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람에 대한 칭찬의 하나가 통이 크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일을 크게 저지른다. 하지만 앞뒤 안 재고 일을 크게 저지르니, 뒷감당을 못한다. 남겨진 짐은 애꿎은 제3자의 어깨에 올려 진다.반면 일본사람은 꼼꼼하고 섬세하다는 호평이다. 하지만 의사결정이 느리고 지지부진한 경우가 있다. 이렇게 결정 하세월로 적시 대응에 실패한다.이러한 사람의 행태는 개인의 의식의 결과로 볼 수 있지만, 오히려 사람의 의식은 이를 결정하는 존재, 예컨대 제도에 의해 결정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예를 들어, 일본의 장기침체의 원인에 대한 분석의 하나는 일본정부가 부실채권을 지연시켰다는 것이다. 부실채권은 투자와 소비심리를 위축시킨다. 부실채권누적으로 은행의 대출이 약화되어 화폐수요가 증가하게 된다. 이는 기업의 투자를 감소시키고 소비를 줄이는 원인이 된다.그럼에도 일본정부는 적극적이고 신속한 부실채권처리에 나서지 않았다. 그 이유에는 일본의 정부형태의 특징이 도사리고 있다. ◆장기침체를 초래한 방아쇠는? 주가 폭락과 부동산 가격 하락일본경제를 장기 침체에 빠뜨린 방아쇠는 1990년대 초반의 자산 가격 폭락이었다.먼저 자산에 거품이 만들어졌다. 그 과정은 「1985
한 남자가 거리에서 팻말을 들고 있습니다. 팻말엔 이렇게 쓰여 있습니다. “I Hug You for nothing,” 공짜로 안아준다고? 저 남자는 왜 안아 준다는 거지?우리는 친한 친구끼리 통화를 할 때, 보통 첫 마디가 “어디야?”입니다. “안녕한가”라는 물음 대신 ‘지금 네가 있는 곳이 어디냐’며 친구의 소재를 탐문합니다. 이렇게 장소를 추궁당하면, 친한 친구 사이일지라도 ‘내가 어디에 있든 네가 뭔 상관이야’라고 불쾌감을 나타낼 수도 있습니다.하지만 정신분석학자들은 이 질문은 종로, 잠실등 구체적인 공간적 장소를 묻는 것이 아니라, 심리적인 장소에 대한 관심이라고 합니다. 어떠한 심리적 현실에 살고 있느냐는 다소 철학적인 안부 인사라는 겁니다. 당신이 우울, 초조, 열등감, 분노등 심리적 불안에 놓여 있는지, 아니면 위로 평화, 행복등 안정된 공간에 위치에 있는가라는 심리에 대한 관심의 표현이라는 것입니다.당신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윌의 반사회적 경향과 부모의 학대영화의 주인공, 갓 20살의 윌 헌팅턴은 가슴에 불을 묻어 놓고 있습니다. 윌은 부모에 버림받고, 양부에게 걸핏하면 폭행을 당했습니다. 양부는 ‘늘 탁자에 렌치와 막대기와 혁대를 늘어놓
좋은 스토리텔링은 상투성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것이다. 관행의 추종대신 새로운 발명품을 고안해 낼 때, 관객과 스토리는 연대를 형성하게 된다. 예를 들어, 영화사에 빛나는 최고 걸작으로 꼽히는 알프레드 히치콕의 현기증(vertigo)은 중층적인 장르의 변주로 관객들을 스토리에 감정을 싣게 한다. 스릴러물로 시작된 영화는 러닝 타임의 3/4이 흐른 시점에서 스릴러 내러티브에 결말을 맺고, 이어 서스펜스가 가미된 드라마로 장르의 변화를 꾀한다. 이러한 장르의 비틀기는 기대와 두려움의 팽팽한 줄다리기 속에서 관객을 스토리 안으로 몰아넣는다.영화 터널도 단선적인 서사를 거부하고 상투성과의 전쟁을 치열히 치른다. 재난영화의 문법, 즉 영웅이 등장하여 장애를 뚫고 대중을 구한다는 화석화된 서사에 완강히 저항한다.집으로 가는 길에, 정수(하정우)는 완공된 지 며칠 안 된 터널의 붕괴로 매몰된다. 그는 휴대폰, 생수 두병, 딸에게 줄 생일 케이크로 구조를 기다려야한다.하지만 정수의 구조는 터널 부실공사의 탓으로 기약 없이 늦추어진다. 그 와중에 구조본부대장 경대(오달수)와 정수의 아내 세현(배두나)에 여론은 등을 돌리기 시작한다.터널의 장르의 변주는 이야기가 펼쳐지는 공간의
“아직은 나의 우주 안, 나아가야 할 미래. 깊이를 알 수 없는 절망이라는 암연에 늪. 나는 잠시 모든 것으로부터 탈출하여 그 늪에 편안히 몸을 뉘어본다. 비로소 나의 몸과 마음에 찾아든 자유. 나는 그 늪 속에서 용기와 희망 그리고 사랑의 꽃 봉오리에 따스한 청춘을 불어 넣는다.” (Rosa, 전주 자만 벽화마을에서)머리카락이 묶음으로 갈라져 흩날리고 있습니다. 그녀는 살포시 눈을 감고 살짝 고개를 숙인 채 평온과 고요함에 젖어 있습니다. 희망을 찾을 수 없는 시대에도, 생명의 희열과 희망을 나타내는 녹색을 마음 판에 새기며 머리카락에 핀 꽃 봉오리를 꿈꾸고 있나 봅니다. 미국이 불황의 늪에서 고통을 받고 있던 1930년대, 하버드 대학의 교수인 조지프 슘페터는 수강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자네들은 불황에 시달리고 있지만 걱정할 필요가 없네. 자본주의에 불황은 적당한 단비인 법이지.” (이토 미쓰하루)슘페터는 불황을 경제 체계의 정상적인 적응과정으로 본 것입니다. 이는 유효수요 부족으로 장기에 모두 죽을 것이라는 케인즈의 암울한 예언과는 사뭇 다른 인식입니다.위의 벽화를 그린 청년 화가 Rosa 또래의 청년들도 지금은 비록 절망의 늪과 마주하고 있
과거 공기업 부채가 대폭 증가한 적이 있었다. 공기업이 정부의 대규모 국책사업에 소요되는 비용을 대신 조달하는 準재정활동(quasi-fiscal activities)을 담당하였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4대강사업이다. 당시 수자원공사는 재정조달의 주체가 되어 4대강 사업에 동원되었다. 2008년 약 2조원이었던 부채가 2011년 약 12조5800억 원으로 폭증하였다. 수자원공사의 2015년 결산 대차대조표에 기록된 부채는 약 13조 2700억이다.정부의 역할임에도 재정부담이 큰 정부의 국책사업을 공기업이 담당하게 된 것은 정부의 채무를 비정부 공공기관에 이전하여 국가채무의 규모를 줄이기 위한 방편이었다. 재정적자를 회피하기 위해 공기업을 이용해 사업을 진행한 것이다. 이렇게 공기업은 정부대신 적자를 대신 부담하고 부채를 짊어졌다.◆ 한국은행의 준재정 활동준재정 활동을 담당하는 또 다른 기관은 한국은행이다. 한은이 1970 ~ 1980년대의 고도성장 시기에 특별융자로 대기업을 지원한 것등이 중앙은행의 준재정활동이라 할 수 있다.특융은 주로 부실기업정리를 위해 추진되었다. 연리 3%(당시 기준금리인 콜금리는 10%)로 시중은행에 대출하는 특융은 1972년 8
정부가 실업률을 줄이고 물가를 낮추고자 한다. 일반적으로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선 물가상승을 용인해야 하는데, 정부가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될까? (기자주:아래의 예는 과거 인플레이션 상황을 전제로 한 설명)방법은 ‘뒤통수 치기’이다. 일단 민간에게 정부정책의 신뢰를 갖도록 한다. 이후 민간이 정부정책을 믿고 의사결정을 할 경우, 정부는 민간의 예상과 반대되는 정책을 펼치는 것이다. 이렇게 정부가 민간의 예상을 뒤엎는 ‘뒤통수 치기’를 할 경우, 단기적으로 정부 정책은 멋지게 성공한다. 하지만 문제는 뒷감당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이 전략은 ‘동태적 비일관성’으로 알려져 있다.정책당국은 물가를 낮추기 위해 통화량을 줄인다고 공표 한 후, 근로자들은 이를 믿고 임금계약에서 임금동결에 동의한다. 이렇게 당국의 의도대로 물가가 안정화되자, 당국은 민간에 대한 약속과 달리 통화량을 몰래 늘린다.이를 테면 정부가 집집마다 돈다발을 놓고 가는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대문 앞에 돈다발이 놓여 있었다. 사람들은 이게 웬 횡재냐 싶어, 이 돈으로 시장에서 원하는 물건을 사들였다. 물건들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제품을 만드는 회사들은 자기 물건이
“환한 빛은 보이는데 제가 눈을 떴을 땐초인종 소리와 함께 작은 상자 안이었어요.여기저기 친구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왔을 땐이미 제 옆엔 엄마와 아빠도 가족이라고는보이지 않고 안쓰러운 눈으로바라보는 시선들뿐 (중략)저와 같은 천사들을 울리지 말아 주세요겁도 많고 보호받아야 할 천사들에게다시는 혼자라는 두려움을주지 말아주세요 “ (이미선 「천사들의 눈물 – 베이비박스의 천사들」) 2007년 봄, 관악구 난곡동 주사랑공동체교회의 대문 앞에 갓 태어난 아이가 수건에 돌돌 말린 채 버려져 있었다. 여전히 냉기를 머금은 날씨로 인해 아기의 몸은 보랏빛을 띠고 있었다. 긴급히 응급조치를 펼쳐 아기의 목숨을 구한 이종락목사는 버려진 아이를 보호할 수 있는 베이비박스를 연구하게 된다.아기를 베이비박스에 놓아두면 벨이 자동으로 건물에 울리게 하였다. 또한 아이의 체온이 떨어지지 않도록 박스에 보온이 가능하도록 하였다.베이비 박스는 2009년 설치되어, 2010년 3월에 첫 아이가 베이비 박스를 통해 들어왔다. 베이비 박스 아동은 2011년에 36명, 2012년 76명, 2013년에 252명으로 급등하여, 2015년 9월 기준으로 총806명에 이르고 있다.베이비박스는 현재 베이비
눈물을 닦아주는 이는 기댈 수 있는 나무와 같다. 그를 통해 호흡하고 힘을 얻고 삶에 대한 믿음을 부여잡는다. 고단과 슬픔에 가위 눌릴 때, 그가 눈동자처럼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에 위로가 된다. 그렇게 우리는 위로를 돛 삼아, 두려움의 파도를 해쳐나간다.제 13회 “서울국제사랑영화제”가 위로를 주제로 하여, 10일 이화여자대학교 ECC 삼성 홀에서 드롭박스상영으로 개막하였다.기댈 곳 없는 이들을 상징하는 작은 새를 여러 사람이 어깨동무하며 겹겹이 둘러싸고 있는 영화제 포스터는 “서울국제사랑영화제”가 보호받고 위로해주는 세상을 꿈꾸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영화제는 ‘아카페초이스’, ‘미션 초이스’, ‘스페셜 섹션’으로 구성되었다. 또한 국제단편경쟁으로 접수된 400여 편의 단편들 중 예심을 통과한 20여 편의 작품들이 소개된다.‘아카페초이스’는 위로와 공감의 시선을 담고 있는 영화들을 포함하였다. 프랑스에서 이방인 삶을 살아가는 엄마가 딸들에게 보내는 러브레터인 파티마, 절망의 유혹에 대한 반의식적 저항을 성경적 코드로 그린 더 퍼스트, 더 라스트, 불량청소년들이 다니는 대안학교의 일상을 담은 올해 선댄스 영화제 미국 다큐멘터리 베리테 부문 심사위원 수상작 배
한국은행이 국책은행을 지원하는 방식을 둘러싸고 정부와 한은이 각각 다른 방식을 내놓으면서, 구조조정이 표류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즉 논란의 본질은 한은의 국책은행에서의 지위이다. 한은이 국책은행의 주주가 되어야 한다는 정부의 주장과, 담보가 설정된 은행발행 채권 구입으로 국책은행의 채권자가 되어야 한다는 한은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한은의 주장근거는 한은의 손실최소화이다. 한은은 국책은행의 주식을 구입하게 되면 어떠한 손실을 부담하게 되는 것일까?◆주식의 감액한은이 출자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가장 큰 손실은 주식가치의 하락이다. 한국은행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 출자하게 되면, 은행들의 자기자본이 커지게 된다. 수출입은행은 확충된 자기자본의 여력으로 추가로 대손충당금 약 2조5천억 원을 적립할 수 있다. 이렇게 될 경우 수출입은행의 누적충당금은 시중은행의 충당금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자산 차감적 평가계정인 대손충당금은 자기자본을 줄이게 된다. 바젤 Ⅲ의 자본규정에 의하면, 총자본은 기본자본(Tier1)과 보완자본(Tier2)으로 구분되고, 충당금은 보완자본의 구성요소가 된다. 그러므로 은행이 충당금을 인식하면 보완자본이 감소되어,
맥주 한 병을 사기위해 1,000억 달러가 필요하다?2000년대 초, 아프리카 대륙 중앙 남부에 있는 짐바브웨가 겪은 초인플레이션 이야기(hyperinflation)이다.2007년 3월 1,500%이상이었던 짐바브웨의 인플레이션은 2008년 공식 인플레이션으로 2백만%를 넘었다. 비공식 인플레이션은 1,000만%였다. 물가가 폭등하자 중앙은행은 1000억 달러(짐바브웨 달러) 지폐를 발행하였다. 1000억 달러 한 장은 맥주 한 병 값에 해당하였다. (미쉬킨)짐바브웨가 초인플레이션을 경험한 원인은 무엇일까? 정부가 중앙은행의 인쇄기를 쉼 없이 돌렸기 때문이다.당시 로버트 무가비 대통령은 농장을 수용하여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배분하였다. 그러자 생산성이 떨어졌고, 이는 바로 조세 수입의 감소와 재정적자로 이어졌다.정부는 재정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중앙은행에 눈을 돌렸다. 세금을 더 거두자니, 국민의 조세저항이 만만하지 않을 것 같았다. 손쉽게 돈을 마련하기 위해 중앙은행으로 하여금 돈을 찍게 하였다. 이렇게 정부는 중앙은행의 인쇄기 덕택으로 재정적자라는 발등의 불은 껐지만, 대재앙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애써 외면하였다. 화폐공급이 증가하자, 물건 값이 폭등하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파국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조직위원장 선출 방식등 정관 개정과 관련, 부산시와 부산국제영화제측이 여전히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1996년 시작되어 아시아 최고의 영화제로 발돋움한 BIFF가 양측의 힘겨루기로 무산위기에 놓여 있다.‘부산국제영화제지키기범영화인비상대책위원회’측은 조직위원장과 임원을 총회에서 선출하자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부산시측은 시장이 조직위원장을 임명하거나 추천위원회를 구성하여 시장이 추천인을 임명하자고 맞서고 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은 김동호 전 집행위원장을 임시 조직위원장으로 추대하여 영화제를 치르자는 중재안을 제안해 놓고 있다. ◆BIFF사태BIFF사태는 영화제의 자율성과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부산시와 BIFF측의 대립에서 비롯되었다. 부산국제영화제 사태의 발단은 2014년 세월호 참사현장의 구조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다이빙 벨 상영 논란이다. 당시 부산시장이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에 포함된 다이빙벨 초청을 취소하라고 요구하였지만, BIFF측은 이 영화를 두 차례 상영하였다.이듬해 부산시장은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에게 사퇴권고를 하였다. 영화단체들은 이 전 집행위원장에 대한 사퇴 권고가 다
‘양보다 질’이란 말이 있다. 질이 중요하지 양은 부차적이라는 의미이다.하지만 양을 간과할 수가 없다. 헤겔에 의하면, 질의 변화는 결국 양의 변화에 의해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헤겔은 “말꼬리에서 말총 한 오리를 뽑아내면 몽당꼬리로 될 수 있는가?”라고 묻는다. 그는 “대수롭지 않은 듯 한 이런 양적증감에도 한도가 있다. 이 한도에 이른 후에는 한 오리의 말총을 더 뽑으면 몽당꼬리가 될 수 있는 것이다.”라며 모든 사물의 질적 변화는 양적 변화로부터 시작된다고 강조한다. 물이 끓는 현상도 양질 전환으로 설명할 수 있다. 냄비에 물을 넣고 가열하면 온도가 상승한다. 물의 온도가 99도를 지나 100도가 되면 물은 끓기 시작한다. 물의 온도라는 양이 쌓여 비등점 100도를 넘자 액체가 기체로 변하는 질적 비약이 나타난 것이다.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것도 그냥 되지 않는다. 그 분야에 최소 1만 시간의 투입량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는 하루에 3시간씩 10년을 꾸준히 노력한 결과이다. 절대량이 쌓여야 새로운 단계로 과거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말이다.이렇게 양이 쌓이면 새로운 질이 만들어지고, 변화된 질은 다시 양의 축적을 자극한다. 효율성이 증가하여 동일한
있는 둥 없는 둥 말없이 그저 듣고만 있는 사람을 가리켜 '꿔다 놓은 보릿자루'같다고 한다. 더불어민주당에 이러한 현상이 나타날 조짐이 보이고 있다.주류를 중심으로 비주류인 주변이 회전하는 구도처럼, 주변이 이러한 보릿자루가 될 가능성이 없지 않은 것이다. 이러한 치우친 균형은 조직의 운동성을 정체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발전의 동력 : 대립물들의 통일성과 투쟁발전을 가져오는 동력은 무엇일까? 운동하여 변화하고 변화가 발전을 가져오는 원동력은 무엇인가?헤겔은 운동의 원천을 사물내부에 존재하는 모순(矛盾)으로 규정하였다. 모순이 있기 때문에 운동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모순이 왜 운동의 원천이 되는 걸까?모순의 개념은 익히 알려진 대로 고대 중국의 창과 방패의 모순을 들 수 있다. 어떤 창(矛)도 막아낼 수 있는 방패(盾)와 어떤 방패도 뚫을 수 있는 창을 동시에 파는 상인은 자기 矛盾에 빠진다. 말의 앞뒤가 서로 맞지 않고 어긋나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논리상의 모순을 의미한다.또 다른 모순은 헤겔이 말하는 대립물의 모순이다. 사물자체에 서로 의존하면서 경쟁하는 경향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한반도에 남한과 북한이 대립하면서 교류한다. 이처럼 사물에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다. 변하지 않는 것은 결국 퇴행한다는 것이다.2차 세계대전 이후 50년대 초반까지 프랑스 영화가 그러하였다. 영화 종사자들은 게을렀다. 창작 시나리오 없이 유명 문학작품을 각색하기 바빴고 창의성보다 오락성에 매달렸다. 스타를 동원하여 생각하게 하는 영화보다 보기 좋은 영화를 만들었다.오락성을 추구하는 영화들은 관객들을 수동적인 존재로 인식하였다. 시각적으로 감각적으로 정보를 흡수하는 미숙한 이들로 간주한 것이다.이러한 방식의 영화들이 공장의 컨베이어 벨트에서 제품이 쏟아져 나오듯이 생산되었다.원인은 전후 할리우드 영화의 과대한 수입이었다. 생존에 위기를 느낀 프랑스영화제작자들은 수입쿼터제를 만들고 상업성을 추구하는 표준화된 영화를 찍어낸 것이다. 하지만 ‘쉬운 주제를 즐기는 단순한’ 대중으로 취급되었던 관객들은 관습화된 영화에 거리를 두기 시작하였다. 관객들은 ‘영화는 허구한 날 왜 저럴까?’라며 기존의 영화에 반감을 드러낸 것이다. 이는 습관과 일상화라는 순응주의에 대한 거부감이었다. 영화에 대한 변화의 조짐이 탈순응주의의 힘으로 형성되기 시작 한 것이다.◆새로운 물결의 전조 : 자유롭고 건강한 여성, BB 그리고 ‘카메라-만년필 이
철원의 한 고등학교의 평교사인 아버지의 정년 퇴임 일에, 춘천에 사는 어머니, 큰 아들 부부, 둘째 아들이 아버지의 사택에 모인다.아버지는 가족 앞에 이혼을 선언한다. 폭설로 교통이 묶여 가족은 2박 3일간 불가피한 동거를 한다. 가족들은 황당함 가운데, 각자의 속내를 드러내며 감정의 골을 깊이 판다.관객을 빨려 들어가게 하는 영화와 관객과 다소 거리를 두는 영화 중, 어떠한 영화가 좋은 영화라 할 수 있을까? 영화 철원기행은 거리두기를 하는 영화라 할 수 있다.이야기는 기승전결의 명확한 구분이 없다. 클라이맥스도 없고, 이야기의 맺음도 열려 있다. 즉 이 영화는 관객이 하나의 주된 줄기를 잡고 이야기를 따라 가도록 하는 친절한 구조의 영화들과 질감이 다르다.주인공들의 행동이나 이야기의 인과관계도 촘촘히 짜여 있지 않고, 다소 개연성이 부족하게 연결되기도 한다.이러한 영화의 구조는 관객이 영화 속으로 빠져드는데 방해가 될 수도 있다. 기존의 영화들이 관객의 집중을 위해 씬의 이음매를 부드럽게 연결하는 것에 반해, 철원기행은 에피소드적인 씬들이 투박하게 굴곡을 두고 이어진다.그렇다고 이러한 영화의 구성을 두고 불평하기엔 이르다. 영화와 관객간의 거리두기는 어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