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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

[ 기본소득 ] 기본소득은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나?

-“일하기를 싫어하는 사람은 먹지도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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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까지 사회정책에서 가장 논란이 되어 왔던 주제는 기본소득이었습니다. 

기본소득은 무엇보다 비정규직, 파견직, 실업자등 불안정한 고용 노동 상황에 놓여 있는  프레카리아트들의 삶을 개선해 보겠다는 노력의 일환으로 고려되어왔습니다. 

그런데 사회보장제도의 하나로 논의되어 온 (좌파)기본소득의 관심은 사람들이 좀 더 안정된 삶을 영위하기 위해 국가는 어떠한 복지정책을 도입해야 하는가에 있기보다  자본주의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모순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기본소득은 노동이 자기결정권에서 벗어난 소외된 모습으로 나타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본소득은 사회적으로 필요한 노동의 분배등 핵심적 문제를 외면하고 있습니다.   


◆ 노동과 인간 소외



맑스의 관점에서 보면, 노동은 인간의 소외를 초래합니다. 인간의 소외란 ‘통제력의 상실’을 뜻하는 것으로, 인간이  외부세력에 의해 관계가 종속되어 자기결정권을 보장받지 못하게 된 상태를 말합니다.

노동의 소외에 대한 대표적인 예가 2016년 5월 발생한 구의역 스크린 도어 사망사고입니다.  노동과정으로부터의 소외를 의미하는 이 사례는 노동자가 기계의 방식과 속도에 종속되어, 노동과정을 통제하지 못하고 오히려 기계가 노동자를 다스린 상황을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처럼  열악한 노동환경에 처해 있는 노동자들은 노동과정을 적대적 대립물로 받아들이게 되어, 노동과정으로부터의 소외에 직면하게 됩니다. 

따라서 이러한 위치에 놓여 있는 노동자들은 노동을 탈출해야 되는 적대적 대상으로 이해하게 됩니다. 일부 노동자들이 노동의 해방을 꿈꾸게 되는 이유입니다. 


◆ 노동해방과 기본소득

그런데 노동으로 인한 소외를 초래하는 종속적 노동에서의 해방을 주장하는 이들은 어떻게 그 목표를 달성하고자 할까요? 

그 수단의 하나가 기본소득의 도입입니다. 

기본소득론자들은 일반적으로 기본소득을 “사회적 종속 관계로부터 자기결정에 의한 이탈 혹은 그러한 모순에 대한 도전이라는 개별적 선택에 대한 복지국가적 보장의 급진화”로 이해합니다. (임운택) 즉  ‘임노동에 대한 강요로부터 인간의 해방’을 기본소득과 결합하고자 합니다. 

그렇다면 기본소득이 어떻게 노동자들을 자기결정권을 상실한 종속노동에서 이탈시켜주는 걸까요?  

기본소득론자들은 기본소득이 노동과 소득을 분리시켜, 노동해방을 가능하게 한다고 주장합니다.  

기본소득은 국가등의 정치공동체가 모든 구성원에게, 아무 조건 없이,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소득을 의미합니다.  

기본소득 정의에서 특히 강조되는 부분은 무조건성입니다. 자산조사나 노동에 대한 요구등과 같은 특정 조건과 무관하게 현금등을 지급한다는 점이 기본소득의 핵심을 이루고 있습니다.  

따라서 노동에 대한 대가 없이 소득을 지급함으로써 임노동관계는 단절되어, 사람들은 소외를 초래하는 종속노동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는 겁니다.  
 

◆ 기본소득의 문제들 

하지만 노동해방, 탈임노동을 목표로 하는 기본소득은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우선 기본소득정책이 탈임노동을 강조한다면, 사회적으로 필요한 노동은 도대체 누가 수행하는가라는 문제가 등장하게 됩니다. 노동과 무관하게 소득을 지급한다면, 누가 자동차· 버스· 배를 만들고, 누가 집· 도로· 건물을 짓고, 누가 학생들을 가르치고, 누가 환자를 치료하는가라는 노동의 배분 문제가 나타나는 것입니다. (임운택)

특히 기본소득의 재원은 임노동으로부터 비롯되는데,  임노동이 탈노동이 된다면 기본소득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문제가 기본소득정책에서 모순으로 부각됩니다. 


◆ 노동의 본질 

무엇보다 기본소득은 노동의 본질을 부정하는 태도이며 인간의 존재가치의 근거까지 흔드는 반노동적 인식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노동의 본질은 무엇일까요?

우리는 과제와 업무등에 몰두하고 있을 때 끼니를 거르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를 지켜보는 주변 사람들은 ‘다 먹자고 하는 짓인데, 뭐 좀 먹고 나서 일해’라고 말하곤 합니다. 

농담 아닌 진담처럼 들리는 이 말에는 ‘노동은 단지 생계수단을 확보하는 수단적 활동이다’라는 노동의 수고가 담겨 있습니다. 노동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화폐나 재화를 획득하기 위한 활동이 고통스럽고 힘든 일이 된 것입니다. 

하지만 땀 흘리는 노동은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본질적 속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노동은 자연에 힘을 가해 창조적인 무엇을 만들어 내는 자아실현의 활동이며,  사회에 유익한 것을 생산해내는 소명적 활동이며,  인간의 존재 가치를 확인해주는 수단적 활동입니다. 이처럼 노동은 인간다운 삶을 실현하는 데 근본적 동인이 됩니다.   

인간의 게으름, 노동으로부터의 해방등은 우리가 늘 깨어 경계해야 할 적이라는 점에 민감해야 할 이유입니다.   

결국 노동의 본질이 노동의 윤리와 소명과 연결되어 있다면, 반노동적 성격을 지닌 기본소득은 인간의 가치 실현의 성스러운 수단을 빼앗은 행위로 해석됩니다. 


◆자기결정권을 보장받기 위해

그렇다면 자기결정권을 획득하며, 자아를 실현하고, 노동의 소명을 완수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요? 

이는 기본소득이 아닌 노동의 권리를 보장받는 것입니다. 즉 노동시간의 단축, 노동환경의 개선, 노동시장 이중구조 타파등 노동에 대한 권리를 요구하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노동을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한 가치 있는 활동으로 인식할 때, 우리는 자기결정권을 보장받기 위한 노력의 큰 발걸음을  내딛은 것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데살로니가후서 저자(저자가 바울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음)는 이렇게 말합니다.  

“일하기를 싫어하는 사람은 먹지도 말라”(데살로니가후서 3:10) 


<참고문헌>
임운택(2020), “기본소득은 진정 노동의 해방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