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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업구조조정촉진법] 기촉법 상시화 논쟁 : 행정부의 효율 VS 법원의 기본권과 민주성

금융기관의 신용공여액이 500억원 이상인 기업에 적용되는 법원 밖의 사적 채권채무 재조정절차인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의 상시화 논쟁이 뜨겁다.   

2015년에 효력이 종결되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을 상시법으로 제정해야 한다는 주장과  기촉법의 장점을 흡수한   법원 주도의 통합 도산법을 정착시켜야한다는 주장이 대립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말에 기촉법을 상시법화할 계획으로 알려져 있고, 법원측에서는 기촉법의 위헌성과 관치금융의 우려를 제기하며 기촉법의 상시법화에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지난 4월10일  한국금융학회 주최로 열린  <기업구조조정제도 개선방안>  춘계 공동정책심포지엄에서도 법원과 금융기관측의 이러한 분명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기촉법상시화 논쟁을 살펴본다. 


◆기촉법상시화의 비판 

법원측은 사적자치의 위배, 평등권 침해, 관치금융의 문제등을 들어 기촉법상시화에 반대하고 있다. 


△사적자치의 위배 

기촉법상시화 반대론자들은 사업구조조정등 자구계획은 해당 기업이 주도적으로 결정하여야 함에도, 주채권은행의 통보를 받고 워크아웃절차를 채무자에게 강제하는 것은 시장경제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한다.  물론 기촉법은  워크아웃절차 신청권을 채무자에게 부여하고 있지만, 채무자는 워크아웃절차의  진행을 거절하기가 힘들다. 

또한 채권금융기관의 입장에서도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협의회의 구성원이 되어야하고, 협의회의 결정에 반대하여 채권매수청구권을 행사하여도 청산가치를 기준으로 매수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의문이 제기된다. 

△평등권침해 

기촉법은  국내금융기관을 적용대상으로 하고, 외국금융기관 채권, 상거래채권, 개인채권등은  채권 pooling에서 제외하고 있다. 

외국금융기관의 해외 본지점 명의로 대출된 채권등은 적용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어,  국내 채권금융기관들의 출혈로 외국금융기관들의 채무를 갚아주는 불평등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또한 대상기업사이의 불평등이다. 기촉법의 적용은  신용공여액 500억원 이상의 기업에만 제한되고 있어, 이에 해당되지 않는 기업들에 대해서는 불평등, 불공정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대기업 채무자들의 채무가 재조정됨에 따라, 대기업들의 도덕적 해이를 조장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관치금융 

외관상 채권금융기관들의 주도로 워크아웃절차가 추진되고 있으나, 사실상 금융감독당국의 의사와 의중에 따라 이 절차가 결정되고 진행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각 주 채권은행의 재무구조평가결과를 취합해서 보고절차를 거쳐 확정한 후 재무구조 개선 약정체결 대상을 선정하고 있다. 

이는 정책적 판단에 대한 견제장치의 미비등으로 경제적 민주화에 역행하는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다.  특히 일본의 사례처럼, 좀비기업이라 불리는 한계기업에 당국의 신용의 잘못된 배분으로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퇴출되어야 할 한계기업들이 다른 새로운 기업이나 정상적인 기업들에게 돌아가야 할 자원을 이전받아 연명하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금융당국이 이익률과 성장률이 낮고 비교우위가 약화되는 산업에 정치적인 고려로  중점적으로 신규대출을 할 인센티브도 존재한다. 


◆기촉법 상시화 찬성 

기촉법 상시화 찬성론자들은 기촉법상의 워크아웃제도가 기업들의 신속한 구조조정에 기여를 한 점을 강조한다. 속도감이 있는 기업구조조정의 추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한 워크아웃절차에서는 상환유예, 이자율인하 등 채무조정과 함께 일부 운전자금이 지원되기 때문에 기업회생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특히 강조한다.

또한 대기업 부실화의 결과로  협력업체나 거래업체등 중소기업들의 연쇄 부도에 따른  사회적비용의 발생  문제를, 기촉법으로 통제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특히  강제적 표결방식의 구속력을 기촉법에 부여함으로써, 채권단의 버티기전략(hold out)을 방지할 수 있다. 따라서 기업구조조정 수요가 존재하는 한 채권금융기관들이 개별적 이익을 추구함으로써 전체적인 이익을 해하는, 일종의 구성의 오류를 범할 가능성을 최소화 할 수 있다. 


◆  효율 VS 기본권과 민주성 

기촉법 상시화 문제는 정책당국과 법원간의 헤게모니 싸움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논쟁은  행정과 법원이 각각 추구하는 가치에 대한 근본적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기촉법 상시화 여부 판단은  추구하는 가치를 어디에 두어야 하는가라는 규범적 접근으로 결정되는 것이다. 

관료들이 추구하는 정책의 선은 효율성이다. 하지만  법원은 기본권과 민주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 

따라서  행정당국은 법원이 기본권과 민주적 절차를 중요한 부분으로 다루면서, 효율성을 등한시하는 것은 사법적극주의라고 비판한다. 

하지만 법원은  고삐 풀린 자본의 이윤 추구와 기업의 도덕적 해이  현상을 중립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유일한 통제 절차가 법이라고 확신한다. 또한 법이 행정의 그릇된 판단을 조정함으로써 최적의 자원배분을 가능하게 한다고 확신한다. 

법원 판결의 실례는   효율성보다 기본권을 최고의 가치로 인식하는 법원의 속성을 잘 반영하고 있다. 

국가기관의 감시활동이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지를 다룬 대법원 판례가 그 예이다.  

대법원은  상고심에서 구 국군보안사령부와 같은 군 정보기관이 법령상의 직무범위를 벗어나 민간인에 관한 정보를 비밀리에 수집 관리 한 경우, 헌법에 의하여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 한 것으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는 원심을 확인하였다. 

반면에 피고는 이 사건을 프라이버시 보다 국민의 알권리를 강조하였다. 공적 인물은 통상인에 비하여 일반국민의 알권리의 대상이 되고 그 공개가 공공의 이익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법원은 국가기관이 공적인물에 대한 개인정보를 수집한 행위가 국민의 알 권리와는 무관하고, 단순히 행정이 효율성을 목적으로 한 행위로 판단한  것이다. 기본권 보호를 위해 행정의 효율성을 희생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민주성과 효율성이 경합할 경우 법원은 민주성에 손을 들어주었다. 이의 실례가 행정정보를 공개하려는 욕구 (민주성)과 행정정보를 자원으로 활용하려는 욕구(효율성)가 경합하는 경우 전자에 우세한 판결이 내려졌다. 

대법원은 피고인 외무부장관이 미국정부로부터 제공받아 보관하고 있는 1979년 및 1980년의 우리나라 정치상황과 관련한 미국정부 보유의 문서사본에 대해서 원고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 제기한 정보공개청구를 거절한 사건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처럼 법원은 민주성인 정보공개와 행정효율이 경합하는 경우 법원은 일방적으로 정보공개의 민주성의 우위를 선언한 것이다.  


◆ 세월호참사와 도덕적 해이  

사회 전체 후생면에서, 비용 대비 초과수익을 창출 할 수 없는 기업은 시장원리에 따라 신속히 퇴출되어야 한다. 경제적 가치가 없는 기업은 시장에서 신속히 퇴출되어 희소한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자원의 배분을 어디서 담당해야 할까? 세월호 참사는 이에 대한 적절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세월호의 참사는  비용을 초과하는 수익을 창출 할 수 없는 기업은 시장에서 도태되어야 함에도, 불법의 수단을 동원하여  비용을 줄이고 수익을 늘린 결과이다.

 세월호는 지난해 7억 8500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손실의 만회를 주요 수입원인 화물운임비에 의존했고, 그 결과 과적 → 평형수 부족 → 복원력 상실을 초래하였다는 분석이다.  

한국선급에 의하면 세월호는 화물과 여객을 싣고 출항할 때, 평형수를 1,700톤 이상 채우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세월호는 평형수를 1000톤이상 부족하게 실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15일 세월호는 출항전 안전점검에서 만재흘수선이 수면 위로 올라와 있었다. 외관상 안전하게 항행할 수 있도록 허락된 최대 흘수선인 만재흘수선이 재화중량톤수 기준을 초과하지 않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화물이 과적되어 평형수를 줄여 만재흘수선을 수면위로 올렸다고 판단하고 있다. 

침몰 당시 세월호에는 화물이 3608톤이  적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복원성 유지기준인 987t을 최소 3배 이상 초과한 것이다. 차량도 적재한도보다 30대 많은 180대나 태웠다. 

그런데 청해진해운은  출항전에 화물 657t, 차량 150대를 적재하였다고 축소  보고했다.  과적에 따라 평형수를 의도적으로 줄여 만재흘수선을 수면위로 올렸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세월호 참사는 시장논리에 따른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불법과 조작으로 이윤을 창출하려는 자본의 도덕적 해이의 결과이다. 

그러므로 이들을 적절히 통제하는  공정하고 중립적인  장치가 필요한 것이다. 


◆ 자원의 효율적 배분 권한을 어디에?

행정은 효율을 추구한다. 세월호 참사는 행정이 효율의 편이라는 사실을 입증한다. 

이명박정부는 2009년 해운법 시행규칙을 개정하여, 여객선 선박 연령 제한을 20년에서 최대 30년으로 늘렸다, 거의 폐선이나 다름없는 저렴한 배를 수입하여 수익 비용을 조절하려는 선사들의 줄기찬 요구를 행정부가 수용한 결과이다.  효율성에 최대의 가치를 두고 있는 행정부의 합리적 결정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통제 권한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는 답은 명확하다. 기업의 효율을 우선시하여 가시적인 성과를 내려하는  행정과 관치에 맡기기보다,  국민의 기본권과 민주적 절차를 중요시하는 법원에 맡기는 것이 이에 대한 적절한 해답이다.  

 자본의 도덕적 해이등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민주성과 국민의 기본권을 최대의 가치로 하는 법원에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이를 통해서 비로소 자원의 민주적이고 효율적인 배분이 가능한 것이다. 

그러므로 기업 구조조정 권한도 세월호 참사의 교훈처럼,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를 제일의 가치로 두고 있는 법원에 맡겨야 한다.   

효율을 최고의 선으로 강조하는 행정부의 기촉법 상시화의 시도 대신, 기촉법에서 발견되는 장점을 수용한 통합도산법의 개선이 기업구조조정의 바람직한 길인 것이다. 

효율성 추구의 결과로 발생한  자원의 그릇된 배분을 방지하기 위하여, 국민의 기본권과 민주성을 강조하는 법원에 자원의 배분을 의탁하여, 궁극적으로 최적의 자원배분과 효과를 거두도록 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