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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

[ 자유 ]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의 이분법 극복해야

강남 ‘비키니 라이딩 커플’이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최근 강남 한 복판에서  상의를 탈의한 채 오토바이 라이딩을 즐긴 남성과 노출이 심한  비키니 차림으로 그의 뒤에 탑승한 여성이 경범죄처벌법상 과다노출 혐의로 입건되어, 19일 경찰 소환조사를 받았습니다.  

그들에 대한 경찰의 입건과 조사에 대해,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습니다. 

수영복이지만 중요 신체부위가 노출되지 않았는데 경찰 수사는 과하다는 지적이 있는 반면, 수영장에서 비키니를 입는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데 TPO를 어긴 것이 문제라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문제의 바이크 남성은 “자유롭게 바이크를 타고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결국 과다 노출한 바이크 남녀 논란의 초점은 자유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맞추어져 있습니다.   


◆ 자유란?

자유의 이해는 자유를 구성하는 요소와 이들의 관계에 대한 파악으로 시작됩니다.  

이와 관련하여 맥칼럼(MacCallum, Gerald C.)은 자유의 세 가지 변수로 행위자(agents), 제약조건(preventing conditions), 행위(actions)를 제시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三價관계를 통해서 자유개념을 주장합니다. 

그의 자유 공식은 이렇습니다. 

‘x is (is not) free from y to do (not do) z.’ (행위자 x는 y라는 제약과 간섭으로부터 자유롭게 되어, z라는 목적을 행하게 된다.) 

이 공식에 따르면 결국 자유란 z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y라는 방해물로부터 해방되는 것을 말합니다. 


◆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 



또한 맥칼럼의 자유 공식의 의미는 ‘free from’을 강조할 것인가 혹은 ‘free to verb’에 관심을  둘 것 인가라는 두 관점으로 구분 될 수 있습니다.

우선 ‘free from’(무엇으로부터의 자유)은 소극적 자유로, 그리고 ‘free to verb’(무엇을 행하기 위한 자유)는 적극적 자유로 불릴 수 있습니다.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의 개념은  영국의 철학자인 이사야 벌린(Isaiah Berlin)의 ‘자유의 두 가지 개념’의 강연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벌린은 소극적 자유를 ‘간섭의 부재’로, 적극적 자유를 ‘자기지배’로 정의하였습니다. 


◆ 소극적 자유 vs 적극적 자유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의 개념 차이는, 인간의 본질에 기초한 자유의 가치에 대한 두 입장 차이와 연관되어 있습니다. 

즉 자유의 가치가 사람들에게 만족과 행복을 안겨주는데 있다면, 이러한 행복의 원천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인간의 본질에 따른 두 입장의 차이로 구분됩니다. 

①소극적 자유
우선 사람들의 본질은 욕구충족에 있고, 욕구가 충족될 때  사람들은 행복을 느낀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공리주의 사상이 이러한 입장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이 견해에 따르면, 자유는 욕구충족의 수단이 됩니다.  효용의 극대화를 위한 조건이 자유라는 겁니다.  

즉 ‘하고 싶은 일을 하고 하기 싫은 일은 안하며, 먹고 싶을 때 먹고, 놀고 싶을 때 놀고, 자기 멋에 살며 자기 멋대로 옷을 입고 몸을 단장’하는 자유를 가질 때, 사람들은 행복을 느낀다는 겁니다.  (헌재 1997.3.27. 96헌가11)

이러한 자유는 제약으로부터 해방되어 선택을 통해 자기를 창조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자기 결정성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예컨대 미국 사회의 pro-life, pro-choice 논쟁에서 낙태를 찬성하는 pro-choice 지지자들이 자기 결정성에 기초한 소극적 자유를 강력히 지지합니다. 또한 앞의 바이크 라이딩 커플도 ‘자기 멋에 살고 자기 멋대로 옷을 입는’ 소극적 자유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추측됩니다. 

이처럼 소극적 자유에 따르면,  인간이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는 인간의 욕구를 충족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 사회적 집단적 사고의 강제로부터 해방되어 선택을 할 수 있을 때, 창조는 이루어집니다. 

②적극적 자유 
인간이 추구하는 가치와 관련하여, 인간의 본질은 자기 성장에 있고, 이러한 자기실현을 추구할 때 인간은 행복을 느낀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여기서 자기 실현이란 각자 고유의 잠재력을 실현하는 것으로, 이성적 영혼을 만족시켜주는 가치로운 삶을 추구하는 것을 말합니다. 

자유를 강조한 사상가로 알려진 존 스튜어트 밀도, 인간 본성은 모든 면에서 성장하는 나무와 같다고 지적합니다. 평생 가꾸어야 할 가장 중요한 작품은 그 자신이라는 겁니다. 

적극적 자유는 이러한 자기실현, 자기성장과 맞닿아 있습니다.  자유는 자기실현의 조건이 되는 것입니다. 

자기실현과 자기성장은 이를 방해하는 제약들을 뛰어넘어 잠재력을 힘과 역량으로 현실화 할 때, 달성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역량이 적극적 자유입니다. 

결국 인간이 자유를 누려야 하는 것은 성장하기 위한  조건을 얻기 위함입니다. 

여기서 역량에는  개인의 역량과 인간의 상호성을 포함합니다.  

진리추구에 대한 열망, 관찰력, 추리력, 판단력, 활동력, 자제력을 키워 나갈 때, 역량은 쌓여가고, 이러한 역량이 자유가 되어 성장과 자기완성을 이끌게 됩니다. 

또한 인간의 상호성을 향상시켜,  인생전망에서 운등 우연성의 편향이 최소화된 사회에 동의할 때,  연대와 협동의 가치가 내면화 되어, 자기 역량이 축적되게 됩니다. 

이처럼 적극적 자유에 따르면, 내면의 저급한 욕망과 싸우며, 불운과 역경을 딛고 역량을 쌓아가는 것이 자유입니다. 또한 인간의 상호성에 대한 민감함으로 협동의 역량이 축적 될 때, 자유의 문은 활짝 열리게 됩니다. 그리고 그 문을 통과 할 때 인간의 자기 실현은 완성되어 갑니다.   


◆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의 융화

자유는 ‘무엇으로부터(from) 무엇을 할(to)’이라는 관계로 이루어집니다. free from과 to의 관계는 형식적으로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의 구분을 요하지 않습니다. 

단 의미상 구분은 이루어지는데, 소극적 자유가 외부적 간섭과 강제로부터의 자유를 말한다면, 적극적 자유는 외부적 장애물 뿐만 아니라 내적 장애로부터의 자유를 의미합니다. 

그런데 소극적자유와 적극적 자유는 단절보다 융화를 요구합니다. 

소극적 자유는 외부의 간섭으로부터 해방되어 자신을 창조하는데 기여합니다. 하지만 소극적 자유는 개인의 창조에만 몰두한 나머지, 사회 진화론적 적자생존의 법칙을 추종하게 되어 모든 사람들이 누려야 할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훼손시킬 우려를 자아냅니다. 

또한 적극적 자유는 제멋대로의 욕망을 극복하고 내면의 역량을 충족시켜 자기실현을 달성하는데 기여합니다.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는 외침이 강조되는 이유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자기지배가 개인으로부터 사회적 전체로 확장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즉 개인에게 강조되는 사회적 상호성이라는 역량이 집단의 단일한 의지로 전환되어, 공동체 전체의 구성원들에게 강요될 수 있습니다.  예컨대  높은 가치 추구를 통해 자아실현을 바라는 이들, 특히 정치리더들이 ‘자신들의 기획을  사회화’하려 한다는 겁니다. 

공동체적 도덕적 가치가 국가사회주의, 전체주의, 집산주의로 전락 되었다는 것은 역사가 입증해 온 바대로입니다. 

따라서 자유를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로 이분화하는 사고는 각각 사회의 상호성과 개인의 창조성을 훼손시킬 수 있습니다. 이 둘을 융화하는 시도가 요구되는 이유입니다. 

이를테면, 비키니 라이딩 커플의 과다 노출은 억제된 제약을 벗고 자신의 창조성을 꿈꾸는 시도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덧붙여 이러한 ‘해방’이 또 다른 사회 구성원의 존엄과 사회의 질서를 손상시키는 힘으로 발휘될 수도 있다는 점을 이 커플은 복장 선택에서 고려했어야 합니다. 

또한 가치로운 삶을 추구하며 공동체의 좋음을 우선시하는 이들은 그 좋음이 ‘좋은 것들의 독재’에 빠져들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결국 자율과 주체성은 일단 선이라는 점을 인정한 가운데, 이러한 자유의 한계를 조화와 상호성으로 보완해가는 노력 또한 게을리 하지 않을 때, 개인의 성장과 사회의 발전이 동시적으로 달성될 것입니다. 

(자율의 기반위에 상호성을 쌓고자 하는 의지는 여전히 여성은 가사노동이라는 기능에 충실한 존재라는 고정관념을 깨는 노력에 적용해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시도는  여성가족부가 폐지대신, 양성평등 가족부 또는 인구 가족 양성평등부로 확대 개편되어야한다는 지적과 맞닿아 있습니다. )


<참고문헌>
안준홍,“이사야 벌린의 소득적 자유론과 한국헌법 제10조”
이창희,“적극적 자유-밀과 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