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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

[세월호 참사 : 심리치료② ] 대리외상은 밤의 보름달처럼... :대리외상과 이차적 외상스트레스

생존자들에게 심리적인 상실과 고통을 안겨 준 세월호 참사는 희생자들의 가족, 친구, 그리고 이 참극에 공감하는 일반 시민들에게도  극심한 고통과  무력감에 노출되게 하였다. 

이러한 외상사건으로 인한 심리적인 어려움은 비단 직접적으로 피해를 당한 이들에게만 그치지 않고, 타인의 외상사건을 목격한 사람, 희생자를 가족이나 친지로 둔 사람, 혹은 재난 발생후 구조나 봉사활동을 벌이는 실무자, 그리고 심리 치료사등 에게도  간접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이차적 외상 스트레스 (secondary traumatic stress: Figley) 혹은 대리외상 (vicarious traumatization: Pearman과 McCan)이라고 부른다. 


◆ 대리외상과 이차적 외상스트레스 

심리전문가들은 본인이 아닌 타인의 외상경험에 대해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간접적인 심리적 외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심리증상이 만성적으로 지속되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PTSD를 경험할 수 있다고 한다. 극심한 외상 사건을 경험하거나 목격했을 때, 혹은 가족이나 가까운 관계에 있는 사람의 예상치 못한 죽음을 겪었을 때, 이를 방치해 둘 경우 PTSD에 놓여진다는 것이다.

Figley는 1차 피해자와 가까운 관계에 있거나 이 사건에 깊이 공감하는 경우, 이 외상사건으로 인해 이차적인 심리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설명으로 그는 ‘이차적 희생’ 이라는 용어를 도입한다. 

그는 이차적 외상스트레스는  중요타인이 경험한 외상사건에 대한 지식으로 인해 특정한 증상을 보이는 스트레스 반응이라고 설명한다. 

Pearman과 McCan은 외상경험을 간접적으로 경험한 후 겪는 심리적 고통을 ‘대리 외상화’라는 용어로 설명한다.  외상경험에  간접 노출되어, 세상에 대한 신념과 가치관의  왜곡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일부 학자들은 이차적 외상스트레스와 대리외상을 구분하기도 한다.

이차적 외상스트레스는 타인의 외상경험에 대한 노출의 결과로 발생하는 PTSD증상과 유사한 증상이라고 언급한다. 반면에 대리외상은 외상경험에 대한 노출로 인해 전문가의 자신, 타인, 세계에 대한 관점이 왜곡되는 인지적구조의 변화현상이라고 설명한다. 


◆ 대리외상 →외상신념 → 이차적 외상스트레스 
 
PTSD등을 초래하는 이차적 외상스트레스의 메커니즘은  대리외상으로 인한 충격이 외상신념에 영향을 미치고, 이 외상신념으로 인해 이차적 외상스트레스가 발생한다고 설명된다.(김보경)

 Pearman과 McCan은 외상사건에 공감하게 되는 내적 경험의 전이현상인 대리외상은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자신, 타인, 그리고 세상에 대한 기본적인 틀을  붕괴시킨다고 말한다. 

이른바 ‘외상신념’이 형성된다는 것이다. 자기자신은 가치롭고 긍정적인 존재이며, 세상은 의미있고 공정하며 평화로운 곳이라는 신념과 일치되지 않는 사건을 경험하게 됨에 따라 , 이러한 부정적 정보의 입수로 자신의 기본적인 사고틀이 변형된다. 

 Pearman과 McCan은 이러한 외상사건의 간접경험자들의 인지적 구조가 뒤틀리는 대리외상신념에는 안전, 신뢰와 의존, 자존감, 친밀감, 힘과 통제라는 심리적 영역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자신이 어디에 있든지 안전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안전), 타인을 의심하며 타인이 자신을 배신할 것이라는 생각 (신뢰), 외상사건으로 인해 사람들은 대체로 괜찮다는 지각에 혼란과 자신의 자존감의 상실(자존감), 타인으로부터 상처 받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친밀감), 그리고 타인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능력(힘과 통제)등의 외상신념이 존재한다. 

이러한 대리외상신념이 형성됨에 따라 PTSD와 유사한 이차 외상스트레스가 발생한다. 

심장떨림의 신체적증상, 두려움·억울함·분노, 상실감 슬픔 정신적 충격, 이성에 대한 분노, 해리등의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실례로 미술로 심리치료를  하는 상담사들은 외상사건의 내담자들과의 접촉을 통해 대리외상으로 인한 이차 외상스트레스를  경험한다. 그들의 인터뷰는 생생한 심리적 고통을 잘 드러낸다.(손지연)

“지하철을 타고 나면서 생각이 나고, TV를 보면서도 문뜩 생각나고, 혼자 욕도 하면서 투덜거리고, 계속 혼자서 혼자 말을 많이 하는 거예요.”

“심장 떨림과 불면증이 반드시 와요. 거의 일주일 가까이 새벽 3~4시 까지 잠을 못 자고 밤에 막 제가 울었어요” 

“여러가지 감정들이 엉키고 흐트러지는 것 마음속에서 느껴졌으며, 제자리로 못돌아가고 흔들리고...”


◆ 대처  

외상경험이 있는 피해자에 공감적인 태도를 취하는 일반인들, 피해자와 동년배들, 그 희생자의 가족 친지, 희생자 구조자와 의료진, 그리고 심리 치료사등에서 발견되는 악몽 두려움 해리등의 PTSD와 유사한  이차적 외상스트레스는   직접 희생자들에 대한 대처 방식과 유사하다. 

그러므로 사회적지지 추구대처가 가장 바람직한 대처방식으로 꼽히고 있다. 본인의 입장이나 생각을 타인에게 피력하여 지지 받거나 관철시키려는 대처로, 주변인들에게 도움을 청하거나 의논하는 것이다. 가족구성원, 동료들, 지역사회 전문요원등 자신의 지지자들과 외상신념에 대해서 털어놓고 심리적 도움을 받는 것이다. 

그러므로 전문가들은 개인의 일시적인 스트레스 경감을 추구하는 정서적 대처는 피해야한다고 조언한다. 이를테면 음주, 흡연, 일탈행위등은 단기적 심리적 안정을 가져오나 다시 이러한 스트레스가 엄습한다고 경고한다. 따라서 타인과의 의논등, 사회적 지지자를 통한 장기적 대처가 우선시 된다. 

이에 대한 실례가 이차 외상 스트레스에 처해 있는 소방공무원들의 개입모델이다. 

우선 디퓨징이다. 소방공무원들은 개인적인 스트레스 요인들에 관한 화제를 교환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소방공무원들은 자신의 반응에 대한 이해를 도모할 수 있다. 

또한 심리적 디 브리핑이다. 이는 운동, 취미활동, 여행, 친구들과의 대화등으로  개인적인 스트레스 관리를 한다. 또한 짜고 매운 음식과 고지방 음식물 자제도 스트레스 대처방식의 일환이다. 


△자기효능감을 높이는 방법

특히 이차 외상스트레스의 경우 자기효능감이 높으면 스트레스완화에 도움이된다. 

자신의 능력에 대한 믿음을 의미하는 자기효능감은 불안을 잘 인식, 통제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자기효능감은 자신감, 자기조절효능감, 과제수준선호등의 하위요인들로 구성된다. 

자기효능감 이론을 개발한 Bandura는 자기 효능감을 높이는 몇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우선 자신의 가치와 능력에 대한 가치와 능력에 대한 개인의 확신은 지속적인 반복과 연습을 통해 늘릴 수 있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작업단위당 시간이 줄어드는 학습효과가 발생하고, 이러한 노력이 지속되면 자신감이 상승하게 된다. 결국 스트레스도 장기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간접 대리경험도 자기 효능감을 높일 수 있다. 영화, 연극, 독서는 시간 낭비가 아니라  자신감을 높이고 자기 목표를 적절히 설정하는데 도움이 된다. 

그리고 가족, 교사, 동료, 친구등의 언어적 설득도 중요하다. 기대등 자신감을 불어넣어 준다면 실제로 그 기대에 부응하는 결과가 얻어진다는 것이다. 피그말리온 이펙트이다. 


대리외상은 밤의 보름달처럼...

세월호 참사로 희생자들의 또래 청소년과 가족들, 그리고 이 사건에 깊이 공감하는 일반인들은  외상으로 인한 2차 스트레스에 놓여져 있다. 

그러므로 이러한 2차 외상스트레스의 피해자들의 심리치유는 그들의 원래의 삶으로의 회복이라는 절실함이 담겨있다. 

또한 권력자들에 대한 분노와 도덕적 해이를 범하는 기업들에 대한 불신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이제 이러한 집단에 대한 인식이 스트레스타이핑으로 고착화되고 있다. 안전 ,신뢰, 통제, 자존감이란 가치가 일거에 붕괴되어 있다. 

또한 인재는 공공성을 띠고 있고 있기 때문에 사회전체로 쉽게 전염되어 간다.  그러므로 사회의 복원력 자체가 상실될 위기이다. 

따라서  이러한 국민적 외상스트레스를 국가적으로 대처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근본적으로 국민들의 안전에 대한 믿음과 국가에 대한 신뢰를 회복시키는 것이 급선무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긍정적인 면도 있다. 전문가들은 국민들이 한결같이  생존자들이 살아 돌아오기를 갈망하였다.    국민들 간에 상호 물리적·정서적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또한 상처입은 자들에 대한 위로와 치유를 돕는 이타적인 사회가 보기 드물게 이번 사건으로 형성되었다. 

전문가들은 시민사회를 하나로 모으게 하는 이러한 이타적인 사회야 말로 우리 사회의 존속의 자양분이 된다고 강조한다. 이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방법을 시민사회에서 모색해야 할 것이다. 

외상스트레스에 대한  고통스럽지만 적극적인 치유와 극복은 새로운 삶에 대한 소망을 품게한다. 아침에 깨어 듣는 새소리와 풀잎에 맺힌 티 한점 없는  이슬의 영롱함에 세상의 아름다움을 진정으로 체험한다.  

 심리치유를 받는 한 미술치료 상담사의 고백은  외상스트레스의 고통이 새로운 성장을 위한 발판이 될 수 있음을 알려준다. 

“대리외상의 경험은 내담자로 하여금 나를 통찰 할 수 있게 하며, 그것은 캄캄한 밤일지라도 보름달이 밝아 나를 더욱 안정시킨다. 또한 낮의 태양이 나를 새롭고 활기차게 한다면, 밤의 달을 볼 수 있다는 것은 나를 더욱 충만하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