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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준금리] 경직적 물가안정목표제 (비둘기파)vs 신축적 물가안정목표제 (매파)

-정부와 통화당국간의 통화정책에 대한 협의는 장려되어야

경직(원칙) 對 신축(절충)


어떠한 행동을 결정 할 때, 원칙에 근거해서 결정을 내릴 것인지  절충에 의해 판단을 내릴 것인지를 두고, 우리는 고민에 빠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전자는  원칙적인 단일 변수의 변화에 집중하는 반면,  후자는 그 원칙에 신축성을 가미하여 다양한 변수의 상호작용을 고려합니다.



정부와 통화당국간의 통화정책에 대한 협의는 장려되어야



이낙연 국무총리의 13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금리관련 발언도 이에 대한 고민을 엿보게 합니다. 


이 총리는  박영선 더불어민주당의원이 ‘금리가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딜레마가 될 것’이라는 취지의 질의에, ‘(금리인상과 관련하여) 좀 더 심각히 생각할 때가 충분히 됐다는 데 동의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총리의 이 발언을 두고 정부가 한국은행에게 금리인상을 압박하는 듯한 인상을 주어 한은의 독립성을 훼손하였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드높았습니다. 


원칙적으로 중앙은행은 책무 수행과정에서 정치적 권위에 종속되지 않고  통화정책을 수립・ 결정・ 집행할 수 있는 독립성을 보장받아야 합니다. 통화정책에 행정부의 의지가 그대로  반영되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하지만 독립성이 경직성에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중앙은행과 정부 간 통화정책에 대한 협의도 할 수 없다는 뜻은 아니라는 겁니다. 이는 원칙보다 신축성을 강조한 태도라 볼 수 있습니다. ㅡ


중앙은행은 미래 물가를 판단 할 때  총체적 접근 방식 (look-at-everything approach)을 사용합니다.  자산가격, GDP, 환율, 금리, 통화량과 같이 미래 물가와 관련이 있는 일차적 통계와  이를 가공한 GDP갭률,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서베이, 기업 자금사정 지표등을 분석하여 미래 인플레이션을 판단합니다.


때문에 과거 정부의 ‘척하면 척’식으로 행정부가 중앙은행을 강제적으로 구속하는 행태는 당연히 근절되어야 하지만, 정부기관과 통화당국간의 통화정책에 대한 협의는 장려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경직보다 다양한 변수의 상호작용을 고려하는 신축성이 최적의 의사결정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입니다. 


당시 이 총리의 발언도 원칙보다 신축성에 무게를 둔 것으로, 행정부가 미래 물가 산정에 필요한 거시경제 정보를 통화당국에 진지하게 전달하였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또한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설정을 두고 금융통화위원회의 매파와 비둘기파간의 견해 차이도 경직과 신축의 한 예라 할 수 있습니다. 비둘기파(통화완화)는 원칙적인 물가안정목표제를 강조하는 반면, 매파는 신축적인 물가안정목표제를 중시합니다.



◆물가안정목표제


통화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중앙은행은 최우선 목적을 물가안정에 두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통화당국은 물가안정목표제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물가안정에 대해 명시적으로 목표를 설정하고, 총체적 접근 방식에 의해 미래 인플레이션에 대한 판단을 내립니다. 이에 근거하여, 미래의 실제인플레이션 전망치가 목표치와 일치하도록,  그 둘의 괴리를 축소시켜 갑니다. 


[참고: 예컨대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목표인플레이션율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을 경우, 통화당국은 기대 인플레이션을 목표수준으로 접근하도록 상향조정합니다. 중앙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RP매매등에 사용될 때 기준이 되는 정책금리)인하를 결정하면, 콜금리와 장단기시장금리가 하락하고  이는 물가를 상승시킵니다. 


그 과정은 수요견인 인플레이션으로 설명됩니다.


중앙은행이 시중의 국채를 RP거래로 매입하면, 시중의 통화량이 늘어나고 금리가 하락합니다. 이자율 하락은 투자를 늘려 총수요를 증가시킵니다. 총수요곡선의 우측이동은 원래 물가수준에서 초과수요를 발생시켜 물가를 밀어 올립니다. ]



◆신축적 물가안정목표제


그런데 실제로 중앙은행은 물가안정목표를 신축적(flexible)으로 운용하고 있습니다.  즉 금리정책 가이드라인으로 ‘신축적 물가안정목표제’를 통화정책운용의 일반원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여기서 ‘신축적’이란 용어는 ‘경직적’의 반대어로 해석 될  수 있습니다. 이에 비추어 볼 때, 신축적 물가안정목표제는 중앙은행이 목표변수를 인플레이션에만 두는 것이 아니라, 경제성장・ 고용・ 환율등의 변수들도 함께 생각한다는 뜻입니다.


예컨대 중앙은행은 국민경제가 경기변동의 어느 국면에 와 있는지, 경기 국면이 언제 전환 될지 등을 정확히 분석하여 이를 통화정책에 반영합니다. 이는 물가안정과 경기 변동의 진폭을 줄이는데 기여합니다.


이처럼 중앙은행은  물가안정과 금융안정 두 가지를 주요 책무로 제한하고 있지만, 신축적 물가안정 목표제 운용을  통해 실물경제 성장도 뒷받침할 수 있습니다.


 중앙은행의  이 같은 실물변수에 대한 고려가 물가안정에 기여하여, 다시 물가안정이 실물경제의 안정화에 기여한다는 분석입니다. 



◆ 신축적 물가안정목표제와 테일러 준칙


중앙은행의 신축적 물가안정목표제는 테일러 준칙을 통해 잘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도 통화정책 결정과정에서 내부적으로 테일러 준칙과 유사한 공식을 활용하여 중립금리를 산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목표정책 금리 = 균형실질정책금리+ 실제인플레이션율 +αGDP갭 +β인플레이션 갭 
*GDP갭 = (실제실질GDP –잠재 실질GDP)÷잠재실질GDP ×100
*인플레이션갭 = 실제인플레이션율 – 목표인플레이션율


위의 공식에서 강조되는 점은 식에 경기상황을 반영하는 GDP갭이 포함된 것입니다. 테일러 준칙이 경직적인 인플레이션갭 뿐만 아니라 신축적인 실물경기상황의 변동을 반영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즉 중앙은행이  테일러준칙을 참조하여  물가안정 뿐만 아니라 금융안정과 산출변동성까지 고려하는 절충적 접근방식을 취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식은 GDP갭과 인플레이션갭이 플러스이면, 정책금리를 올릴 것을 권고합니다. 


실제산출량이 자연산출량보다 높은 수준일 때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줄이기 위해 통화당국은 통화 긴축의 고금리정책을 펼칩니다. 또한 실제 인플레이션이 목표인플레이션보다 높을 경우에도 중앙은행은 통화를 긴축하여, 실제인플레이션을 목표인플레이션으로 조정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GDP갭은 플러스 인데 인플레이션 갭이 마이너스이면, 어떤 정책을 내놓아야 하는가라는 문제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현재 한국은행은 이 같은 딜레마에 높여 있습니다.



◆ 물가 상황 인식 : GDP 플러스(+)와 인플레이션 갭 마이너스(-)


기준금리 결정 원칙을 가늠할 수 있는 테일러 준칙은 물가상황에 대한 인식에도 도움을 줍니다.


신인석 금통위원은 12일, “올해 경제성장률은 2.8%정도로 예상되고 있는데,  현재 GDP갭이 플러스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실제 실질 GDP가 잠재 실질 GDP를 약간 웃도는 상황이라는 뜻입니다.


윤면식 한국은행 부총재도 14일 이와 유사한 견해를 밝혔습니다. “한은은 지금 경제성장세가 잠재성장에 부합하는, 벗어나지 않는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GDP갭 플러스 상황인데도 “물가상승률의 확대조짐은 뚜렷하지 않다(신위원)”는 점입니다. 


GDP갭 플러스인 상황은 실제GDP가 잠재GDP(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으면서 달성할 수 있는 최대생산능력)를 상회한 경우로서, 경기가 과열되어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였음을 의미합니다. 그런데도 물가상승 압박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다시 말해 이는  GDP갭과 인플레이션갭이 방향성을 달리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윤부총재도 “통상 경제가 잠재성장 수준 유지할 때는 물가도 적정수준, 그 수준이 물가안정 목표 수준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 수준에 맞는 것이 일반적 균형상태에서의 정합성이라고 볼 수 있는데, 지금은 괴리가 되어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물가상황에 대한 처방


이같이 두 사람은 물가상황에 대해 동일한 인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처방은 다릅니다.


신위원은 테일러 준칙에서의 인플레이션갭에 의거하여, “기대물가상승률이 목표 물가상승률에 비해 다소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추론이 자연스럽다.”고 분석했습니다.


결국 이에 대한 처방으로, “물가상승률의 목표수준으로의 접근에 맞추어 (물가를) 상향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대표적인 비둘기파(통화완화지지)인 신위원의 발언은 수요견인인플레이션 경로에서 보이듯이, ‘기준금리 인하→ 총수요 우측이동→ 물가상승’의 경로를 염두에 두고 있는 듯합니다. 혹은 적어도 통화량 축소, 기준금리 인상은 당장에는 불가하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반면 윤부총재는  신축적 물가안정목표를 언급하며,  신위원과 결이 다른 입장을 보였습니다.


“물가안정 목표라는 게 중기적 시계에서 달성하는 것이고 물가안정 목표가 물가만을 보고 아는 것이 아니라 경기상황이나 금융안정 상황이나 이런 것들 보고 해야 하는 신축적 물가 안정목표제라고 보고 있다.”라며 “중기적 시계나 신축적 정도는 사람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다. 어디에 포커스를 두느냐에 따라서, 신위원 말씀은 지금 현재 물가상황에 대해서 말한 것이고 신위원의 개인의견해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윤부총재는 “저희 금통위 전체의 의견은 의결문이나 총재 기자 간담회, 통화정책 의사록을 통해서 전체 금통위의 의견이 어떤지 알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신의원의 비둘기파적 주장을 반박하였습니다.


이처럼 금통위원들간에도 물가상황에 대한 처방을 두고  비둘기파와 매파로 나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매파의 금리 인식



매파들의 물가상황에 대한 처방은 신축적인 물가안정목표제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현재 경기변동이 위치해 있는 국면과 그 전환점에 주의를 기울이며 통화정책을 결정합니다.


매파로 인식되는 한 금통위원은 7월 금통위 의사록에서 “늦지 않은 시기에 기준금리를 인상해 통화정책의 완화정도를 현재보다 축소 조정할 필요성이 상존한다. 먼 시계에서의 경기국면 전환에 대비해 통화정책 여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는 정확히 신축적 물가안정목표제에 근거한 발언입니다. 


GDP갭이 지난해 마이너스에서 올해  플러스로 예상되고 있는 상황은, 정부가 14일 그린북에서 밝혔듯이, 우리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뜻입니다.  취약계층의 실업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만을 보수진영이 집중적으로 부각시킨 탓에 경제 전체가 암울하게 예측될 뿐입니다.  보수진영의 프로파간다가 진실을 덮고 있는 형국입니다.


KDI는 경제동향 9월호에서 다소 보수적인 경기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경기의 빠른 하락에 대한 위험은 크지 않은 상황”이라며, 경기 하강 국면을 언급하였지만 악화속도가 심각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분석하였습니다. 


결국 매파는 지금이 경기가 회복 또는 하강이 심하지 않은 상황이므로, 경기가 더 악화되기 전에 이자율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경기가 확연히 하강국면을 보일 때의 기준금리 인상은 경기가 악화되기 전의 인상에 비해 경제에 미치는 부작용이 크기 때문에 한은이 경제에 여유가 있을 때 사전에 통화긴축에  들어서야 한다는 겁니다.



<참고문헌>
정운찬, 김홍범 (2018), 「화폐와 금융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