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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

[공무원 연금개혁 ④ ] 공무원 연금개혁은 왜 지지 부진한가?


공무원연금에 충당되는 정부부담금이 장기적으로 2070년에 공무원 연금재정의 36.4%를 차지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진행되었던 재정절약적 개혁이  점진적 개혁으로 이루어진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공무원연금적자 충당을 위한 GDP대비 정부보전비율은 2009년의 0.12%에서 2070년 1.14%까지 약 10배나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연금전문가들은 지속적으로 증가되는 정부부담금이 자본축적에 자원을 투입하지 못하도록 하여, 국가의 지속적인 성장에  제동을 거는 역할을 하게 될 지 모른다고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공무원연금의 경우, 1993년도에 연금회계에서 적자를 기록한 후, 1995년에는 연금기금이 최초로 감소하기 시작하였다. 민효상교수는 그럼에도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한 개혁의 강도는 국민연금에 비해 상당히 약하다고 지적한다. 

국민연금은 1998년 개혁으로 연금재정의 기금고갈시점을 2040년대로 연장하였고, 다시 2007년에 개혁을 서둘러 2060년대로 고갈시점을 연장시키는 개혁을 진행하였다. 

반면 공무원연금의 경우, 1995년, 2000년, 2003년, 2009년 개혁들이 구조적개혁에 이르지 못하고, 신규 입직자들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점진적 개혁에 머무르게 되었다. 따라서 재정개선 효과는 미흡하고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문형표박사는 이러한 점진적 개혁의 강도로 인하여 국민연금등 민간 부문과의 형평성 격차는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파악한다. 

민교수는 따라서 공무원연금개혁을 위한 접근은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의문대신, ‘왜 구조적인 개혁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가’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거부자와 상쇄관계 

민교수는 공무원연금개혁의 장애 원인을 이해관계자들 간의 ‘정치’의 영역에서 찾는다. 연금개혁에 영향을 미치는 거부자(veto player)와 상쇄관계(trade-off)의 개념을 통하여 연금개혁의 정책결정과정을  분석한다. 

△ 거부자 

거부자란 기존의 정책의 변화를 위해 반드시 동의를 얻어야 하는 개인이나 집단행위자를 의미한다. 정책의 결정은 그 지점에서의 거부자들의 연속적인 찬성이 있어야한다. 따라서 거부자의 수가 많으면 현상유지를 변화시키는 개혁이 어려워진다. 

거부자에는 공식 거부자와 비공식거부자로 구분된다. 

공식 거부자는 법률안 거부권과 법률안 가결권등 공식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다. 이에는 대통령, 의회가 해당된다. 비공식거부자는 법률상 권한은 없지만 투표권과 집단의 세력을 통하여 거부권자의 역할을 행한다. 이에는 국민, 노조등이 포함된다.  

△상쇄관계

상쇄의 예는   한 정당이 다른 정당으로 하여금 자신들의 정책을 채택하게 하고, 이에 대한 보상으로  정부 내 직위에 대한 보상을 주는 거래를 들 수 있다. 

political competition으로도 불리는 상쇄에는 협상에 의한 합의형이 대표적이다. 즉 의회와 공무원노조간의 교환을 통한  협상이 상쇄관계의 전형이다. 


▣ 2000년 개혁 

정부는 연금법개정을 반대하는 공무원단체 측과 개정을 찬성하는 국민들의 의견을 적절히 조절하여 타협안을 만들어 낸다. 

2000년의 개혁의 시발은 1997년 외환위기이다.  외환위기 이후 정부의 구조개혁의 결과로 연금수급자가 증가하여 막대한 연금재정의 추가지출이 발생하였다. 연금기금은 1997년 말 6조2천억 원에서 2000년 말 1조2천억 원으로 크게 감소하였다. 

이에 정부는 공무원연금법개정을 위해 공무원연금제도개선기획단을 구성하여, 공무원과 국민을 대상으로 연금제도 개선의 필요성에 대한 적극적 홍보를 전개한다. 


◆ 거부자 분석 

2000년 당시 야당 한나라당이 여당 민주당보다 의석을 18석 더 점유하고 있었다. 따라서 야당이  거부자로서의 역할을 한다.  정부안과 한나라당이 모두 발의한 안을 통합 보완하여, 양자가 합의된 형태의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대통령은 정부안과 의원안의 절충된 안이 국회 본회의을 통과하였지만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남북교류 협력의 증진을  위한 사업의 원활한 진척을 위해 야당의 도움이 필요했던 것이다.

공무원노조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직장협의회등이 연금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를 설립하여 개혁에 반대를 하였다. 

공무원노조는 야당 한나라당과 발의의원등과 협의를 통하여 안을 확정하고, 이들을 통해 정부와 협상을 벌여 최종안을 통과시키기에 이른다. 


◆ 상쇄관계  

공무원노조와 의회와의 관계는 2000년 개정에서 상쇄 관계중의 핵심이다. 공대위안은 야당 의원 발의안에 그대로 반영되었다. 정부안에 규정이 없었던 정부보전과 책임준비금이 공대위와 야당 의원 발의안에 동시에 나타났고, 결국 이 규정이 최종합의안으로 결정된다. 공무원노조가 정부와 야당을 압박하여 자신들의 견해를 부분적으로 관철시킨 것이다. 

또한 대통령과 공대위에 일부 포섭된 의회와의 상쇄관계는 정책 공조를 보인다. 김대중정부는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다수당인 야당의 동의를 끌어내기 위해,  의회의 연금개혁안의 압박을 수용하게 된다. 

대통령과 국민간의 상쇄관계는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과의 형평성문제와 관련되어있다. 정부는 국민들의 공무원연금의개혁의 지지부진함에 대한 반발을 상쇄하기 위해 근로자들에게 근로소득자들의 특별공제 중 의료비공제한도액을  상향조정한다. 


▣ 2003년 개혁 

2003년 법개정의 단초는 2001년 이후 공무원보수인상률이 소비자물가변동률을 상회하여 퇴직 시기에 따른 연금액 격차가 심화되었기 때문이다. 

2000년 공무원연금법의 개정으로 연금액 조정방식이 보수연동제에서 물가연동제로 변경되었다. 이후 보수인상률이 물가상승률을 상회함에 따라 기존의 연금 수급자들의 불만이 크게 되었다. 

그러므로 2003년 공무원 연금개정에는  소비자물가변동률이 공무원보수변동률과 2%이상 차이가 날 경우, 각 연도별로 그 차이가 2%를 초과하지 않도록 조정하는 내용이 핵심이었다. 

하지만 외형상으로 물가연동제를 유지하면서 제도보완을 한 것으로 보일지 모르나, 실제로 보수연동제로 환원되었다. 


◆거부자 분석 

2003년 개혁은 여야가 최초로 협력을 통하여 정책의제를 법안으로 상정하였다. 2000년 개혁의 경우 야당인 한나라당이 주도하였으나, 2003년 개혁의 경우는 거부자로서의 역할을 담당하였던 야당과 여당이 협력하여 법안을 발의한 것이다.    

대통령은 그 당시 거부자로서의 역할은 미약하였다. 개정안이 2002년 10월에 이루어졌고, 이후 12월의 대통령선거를 거쳐 개정안은 이듬해 대통령 취임 하루 뒤에 의결되었다. 따라서 노무현 신임대통령은 이를 거부하기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공무원노조는 거부자로서의 적극적인 역할을 시작한다. 즉 대선이라는 중요시기에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시키기 위해 여야를 막론하고 포섭방식을 활용하였다. 


◆ 상쇄관계 

2003년 개혁의 상쇄관계는 주로 의회와 연금수급자인 공무원노조사이에서 발생하였다. 

2003년 개혁은 공무원노조라는 이익집단에 포획된 정치권에 의한 개혁이었다. 연금수급자들의 요구와 압력에 의하여 이들의 표를 의식한 여야 국회의원들이 연금수급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의원입법을 법제화한 것이다. 

즉 대통령선거라는 상황에서 정부의 입장은 전혀 반영되지 못하고, 공무원노조의 정치권들에 대한 포획으로 인한 개혁으로서, 전문성이 결여된 의원들에 의한 입법이 통과되었다. 

그 결과 국회의원들은 표를 획득하고, 연금수급자들은 자신들의 이윤극대화를 추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 이익집단정치 

민교수는 2000, 2003년 공무원연금 개혁이  구조적개혁으로 진행되지 못하고, 점진적 개선으로  이루어지게 된 배경은 이익집단정치에 있다고 결론 내린다. 

2000년의 개혁은 여소야대의 상황에서, 남북관계에 민감한 대통령과 공무원노조에 포섭된 야당 간의 상쇄작용에 의한 개혁이었다. 2003년 개혁은 공무원노조라는 이익집단에 포획된 정치권에 의한 개혁 이었다

결국  국민연금에 비하여 공무원연금 개혁이 힘들고, 재정안정화와 역행하는 방향으로 개혁이 나타난 것은  연금수급자와 의회와의 상쇄작용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국민연금과 달리 그 수혜자 집단인  공무원들의 영향력이 결집되어 의회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동시에 의회는 그들의 요구를 반영해 주는  반대급부로 자신들의 재선을 도모 할 수 있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