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9일 발표한 예비 타당성 조사 면제 사업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비판의 핵심은 예타가 면제된 일부 사업들의 B/C가 1을 넘지 않고, AHP도 0.5미만이라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예타 면제된 울산외곽순환도로와 남부내륙철도의 경우, B/C가 각각 0.53과 0.72, AHP가 각각 0.31와 0.429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B/C가 1을 넘지 않는 다는 것은 편익이 비용을 초과하지 않아 사업의 경제성이 없다는 의미이고, AHP가 0.5미만이라는 것은 경제성 외에도 정책적 요소와 지역 간 균형발전 가치를 고려하여도 사업의 타당성이 없다는 뜻입니다.
때문에 이와 같은 비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러한 비판의 와중에, 일각에선 예비타당성 조사가 그 본연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지역균형발전 가중치 높여야
우선 AHP분석에서 경제성분석의 가중치가 과도하게 크다는 지적입니다. 이는 정책적 측면과 지역간 균형발전 측면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국가재정법에 의하면 대형 국책사업은 시행 전에 그 사업의 타당성 여부를 평가하는 ‘예비타당성 조사(Preliminary Feasibility Study)를 통과해야 합니다.
예타는 계층화분석법(AHP; Analytic Hierarchy Process)으로 진행되는데, AHP분석은 경제성 분석, 정책적 분석, 지역균형발전 분석등을 각각의 가중치를 고려하여 종합적으로 반영합니다.
AHP분석시 가중치는 경제성 분석(편익 비용분석)이 40~50%, 정책적 분석이 25~35%, 지역균형발전 분석이 20~30% 수준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실제로 한 연구(유경호)에 의하면, 2000~2013년간의 전체 분석대상을 기준으로 AHP 종합점수와 경제성 분석과의 상관성은 0.526으로 높지만, AHP와 지역균형발전 분석과의 유의미한 상관관계는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이를 표준화된 회귀분석기준으로 분석할 경우, 경제성 분석(B/C)이 AHP 점수에 미치는 영향은 0.746으로 높지만, 지역낙후도 순위가 미치는 영향은 0.184에 불과하였습니다. 달리말해 AHP 종합평가시 경제성 분석과 지역균형발전 분석이 미치는 상대적 비중이 약 4:1 이라는 뜻입니다.
때문에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경제성 분석, 정책적 분석, 지역균형발전 분석 간의 가중치를 재산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예컨대 경제성 분석의 비중을 40% 이내로 한정하고, 지역균형발전 측면을 30~40% 수준까지 높일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지역낙후도지수, 다양화할 필요
또한 지역균형발전분석의 지역낙후도의 경우, 지표수준을 보다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입니다.
현재의 지역낙후도를 결정하는 변수는 인구증가율, 제조업 종사자비율, 도로율, 승용차 등록대수, 인구당 의사 수, 노령화 지수, 재정자립도, 도시적 토지이용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개별 대상사업에 적합한 맞춤형 지표 개발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지역낙후도지수는 표준화된 종합점수에 따라 순위가 결정됩니다. 이는 지역낙후도지수가 변수별 개별 영향력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의미입니다.
이를 테면, 한 지역의 경우 도로 수준이 낙후되었지만, 노령화 지수나 도시적 토지 이용 등은 그렇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지역낙후도지수에서는 이러한 효과가 구분되어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지역낙후도지수를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정책적 분석 관련 지표의 계량화와 고도화
특히 정책적 분석 관련 지표의 계량화와 고도화도 검토 되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평가자는 정책의 일관성 및 추진의지, 사업추진상의 위험요인, 재원조달 가능성, 환경성 평가 등을 분석한 결과에 의해 정책적 분석 점수를 매기는데, 이와 같은 평가방식은 평가의 실효성을 담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정책방향과의 일치성 및 사업추진 의지 지표의 경우, 최소 요건만 만족하게 되면 점수가 상향평준화 되어서입니다.
또한 재원조달 가능성 및 환경성 평가 등에 대한 요소의 경우 ‘사업추진시 안정적인 재원조달을 위해 구체적인 재원조달방안의 모색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되고, 실시설계 등 향후 단계에서 사업시행에 따른 환경적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임’ 수준의 분석 결과는 평가자에게 AHP 종합점수를 산정하는데 도움을 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정책적 분석이 실질적으로 AHP 종합점수에 반영되기 위해, 보다 계량화된 지표 개발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정부의 자원의 효율적 배분 필요, 예타제도 개선 필요
대형국책사업은 시행 전에 B/C가 1을 초과하는지 여부를 판단 받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러한 국책사업이 비용을 회수하지 못할 경우, 이는 대규모 예산상의 손실과 국민의 세금 낭비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과거 정부들은 B/C 1미만의 대규모 국책사업을 펼쳐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최천운)
김대중 정부의 경우, 2000년~2002년 3년간 전체 국책 사업 중 49%가 B/C 1미만으로 시행되었습니다. 노무현정부에선, B/C 1미만의 국책사업 비중이 2003~2007년 5년간 39%로 감소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서, 다시 그 비중이 2008~2009년에 54%로 증가하였습니다.
문재인정부도 5년간 B/C 1미만의 전통적인 사회간접자본 사업 비중을 낮추고, 미래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기반을 다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예컨대 금융위기 이후 일본은 전통적 사회간접자본의 확충 대신, 중소기업 대출에 대한 정부 보증, 비정규직 노동자 구직 활동 지원, 노동자의 실직 기간 중 주거비용 지급, 유료도로 통행료 환불, 의료 주거 교육 지원, 환경 에너지등 미래 지향적인 사회간접자본 형성 정책등을 펼쳤습니다.
예타가 희소한 자원의 효율적 배분측면에서 강조되는 것과 아울러, 예타의 제도 개선도 주목되고 있습니다.
이와같은 제도 개선으로 정부는 예타면제등의 무리수를 두지 않고 합리적 투자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참고문헌>
유경호(2014), 「예비타당성 평가 결과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 경제성분석과 지역균형발전 분석을 중심으로」, 서울대 석사학위논문
최천운외(2012), “대형국책사업을 통한 건설 투자의 경기부양효과 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