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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커피이야기] ‘커피는 심리로 마신다'

-실체가 현상을 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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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가 보이는 아름다운 리조트 앞에 푸른 바다와 멋진 백사장이 펼쳐져 있다. 당신 옆에는 사랑하는 사람이 누워 있다. 그리고 그와 한 잔의 커피를 마신다. 그런데 그 커피는 싸구려 커피에 쓴 맛이 진하고 설탕이 듬뿍 들어있는 로부스타 커피이다. 그 커피는 어떤 맛이 날까?

커피 맛은 무엇에 좌우되는 걸까?  

상식적으로 커피 성분이 좋으면 커피 맛도 좋을 것으로 판단 할 수 있다. 즉 고급원두인 아라비카로 로스팅 된 커피가 로부스타 커피보다 더 맛있다고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인식에는 커피 맛은 성분 때문에 느껴진다는 상식이 자리하고 있다. 

그런데 심리적 상태가 커피 맛을 좌우한다는 연구 (「김수진 정승호 (2018) “심리적 상태에 따른 커피 맛의 변화에 관한 연구”」)는 상식을 전복시킴으로 흥미롭다. 

정말 로부스타 커피를 마시고 있어도 심리 예컨대 행복감을 느끼고 있을 때, 로부스타 커피의 맛은 아라비카 커피 맛처럼 느껴질까? 

( ▷ 이 글은 <김수진 정승호 (2018) >논문의 요약입니다. ) 


◆ 취향과 커피 선호

사람들은 취향에 따라  커피 선호를 달리한다. 자신의 취향에 맞는 커피 성분을 택하거나, 성분에 첨가되는 우유와 물등을 조절하여 커피를 즐긴다. 

어떤 이는 부드럽고 중립적인 향을 풍기는 커피를 좋아한다. 이런 커피는 대체로 신맛이 약하여, 마시기 무난한 커피로 평가되고 있다.  
반면 커피 마니아들은 신맛이 강한 커피를 선호하기도 한다. 과일향이 나는 이런 커피는 지루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 나라에 따른 독특한 커피선호

나라와 민족에 따라 커피 선호는 달라지기도 한다. 

커피산지의 명가, 콜롬비아에는 블랙커피에 사탕수수 설탕을 넣어 먹는 ‘틴토’(tinto)가 빠지지 않는다. 친구를 우연히 길에서 마주쳤을 때 “토마모스 운 틴토”(tomamos un tinto:커피 한잔 하자)라는 인사말을 건넬 만큼, 콜롬비아인 들은 틴토를 즐긴다. 틴토는 강한 로스팅으로 인한 강한 쓴맛, 다량의 카페인, 설탕에 의한 강한 단맛을 지니고 있다. 

브라질에는 도시의 중산층이 즐겨 마시는 ‘카페지뉴’(cafezinho)와 많은 사람들이 찾는 ‘카페 콘 레체’라는 커피가 잘 알려져 있다. 카페지뉴는 양이 적고 진한 커피인 반면, 카페 콘 레체는 커피와 우유를 반씩 섞은 무난한 커피이다. 

푸에르토리코에서는  소량의 진한 에스프레소에 우유를 살짝 넣은 코르타도(cortado)가 인기 있다. 구아야베라(guayabera) 셔츠를 시원하게 차려 입은 이들이 공원에서 코로타도를 앞에 두고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곧잘 발견된다. 

(기자 주 : 구아야베라는 쿠바셔츠로 불리기도 하는데, 쿠바를 비롯하여 카리브해 인근 국가등에서 무더운 여름에 입는 가벼운 면이나 린넨 소재로 제작된 셔츠를 말한다. 셔츠 전면에 네 개의 포켓을 포함하고 있는 구아야베라는 양복대신 착용하고 나올 만큼 격식 있는 자리에서도 통용된다. 구아야베라라는 이름은 구아바를 재배하던 농부가 아내에게 구아바를 넣을 주머니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한 것에서 유래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일본인들은 쓰고 풍미가 강한 로부스타 커피보다 신맛이 약한 아라비카를 좋아한다. 특히 부드러운 콜롬비아 커피를 선호한다. 품질 좋은 아라비카를 대량으로 우려낸 후 캔 커피로 만든 다음, 여름에는 차게 겨울에는 따뜻하게 마신다.     

이처럼 사람들은  자신이 즐기는 커피의 성분을 택하고 성분에 첨가되는 우유등을 조절하여, 자신의 취향에 맞는 커피를 마시고 즐긴다.


◆ 성분이 아닌 심리가 커피 맛을 좌우

              (출처 : 보약커피 제조공장)

그런데 성분이 아닌 심리적 상태에 따라 커피 맛이 달라질 수 있을까?

심리가 커피 맛에 영향을 미친다면, 질 좋은 아라비카종으로 만든 커피가 모든 사람들의 입맛을 즐겁게 할 수 있다고 단언 할 수 없으며, 질 낮은 로부스타종으로 만든 커피는 맛없는 커피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 

이 주장의 근거는 이렇다.

서울에 위치한 커피 전문점을 운영하는 바리스타 27명을 대상으로 커피가 맛보다 심리적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한 실험이 아름다운 콜롬비아 커피 농장에서 행해졌다. 

바리스타들에게  커피의 종을 알려 주지 않은 채 값싼 로부스타 커피를 마시게 한 후, 커피 맛을 물었다.  놀랍게도 피실험자들은 값싼 로부스타 커피를 고급 콜롬비아산 아라비카 종으로 인식하였다. 

카페인 함유량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도 피실험자들은 카페인이 다른 커피에 비해 적은 것 같다고 대답했다. 제공된 커피가 고급 아라비카 커피라는 착각이 카페인 역시 적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한 것이다. 

다시 브라질 농장에서 앞의 동일한 가설을 실험하였다. 

이번에도 콜롬비아 농장에서의 방법대로 피실험자에게  로부스타 커피를 마시게 하였다.  그리고 지금 마시는 커피와 콜롬비아에서 마셨던  커피 맛과의 차이를 물었다. 

놀랍게도 피실험자들은 브라질 농장에서 시음한 커피가 아라비카라고 밝혀진 콜롬비아 커피보다, 카페인의 차이· 부드러움의 차이· 커피 질의 차이 ·향의 차이등 모든 면에서 우수하다고 평가하였다. 

이처럼 피실험자들이 오판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긍정적인 마음의 효과 덕분이다. 아름다운 콜롬비아 농장에서 느끼는 행복감이 쓴 맛이 진하고 질 낮은 로부스타 커피를 향기로운 고급 아라비카 커피로 변모시킨 것이다. 

결국 커피 맛은 성분이라는 현상보다 심리적 믿음에 따라 최고급 커피가 되기도 하고 질 낮은 커피가 되기도 한다. 


◆ 현상보다 믿음이 커피 맛을 결정

‘커피는 심리로 마신다.’ 

이는 현상이 아닌, 믿음의 상태가 커피 맛을 결정한다는 뜻이다.  

예컨대 사랑하는 사람과 마시는 커피 맛이 혼자 마시는 커피 맛보다 더 좋을 수 있고, 새소리 들리는 숲 속에서 혹은 파도가 넘실대는 백사장에서 마시는 커피가 회색 콘크리트 도심에서 마시는 커피보다 맛있는 것은 당연하다. 

전문 바리스타들에게 조차 아름다운 커피 농장에서 로부스타 커피를 아라비카 커피로 착각하게 만든 이유이다 

이처럼 행복에 대한 믿음이 커피의 성분이라는 현상보다 커피 맛을 좌우한다. 


◆ 행복에 대한 기대가 커피 맛을 좌우

그런데 행복은 두 종류의 감정에 의해 느껴 질 수 있다. 

실제로 체험에 의해 행복은 주어진다. 

또한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와 믿음에 의해 나타날 수도 있다.  브라질 커피농장을 방문한다는 기대가 행복을 느끼게 하듯이, 행복감을 직접 경험하지 않아도 긍정적 기대와 믿음만으로도 행복감이 느껴 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즐거운 기대는 뇌의 쾌락 중추인 측좌해 부위를 자극하여 행복감을 가져오게 한다.  

이러한 행복에 대한 믿음이 저급 로부스타 커피를 고급 아라비카 커피로 둔갑시킨다. ‘커피는 심리로 마신다’는 말이 설득력 있는 이유이다.  


※[ ‘문제가 문제가 아니라  믿음(의 부족)이 문제다.’  풍랑이 삶을 흔들어 놓을  때 곧 잘 듣는 말입니다.

어떤 고단한 현상일지라도 행복에 대한 믿음을 품을 때, 현상은 더 이상 두려움의 대상이 아닌, 단지 다스림의 대상으로 약화된다는 지적입니다. 어떤 불리한 현상이 펼쳐질지라도  행복에 대한 믿음이 주어질 때, 씁쓸하고 텁텁한 커피 맛이  심지어 부드럽게 느껴질 수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더 나아가, 이러한 믿음이 과거의 오류를 수정하고 오만과 도그마를 정복하기 위해 일어 설 수 있는  힘을 공급해 줍니다. 

결국 실체(substance)가 되는 믿음이  현상(form)을 정복하는 힘이 됩니다. 삶의 맛은 심리에 좌우 된다고 감히 주장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