더욱 움츠러들 공산이 크게 된다.  

이러한 전망에 따라 중동은 원유가격을 하락시켜 미국의 셰일가스 개발노력의 유인을 꺾고자 한다. 원유생산비보다 셰일생산비가 상대적으로 높아, 셰일생산비를 회수하기 위한  손익분기매출액이 원유의 그것보다 높다. 따라서  원유가격의 하락으로  셰일가스의 실제 매출이 손익분기매출액보다 낮아 질수 있다. 결국 미국의 셰일개발노력이 약화 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중장기적으로 에너지 패권의 미국으로의 이행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인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