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이 깃들 무렵에야 비로소 날개를 편다.” (헤겔의 ‘법철학’ 서문에서)이 구절에서 ‘(지혜의 여신인)미네르바(가 데리고 다니는)부엉이’는 철학을, ‘황혼’은 한 시대가 마감되는 즈음을 은유한다. 이 두 문구에 의하면, 그 시대의 가치· 정치형태의 의미등은 시대가 혼돈으로 마감되는 시점에야 비로소 해석될 수 있다. 철학자들은 현실을 예견할 수 없고, 단지 사후적으로 현실의 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예컨대 12세기 프랑스의 자치 주민공동체였던 코뮌이 쇠퇴한 후, 마키아벨리가 시민적 덕목을 중심으로 안정된 공화제 정부의 조건에 대해 연구한 것을 들 수 있다. 그렇다고 뒷북을 치는 현실 분석이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한 시대의 해석은 한 시대를 부정하고 또 다른 시대를 위한 준비가 된다. 이는 마치 밀알이 否定되어 싹이 나와 성장하면 열매가 맺어지고, 애초의 밀알은 더 많은 밀알을 생산하는 이치와 같다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否定은 다시 否定을 낳아 열배 백배의 수확물을 거두게 된다.그러므로 이 시대의 가치를 파악하고 이를 질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내일의 또 다른 태양’을 맞이하기 위한 전제가 될 것이다.◆사회자본의 긍정 효과#1.
누군가가 어떤 집에 돌을 던져 유리창 하나를 깼다. 만약 이 유리창을 갈지 않고 내버려 두면 어떻게 될까? ‘깨진 유리창(broken window)’이론에 의하면, 그 집이 위치한 마을의 모든 유리창이 깨진다고 한다. (이동원)이유는 방치한 유리창은 처벌에 대한 방임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돌 던진 자를 잡지 않고 깨진 유리창을 고치지 않게 되면, 이는 법질서를 어겨도 괜찮다는 신호가 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그 지역의 모든 집의 유리창들은 남아나질 않게 된다.그러므로 법질서를 어길 때, 즉각 처벌을 하게 될 경우 마을은 안전하게 보존된다. 경범죄를 저지른 이들을 지속적으로 처벌하게 되면, 안전한 지역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이치이다.특히, 국가 엘리트들의 불법행위는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들의 잘못을 처벌하지 않게 되면 그 영향은 국가 전체에 악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이다. 달리말해 엘리트들의 부패는 파괴적인 부정적 외부효과를 낳게 된다. 제도를 만들고 운영하는 엘리트들이 제도를 어길 경우, 일반인들은 제도에 대한 냉소주의를 품게 된다. 무엇보다 정의의 부재로 준수해야 할 규범이 흔들린다.으◆ 분배의 정의정의가 사회의 가장 큰 관심거리
아침에 숲길을 산책하다 두 갈래 길을 만났다. 사람들이 적게 가서 낙엽이 수북이 쌓여 있는 길이 한편에, 그리고 낙엽을 밟은 흔적이 많은 길이 또 한편에 숲 속으로 펼쳐져 있다. 어떤 길을 택해야 할까? 갈림길에서 어디로 갈지는 ‘판단의 틀’에 달려있다. 선택을 결정하는 준거의 표준이 내면에 배태되어 있다면, 선택을 둘러싼 방황은 사라지게 된다.판단의 표준은 무엇을 가치 있는 것으로 여기는지를 알려주는 자아 정체성에 담겨 있다.마이클 샌델 등과 함께 대표적인 공동체주의자인 캐나다의 철학자, 찰스 테일러는 판단의 기준이 되는 자아정체성은 ‘타인과의 대화적 관계’에서 해석된다고 말한다.즉 ‘당신은 누구인가?’ 라는 정체성에 대한 질문에 ‘나는 김모씨의 오래된 친한 친구입니다.’라고 답한다면, 이 사람은 김모씨와 신뢰에 기초한 대화적 관계에 놓여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이러한 관계성은 자신의 정체성의 일부를 나타낼 수 있다.그러므로 자아정체성은 개인의 행동과 말을 통해 판단하기보다, 기대와 의무가 교환되는 호혜성의 관계를 통해 발견된다는 것이다. 자원을 제공하면 이에 대한 대가가 돌아올 수 있다는 일방의 기대와 이러한 기대를 충족시켜주는 타방의 의무가 조화되어 구축
신규순환출자가 금지된 가운데 기존순환출자도 해소해야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최운열 더불어 민주당 의원은 지난 9월2일 기존순환출자를 3년 내에 해소하도록 하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하였다.최의원은 “순환출자는 가공의결권을 생성함에 따라 지배주주의 지배력을 강화하고 경영권 승계를 위한 방안으로 활용된다.”고 지적하였다. 이어 그는 “기업들이 자발적 점진적 해소를 유도하도록 하였으나, 아직도 8개 그룹 94개의 순환출자 고리가 존재한다.”고 순환 출자해소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이처럼 최의원은 순환출자가 야기한 폐해의 본질을 가공 의결권문제로 파악하고, 순환출자 해소를 이에 대한 해법으로 제시한 것이다.◆환상(環狀)형 순환출자와 피라미드형 다단계 출자와의 차이점순환출자의 본질에 접근하기 위해선 순환출자와 피라미드형 다단계 출자와의 차이점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피라미드형 출자의 대표적인 예가 지주회사이다.피라미드형 다단계 출자와 순환출자 사이에 어떠한 차이점이 있을까? 두 출자 간 주요한 차이는 기업집단 내부에 유입된 외부자금의 일부가 기업집단 내부에 남아있는지 여부이다.피라미드형 출자는 외부에서 유입된 자금이 계열사 간에 순차적으로 출자되는
"창밖에 앉은 바람 한점에도 사랑은 가득한 걸,널 만난 세상 더는 소원없어, 바램은 죄가 될테니까"같은 노래일지라도 부르는 사람에 따라 노래의 질감은 같지 않다.이를테면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에서, 성악가 바리톤 김동규는 마음을 따뜻이 위로해주고, 뮤지컬 가수 임태경은 가슴을 촉촉이 적신다.마찬가지로 바흐의 무반주 첼로 곡을 연주하는데 있어, 로스트로포비치와 카잘스는 각각 다른 해석을 보여준다. 로스트로포비치는 음정의 충실함에, 카잘스는 정신과 열정에 연주의 초점을 맞춘다. (김선욱)이렇게 연주자의 개성들은 음악세계에서 다양성과 복수성(plurality)을 기초로 하여 공존한다. 우리의 활동도 예술처럼 다양성과 개성을 드러내는 행위이다. 공론장에서 말과 토론으로 개성이 표현되면서 복수성은 꽃을 피운다.◆복수성은 곧 인간다움을 만드는 것복수성의 목표는 무엇일까? 정치 사상가 한나 아렌트에 의하면 다원성은 인간다움이 묻어나는 (정치)행위의 전제조건이다. 복수성은 개인의 이익 추구보다 인간성을 실현하는 과정인 행위의 재료가 된다. 사람의 활동은 노동(labor)· 작업(work)· 행위(action)로 三分된다고 아렌트는 분석한다. 행위는 정치 행위로도 불린다.
‘양보다 질’이란 말이 있다. 질이 중요하지 양은 부차적이라는 의미이다.하지만 양을 간과할 수가 없다. 헤겔에 의하면, 질의 변화는 결국 양의 변화에 의해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헤겔은 “말꼬리에서 말총 한 오리를 뽑아내면 몽당꼬리로 될 수 있는가?”라고 묻는다. 그는 “대수롭지 않은 듯 한 이런 양적증감에도 한도가 있다. 이 한도에 이른 후에는 한 오리의 말총을 더 뽑으면 몽당꼬리가 될 수 있는 것이다.”라며 모든 사물의 질적 변화는 양적 변화로부터 시작된다고 강조한다. 물이 끓는 현상도 양질 전환으로 설명할 수 있다. 냄비에 물을 넣고 가열하면 온도가 상승한다. 물의 온도가 99도를 지나 100도가 되면 물은 끓기 시작한다. 물의 온도라는 양이 쌓여 비등점 100도를 넘자 액체가 기체로 변하는 질적 비약이 나타난 것이다.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것도 그냥 되지 않는다. 그 분야에 최소 1만 시간의 투입량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는 하루에 3시간씩 10년을 꾸준히 노력한 결과이다. 절대량이 쌓여야 새로운 단계로 과거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말이다.이렇게 양이 쌓이면 새로운 질이 만들어지고, 변화된 질은 다시 양의 축적을 자극한다. 효율성이 증가하여 동일한
있는 둥 없는 둥 말없이 그저 듣고만 있는 사람을 가리켜 '꿔다 놓은 보릿자루'같다고 한다. 더불어민주당에 이러한 현상이 나타날 조짐이 보이고 있다.주류를 중심으로 비주류인 주변이 회전하는 구도처럼, 주변이 이러한 보릿자루가 될 가능성이 없지 않은 것이다. 이러한 치우친 균형은 조직의 운동성을 정체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발전의 동력 : 대립물들의 통일성과 투쟁발전을 가져오는 동력은 무엇일까? 운동하여 변화하고 변화가 발전을 가져오는 원동력은 무엇인가?헤겔은 운동의 원천을 사물내부에 존재하는 모순(矛盾)으로 규정하였다. 모순이 있기 때문에 운동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모순이 왜 운동의 원천이 되는 걸까?모순의 개념은 익히 알려진 대로 고대 중국의 창과 방패의 모순을 들 수 있다. 어떤 창(矛)도 막아낼 수 있는 방패(盾)와 어떤 방패도 뚫을 수 있는 창을 동시에 파는 상인은 자기 矛盾에 빠진다. 말의 앞뒤가 서로 맞지 않고 어긋나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논리상의 모순을 의미한다.또 다른 모순은 헤겔이 말하는 대립물의 모순이다. 사물자체에 서로 의존하면서 경쟁하는 경향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한반도에 남한과 북한이 대립하면서 교류한다. 이처럼 사물에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는 10일 서울유세에서 “낡은 양당체제를 깨뜨리는 선거혁명에 동참해 달라”며 선거승리에 대한 강한 확신을 보였다.안대표의 주장은 양당체제의 양극화에 대한 비판이었다. 그는 4일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지금 대한민국은 위기이고 그 중심엔 기득권 양당이 자리 잡고 있다”며 “이들은 반대만 하면 반사이익을 얻다 보니까 문제 해결을 고민하지 않고 있다”고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의 대립을 비생산적인 정치퇴행으로 비판하였다. 즉 양당이 습관적으로 상호관계는 고려하지 않고 반대만 일삼는다는 지적이었다. 이러한 주장은 정치 양극화가 한국의 양당제에서 비롯되었으므로 양당제를 부수고 3당 체제를 정립해야 한다는 논리로 연결된다.양당은 이처럼 반대만 하고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걸까?◆정치 양극화는 무이념의 무조건적 반대?양당의 대립구도에 대한 비판의 하나는 양당이 내용 없이 무조건적으로 상대당의 정책에 반대한다는 것이다. 즉 정치양극화는 진영 간 대립과 갈등의 문제가 아니라, ‘무이념의 무조건적인 반대를 불러일으키는 욕구 때문’으로 해석한다.이념과 헌신하려는 정치인들이 진영 논리에 근거해서 상대당과 대결한다면, 이는 진영의 이익에 도
서유럽은 근대 자본주의 생산양식을 다른 지역보다 한 발 앞서 받아들여, 폭발적인 경제 성장을 누렸다. 무엇이 이를 가능하게 하였을까?막스 베버는 그의 저서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서 이에 대한 해답을 탐구한다. 여기서 ‘프로테스탄트’는 루터의 종교개혁으로부터 비롯된 개신교도가 아니라, 영국의 청교도(Puritan)를 말한다.베버는 당시 유럽의 직업통계를 관찰한 결과 하나의 사실에 주목하였다. “근대산업에 있어서 자본 소유나 기업경영의 담당자들을 살펴 볼 때 그들이 현저하게 프로테스탄트적인 색채를 지니고 있다.”라는 점이다. 즉 프로테스탄트가 근대적 기업의 소유자, 경영자, 상급 숙련 노동자등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전체인구 대비 프로테스탄트 비중보다 높았다.베버는 이러한 관찰에서 청교도는 내면에 경제적이고 합리적인 특질을 가지고 있었다는 가설을 도출해냈다.그가 언급한 청교도의 합리적인 특질이란 신 앞에서의 금욕적인 생활태도였다. 여기서 욕구를 억제한다는 것은 나태하고 방탕한 생활을 통제한다는 뜻이었다.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는 말로 요약되듯이, 게으름· 필요 이상의 수면· 잡담에 시간을 허비하는 것 등이 죄악시 된 것이다. 사치와 향락에 빠지
20대 총선은 다당제하에서 1與 多野의 구도가 펼쳐지고 있다. 전국 253개 선거구 중 야당후보가 두 명 이상인 지역은 28일 기준으로 178곳이다. 특히 수도권은 105곳이나 된다.이러한 선거구도하에 더불어민주당은 후보단일화에 대해 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는 국민의당에 대해 비난의 화살을 날리고 있다. 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후보자간의 연대마저 무산돼 여당이 과반의석을 차지하면 (국민의당은)역사에 죄를 짓는 것”이라는 더민주의 논리는 정당의 목표에 비추어 볼 때 타당한 주장일까?◆정당의 목표와 정당의 선거 의사결정정당의 목표와 관련, 다음 질문이 제기 될 수 있다. 정당은 정책을 만들기 위해 선거에 이기려는 것인가? 아니면 선거에 이기기 위해 정책을 만드는 것인가?이에 대한 해답을 아담스미스가 제시하고 있다. 아담스미스 다음과 같이 말했다.“우리가 저녁 식사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은 푸줏간 주인 양조업자, 제빵업자의 선의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이익에 관한 그들의 관심 때문이다. 우리는 그들의 인간애(humanities)가 아니라 그들의 자기애(self love)에 호소하며, 우리의 필요에 대해서가 아니라 그들의 이익에 대해 말한다.”아담 스미스의 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