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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일자리]고용없는 성장, 일자리 증가의 걸림돌

-일자리 해법은 내수증대 , 공급주도 성장에서 수요주도로 전환해야



“고추장으로 유명한 전북 순창에는 20여년 전부터 고추장을 생산하는 회사들의 공장이 들어섰다. 지역 주민들이나 지방 자치단체는 공장이 들어섬으로 인해서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고 많은 고용이 창출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공장들이 들어서고 기업의 매출이 늘어났어도 고용은 늘지 않았다. 심지어 어느 한 기업은 매출이 100배가 늘어나는 지난 25년 동안 늘어난 직원 수가 고작 10여명일 정도로 매출 증가와 고용 증가는 상관관계를 잃어버렸다. 25년 동안 매출이 100배 늘어나면서 직원의 숫자는 10여명이 늘어나면, 그건 고용이 증가하기는커녕 감소한 것이라고 할 것이다.” (김상하, <명견만리> ‘일자리가 사라진다’ 편 일부 내용 요약)


앞의 사례는 고용없는 성장 (jobless growth)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기업의 매출과 이윤 증가가 일자리 증가로 나타나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국경제에서 이처럼 고용 없는 성장이 경제현상으로 정착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장하성 대통령정책실장은 19일 “현재 우리 경제성장률은 잠재성장률에 이르고 있으나 경제성장의 혜택이 중산층, 서민, 자영업자에게 돌아가지 않는 모순적 구조가 계속되고 있다.”며 “성장이 일자리로 이어지지 않는 모순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현실”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와 같은 산출과 고용간의 모순 관계는 일자리 창출을 억제하는 직접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산출과 고용간의 모순관계


여기서 모순은 일반원리에서 어긋난다는 의미로 읽힙니다. 그럼 고용과 성장의 일반원리는 무엇일까요?


거시경제이론에 의하면 산출과 고용은 안정적 관계를 보입니다. 이 관계는  ‘Okun의 법칙’이라 불리는 것으로, 실질 GDP 증가에 따라 고용도 증가한다는 이론입니다. ( 참고 :  Okun의 법칙은  원래 실질 GDP가 증가하면 실업률이 감소한다는 이론으로, 실업률은  고용으로 대체 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실업률과 GDP간의 관계는 강력하고 안정적인 관계를 갖는 것으로 알려져 왔습니다.  부가가치가 늘면 일자리도 증가한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지지되어 온 이론입니다.


그런데 산출과 고용간의 관계가 정(+)의  관계를 보여도, 생산의 변화 만큼   고용량의 변화가 따라주지 않는 모순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고용 없는 성장이  현실로 대두되고 있는 겁니다. 앞의 순창 고추장 기업의  고용탄력성이 사실상 부(-)에 가까운 현상을 보이는 것이 이에 대한  예입니다.


[참고 :고용없는 성장은 일자리 없는 경기회복(jobless recovery)과 부진한 고용증가(sluggish job growth)현상을 함께 일컫습니다.  경기 순환상의 경기 회복 국면에서 고용 없는 성장이 8분기이상 지속되는 전자와, 경제속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일자리 증가 속도가 지체되는 후자를 고용 없는 성장이라 불립니다.]


[참고 : 고용과 생산 간의 관계는 고용탄력성으로 설명될 수 있습니다. 이는 생산량의 %변화에 따른 고용의 %변화를 나타냅니다. 생산량이 10%증가할 때 고용이 2%증가하였다면, 고용탄력성은 2/5가 됩니다.]


실제로 이러한 고용 없는 성장이 전 산업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산업생산은  2013년 이후부터 1,9%수준으로 회복되고,   2015년 중반 2.5%로 정점을 기록하였습니다. 이후 2018년 상반기까지 2.4%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김천구)


하지만, 취업자 증가율은 지속해서 하락하고 있습니다. 취업자 증가율의 장기 추세는 전기 대비율 기준으로 2013년 초 1.8% 수준이었으나 이후 지속해서 낮아지며 2018년 3월 기준으로 1.0%까지 하락하였습니다.


전 산업에서 이처럼 생산 증가율이 높아졌는데도, 취업자 증가율이 둔화하는 고용 없는 성장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는 Okun 법칙의 안정성이 무너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모순관계는 전체 취업자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제조업(2017년 기준 17.1%)에서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제조업의 생산 증가율은 2014년 0.1%까지 하락하였으나 최근 생산 증가율이 1.2%로 회복되고 있습니다. 반면, 제조업의 취업자 증가율의 장기추세는 전기대비 연율 기준으로 2013년 초 3.0%증가에서 최근 –0.1%로 취업자가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성장과 고용간의 모순관계가 나타나고 있는 겁니다.


실제로 반도체등의 일부산업은 글로벌 수요로 수출이 증가하여 생산증가율을 유지하고 있지만, 관련 취업자는 오히려 감소하는 추세입니다. 고용없는 성장 가설이 현실화되고 있는 겁니다.



◆ 산출과 고용간의 모순관계, 왜 나타나나?


그런데 왜 산출과 고용간의 모순관계가 나타나는 걸까요? 삼성반도체의 이윤은 안정적으로 증가하는데, 제조업의 일자리는 왜 늘지 않을 까요?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우선 제조업 주력산업의 구조조정이 그 원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최근까지  진행되어 온 조선업, 자동차등의 구조조정이 고용을 한층 위축시켰습니다.


이는 IMF구제 금융당시 제조업의 구조조정을 연상시킵니다. 우리나라는 1997년 외환위기 기간에 제조업 부문의 두드러진 고용감소를 경험하였습니다. 당시 제조업의 고용탄력성은 –1.48을 기록하였습니다. 산출은 늘어도 고용이 감소한 것으로,  이 현상은 이 기간 제조업 부문에서 상당한 정도의 구조조정이 일어났음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2018년의 제조업의 고용과 생산 간의 모순관계도 이러한 구조조정의 여파로 볼 수 있습니다.


특히 고용과 산출 간의 안정적 관계가 무너지는 근본적인 이유는 사람의 일자리를 자동화된 기계가 대체하고 있다는데 있습니다. 제조업 공장에선 로봇이 사람이 할 일을  대신 하고 있는 정도가 가속화되고 있어, 사람의 일자리가 위협받고 있는 겁니다.


이러한 기술집약적 성장이 삼성 반도체의 수출이 증가하여 삼성의 이윤이 증가하고 부가가치의 합인 GDP가 늘어도 국민들의 일자리가 늘지 않는 원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실제로 2000년 초에 한국은 경제성장률 1%당 9만 6천개의 일자리를 창출하였습니다. 그런데 2006년에는 경제성장률 5.2%를 달성했는데도, 고작 30만개의 일자리가 발생하였습니다. 2000년의 고용탄력도를 적용하면, 2006년엔  약 50만개의 일자리가 늘어나야 정상입니다. 


이처럼  GDP증가율 속도에 비해 일자리증가가 지체되고 있는 현상은 일자리가 기술적 요인의 증가로 로봇으로 대체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결국 부가가치 구성요소인 임금, 지대, 이자, 이윤, 감가상각비 중에서 임금의 비율은 줄고 이윤의 비중은 더욱 증가하게 됩니다.


이는 달리 말해, 기술진보가 노동소득분배율의 하락을 초래하였다는 의미입니다. OECD는 1990~2007년 동안 OECD 국가들에서 산업내 노동소득분배율 하락의 80%가 기술발전과 자본집약도의 증가에 기인한다고 지적하였습니다. 


결국 노동절약적, 자본증진적 기술변화는 생산의 유지에 도움을 주지만,  일자리 감소를 초래합니다. 이는 노동소득분배율의 하락으로 이어집니다. 산출과 일자리간의 상관관계가 약해지는 이유입니다. 



◆일자리 증가의 해법은 내수증대



고용없는 성장은 전통적인 성장패러다임에 문제점을 제기합니다. 생산하면 공급이 수요를 촉발한다는 공급(투자)주도 성장에  반기를 들도록 하는 겁니다.  


앞의 분석처럼 최근 전 산업에서 생산 증가율이 높아져도 일자리 증가율은 둔화되는 실정입니다. 즉 최근 경기 회복은  반도체등의 일부 수출부문의 성장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앞의 분석처럼 반도체등의 수출은 고용확대 폭이 크지 않습니다.  


결국 현재의 일자리 문제는 공급측면의 문제라기보다 국내 수요가 부족한 수요측면의 문제들입니다. 


때문에 일자리 증가를 위해 내수경기의 활력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내수경기가 활력을 얻기 위해선, 가계소득증대가 전제되어야 합니다. 자본소득분배율의 증가는 소비를 위축시키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외환위기 이전에는 자본소득분배율의 1%p 상승이 소비를 0.08%p정도 하락시켰지만, 위기 이후에는 0.26%감소를 초래하였습니다.


결국 최저임금 현실화, 자영업자의 경영안정 정책등을 통해 노동소득분배율을 높일 경우 국내소비가 증가하고, 이와 같은 내수활력은 일자리 증가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최저임금인상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 문제


내수활력을 위한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은 최저임금을 적용받는 근로자의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입니다. 구체적으로 반복적 단순노무 노동자(예, 아파트 경비원)와 비반복적 육체노동자(예, 커피숍 종업원)의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은 파생효과로 소비와 생산을 증가시켜 고용증가를 유도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최저임금인상의 과제는 최저임금인상 효과가 나타나기 전까지 발생하는 실직 근로자를 전직시키는 일입니다. 때문에 도소매업, 숙박 음식업등의 전업희망 인력들에게 새로운 업종의 역량을 쌓는  교육훈련이 제공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일자리 증대를 위해 서비스업 활성화, 대학과 연계한 평생교육 프로그램 필요


최근 일자리가 늘지 않는 이유는 가장 많은 취업자가 일하고 있는 제조업의 고용 없는 성장과 관련 있습니다. 산업생산증가율은 1.2%로 회복되었지만, 취업자 증가율은 –0.1%줄어들고 있습니다.


이는 자동차, 조선업등의 구조조정으로 취업자 수가 급감하고 있는 점이 제조업의 고용위축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반도체등의 수출 효자 업종이 생산증가율을 높이고 있으나 자본 집약적 생산으로 인해 고용을  확대하지 못하고 있는 등, 기술 집약적 성장이 전 산업에서 일자리를 대체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때문에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고용흡수력이 높은 서비스업을 육성하는 등의 내수확대정책의 필요성이 강조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제조업의 고용유발계수는 10억당 5.32명 정도지만, 서비스업은 11.54명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결국 중저소득자들이 경영하는 서비스업에 대한 신용대출등을 강화하여 서비스업의 활성화를 도모해야한다는 제언이 나옵니다.


또한 고용없는 성장은 기술발전등으로 인한 자본집약적 성장과 관련이 깊은 가운데, 이러한 산업구조에서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길은 정부가 실직에 대비한 교육 훈련제도를 마련하는 것입니다. 인간의 노동력이 필요 없어질 경우 발생하는 실직에 대비하여 정부가 근로자들의 전직 훈련을 실시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교육 인프라가 갖추어져 있는 대학이 평생교육을 위한 기관의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김상하)


또한 북한과의 경협도 고용없는 성장에 대한 해법이 될 수 있습니다. 최근 북한의 핵물질・ 시설의 리스트 제출과 종전선언의 맞교환이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어차피 나아가야 할 비핵화의 단계별 스텝을 신속히 옮기는 것이  인민에게 더 나은 행복을 안겨 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청와대와 정부는, 비록 보수정당과 보수언론의 집중포화를 받고 있지만,  경제 패러다임의 전환과 유연한 사고로 고용 없는 성장에 대해 현명하게 대처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참고문헌>
최성관, 권하나 (2018), “한국의 산업별 중장기 고용 탄력성 연구”
김천구(2018), “산업별 고용의 특징과 시사점, 고용 없는 성장 가능성 차단해야 한다”
김상하(2017), 「일자리가 사라진 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