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경정예산과 관련하여 보수진영은 ‘지금 경제 정책 기조 하에서 재정 확대는 오히려 대한민국 경제를 완전히 몰락시킬 수 있다’라며, 추경은 ‘국가부채로 망국으로 가거나 세금폭탄을 젊은 세대에 넘기는 것(추경호의원)’이라고 주장합니다.
작은 정부를 지지하는 비케인지안 이론에 근거하고 있는 이 같은 주장은 현재의 경제상황에서 어이없고 말문이 막히는 언어도단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경기상황에 조응하는 재정정책
우선 추경편성이 적절한지 여부의 적실성은 재정정책이 경기상황에 부합되어 조율되고 실행되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경기상황과 조응하지 않는 재정정책이란 긴축적 재정정책이 요구되는데도 확장적인 재정정책이 사용되고, 확장적 재정정책이 요구되는 경우에 정부 지출을 삭감하는 재정정책이 적용되는 것을 말합니다.
실제로 경기 후퇴갭을 겪고 있는 경제상황에서 정부지출삭감은 경기회복을 저지하는데 일조합니다.
2009년 이후 채무위기에 직면하여 다른 유럽국가들에게 원조를 신청한 그리스등 일부 유럽국가들이 이 같은 상황에 직면하였습니다. 원조의 조건은 대규모 지출 삭감등의 내핍(austerity)조치였습니다. 그런데 내핍은 이들 국가들에게 엄청난 규모의 총생산 감소를 초래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경제상황에 조응하는 재정정책은 무엇일까요?
앞의 실례에 비추어 볼 때 경기하방 리스크 확대 가능성이 엿보이는 우리경제에 조응하는 재정정책은 이론의 여지없이 정부지출의 확대입니다.
결국 ‘재정 확대는 오히려 대한민국 경제를 완전히 몰락시킬 수 있다’는 주장은 긴축이 요구되는 경제상황에서 재정을 확대시키는 정책에서나 성립되는 말입니다.
◆ 보수진영, 가정하에 논리 전개
현시점에서 확대재정정책은 국가부채 증가로 인해 망국으로 이어 질 수 있다는 보수진영의 주장은 현실적으로 실현 될 수도 있습니다.
단 조건들이 필요합니다. 경제가 성장하지 않고 적자가 지속적으로 누적된다는 전제가 존재할 때만 그 주장은 현실성을 띠게 됩니다. 또한 소비자들이 모두 최적소비가계라는 전제가 제시되어야 이 주장이 설득력을 얻습니다.
결국 이러한 전제 하에서 주장을 전개한다면, 이는 일부 조건을 같게 하여 변수간의 관계를 파악하는 편의적인 접근 방식과 다름없습니다. 즉 '다른 조건들이 같을 때(ceteris paribus, all other things being equal)'라는 가정하에, 한 변수 값이 변할 때 다른 모든 변수들의 값들은 변하지 않도록 일정하게 하여 결과를 도출하는 것입니다.
① 평균 균형재정
우선 재정수지는 균형재정을 이루어야 한다는 것은 매년 균형재정을 유지해야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재정수지 균형은 평균적으로 균형재정을 유지하기만 하면 된다고 경제학자들은 지적합니다.
달리 말해 정부가 상황이 나쁜 해에 적자를 보더라도 상황이 좋은 해의 흑자가 이를 상쇄하면, 평균적으로 균형재정이 유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재정지출은 재정승수(정부지출에 따른 실질 국내총생산의 변화분을 정부지출 변화분으로 나눈 비율, 1원의 정부지출에 국내 총생산은 몇 배?)의 역할로 적자의 상태를 흑자로 올려놓는데 도움을 줍니다.
특히 실업급여증가, 현금 지급, 공적연금지출등의 이전지출 증가는 경기후퇴의 폭을 감소시키는데 기여합니다.
실증분석에 의해서도 이전지출의 누적 승수가 2년차에 1.05, 3년차에 1.16을 보이고 있고, 승수가 1보다 클 확률이 2년차에 54.5%, 3년차에 65.4%를 나타냈습니다. (이강구)
이는 실업급여 지급 증가, 현금지급등의 이전지출이 경제성장효과에 있어 크지 않다는 상식과 달리 경제성장을 제고하는데 크게 기여한다는 실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재정적자에 의한 승수효과로 경기가 회복되어, 총생산이 증가하고 이에 따른 세수가 증가한다면, 재정적자는 곧 균형재정으로 복귀 될 수 있습니다.
②재정적자 증가 속도 vs 총생산 증가 속도
재정지출이 망국을 초래한다는 주장이 나온 것은 총생산 변수를 고정시킨 상태에서 변수간의 관계를 파악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총생산의 변동성을 고려한다면 이같은 거짓 주장은 설득력을 잃게 됩니다.
실제로 재정지출은 총생산의 증가를 가져오는데, 재정적자 증대로 인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의 증가는 총생산의 증대를 통해 완화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한 실례가 미국이 제 2차 세계대전으로 인한 엄청난 재정적자를 해소한 방법입니다.
재정적자는 미국을 공황에서 탈출시키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였습니다. 그럼 그 재정적자는 이 후 어떻게 되었을까요? 실제로 정부부채는 상환되지 않았습니다. 대신 국내총생산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여 국내 총생산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감소하였습니다.
이처럼 부채규모가 증가할 지라도 국내총생산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면 그 비율은 하락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정부가 지속적으로 대규모 재정적자를 기록할 경우, 부채가 국내총생산보다 빠른 속도로 증가하여 그 비율이 높아집니다. 이에 대한 경계를 늘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경제학자들의 지적입니다.
결국 균형재정이 강요될 경우 이는 경기후퇴를 더 심화시키게 된다고 노벨 경제학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은 강조합니다.
그는 2008년에 경기후퇴가 닥쳤을 때 대부분의 미국 주정부들이 지출을 삭감하고 세수를 증가시켜 매년 균형재정을 유지한 것은 거시경제학적 관심에서 볼 때 분명히 잘못된 정책이라고 지적합니다.
③ 단순소비가계의 존재는 재정지출의 승수를 높여..
보수진영이 재정지출의 효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가계가 합리적 기대에 근거해서 의사결정을 한다는 리카르도 동등성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모든 가계들이 합리적 기대에 의해 소비의사결정을 한다는 단순한 가정하에서 도출된 탓입니다.
하지만 가계는 실제로 보수진영의 주장과 달리 최적소비가계와 단순소비가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지정구)
최적소비가계란 리카르도 동등성이 성립하는 가계로, 이 주장에 근거한 합리적인 소비자들은 재정적자의 확대를 미래의 조세로 간주하여 저축을 위해 현재의 지출을 줄이게 됩니다. 이들은 현재의 소득수준뿐만 아니라 미래의 정부지출, 세금, 이자율, 임금등에 관한 기대를 바탕으로 소비, 저축, 그리고 노동공급을 최적화하는 가계입니다.
반면 단순소비가계란 현재의 소득만을 기준으로 노동공급과 소비를 결정하며 정부의 이전지출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습니다. 이들은 최적 소비가계와 달리 금융기관을 이용할 수 없고 자본을 축적 할 수도 없기에 소비를 평탄화 할 수도 없습니다.
대체로 우리나라는 단순소비가계, 즉 비-리카르디안 가계의 비율이 0.35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지정구)
이같은 단순소비가계는 최적화 가계와 달리, 정부소비지출의 증가에 소비증가로 반응합니다. 특히 정부의 이전소득지출의 확대는 단순가계의 예산을 증가시키고 직접적으로 소비를 큰 폭으로 확대 시킵니다. (김혜선)
이처럼 단순소비가계의 존재를 고려할 때, 정부의 재정지출 승수는 0.732, 4분기까지 현재가치로 나타낸 누적재정승수는 1.1836로 측정되었습니다. (김혜선)
이는 재정지출의 효율성이 높다는 점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 확대재정정책은 곧 救國
확대재정정책이 망국이라는등 보수진영의 추경과 관련된 주장은 거짓에 가깝습니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몇 가지 가정을 설정하고, 이에 근거하여 논리를 전개하여 바라는 답을 도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反 사회과학적인 논리 접근 방식은 국민들의 호응을 얻기 힘들다는 지적입니다.
‘확대재정정책은 곧 亡國’이라는 보수진영의 프레임이 추경으로 인한 경제의 긍정적 효과를 제거하고자 하는 黨利黨略으로 해석되는 이유입니다.
결국 현 시점의 확대재정정책은 대한민국 경제를 몰락시키는 것이 아니라 구조하는 것이며, 외려 정부지출의 축소가 망국으로 가는 지름길임을 역사적 실례와 실증분석은 입증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확대재정정책은 곧 救國’입니다.
<참고문헌>
지정구, 한경수 “재정정책 분석을 위한 신케인지언 모형 구축 결과”
김혜선, “비-리카르디안 가계의 존재와 소규모 개방경제의 재정정책효과”
이강구, 허준영 “한국의 재정승수 연구: 베이지안 VAR방법을 이용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