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문화

[Jazz ② ] 재즈의 '흔들림'은 자유에 대한 갈망 : 슬픔을 자유로, 아픔을 기쁨으로

- ‘Sing Sing Sing’ 그리고 뉴딜정책
-우리의 삶의 궤적은 재즈의 발전과 유사
-오케스트라 vs 재즈밴드
-우리는 재즈블루스의 솔로이스트와 같아

우리는 어떤 노래를 듣고 Jazzy하다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재즈필은 어떤 느낌일까요?  이는 ‘흔들리다 (swing)’라는 말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흔들리다’는 이리저리 쏠려 안정감을 상실하고 있다는 것으로, 균형에서 벗어나 있는 상태입니다.


이런 일탈의 분위기는 재즈의 음계와 리듬에 묻어납니다.



◆블루노트와 스윙


재즈의 독특한 음계는 블루노트(blue note)입니다.  3음,  7음 혹은 5음을 반음 내린 블루노트는 정상 음계에서 벗어나 우울한 불협화음의 필링을 자아냅니다.  


재즈 비평가 김현준은 그 예를 동요 ‘산토끼’로 설명합니다.  「산토끼 토끼야」에서 ‘솔 미 미 솔 미 도’를 ‘솔 미 미♭솔 미 도’ 혹은 ‘솔 미 미 솔 미 도♯’로 변주하면, 노래는 블루지한 느낌을 줍니다.


또 재즈만의 특성을 설명하는 리듬감은 스윙입니다.  Jazzy한  리듬은  절로 어깨를 들썩이며 박수를 치게 하거나,  흥에 겨워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흔들도록 합니다. 


이러한 재즈의 스윙감은 클래식과 달리 엇박자에서 비롯됩니다.


클래식은 강박이 우선입니다. 예를 들어 4분의 4박의 ‘강 약 중강 약’처럼 비트는 1박과 3박에 옵니다.


하지만 재즈는 약박이 먼저입니다.  ‘치치, 츄, 치치, 츄’처럼 싱코페이션으로 2박과 4박에 비트가 오도록 합니다. 또는 한 박자 쉬고 멜로디가 시작하게 하여 엇박자를 만들기도 합니다. 


이와 같은 리듬감은 흔들리는 불안과 긴장을 부여하면서 동시에 경쾌한 리듬감을 선사합니다.



◆ ‘Sing Sing Sing’ 그리고 뉴딜정책


스윙감이 잘 표현된 재즈의 예는 스윙재즈인 베니 굿맨(Benny Goodman)의 ‘Sing Sing Sing’입니다.  스윙의 대표곡을 감상해 볼까요?


https://youtu.be/TIoTpeM6o2A  < Sing Sing Sing >by Benny Goodman (3분 14초)


이런 경쾌한 리듬감은 1930년대 사회의 밝은 희망을 반영하였습니다. 이는 1920년대 대량 실업등 경제공황에서 탈출시킨 루즈벨트 대통령의 뉴딜정책의 효과 덕분이었습니다.   


특히 뉴딜 정책의 성공에 촉매제가 된 것은 1934년 중간 선거에서 민주당 개혁파 세력이 거둔 대승리였습니다.


당시 뉴딜의 구제사업의 중심인물인 하리 호프킨스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여러분, 우리들의 시간이 왔습니다. 우리는 원하는 모든 것을 손안에 넣지 않으면 안 됩니다. 노동 프로그램, 사회보장, 임금과 노동시간 규제 등 모두 다해결하고자 합니다. 지금을 놓치면 두 번 다시 기회는 안 옵니다."라고 했습니다.


이러한 호소가 민주당의 중간선거에서의 승리와 개혁입법의 성공, 그리고 공황탈출의 기폭제가 되었습니다. 



◆ 재즈의 정신


불협화음과 불안의 흔들림으로 설명되는 재즈는 동요에서 균형으로의 복귀를 갈망합니다. 


이는 재즈의 정신과 정체성에 대한 질문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불안정으로부터 탈출하여 균형을 지향하는 재즈의 정수는 곧 자유에 대한 갈망으로 집약됩니다.  


이 때문에 재즈는 자유와 해방의 음악으로 불리워지고 있습니다.   

 

재즈의 정신은 재즈의 기원에서도 발견됩니다.


아프리카에서 아메리카 대륙으로 노예로 끌려온 흑인들은 면화 플랜테이션 농장에서 노동요(work song)를,  들판에서 고함치듯 필드 홀러 (field holler)를  불렀습니다.


노예해방 후에도 흑인들의 삶은 그다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농노에서  공장의 노동자가 된 흑인들은 도시 빈민의 삶에서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그들은  하루의 힘겨운 일상을 마무리하고 창고나 술집에 모여 블루스 음악에 맞추어 춤추고 노래했습니다.  만인의 평등한 꿈을 꾸면서요.


이렇게 그들은 노래를 통해 비참하고 절망적인 노예의 삶으로부터  자유, 해방 그리고 평등을 꿈꾸었습니다.  이러한 흑인노예들의 본능적 욕망은 영가와 블루스(Blues)로 나타났고, 이들이 재즈의 모태가 되었습니다.



◆ 비밥의 등장


재즈를 이해하고 즐기는 이들은 무너져 내리는 슬픔을 체험한 사람들입니다.  재즈엔 아픔이 배어나기 때문입니다.  흔들거리는 현실의 고통을 겪은 사람들은 재즈의 블루지한 음계를 타고  스윙에 몸을 맡기며 절망을 털어버립니다.  


특히 흑인들의 아픔이 예술적으로 승화된 재즈는  비밥 (Be Bop)입니다.  비밥은 별 뜻 없이 ‘비밥 빠 밥 빠’등 곡조에 맞추어 부르는 음절을 말합니다.


경제공황에서 벗어났지만 여전히 인종차별이 극심했던 40년대,  명목상의 인종차별 철폐등은 흑인 사회의 불만과 분노를 증가시켰습니다.  교통 수단에서도 인종 차별이 심했고, 공공장소엔 흑인 백인 좌석이 별도로 있었습니다.


심지어 흑인들이 연주하는 재즈 댄스홀에 일반 흑인들은 손님으로 출입할 수 없는 현실에, 흑인 재즈 뮤지션들은 절망하였습니다.


이러한 불평등한 현실은 흑인 뮤지션들로 하여금 백인들이  춤을 추지 못하게 하는 재즈 형식을 고안하도록 하였습니다. 


방법은 간단했습니다. 음악의 속도를 너무 빠르게 하거나 아주 느리게 하면 사람들은 몸의 움직임을 리듬에 맞출 수 없게 됩니다. 어쩔 수 없이 댄스곡은 감상곡으로 바뀝니다. 그리고 재즈는 이러한 불안정한 현실의 아픔을 토양으로 하여 미학으로 승화 됩니다.


https://youtu.be/HmroWIcCNUI  < Yardbird Suite > by 찰리 파커



◆ 절망과 슬픔 그리고 창조 



 
자유를 향한 의지는 새로움을 빚어냅니다.
 
찰리파커, 디지 길레스티등 비밥의 선구자들은 유흥을 위한 댄스곡으로 치부되었던 재즈를 미학적으로 예술로 승화시킵니다. 


흑인들의 자유를 지향하는 정서는 새로움을 추구하는 예술을 추구하게 된 것입니다.


고통받고 차별받는 흑인들의 자유를 향한 의지는 재즈의 즉흥연주(improvisation)로 표현되었습니다. 밴드 전체가 한 곡을 합주하면 반복되는 지점에서 솔로 연주자가 그 곡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즉흥적으로 재해석하여 연주하는 임프로비제이션이  시도된 것입니다.


이 때문에 동일한 곡에 연주자별로 각각 다른 연주가 가능해졌습니다.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재즈를 “우리 속에 갇혀 있으나, 그것을 빠져나가려고 애쓰는 자유로운 영혼의 날개 짓 소리”라고 말했습니다. 즉흥연주가  재즈에 자유를 불어넣어준 것입니다.


이처럼 흑인들의 절망과 슬픔 그리고 자유와 평등에 대한 갈망이 재즈의 독특한 창의적 표현 방식을 창조한 것입니다. 



◆우리의 삶의 궤적은 재즈의 발전과 유사


우리의 삶의 궤적도 재즈의 발전 과정과 흡사합니다.


삶이 격렬하게  흔들리고 불안정할 때,  자신에게만 왜 이와 같은 불운이 몰려왔는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죄 없이 선량하게 살아왔다고 자부해 왔을 땐, 억울한 아픔을 더욱이 수용하기 버겁습니다. 남들은 다 행복해 보이는데,  고통이 살을 도려내듯이 자신을 아프게 합니다.


하지만 그 슬픔은 새로운 것을 빚어내는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재즈의 역사가 증거하고 있습니다. 절망이 자유를 꿈꾸게 할 때, 슬픔이 투쟁으로 변모할 때, 이러한 마음속의 고함소리는 새로운 미학을 창조합니다. 


이처럼 우리는  당장 그 시련을 납득하기 힘들지라도,  언젠가 그 고난의 깊은 뜻을 헤아리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게 됩니다.



◆ 오케스트라 vs 재즈밴드


재즈밴드는 특성 면에서 종종 오케스트라와 비교됩니다.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작곡자의 의지와 지휘자의 악보 해석을 강조합니다. 그러므로  연주자들은  개성을 발휘하기보다 하모니에 힘써야 합니다. 


반면 재즈밴드는 솔로이스트의 즉흥적 스킬을 중시합니다. 솔로이스트들은 악보에 없는 새로운 멜로디를 만들어 내야하는 즉흥연주에 직면합니다.


그래서 재즈의 연주자들은 창작의 고통을 호소하기도 합니다. 오케스트라의 단원들은 지휘자의 지시에 따라 리듬과 선율을 맞추어가는 반면,  재즈단원의 연주자들은  악보의 틀을 벗어난 고통스런 창작을 시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주어지고 정형화된 질서를 거부하는 재즈연주자의 즉흥연주는 창의성을 극대화하여 혁신을 가져오는 동력이 됩니다. 충실하게 주어진 지시에 복종하는 음악은 매너리즘에 빠지게 하는 권태를 초래하지만, 즉흥연주는 예술의 미학을 창작하는 역동성을 가져옵니다.

 


◆ 슬픔을 자유로, 아픔을 기쁨으로


 블루스의 Break는 이런 새로움을 제시합니다.


노예해방이 무르익은 19세기 후반,  흑인들에게 인간다운 생활환경이 주어지자 생활의 애환을 표현하는 노래가 나타났습니다.  이것이 Blues입니다. 블루스는 학대 받은 흑인의 비참한 생활환경, 인간적인 고뇌, 운명적인 생각, 절망적인 심경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블루스는 형식면에서  1행이 4마디의 프레이즈를 만들고,  전체 3행이 12마디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블루스만의 독창적인 가치는 Break에서 발견됩니다.  밴드는  1~3마디,  5~7마디,  9~11마디만 합주를 하고, 솔로이스트가  나머지 4마디, 8마디, 12마디에서 즉흥연주를 합니다. 이 부분이 break입니다. 블루스의  아름다움은  break부분에서 차별화되고 결정됩니다.


우리의 삶도 블루스와 같습니다. 우리의 삶의 궤적도 재즈밴드의 블루스와 같은 삶을 택할지, 오케스트라의 삶을 택할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인생을 음악의 12마디로 비유할 때, 어떤 이는 12마디를 형식에 얽매인 질서로 받아들입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악보를 수동적으로 묵묵히 연주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음악의 아름다움에 자신의 의지가 투영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또 다른 이들은 삶의 12마디를 재즈의 블루스 곡으로 이해하고, 12마디 음악의 가치는 솔로이스트들이 연주하는 break의 독창성에 달려 있다고 확신합니다.


실제로 우리들에게 우울을 덧씌우는 힘은 12마디의 인생은 이미 결정되어 있다며 은밀하게 속삭이는  목소리입니다.  우리 삶의 본질은 결정된 12마디에 있는 것이 아니라  12마디 중 4, 8, 12마디에 위치하고 있음에도, 이런 진실을 숨기고 연주자의  미덕의 가치를 깎아내리려 합니다.


우리는 재즈블루스의 솔로이스트와 같습니다.  작곡자나 편곡자가 그려 놓은 악보대로만 연주할 수 없습니다. 우리 자신이 작곡자겸 편곡자겸 연주자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진실을 확신 할 때, 삶의 12마디 곡은 결국 아름다운 작품으로 빛이 날 것입니다. 

 

이는 슬픔을 자유로, 아픔을 기쁨으로 바꾸는 해방을 향한 몸짓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이리저리 흔들리며 불안정한 삶의 궤적을 밟지만,  이러한 불안정한 삶을 새로운 것을 빚어내는 촉매로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결국 마침내 이렇게 말할 것입니다. “I love you.”


https://youtu.be/BlDgQOd3p-0 < What a wonderful world > by 루이 암스트롱


The colors of the rainbow
So pretty in the sky
Are also on the faces
Of people going by
I see friends shaking hands
Saying, “How do you do?”
They’re really saying
“I love you.”
    -< What a wonderful world > by 루이 암스트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