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국제학업성취도(PISA)에서 일본, 싱가포르, 홍콩등의 약진에 비해 우리나라는 정체 상태를 보여, 우리나라의 암기, 반복연습 중심의 교육이 한계에 다다른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9년에 비해 2012 PISA에서, 참가국 전체 기준으로 수학에서 4위, 과학에서 7위, 읽기에서 5위를 차지하였다. OECD 국가 순위(34개국)에서는 우리나라는 읽기 1~2위, 수학 1위 , 과학 2~4위를 기록했다. 참가국 전체에서는 도시별로 참가한 중국의 상하이가 전 부문 1위였다.
OECD 국가순위 평균 1위는 일본이었다. 일본은 2009년에 비해 2012 PISA에서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였다.
일본은 2012년에 읽기· 과학에서 1위, 수학에서 2위를 기록하였다. 일본은 2009년에 한국보다 읽기와 수학에서 뒤졌으나, 2012년에는 수학은 한국에 근접했고, 읽기와 과학은 한국을 앞질렀다. 2009년에는 일본은 읽기에서 5~9위, 수학에서 8~12, 과학에서 4~6위였다. 우리나라는 2009년에 읽기에서 2~4위, 수학에서 3~6위, 과학에서 4~7위를 기록했다.
홍콩, 싱가포르도 2009년에 비해 약진하였다. 2009년에 홍콩, 싱가포르는 읽기에서 한국에 뒤졌고, 수학과 과학에서는 한국보다 앞섰다. 하지만 2012년에는 한국을 세 부문 모두에서 눌렀다.
일본은 한국보다 축구도 잘 하고, 학생들은 공부도 잘하고 있다. 우리는 일본과 비교할 때, 축구를 두고 난리법석이다. 일본이 공부에서도 우리나라를 따라잡고, 드디어 앞서게 된 사실에는 둔감하다.
그저 우리나라의 학생들끼리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사이에, 우리는 어느 새 일본 싱가포르 홍콩 학생의 등을 바라보는 신세가 되었다. 학교는 외국어고등학교, 일반 고등학교로 구분한 결과, 학교 간 격심한 성적 편차를 보인다. 그들만의 리그를 구성하도록 정부는 조장하고 있다.
◆ 사회적 구성주의
한국 학교교육의 큰 문제점으로 제기 될 수 있는 것은 비효율적인 교육이다. 한국학생은 공부 시간이 세계최고이다. 2009년 8월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아동·청소년의 생활패턴에 관한 국제비교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5-24세 학생의 평일 학습시간은 7시간 50분이며, 일본은 5시간21분이었다.
또한 암기위주의 획일적 교육방식은 중고등학교, 초등학교에 까지 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교사의 지식을 복사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교육이라고 믿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교육체계에 의문과 회의를 품어야 할 시점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러한 전통적인 교육관은 보편적이고 가치 중립적인 지식이 존재한다는 객관주의 인식론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러한 인식은 동일한 내용이 같은 교실에서 학생들에게 전달되어도, 학생들의 인지구조에 따라 다른 내용이 습득 되게 된다.
△ 비고츠키
최근에 이러한 교육 방법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학습자 스스로 지식을 구성해가는 구성주의가 등장한다.
특히 다른 구성원들과의 상호작용에 의해 지식이 재구성되어야 한다는 사회적 구성주의가 강조되고 있다. 이를 대표하는 학자가 비고츠키이다.
비고츠키등의 사회적 구성주의자들은 교사나 유능한 또래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학습자의 발달을 유도 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러한 발달을 위한 구체적인 교수방법으로 스캐폴딩을 들 수 있다. ‘스캐폴딩’은 건물을 건축할 때, 건축 재료를 운반하여 오르내릴 수 있도록 건물 주변에 세우는 장대와 두꺼운 판자로 된 발판을 세우는 것‘이다. 이는 교사가 학습자와 상호작용 중 학습자에게 도움을 적절히 제공하는 것을 나타낸다.
△ 스캐폴딩
비고츠키는 학습할 영역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도와 줄 경우 학습자 스스로 도달할 수 있는 인지적 발달 수준보다 더 나은 수준에 이를 수 있다고 본다. 즉 상호작용을 통한 지식의 구성과 발전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므로 교사뿐만 아니라 또래 학습자간의 상호작용도 중요하다. 이를 통해 학습자는 개별적 학습 환경 대신 협동 학습 환경을 통해 다양한 견해에 대한 인식을 습득하고, 문제 해결력, 사고력을 습득 할 수 있다.
그 결과 정보의 수동적 수용자, 청취자, 추종자가 아닌 정보의 능동적 구성자, 산출자, 설명자, 해석자, 적극적이고 책임감 있는 학습의 주체가 된다.
이처럼 교실 환경이 학생 대 학생의 상호작용이 격려되고, 협동이 가치를 부여받고, 학생들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탐색할 수 있는 자유가 풍부하도록 조직된다. 그 결과 학생들은 능동적으로 학습에 접근하고 도전해 간다.
◆ 언어적 스캐폴딩의 사례
학습자와의 일대일 상호작용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소집단의 스캐폴딩이 이루어고 있다. 효과적인 스캐폴딩은 언어적 스캐폴딩이다.
아래는 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과 교사의 언어적 상호작용의 실례이다.
교사: 뿌리가 그 밖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 알아보자. 오늘은 실험 장치를 어떻게 꾸며 볼까?
학생: 뿌리를 자른 명아주와 뿌리를 그대로 둔 명아주을 준비한 후 물을 넣은 삼각 플라스크 안에 각각의 명아주를 꽂아 두어요.
교사: 두 개의 플라스크를 어디에다 놓을까? 서로 다른 장소에 두어야 할까?
학습자: 두는 장소는 같아야 해요. 그래야 햇볕 때문인지 뿌리 때문인지 이유를 확실히 알 수 있거든요.
교사: 그럼 어떤 방법으로 실험을 해야 실험의 효과를 정확하게 알 수 있을까?
학생: 뿌리가 물을 흡수하는 작용을 하는지에 대해 알아보려면 물의 양, 삼각 플라스크의 크기, 햇볕을 받는 시간을 같게 해 주어야 해요.
교사: 좋은 생각이구나. 그럼 생각대로 실험장치를 꾸며 보도록 하렴.
위의 스캐폴딩은 학습자가 더 깊이 사고하여 자신의 처음의 아이디어를 세련되게 다듬어 나갈 수 있도록 교사는 힌트를 주고 학습자의 생각을 격려하고 있다. 또한 긍정적이고 따뜻한 반응을 보임으로써 학습자의 사고를 더욱 자극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 해결 과정에서 교사가 기대하는 답을 찾기보다는 추축, 논쟁, 정당화 과정들을 통해 교과에 관한 새로운 통찰을 하게 한다.
◆ 스캐폴딩 적용을 위한 해결과제
우리나라는 학생을 외고, 일반고로 구분하여 격리시켰다. 또래간의 상호작용으로 인한 스캐폴딩이 차단되어있는 것이다.
또한 교사는 수업을 재구성하여 스캐폴딩하기 보다, 일방통행적인 녹음기로 전락했다. 졸음 속에서도 교사들의 녹음기 테이프는 돌아가고 있다.
스캐폴딩은 일대일 학습 상황이나 소집단 상황에 적용되는 것들이다. 전체학급 상황에서의 스캐폴딩 적용은 제한적이다.
그러므로 교육 전문가들은 학급의 학생 수를 최소화하고 학급을 소집단으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교육복지에 과감히 투자해야한다고 지적한다.
또한 전문가들은 스캐폴딩을 교실에서 적용하기 위해서는 교사에게 그에 따르는 소양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스캐폴딩을 효율적으로 제공하기 위해서는 학습자 개개인에 대한 폭넓은 통찰과 더불어, 교육학적 지식이 요구된다. 이와 같은 소양을 갖도록 교사들의 질적 향상이 선결과제인 것이다. 그러므로 교사 자격을 석사자격소지자 이상으로 상향조정하여야 한다는 지적이 대두되고 있다.
결국 우리나라의 교육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어야 할 때이다. 교육의 체계에 화학적 변화가 일어나야 하는 것이다. 이제 우리들은 미래에 투자하고 사람에 투자하는, 장기적 안목으로 교육을 바라보아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