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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 예외법원의 구조 ①] 사후 구성·사건 특정·절차 차별이 만드는 사법 정치화의 메커니즘

-정치 권력이 재판 구조를 설계하는 순간 이는 정치적 내란


더불어민주당이 특별재판부 법안에서 법무부 장관 추천 배제 등 노골적인 위헌 요소를 일부 수정한다 하더라도, 이 법안의 근본 구조는 여전히 헌법이 금지하는 ‘특정 사건을 위한 예외법원’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예외법원의 본질은 “특정 사건이나 특정 피고인을 겨냥하여, 사건이 발생한 이후에 별도의 재판 구조를 사후적으로 창설한 법원”이라는 점에 있습니다. 이는 곧 사법 제도의 가장 근본적인 원칙인 ‘사전성’과 ‘일반성’, 즉 법원은 사건보다 먼저 존재해야 하고, 모든 사건은 동일한 절차에서 심리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합니다.

이러한 예외법원은 외관상 특허법원이나 가정법원 같은 ‘전문법원’과 유사해 보일 수 있어 흔히 전문법원과 혼동됩니다. 하지만 양자는 구조적으로 전혀 다른 제도입니다.

전문법원은 어떤 사건이 발생할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다루기 위해 사전에 설립된 영속적 기관입니다. 반면, 예외법원은 사후성, 특정성, 차별성이라는 속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세 가지 요소야말로 정치권력이 사법부를 종속시켜 법치주의를 위협하는 ‘위헌적 기구’임을 증명하는 결정적 징표입니다.


◆ 예외법원의 3대 속성 : 사후성, 특정성, 차별성

① 사건 이후에 만들어진다 — 사후성 (Ex Post Facto)

법치주의의 대원칙은 “법원은 사건을 기다려야지, 사건을 쫓아가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정상적인 법원은 사건 발생 이전에 일반적인 규칙에 따라 미리 존재해야 합니다.

그러나 예외법원은 사건이 발생한 이후에, 그 사건을 처리하겠다는 명확한 목적을 가지고 사후적으로 급조됩니다. 이는 곧 “심판은 경기 시작 전에 정해져 있어야 한다”는 법치주의의 기본 원리를 훼손합니다. 이미 벌어진 사건에 대해 심판을 사후에 선정하는 순간, 재판은 공정성을 상실합니다.

② 특정 사건·특정 피고인을 겨냥한다 — 특정성 (Ad Hominem)

사법부는 불특정 다수의 추상적인 사건을 다루는 곳입니다. 그러나 예외법원은 “이번 내란 사건”, “윤석열 전 대통령 및 관련자”와 같이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사건과 인물을 콕 집어 겨냥합니다.

이는 눈을 가리고 누구에게나 평등해야 할 정의의 여신(Justitia,유스티티아, 천칭을 든 여신)에게, “저 사람을 보라”며 특판이 눈가리개를 벗기는 것과 같습니다. 특정 대상을 겨냥해 만들어진 재판부는 평등원칙과 적법절차의 근간을 무너뜨립니다. 이는 태생적으로 중립적일 수 없습니다.

③ 기존 절차와 다른 기준을 적용한다 — 차별성 (Discriminatory)

예외 법원(특별재판부) 도입을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결국 ‘차별(Discrimination)’의 문제입니다. 

흔히 차별이라고 하면 재판 결과의 유불리를 떠올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지적하는 차별의 본질은 결과가 아닙니다. 바로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적용되어야 할 ‘규칙(Rule)과 트랙(Track)’이 다르다는 사실 그 자체에 있습니다.

예외 법원이 초래하는 차별은 크게 세 가지 층위에서 발생합니다.

첫째, ‘규칙(Rule)의 차별’입니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게임의 규칙을 다르게 적용한다는 점입니다. 일반 국민은 누구에게 재판받을지 모르는 ‘무작위 배당’이라는 불확실성을 감수합니다. 역설적이게도 국민은 이 ‘운’과 ‘시스템’에 운명을 맡김으로써 공정성을 담보 받습니다.

반면, 예외 법원의 피고인은 누군가가 의도를 가지고 선발한 재판부라는 ‘작위적 배당’의 대상이 됩니다. 남들은 다 시스템의 통제를 받는데, 특정인만 ‘사람의 의지’가 100% 개입된 절차를 밟게 됩니다. 이것은 그 자체로 특혜이거나 불이익, 즉 명백한 차별입니다.

둘째, ‘신분(Status)의 차별’입니다. 

헌법상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해야 합니다. 그러나 별도의 법원을 만든다는 것은 국민을 ‘일반 트랙’과 ‘특수 트랙’으로 나누는 행위와 다름없습니다.

특정 피고인을 별도 트랙에 세운다는 것은, 그를 일반 시민과 다른 ‘특별한 존재’ 혹은 ‘정치적 타겟’으로 낙인찍고 분류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범죄의 경중에 따라 형량이 달라질 수는 있어도, 재판을 받는 ‘무대’ 자체가 달라지는 것은 헌법이 금지하는 ‘사회적 신분에 의한 차별’에 해당할 소지가 매우 큽니다.

셋째, ‘위험(Risk)의 차별’입니다. 

일반 재판 절차는 오랜 기간 검증된 ‘법률’에 의해 통제되지만, 예외 법원은 급조된 ‘기준’에 의해 움직입니다. 여기서 위험의 불평등이 발생합니다.

일반 국민은 법률이 정한 절차적 보호를 받지만, 예외 법원의 피고인은 구성권자의 의도에 따라 재판의 운명이 좌우될 ‘가변적 위험’에 노출됩니다. 설령 그 결과가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나온다 하더라도 이는 차별입니다. 다른 국민들은 누릴 수 없는 ‘별도의 기준’을 적용받았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예외 법원은 피고인을 일반적인 법의 보호막 밖으로 끄집어내어 ‘다르게 취급’하기 위해 고안된 장치입니다. 공정성은 결과가 아닌, 동일한 규칙을 적용받는 과정에서 나옵니다. ‘무작위의 원칙’을 깨고 특정인에게만 ‘사람이 개입한 별도의 기준’을 들이대는 것, 이것이 우리가 경계해야 할 차별의 본질입니다.


◆예외법원의 치명적 결함: 사법 시스템의 붕괴

앞서 정의한 예외법원의 3대 속성인 ‘사후성·특정성·차별성’은 단순한 이론적 개념에 그치지 않습니다. 이는 현실에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위헌의 결과를 초래하며, 기존 사법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붕괴시키는 치명적 결함을 안고 있습니다.

① 사법 독립의 파괴: 법원이 ‘정치의 도구’로 전락하다

사법권 독립의 본질은 외부의 간섭 없이 오직 ‘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하는 데 있습니다. 그러나 사건을 먼저 정해놓고 그에 맞춰 재판부를 사후적으로 구성하는 순간, 사법부는 더 이상 독립된 헌법 기관이라 할 수 없습니다.

이때의 재판부는 법률적 판단을 내리는 기관이 아니라, 정치 권력이 원하는 목적—그것이 처벌이든 보호든—을 달성하기 위해 주문 제작된 ‘정치적 기성품(Ready-made Product)’으로 전락하고 맙니다. 이는 민주주의의 근간인 삼권분립의 대원칙을 뿌리째 흔드는 결과를 낳습니다.

②무작위 배당의 붕괴와 ‘기울어진 운동장’

사법적 정의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는 “누가 나를 재판할지 모른다”는 ‘무작위 배당(Random Assignment)’에 있습니다. 이는 인위적 개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장치입니다. 그러나 추천위원이 누구든 판사를 인위적으로 ‘선발(Select)’하는 방식이 도입되는 순간, 이 무작위성은 완전히 파괴됩니다.

일각에서는 추천권자에서 정치적 요소를 배제하면 된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무작위 공정성’과는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일반 재판이 전산 난수에 의한 무작위 배당이라면, 특별재판부는 위원회 심사를 거친 선발입니다. 추천과 선발은 그 자체로 인간의 의지가 100% 개입됨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설령 선의로 선발한다 해도 편향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법관대표회의나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등 추천 주체가 바뀌더라도, 그 집단 특유의 ‘전문가 편향’이나 ‘관점 편향’이 판사 선정에 반영될 수밖에 없습니다. 피고인 입장에서는 “누군가가 의도를 가지고 나를 재판할 판사를 골랐다”는 불신이 남게 됩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모집단(Pool) 자체가 처음부터 선별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무작위 배당은 전체 판사를 모집단으로 하지만, 특별재판부는 ‘추천받은 소수 판사’만을 풀(Pool)로 사용합니다. 즉, “특별한 성향을 가진 판사들만 모아놓고 그 안에서 추첨하는 구조”는 ‘무작위의 탈을 쓴 선별적 배당’일 뿐이며, 공정성과는 거리가 멉니다.

결국 추천권자를 누구로 바꾸든, 선발이 개입되는 순간 재판은 조작 가능해지며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이 됩니다.

③ ‘별도 트랙’ 강요는 명백한 평등권 침해

헌법은 모든 국민에게 동일한 법원 조직과 절차에 따라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합니다. 그러나 “이 사람, 이 사건만을 위한 재판부”를 따로 만드는 행위는 피고인에게 일반 국민과 다른 ‘별도의 트랙’을 강요하는 것입니다.

이는 헌법 제11조의 평등권과 제12조의 적법절차 원칙을 정면으로 침해하는 것으로, 피고인을 ‘법 앞에 평등한 시민’이 아닌 ‘특수한 처분 대상’으로 격하시키는 위험한 발상입니다.

④정치적 숙청의 위험: ‘합법적 보복’의 서막

가장 우려스러운 지점은 미래에 미칠 파장입니다. 특정 정권이나 의회 다수파가 자신들에게 불편하거나 공격하고 싶은 대상을 기존 법원에서 끄집어내어 ‘별도 트랙’으로 몰아넣는 방식이 허용된다면, 이는 재앙이 될 것입니다.

이것이 하나의 선례가 되면, 향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상대 진영을 숙청하기 위한 도구로 ‘특별재판부’가 남용될 소지가 다분합니다. 이는 사법 정의의 실현이 아니라, 전형적인 정치 보복과 정치 재판의 서막을 여는 위험한 도박입니다.


◆헌법이 규정해 둔 세 가지 쐐기

이러한 위험을 막기 위해 헌법은 제27조, 제103조, 제101조라는 세 가지 조항을 통해 사법의 정치화를 원천 봉쇄하고 있습니다.

①사후적 개입의 금지

헌법 제27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합니다.

여기서 ‘법률이 정한 법관’이란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미리 정해진 법관을 뜻합니다. 즉, 사건 발생 후 권력이 개입해 재판부를 새로 만드는 ‘사후적 예외법원’은 헌법상 허용되지 않습니다.

또한 “법률에 의한 재판”은 재판의 기준과 절차가 권력의 의지가 아닌 ‘사전에 확정된 객관적 규범’에 의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첫째로 자의성 배제로 인한 객관성 확보를 강조하는 것으로, 재판은 정치적 필요나 여론, 권력자의 의지가 아니라 오직 ‘객관화된 법률’에 근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둘째, 절차의 고정성으로, 특정 사건 처리를 위해 급조한 ‘특례’나 ‘변칙’이 아닌, 국회가 제정한 ‘확립된 법적 절차’를 엄격히 따라야 한다는 것입니다.

셋째, 사후 조작 금지로, 사건이 발생한 뒤에 처벌을 용이하게 하려고 법(실체법·절차법)을 뜯어고치는 ‘소급 입법’을 불허하는 것입니다.

결국 27조 1항은  “결과를 정당화하기 위해 사후적으로 규칙을 바꾸거나 변칙을 쓰지 말고, 사건 이전에 정해진 ‘공정한 절차’대로만 심판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②정치적 종속의 금지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선언합니다. 재판은 오직 ‘법’과 ‘양심’에 따라야지, 정치적 목적이나 여론에 종속되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입니다. 국회가 특정 사건 처리를 위해 재판부를 직접 설계하는 것은 판사에게 “법과 양심 대신, 이 재판부를 만든 정치적 의도에 따르라”고 강요하는 것과 같으므로 명백한 위헌입니다.

③ 권력 분립과 사법권의 배타성

제101조 제1항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규정합니다. 재판이라는 사법권은 입법부나 행정부가 아닌 오직 법원에만 속한다는 배타적 권한 선언입니다. 따라서 입법부가 ‘특별재판부법’이라는 명분으로 재판부 구성권과 사건 배당권에 개입하는 것은 사법부의 고유 영토를 침범하는 행위이자 삼권분립 위반입니다.


◆사법의 정치화 금지

헌법 제27조(법관에 의한 재판), 제101조(사법권의 독립), 제103조(법관의 독립)가 박아놓은 세 가지 쐐기의 지향점은 분명합니다. 

 ‘사법의 정치화 금지’

이는 어떤 명분으로도 정치 권력이 법원의 문을 열고 들어가 심판 구조를 설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헌법의 원칙입니다. 

특별재판부는 표면적으로 “중대 사건에 적합한 전문적·공정한 재판부”라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그 실질은 사법 절차의 중립성을 약화시키고 사법을 정치적 이해의 연장선으로 끌어들이는 구조입니다. 바로 그 지점에서 예외법원은 사법의 정치적 종속을 제도화하게 됩니다.

특별재판부에 대해 헌법은 단호합니다.

우선 정의의 장인 사법부를 ‘정치적 설계의 산물’로 전락시켜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특정 사건을 위해 별도의 재판부를 만드는 것은 곧 “이 사건만큼은 기존 법원의 통상 절차를 신뢰하지 않겠다”는 선언과 같습니다.

입법 권력이 사건을 지정하고 재판부 틀을 다시 짜는 순간, 그 공간은 더 이상 공정한 사법의 장이라 보기 어렵습니다. 정치가 재판의 틀을 결정하는 구조에서는 사법의 독립성을 온전히 보장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사법의 정치 종속과 무작위 배당의 붕괴는 허용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는 재판의 공정성을 원천적으로 파괴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입니다.

정치가 재판부를 설계하는 구조 하에서 판사는 ‘사전에 정해진 법관’이 아닌, 정치적 이해관계 속에서 ‘선별된 인물’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로 인해 사법부는 정치에 종속되고, 피고인은 공정한 재판의 핵심인 ‘무작위 배당’의 보호를 상실하게 됩니다.

이러한 토대 위에서 내려지는 결정은 판결문의 형식을 띠더라도, 실질적으로는 헌법적 정당성을 잃은 정치적 판단에 가까워지게 됩니다.

헌법은 경고합니다.

정치 권력이 사건 발생 이후 재판부를 새로 설계하거나 특정 사건만을 위한 별도 심판 구조를 만들기 시작하는 순간, 사법의 독립성과 무작위 배당이라는 핵심 원칙은 즉시 무너지고, 재판은 정치적 이해의 도구로 전락한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내란전담재판부’라는 간판이 어떤 형식을 갖추든, 사건 이후 사후적으로 재판부를 구성하는 방식 자체가 헌법이 금지하는 영역에 해당합니다. 헌법은 이러한 구조가 사법을 정치에 종속시키고, 법치를 훼손하며, 절차적 평등을 파괴한다는 이유로 이를 원천 배제하고 있습니다.


◆ 법치주의의 종말과 기본권의 붕괴

우리는 마지막으로 이 질문과 마주하게 됩니다.

정치 권력이 재판 절차를 움직이는 순간, 우리는 어떤 위협에 직면하는가?”

헌법의 답은 단호합니다.

"그 순간 법치는 붕괴하고, 국민의 기본권은 지속적으로 약화된다. 나아가 사법 절차의 장악은 정치 권력이 사법부를 무력화하는 방식으로 작동하게 되며, 이는 총칼 없이 헌정질서를 흔드는 정치적 내란에 준하는 중대한 위협으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