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양당의 보호무역기조 강화
11월 대선을 앞두고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은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민주당 소속인 바이든-해리스 행정부는 올해 5월 주요 전략 품목에 대한 대중국 301조 관세 인상안을 발표하여, 철강· 알루미늄의 경우 관세를 기존의 7.5%에서 25%으로, 전기차는 현행 25%에서 100%까지 인상하였습니다.
자칭 ‘관세맨’(Tariff Man)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10%의 보편관세, 60%의 대중 관세, 자동차에 대한 추가 관세를 내세웠습니다.
양당의 이러한 보호무역 기조의 강화는 러스트 벨트에 위치한 경합주 유권자들의 표심 잡기의 일환으로 이해되고 있습니다. 철강과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인 펜실베니아주와 미시간주등 경합주는 국내 산업보호를 중시하고 있어, 양당의 강경 보호무역주의가 선거전략에 유효하다는 판단에 근거한 것입니다.
◆ 수입규제조치 강화
그런데, 바이든-해리스 행정부가 관세인상 뿐만 아니라 각종수입규제조치를 강화하고 있는데, 이 조치는 한국의 수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구체적 수입 조치 강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신규조사 건수 증가 △반덤핑・상계관세 규정 강화 △일부 케이스에서 광범위한 조사대상 설정 △중국산 제품의 우회수출지로 한국 지목
특히 반덤핑・상계관세 규정 강화가 우리나라의 수출경쟁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 반덩핑· 상계관세 규정강화
개정된 반덤핑・상계관세 규정(’24.4월 시행)은 상무부의 덤핑 및 보조금 지급 판정을 용이하게 하여 조사 대상 기업에 더 높은 관세율이 부과되는 근거를 마련하였습니다.
특히 특별시장상황(PMS:Particular Market Situation)이 빈번히 활용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개정규정은 덤핑판정시 구성가격을 정상가격으로 간주하고 ‘정부의 무대응’(government inaction)도 원가왜곡의 원인으로 간주하였습니다.
(1) 덤핑판정시 구성가격을 정상가격으로 간주
PMS와 관련된 새 규정은 PMS판정을 내리는데 필요한 요건, 지침, 절차등을 표준화하였습니다.
개정 전에는 PMS관련 구체적 법적 지침이 없어, 상무부의 PMS판정이 국제무역법원(CIT)등에 의해 빈번히 번복되었습니다. CIT는 번복이유로 ‘PMS가 존재한다는 결정에 이르기 위해 충분한 증거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 것입니다.
이번 개정법률은 과거 법원이 내린 상무부의 PMS 판정의 번복을 참고하여, PMS판정의 기준을 새롭게 정립하였습니다.
우선 개정된 규정은 PMS를 판매기반의 PMS(Sales-based PMS)와 원가기반의 PMS(Cost-based PMS)로 구분하였습니다.
판매기반의 PMS란 수출국 자국 시장 내 판매 가격과 수입국인 미국 내 판매가격 간의 적절한 비교가 불가능한 상황을 말합니다. 예컨대 수출국 정부가 조사 대상 품목의 가격을 직접적으로 통제하여 자국 시장 내 상품가격을 공정하게 책정된 것으로 간주할 수 없을 경우, 이러한 상황은 판매기반 PMS에 해당됩니다.
원가기반 PMS란 조사대상 품목의 원재료, 제조, 기타공정의 원가가 왜곡된 상황을 의미합니다. 원가기반 PMS에 포함되는 예시에는, 정부 소유 또는 통제, 정부개입, 투입물에 대한 수출 제한, 투입물에 대한 수출세, 대상상품 또는 투입물 관련 정부의 재정지원, 재산권· 인권· 노동· 환경 관련 보호제도가 미비하거나 마련되지 않은 경우, 비경쟁적 합의· 가격담합· 독점· 과점과 같은 민간의 행위등이 포함됩니다.
앞의 PMS 정의에 기초하여, 이번 개정법령은 상무부의 판정 재량을 크게 높였습니다.
덤핑마진은 동종상품의 정상가격(Normal Value)과 수출가격(Export)을 비교하여 계산되는데, 덤핑판정의 기준이 되는 정상가격으로 수출국 내수 판매가격이 우선 고려됩니다.
그런데 이번 개정에선 수출국 내 PMS가 존재할 경우, 구성가격(Constructed Value)을 정상가격으로 간주하여 수출가격과 비교한다는 겁니다.
여기서 구성가격이란 조사대상기업이 제출한 회계장부를 토대로 생산원가에 합리적인 수준의 판매관리비, 이윤등을 고려하여 상무부가 직접 산정한 가격을 말합니다.
정리하면, 판매기반의 PMS에 대한 반덤핌판정에는 정상가격으로 구성가격이 사용될 수 있게 되었고, 원가기반의 PMS에 대한 반덤핑판정에는 구성가격 계산을 위해 합리적인 방법이 사용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2)‘정부의 무대응’(government inaction)
특히 이번 개정법령에 의해 상무부의 PMS판정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이유는 ‘정부의 무대응’(government inaction)이 원가왜곡의 원인으로 포함되었기 때문입니다.
(수출)정부의 대응은, 보조금 지급과 같은 정부의 대응(action)과 미국기업과 동일한 규정을 준수하지 않아 비용 측면에서 불공정을 초래하는 정부의 무대응(inaction)으로 구분됩니다.
이번 개정법령은 정부의 무대응도 정부의 대응과 마찬가지로 원가를 왜곡하는 요인으로 간주하였습니다.
예컨대, 기업에 부과된 수수료, 벌금, 과태료 등을 징수하지 않아 정부가 수익을 포기한 경우, 재산권· 인권· 노동권· 환경보호와 관련하여 불충분한 규제 시행등이 정부의 무대응에 포함됩니다.
◆ ‘정부 무대응’시 반덤핑과 상계관세율 산정 방법
이처럼 수출정부가 무대응할 경우, 이번 개정법령은 반덤핑과 상계관세율 산정을 다음과 같이 계산하도록 하였습니다.
(1) PMS 반덤핑 조사
반덤핑조사는 시장경제 반덤핑조사와 비시장경제 반덤핑조사로 구분됩니다. 비시장경제는 중국, 벨라루스, 베트남, 러시아등의 국가를 말합니다.
①시장경제의 반덤핑조사
개정법령은 조사 대상국 내 재산권· 인권· 노동권· 환경보호 관련 규제가 미비하거나 부재하여 생산원가의 왜곡이 있는 경우, 원가기반의 PMS판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즉 반덤핑판정시에 정상가격은 구성가격으로 대체될 수 있고, 이 구성가격 계산을 위해 합리적인 방법이 동원될 수 있다는 겁니다.
②비시장경제의 반덤핑조사
현재 비시장경제 국가의 내수가격은 정상가격으로 일절 인정되지 않고, 상무부가 선정한 대체국가의 생산요소가격이 정상가격으로 사용됩니다.
예를 들어 중국에 대한 덤핑 마진 산정에는 인도· 인도네시아등 제3국의 생산요소가격이 대체가격으로 이용되는 겁니다.
그런데 개정규정은 제3국의 재산권· 인권· 환경보호 관련 규제가 미비하거나 부재하여 대체가격이 왜곡된 경우에, 해당 대체가격을 제외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2)PMS 상계관세 조사
개정규정은, 정부무대응의 경우, 상계관세 조사에서 벤치마크 가격을 불인정하도록 하였습니다.
상계관세 조사에서 조사 당국인 상무부는 외국 정부가 해당국가 내 생산자에게 투입물을 적정가 미만으로 판매했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상무부는 일종의 정상가격, 즉 생산자가 해당 투입물에 대해 지급했어야 할 ‘벤치마크가격’을 결정해야 합니다.
현재 벤치마크 가격으로 제3국내 해당 투입물 거래가격이 활용됩니다. 개정법령은 벤치마크가격을 도출한 국가의 정부무대응 상황이 투입물 가격에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이 입증(이해관계자의 입증)되면, 상무부는 이 가격을 배제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 미국의 수입규제강화와 대응
이처럼 중국을 염두에 둔 수입규제 법제 강화로 인해, 우리나라 수출품이 높은 수준의 반덤핑・상계관세를 적용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수입규제 규정 개정으로 PMS에 대한 구체적 판단기준이 명문화되어 적용이 용이해졌으며, 정상가치 계산에 대한 상무부의 재량권이 광범위하게 설정되어 고율의 반덤핑관세가 부과될 수 있다는 겁니다.
무엇보다 이번 개정규정은, 재산권· 인권· 노동권· 환경보호 관련 규제가 미비하거나 부재한, 정부의 무대응을 생산원가를 왜곡하는 원인으로 규정한 것은 한국수출에 적지 않은 타격이 될 것으로 예측됩니다.
예컨대 생산과정에 온실가스배출량이 많은 수출품에 대해 정부무대응 요건을 적용하여, 상무부가 반덤핑 판정을 내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즉 상무부가 정부무대응을 빌미삼아 정상가격을 산정할 때 ‘합리적인 방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됨에 따라, 반덤핑 적용 범위가 넓어지거나 덤핑마진이 커질 수 있습니다. 미국의 수입규제 강화에 대해, 우리나라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새로운 길을 준비해야 할 이유입니다.
이 새로운 통로는 우리나라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 동반자협정’(Comprehensive and Progressive Trans-Pacific Partnership: CPTPP)의 가입입니다.
이러한 길을 걸어가는 과정에 적대적인 저항이 예상되지만, 우리나라의 CPTPP가입은 우리나라가 나아가야 할 필연적인 방향임에는 분명합니다.
<참고문헌>
이유진, 한아름, “대선을 앞두고 강화되고 있는 미국의 보호무역조치 내용과 영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