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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일반

[ 워시 노믹스의 역설 ① ] 통화량은 줄이고 유동성은 깨운다: ‘딱 좋은(Just Right)’ 골디락스 경제를 향하여

-AI 혁신 결합한 비인플레이션적 성장론
-M(통화량)이 아니라 V(유동속도)가 핵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케빈 워시(Kevin Warsh) 전 연준 이사를 차기 연준 의장 후보로 지명했습니다. 그가 내세우는 경제 철학의 핵심은 다음과 같은  명제로 요약됩니다.

“중앙은행이 통화량을 줄이더라도, 민간 경제의 유동성은 오히려 풍부해질 수 있다.”

이러한 시각은 “통화 공급이 줄어들면 유동성이 위축되고 경기 침체가 뒤따른다”는 전통적인 통화주의적 직관을 정면으로 반박합니다. 

워시의 이러한 경제관은 고성장 저물가인 ‘Just right’의 골디락스 경제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 워시의 진단 : 돈이 저수지에 고여있을 뿐 흐르지 않고 있다.

케빈 워시가 제시하는 핵심 논점은 통화량과 유동성의 괴리에서 발생하는 역설입니다. 

그는 중앙은행이 공급하는 돈의 양이 줄어들더라도, 경제 시스템 내에서 실제로 유통되는 자금인 유동성은 오히려 증가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는 통화 공급 확대가 곧바로 경기 부양으로 이어진다는 기존의 통화주의적 관점을 뒤집는 시각입니다.

①통화량과 유동성

이 주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통화량과 유동성의 개념적 차이를 명확히 해야 합니다. 

통화량은 중앙은행이 찍어낸 본원통화와 은행의 예금통화 창출분을 더한 값으로,  현금, 예금 등을 합친 M1, M2 등으로 측정합니다.  이는  저수지의 물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이에 반해 유동성 (Liquidity)은 자산을 필요한 시점에 즉시 현금화하여 지출이나 투자에 사용할 수 있는 '현금 동원 능력' 곧 ‘즉시 동원 가능한 자금’을 의미합니다. 이는 자산을 큰 가격 충격 없이 사고팔 수 있는 ‘시장 유동성’과 레포(Repo)나 대출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펀딩 유동성’으로 구성됩니다. 

이런 점에서, 아무리 저수지에 물이 가득해도 자산이 가격 충격 없이 거래되는 시장 유동성과 원활한 자금 조달이 가능한 펀딩 유동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경제는 활력을 잃게 됩니다.

②넘치는 저수지, 마른 논: '금융 맥경화' 상태 

문제는 지난 10여 년간 연준이 양적완화(QE)를 통해 대차대조표와 은행 준비금을 크게 늘렸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민간 신용과 거래의 회전으로 자동 연결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이에 대해 워시는 돈이 저수지에 고여 있을 뿐 흐르지 않고 있다고 진단합니다.

지금까지 연준은 저수지에 물을 가득 채우면 실물 경제로 물이 흘러넘칠 것이라 낙관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은행들이 자금을 중앙은행이라는 댐에 준비금 형태로 가둬두고 밖으로 내보내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이른바 '금융 맥경화'로 진단됩니다. 중앙은행의 대차대조표와 은행의 준비금은 비대해졌지만, 금융 중개 기능이라는 물길이 좁아지면서 정작 실물 경제라는 논바닥은 메말라가는 유동성 정체 상태가 고착화되었습니다. 

결국 워시의 시각에서 볼 때, 현재의 경제적 과제는 저수지의 물을 더 채우는 것이 아니라 막힌 물길을 터서 고여 있는 자금을 실물 경제로 흐르게 만드는 구조적 전환에 있습니다.


◆ 통화량 감소 속 유동성 확대의 메커니즘

① 교환방정식으로 본 화폐수량설의 역설

통화량은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유동성이 오히려 감소하는 역설적 상황은 고전적 교환방정식인 MV=PY를 통해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이 공식에서 M은 통화량, V는 화폐 유통속도를 의미하며, P와 Y는 각각 물가와 실질 GDP를 나타냅니다. 

고전적 화폐수량설과 통화주의에서는 분석의 편의를 위해 화폐 유통속도(V)를 안정적인 상수로 가정하고, 실질 GDP(Y) 역시 잠재 산출량에 수렴한다고 전제합니다. 이러한 가정을 바탕으로 통화량(M)이 늘어나면 그 영향이 주로 물가(P) 상승으로 이어진다고 해석해 왔습니다.

② 현실에서의 통화량 증대와 유통속도 하락 

이론적으로 통화주의의 기본 그림은 통화량이 늘어나도 유통속도는 대체로 안정적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의 현실은 사뭇 달랐습니다. 중앙은행이 자산을 대폭 확대하며 통화량(M)을 크게 늘렸음에도 불구하고, 화폐 유통속도(V)는 오히려 하락하는 현상이 관측되었습니다. 이는 지표상의 통화량은 팽창했지만, 경제 시스템 내에서 실제로 기능하는 유동성은 오히려 줄어들었기 때문에 발생한 결과입니다.

③ 은행 준비금의 함정과 '무위험 수익'의 부작용 

이러한 현상의 근저에는 중앙은행이 양적완화로 공급한 자금의 상당 부분이 시중으로 흐르지 못하고 은행 준비금 형태로 중앙은행 계정에 갇혀버린 상황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특히 연준이 시중은행의 준비금에 대해 높은 이자(IORB)를 지급하기 시작하면서, 은행들은 굳이 까다로운 대출 심사와 위험을 감수하며 민간에 자금을 공급할 유인을 상실하게 되었습니다. 연준 금고에 돈을 예치해 두는 것만으로도 안정적인 무위험 확정 수익이 보장되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통계상 통화량(준비금)은 비대해졌으나, 민간 대출과 실물 거래에 쓰이는 '활동성 있는 돈'의 회전은 극도로 둔화되었습니다. 이는 곧 화폐 유통속도(V)의 하락으로 측정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는 저수지의 물은 가득 찼으나 실물 경제로 흐르는 물길은 막혀버린 현 체제의 한계를 극명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 워시의 해법: 통화량(M) 확대에서 유통속도(V) 개선으로의 패러다임 전환

케빈 워시 논지의 핵심은 단순히 통화량(M)을 조절하는 인과관계에 매몰되는 것이 아니라, 경제 시스템 내부의 ‘구성적 재배치’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과거의 통화주의나 양적완화 논리에는 통화량(M)을 충분히 확대하면 MV=PY 공식에 따라 전체 수치가 커지고, 화폐 유통속도(V) 역시 자연스럽게 이를 뒷받침할 것이라는 암묵적인 기대가 깔려 있었습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늘어난 통화량(M)은 중앙은행과 시중은행의 대차대조표에만 머물렀을 뿐입니다. 민간 거래에 투입되는 자금 비중이 상대적으로 작아지면서, 결과적으로 화폐 유통속도(V)는 추세적인 하락세를 면치 못했습니다. 

( 유통속도(V)는 거래 행태나 저축 성향뿐만 아니라 금융 규제, 시장의 불확실성, 자산 가격 상승에 따른 소득 대비 거래 변화 등 복합적인 요인의 영향을 받습니다.)

워시는 이러한 현상을 두고 연준이 통화량(M)을 과도하게 키우는 방식이 오히려 은행들을 안주시켰으며, 이것이 대출을 기피하는 부작용을 낳았다고 분석합니다. 즉, ‘회전하지 않는 돈’인 M이 비대해진 결과가 유통속도(V)의 저하로 이어졌다는 경험적 진단입니다. 

따라서 그는 이제 통화 공급(M)을 줄이는 대신 유통속도(V)를 끌어올리는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 유동성 확장의 물가 효과: 비인플레이션적 성장의 실현

앞선 분석처럼 유동성 확장은 경제 활성화에 필요 조건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무조건적인 만병통치약이 될 수는 없습니다. 과도한 유동성은 수요 압력을 높여 인플레이션 위험을 유발한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케빈 워시는 유동성 확대를 단순한 자금 공급이 아닌 ‘공급 측면의 개혁’과 긴밀히 연계시키는 구상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단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유동성 증가로 인해 은행 대출과 투자가 늘어나면 소비와 총수요가 증가하여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그러나 워시의 판단은 중장기적인 효과에 주목합니다. 공급된 자금이 AI 등 생산적인 분야의 기술 개발이나 설비 투자로 흘러들어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킨다면, 전체적인 공급 능력이 확충되어 물가 안정과 지속 가능한 성장이 동시에 가능하다는 논리입니다.

이러한 메커니즘은 총수요(AD)와 총공급(AS) 곡선을 통해 명확히 설명할 수 있습니다. 



유동성 증가로 총수요가 늘어나면 AD 곡선이 우측으로 이동하지만, 동시에 AI 투자와 생산성 혁신이 이루어지면 동일한 비용으로 더 많은 재화를 생산할 수 있게 되어 총공급(AS) 곡선 역시 우측으로 이동합니다.

이때 총공급의 증가가 총수요의 증가를 압도하게 되면, 실질 GDP는 증가하면서도 물가는 안정되거나 오히려 하락하는 결과가 나타납니다. 즉, 강화된 공급 능력이 수요를 충분히 뒷받침해주기 때문에 시중에 돈이 원활하게 돌아도 물가가 치솟지 않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워시가 강조하는 '비인플레이션적 성장(Non-inflationary Growth)'의 핵심입니다.

결론적으로 워시의 정책 구상은 과거의 양적 완화(QE)처럼 단순히 돈의 양을 늘리는 방식에서 벗어나, 유동성 순환 구조를 효율화하여 실물 경제의 질적 성장을 견인하자는 제안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 '딱 좋은(Just Right)' 골디락스 경제의 실현과 과제

케빈 워시의 전략을 관통하는 핵심은 통화 정책의 초점을 '양적 팽창'에서 '질적 효율'로 이동시키는 것입니다. 이는 중앙은행의 비대한 자산을 축소하는 동시에, 은행들이 유휴 준비금을 생산적인 대출로 전환하도록 유인 구조를 바꾸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이러한 구상이 실현된다면 축소된 통화량(M) 하에서도 화폐 유통 속도(V)가 상승하며 실물 경제의 활력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워시의 접근은 통화 정책의 목표를 단순한 수요 억제를 통한 '물가 잡기'에 가두지 않고, 공급 능력 강화를 통한 '경제의 체질 개선'에 더 큰 무게를 둡니다. 

이는 결국 인플레이션 압력은 낮으면서도 성장은 지속되는 이른바 '골디락스(Goldilocks) 경제'를 지향하는 전략입니다. 

AI 등 기술 혁신에 의한 생산성 향상이 뒷받침된다면, 통화량을 줄이면서도 유동성을 효율적으로 배분하여 인플레이션 위험 없이 잠재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딱 좋은(Just Right)' 경제 모델을 구현할 수 있다는 판단입니다.

다시 말해 '워시노믹스'는 혁신적인 투자가 선행된다면 물가 상승 압력 없이도 경제의 파이를 키울 수 있다는 '신공급주의'적 면모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결국 워시가 제시한 신공급주의의 성패는 공급 측면의 확장(AS 우측 이동)이 수요 측면의 팽창(AD 우측 이동)을 압도할 수 있느냐는 전제의 성립 여부에 달려 있습니다.

물론 낙관론만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만약 AI에 의한 생산성 증대 효과가 예상보다 늦게 나타나거나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유동성 증가는 곧바로 수요 압력으로 이어져 인플레이션을 재점화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워시가 그리는 이상적인 골디락스 경제의 실현 여부는 사실상 AI 기술 발전과 그에 따른 실질적인 생산성 향상 속도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 워시 노믹스의 역설 ① ] 통화량은 줄이고 유동성은 깨운다: ‘딱 좋은(Just Right)’ 골디락스 경제를 향하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케빈 워시(Kevin Warsh) 전 연준 이사를 차기 연준 의장 후보로 지명했습니다. 그가 내세우는 경제 철학의 핵심은 다음과 같은 명제로 요약됩니다. “중앙은행이 통화량을 줄이더라도, 민간 경제의 유동성은 오히려 풍부해질 수 있다.” 이러한 시각은 “통화 공급이 줄어들면 유동성이 위축되고 경기 침체가 뒤따른다”는 전통적인 통화주의적 직관을 정면으로 반박합니다. 워시의 이러한 경제관은 고성장 저물가인 ‘Just right’의 골디락스 경제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 워시의 진단 : 돈이 저수지에 고여있을 뿐 흐르지 않고 있다. 케빈 워시가 제시하는 핵심 논점은 통화량과 유동성의 괴리에서 발생하는 역설입니다. 그는 중앙은행이 공급하는 돈의 양이 줄어들더라도, 경제 시스템 내에서 실제로 유통되는 자금인 유동성은 오히려 증가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는 통화 공급 확대가 곧바로 경기 부양으로 이어진다는 기존의 통화주의적 관점을 뒤집는 시각입니다. ①통화량과 유동성 이 주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통화량과 유동성의 개념적 차이를 명확히 해야 합니다. 통화량은 중앙은행이 찍어낸 본원통화와 은행의 예금통화 창출분을 더한 값으로, 현금, 예금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