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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

[ 공직기강 ② ] 공직기강은 어떻게 확립되나? 율곡의 기강담론에 관하여

-경찰대의 지위재 가치를 낮추어야

나라의 治亂興亡의 관건은 무엇일까요? 사회의 어지러움이 다스려지지 않고  사회 구성원들의 안보가 훼손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조선조 시대의 석학 栗谷 이이는 나라의 혼란과 모순이 紀綱의 해이로 비롯되었다고 진단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기강확립의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였습니다.  


◆율곡의 현실 인식

율곡은 사회 혼란의 다스림과 국가 흥망의 관건은  기강의 확립에 있다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율곡이 살던 당시는 사림이 등장하여 새로운 정치를 시도하는 시기였지만, 공직사회는 건강성을 잃고 있었습니다. 

공직생활은 벼슬살이로 지칭되어 왔습니다. 따라서 공직자들은 머슴살이처럼 낮은 자세로 백성의 아픔에 공감하며 공익에 헌신하는 자세를 가지도록 요구받습니다.  

그러함에도 특히 의사결정과 명령을 내리는 고위 공직자들은  백성들의 어려움에 마음을 쏟기보다  정파의 이익, 개인의 이익을 먼저 쫓을 뿐이었습니다.   

대관들은 정파를 이루고 위에서 솔선수범대신 백성들 위에 군림하며 유유히 나태함을 즐겼고, 소관들은 밑에서 빈둥빈둥 지내며 공익보다 사익을 추구하고 있었습니다. 수령들은 윗사람들에게 아부하여 자신들의 명예와 이익을 얻는데 관심을 둘 뿐이었습니다. 

이처럼 당시 벼슬아치들은 공복이라는 마음가짐으로 백성을 위해 봉사 희생해야 한다는 공직자의 책임의식과는 아예 담을 쌓고, 백성들을 내려다보며 무사안일, 개인영달, 그리고 높은 지위 보전에 관심을 두었습니다.  

이렇다보니 백성들의 곤궁은 나날이 심해져 갔습니다. 

율곡은 이러한 공직자의 직무태만, 무사안일, 사익추구의 문제점을 지적합니다.  

“기강이란 나라를 건사하는 원기인데도 기강이 땅에 떨어져 있고, 백성은 나라를 지탱하는 근본인데도 백성들은 처신할 바를 잃고 있습니다. 기강이 땅에 떨어졌기 때문에 백관들이 벼슬자리를 태만히 하여 사사를 앞세우고 공사를 뒤로 미루며...”(栗谷全書 卷5)

이처럼 조선의 공직사회에 건강함이 사라진 현실에서, 율곡은 공직자들에게 공직윤리를 다시 일깨우고 백성을 어려움에서 구하기 위해선, 나라의 기강이 바로서야 한다고 인식했습니다. 사회의 건강성의 관건은 기강의 확립에 있다는  점을 이해한 겁니다. 


◆ 공직자의 도덕윤리

공직사회가 기강문란으로 백성들이 도탄에 빠져 있음을 인식한 율곡은 기강해이를 바로잡기 위한 정치개혁 방안을 제시합니다. 

그는 인간측면에서 공직자의 도덕적 자세를, 그리고  제도측면에서 시대에 적합한  법의 마련을 강조합니다. 

우선 율곡은 인간의 측면에서 바람직한 군주의 자세 및 공직자의 자세를 언급합니다. 

① 군주의 자세: 낮은 자세 
율곡은 기강을 진작시키기 위해서는  군주가 올바른 도덕적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임금이 大公至正한 道로써 위에 군림하고 있다면 紀綱은 스스로 정돈되고 조정은 정숙하게 될 것입니다. ” (栗谷全書 卷3)

“지금 전하의 책임은 기강을 진작시키고 백성을 편안히 하는데 있습니다. ....전하께옵서 진실로 하루아침에 각오를 새로이 하실 수 있으시어 위대한 뜻을 분발하여 公論을 쾌히 힘쓰시어(快從公論), 밝게 날로 새로워져서 구름이 흐르고 비가 내리듯 하게 된다면, 곧 어진 사람은 올바른 도를 행하려 하고...... 그러면 기강은 진작되기를 바라지 않아도 스스로 진작될 것이고 백성은 편안하게 되기를 바라지 않아도 자연히 편안하게 될 것입니다.” (栗谷全書 卷5)

이처럼 율곡은 군주의 올바른 마음가짐이 기강을 확립시키는 선결 요인으로 보았습니다. 여기서 군주의 올바른 마음가짐은 우물에서 물을 긷는 이치와 유사합니다. 

우물의 효용은 물을 얻는데 있습니다. 우물의 이용은 공손하게 아래로 낮추어 겸허하게 위로 떠올리는 것입니다. 이러한 자세가 우물의 물을 맛볼 수 있게 합니다.  

군주의 자세도 이와 같습니다. 율곡은 군주가 낮은 자세로 공중의 의견을 경청하고  공손하게 快從公論의 마음가짐을 가질 때 기강은 확립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② 군주의 자세: 공정한 인사관리
율곡이 기강을 확립하기 위한 방법으로 제시한 또 다른 처방은 군주가 상벌을 공정히 하고 인사관리를 합리적으로 시행하는 것입니다. 

“반드시 임금이 먼저 뜻을 정하여 학문을 바르게 하고 몸을 성실히 하며, 호령을 발하고 일을 거행하는 것이 순수하게 大公至正한 도에서 나오지 않는 것이 없어야 합니다.” (栗谷全書 卷25)

“기강은 법령과 형벌로써 억지로 세울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조정에서 착한 것을 착하다 하고, 악한 것을 악하다 하여 공정함을 얻어 私情이 행하지 아니하여야 만 기강이 서는 것입니다.”(栗谷全書 卷29)

“기강의 정돈은 ..... 관리의 등용과 좌천을 합당하게 하고 상과 벌을 반드시 진실하게 하는데 달려 있을 따름입니다.”(栗谷全書 卷3)

이처럼 정치를 함에 있어 공정하게 업무를 처리하여 업무의 결정에 私情이 개입되지 않으며, 공직자의 등용과 좌천을 大公至正(극히 공정하고 지극히 정의로움)의 도로 할 때 기강이 서게 된다고 율곡은 강조합니다.  

즉 공에 합당한 상이 주어지고 죄에 맞는 벌이 내려져 정의가 확립되고 불의가 배척되어야 함을 강조하였습니다. 

결국 기강의 확립은 군주가 대공지정의 도로, 私情을 정치에 개입하지 않고 상벌을 공정하게 할 때 이루어진다고 율곡은 지적합니다. 

③ 공직자들의 자세 
율곡은 군주뿐만 아니라 백관들의 솔선수범이 기강확립의 주요요소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은 원리처럼 지도층이 먼저 솔선수범하여 백성들에게 신뢰감을 얻도록 해야 한다. 빈 말로 아무리 떠들어대도 소용없는 일이다.”

이처럼 공직자는 남보다 앞서 행하고 모범을 보여야 백성으로부터 신뢰를 얻게 됩니다. 

이는 공직자가 사명의식으로, 앞서 나아가 백성의 기대를 충족시켜주는 ‘열정’을 구비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공직자가 백성의 뜻에 적극 대응할 뿐만 아니라, 국민의 요구가 아직 구체화되기 전이라도 바람직한 상황을 미리 만들어내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겁니다. 

따라서 공직자가 무사안일과 적당주의에 빠져 현실을 정태적으로 또는 적응적으로만 기대하여 위기의 변동성을 민감하게 합리적으로 예측하지 못한다면, 공직기강은 문란해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기강의 해이가 백성들의 어려움과 피해로 이어지게 됩니다.   

결국 공직자는  합리적 기대로 앞일을 예측하고 남보다 앞장서서 미리 위기에 대비하는 예견적 열정을 보일 때, 기강은 제대로 작동되어 사회 구성원의 피해는 최소화 될 수 있습니다.  


◆ 제도 개혁 

율곡은 공직기강 확립을 위해 도덕적 측면뿐만 아니라 제도개혁의 필요성을 피력합니다.  

그는 ‘법이 오래되면 폐단을 낳는다.’고 설파하면서 오래된 법률을 현실에 맞게 고치고 제도나 기구도 새 시대에 대응할 수 있도록 개선할 것을 주장합니다. 

개혁은 우물을 고치는 것과 비유될 수 있습니다. 

우물물도 오랫동안 갈지 않으면 오래 고여서 물이 썩게 되므로 갈아야 하며, 우물은 때때로 뜯어 고쳐 청결하게 해야 합니다. 우물은 끊임없이 새로운 물을 솟구쳐 오르게 하여 혁신을 해야 하고 끊임없이 물을 길어 올려서 더욱 새롭게 변동을 주어야 한다는 겁니다. 

이처럼 율곡은 백성의 어려움은 제도가 개혁되지 못한데 있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옛것이 모두 물러가고 오직 새롭게 깨끗한 것이 다시 나와야 새 희망을 얻게 된다고 지적합니다. 


◆ 수기치인과 제도개혁

조선조 정치사회에서 기강담론은 500여년 동안 장기간 조선조 사회를 지속시키고 지탱하는 버팀목 구실을 하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기강담론이 현재의 한국사회에서도 충분히 적용 가능할지 검토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①기질의 통제, 가능한가?
율곡은 사회의 안정과 혼란 그리고 국가의 흥함과 망함(治亂興亡)은 기강의 확립여부에 달려있다고 이해하였습니다. 

즉 공직자들이 기존제도의 틀 속에서 무사안일과 적당주의에 안주하고, 예견적 선견적 열정을 갖추지 못하면, 이러한 기강해이는 사회의 혼란을 초래한다고 보았습니다.   

율곡은 이러한 피해를 막기 위해선 공직자들의 기질이 변화되어 본연의 선으로 향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한마디로 공직자들의 적극적 공직윤리(공무 충실성)를 강조한 것입니다. 

이는 그의 사상인 理氣不相離(이와 기는 분리되지 않는다)의 입장과 관련됩니다. 

율곡은 氣(기질, 힘, 에너지)가 理(이성과 도덕)에 제어를 받지 않으면 맹목적 충동으로 흐를 위험이 높다고 내다보았습니다. 따라서 氣는 정신적이고 도덕적인 理에 의해 통제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이러한 논리의 전개에는 무리함이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과연 현대 공직자들의 본능적이고 원시적인 氣가 理에 의해 통제될 수 있는가라는 점입니다. 

물론 유교에서 강조하는 修己治人의 논리가 적용된다면 충분히 기질은 통제될 수 있을 것입니다.  자신의 몸과 마음을 닦는 수양을 완성하고 사회적으로 실천한다는 수기치인의 의미를 고려하면, 수기치인이 정치사회 질서 확립에 관한 제반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과연 자신의 마음을 수양하는 공직자들이 얼마나 존재하는가에는 의문부호가 찍 힐 수 밖에 없습니다. 

사서삼경을 읽고 마음을 수양했던 조선조의 고관대작들도 조선후기에 접어들어 무사안일과 적당주의에 빠져 공직기강을 문란하게 했는데, 바른 눈과 공정한 태도 대신 암기력과 순발력만으로 시험에 합격한 현대 공직자들이 과연 理에 의해 기질을 변화시킬 수 있을지에는 의심을 품을 수 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기질의 통제는 결국 율곡이 주창한 제도의 개혁에 빚질 수 밖 에 없습니다. 

새 시대에 부합하는 새로운 제도가 유인책이 되어, 이것이 공직자들의 의식구조를 변경시킬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우물공사를 새로 해야 할 시점에 이른 겁니다. 

②경찰대의 개혁
예컨대 경찰수뇌부들의 무사안일과 태평한 태도는 그들이 손쉬운 상승코스에 올라탔기 때문으로 이해됩니다.  

이들은 대체로 경찰대 출신입니다. 학비 부담 없이 4년간 국비로 공부하고 졸업 후 경위 계급으로 자동 임용되며, 상대적으로 어려움 없이 승승장구하여 고위직을 독점하였습니다. 

그렇다보니 이들은 시민의 기대에 열정적으로 부응할 유인이 전혀 발견되지 않습니다. 앞으로의 상황을 예견하여 대비하는 골치 아픈 업무에는 몰두하지 않게 되어, 실질적으로 부작위, 직무태만, 무사안일에 빠질 개연성이 높습니다.

그렇다고 현재의 경찰 고위직들의 자세와 기질을 수양을 통해 통제하는 것은 사실상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수 십 년 간 체화된 무사안일을 바꾸는 도덕적 理를 그들에게서 찾을 수 있을지 의문시 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핵심은 앞으로 경찰대를 졸업하여 고위직에 나설 이들에게 도덕적 열정을 불어넣는 것에 있습니다. 

이는 시장원리를 경찰대 운영에 적용하는 것입니다. 

현재 경찰대 입학은 소수에게만 주어지는 지위재(positional goods)가 되고 있는데, 개혁은 현재 경찰대의 지위재의 가치를 낮추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입니다.  

우선 경찰대 개혁안으로 제시된 것처럼, 학비 전액지원 제도 폐지, 군 전환 복무 폐지가 시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현재 50명의편입생체제를 변경하여 편입생 50명(경찰관 편입 50명, 일반대학 졸업생 50명)을 추가하는 제도로의 변경이 요구됩니다. 

이를 통해 경찰 졸업생들 간에 선의의 경쟁이 발생하도록 유도하여, 시민과 소통하고 시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경찰을 선발하여  고위직으로 임명하는 제도가 도입되어야 할 것입니다.   

결국 이러한 제도 개혁이 공직윤리를 바르게 세우고 국가기강을 확립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기강은 국가의 명맥이다. 기강이 정돈되어 있으면 모든 일이 스스로 잘 정리되고 기강이 문란하면 백가지 법도가 모두 허물어진다.” (栗谷全書 卷3)


<참고문헌>
류성렬, “국민을 섬기는 공직자로서의 율곡의 실천모범”
최병덕, “율곡이이의 기강에 대한 인식과 정치개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