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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

[능력주의 ①] 능력주의에 대한 편향적 이해 극복해야



인천국제공항공사의 보안검색 직원 정규직 전환에 대한 공정성 논란은 희소한자원의 공정한 배분원리에 대한 논쟁으로 읽혀집니다. 


우리 사회가 받아들여지고 있는 공정한 자원배분의 원칙은 능력주의, 즉 능력에 따른 보상입니다. 타고 난 재능과 노력으로 자유롭게 경쟁하여, 이러한 능력에 비례하여 지위나 부등을 배분받는 것이 공정하고 정의롭다는 원칙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능력주의에 대한 비판적인 견해도 존재합니다. 대표적으로 영국의 사회학자 마이클 영은 그의 저서 ‘The Rise of Meritocracy’에서 능력주의(meritocracy)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하면서, 지나친 능력주의를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원인으로 지목하였습니다.


따라서 능력주의는 일면적 편향적 해석으로 이해 될 수 있는 가치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형식적 기회균등에 근거한 능력주의


①능력주의와 형평성:
능력주의는 능력과 보상의 비례적 상관관계를 강조하는 자원의 배분원리입니다.  마이클 영에 의하면, 타고난 천부적 재능과 노력의 총화인 능력(능력=IQ+노력)이 인간의 지위나 부를 결정합니다. 능력이라는 투입이 지위를 산출하는 인과관계가 성립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능력주의가 지지하는 자원배분의 공정성은 투입에 따른 산출의 크기가 아니라 투입비율의 형평성(衡平)입니다.


Adams의 공정성이론에 의하면, 자신의 투입산출 비율과 비교 대상의 그 비율이 같다면, 형평이 이루어졌다 할 수 있습니다.


반면 비교대상이  투입을 산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특권을 누림에 따라  투입에 비해 과다 산출을 얻게 된다면,  그의  보상비율은  상대적으로 높아집니다. 이 때  상대가 누리는 과다 비율로 인해 불공정성과 상대적 박탈감이 나타납니다.



② 능력주의의 전제, 기회균등:
이러한 형평의 붕괴는 법적인 기회균등이 실현되어야 한다는 주장으로 연결됩니다.


능력을 계발하고 발휘하는데 장애가 되는 법적 관행적 요인들이 제거되지 않는다면, 능력이라는 잠재력은 성과와 보상으로 구체화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기회균등을 실현되기 위해선, 지위의 결정에서 학벌· 스펙· 부모의 사회적 지위· 인종· 성별· 장애등 차별적 요소들이 배제되고, 단지 능력이 판단의 척도가 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원리에 기초하여  지위가 모든 사람에게 개방되어, 모든 개인은 사회가 제공하는 자원의 분배에 균등하게 참여할 기회를 얻습니다. 


결국 특정한 개인이나 집단에 특권을 부여하거나 특별한 장애물을 두지 않음에 따라, 희소한 자원을 획득하고자 하는  경기에서 누구나 동등한 출발선에 설 수 있도록 한다는 게 기회균등의 목표입니다.


③능력주의와 계급의 유동성:
지위가 모든 사람에게 개방되어야 한다는 기회균등에 근거한 능력주의는 계급 유동성을 보장하는 원리로 작용합니다. 


지위가 세습에 의해 상속되는 봉건제도는 특정 지위나 부가 일부 사람에게만 할당되었습니다. 그 결과 계급의 수직적 유동성은 차단되어 사람의 신분 상승 욕망은 제한되었습니다.   


봉건제도 후의 자본주의는, 우선적으로 노예나 농노도 귀족과 다름없이 고유한 존엄과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원칙을 수용합니다. 이러한 평등주의에 기초하여, 지위를 신분이나 정실주의가 아닌 능력에 따라 배분하게 됩니다. 


이처럼 능력주의의 철학인 능력과 지위의 비례적 상관관계는 계급의 수직적 유동성을 보장하는 원리로 작용하였습니다. 


④능력주의와 자본주의 원리:
그런데 능력주의를 단순히 개인들의 형평성 확보, 계급유동성이라는 관점으로 만 파악하는 것은 능력주의에 대한 제한된 인식에 머무를 수 있습니다. 근본적으로  능력주의는 자본주의를 지탱하는 원리로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미시적으로 사회적으로 공헌도가 높은 능력에 높은 보상이나 혜택을 지불하는 것은 자원의 효율적배분에 부합합니다. 자원의 투입과 이를 가공하는 노력이 많다면, 이에 대한 비례 보상이 희소한 자원의 효율적 배분방식이 됩니다. 


또한 거시적으로 높은 능력을 요하는 중요한 역할에 상응한 보상이 뒤 따르지 않는다면, 노동은 질적 양적인 부가가치 극대화로 이어질 수 없습니다. 


실제로 스웨덴의 의사들이 그 예입니다.  힘든 의학 공부와 고된 일에 비해 보상이 적다보니, 젊은이들은 사명만 강조되는 의사를 기피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스웨덴은 의사 부족에 직면하게 되어 국민들에게 만족스러운 의료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결국 의료 서비스 적체를 다소나마 해소하기 위해 외국인 의사를 수입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처럼 능력과 보상의 비례적 상관관계는 자본주의를 운영하는데 불가피한 원리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강정인)



◆실질적 기회균등


그런데  기회균등이 확보된 능력주의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보편적인 자원의 배분 기준으로 합당한가라는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능력주의가 지지하는 공정성이 정의롭고 정당한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는 겁니다. 


①형식적 기회균등에 근거한 능력주의는 정의로운가? :
‘능력 있는 자라면 출세할 수 있다.’는 주장은 능력주의의 의미를 함축한 말입니다. 재능과 노력의 정도에 따라 계급상승의 길이 열려있다는 게 능력주의의 구호입니다.


이러한 능력주의가 의존하는 기회균등은, 재능과 노력에 의해 지위가 획득되는 경주에서 그 출발선에 서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법적 관행적 요소들이 제거 될 때, 확립됩니다. 


그런데 능력주의가 내포하는 문제의 초점은, 지위가 모든 사람에게 개방되어있다손 치더라도, 모두가 지위를 획득하기 위한 기회를 제대로 활용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즉 여건이 갖추어져 있지 않다면 기회활용은 불가능하다는 게 능력주의의 한계로 언급되고 있습니다. 


예컨대 청년들이 취업하길 희망하는 최고의 공기업, 인국공의 사무직에 인문계 청년들이 지원하고 싶어도  탁월한 영어 실력, 즉 만점에 가까운 토익점수를 갖추고 있지 않다면 지원자체가 불가능합니다.


900점 이상의 토익점수와 상관관계가 있는 변수의 하나는 소득입니다.


기회균등에 관한 한 연구에서, 통역이 가능할 정도의 유창한 영어 구사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응답할 예측확률은 소득10분위의 경우 1,77%인데 반하여, 소득1분위에선 0,32%로, 두 그룹간의 차이는 5.5배에 달하였습니다. (구교준외)


이와 같은 결과에 대해 연구자들은 우리사회의 교육기회불평등 현상이 상당히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결국 소득이 교육기회를 제공하고, 교육이 역량을 강화하고, 역량이 기회를 제공하며, 최종적으로 우월한 기회가 준수한 지위와 소득을 얻기 위한 조건으로 작용합니다. 소득이 소득을 낳는다는 게, 이 흐름의 요약입니다. 


이 같은 맥락에서, 지위가 동등하게 개방되어 있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기회균등에 근거한 능력주의는  정의롭고 공정하다고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진정한 기회균등은  이같은 형식적 기회균등인 법률상 기회균등이 아니라,  기회를 활용하는데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이 균등화되는 실질적 기회균등입니다. (강정인)


이러한 요소들엔 재산· 소득등의 사회경제적 지위, 교육수준, 가정환경등이 꼽히고 있는데, 기회를 낳는 요소들이 불평등하다면, 그 기회는 사실상 불평등하다 할 수 있습니다.


결국 풍부한 문화자본이 갖추어진 가정에서 우연하게 태어나 우월한 교육기회를 가진 행운아는 유리한 인생전망을 누리며, 이를 나면서부터 박탈당한 불운아는 자신의 재능을 발휘할 기회조차 없는 사회가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인가라는 비판이  나오게 됩니다.


때문에 드워킨은 기회는 사실 평등하지 않다고 지적합니다.


②노력의 질은 내생적 :
특히 능력주의 옹호자들이 이에 대한 반대자들을 물리치는데 강력한 무기는 노력입니다.

그런데 노력의 질 또한 외생적이라기보다 내생적입니다.


우수한 문화자본을 가진 가정의 아이들은 이 자본의 토대위에서 시간을 투입하게 됩니다. 이러한 우월한 여건으로 인해 투입을 신속하게 양질의 산출로 전환합니다. 


결국 노력의 질도 여건의 함수라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공정하다고 받아들여지고 있는 능력주의는 진정한 공정성을 담보하고 있다고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③형식적 기회균등이 보장된 능력주의와 허의의식 :
여건의 불평등이 기회의 불평등과 생산적 노력의 제한으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지위가 동등하게 개방되어 있어 출발선이 동등하다는 개념의 기회 균등과 이에 근거한 능력주의가 공정성 원리로 수용된 근본적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는 사회 경제적 지위· 교육· 문화자본등 우월한 사회적 여건을 갖춘 중산층이 이러한 여건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배분방식으로 능력주의를 채택했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여건의 불평등을 지위를 재생산하거나 상류층으로의 계급이동을 위한 손쉬운 수단으로 파악한 것입니다. 


따라서 형식적 기회균등에 근거한 능력주의 구호는  우월한 문화자본을 갖추고 있어 신분 상승 기회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중산층 부르조아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고안해 낸 허위의식이라는 비판은 설득력을 얻습니다. (강정인)


결국 삶의 정도가 사회적 우연성의 함수라는 원리를 인정할 때, 사회적 우연성을 완화하여 경주에서 실질적인 출발선의 차이를 보정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게 됩니다. 



◆능력주의의 공과


능력주의는 이에 대한 일방적 비난이나 찬양으로 이해 될 수 없는 가치입니다.  


형식적 기회균등을 보장하는 능력주의는 개인의 이기심과 야심이 경쟁을 통해 경제적 진보를 이룬다는 아담스미스의 논리와 부합됩니다.


반면 기회는 실질적으로 평등하지 않다는 여건의 불평등을 받아들일 때, 능력주의는 또 다른 현대판 계급제도를 부추기는 가치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능력주의를 功過를 모두 내포하는 가치로 이해하는 것이 편향성을 극복하는 길이 될 것입니다.



<참고문헌>
강정인, “계급과 평등:기회균등과 능력주의의 문제점 및 그 한계”
황경식, “분배정의의 이념과 사회구조의 선택”
구교준외, “우리는 기회가 균등한 사회에 살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