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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일반

삼성전자 성과급 합의; 일괄 불공정 지대 선취, 미래 기차는 달릴 수 있나 [ 지대의 오인 ]

-미래 기관차를 팔아 오늘의 성과급을 나눌 것인가
-정규직 '지대 독점'이 생산성을 꺾는다

삼성전자 성과급 합의는 단순한 임금 협상이 아닙니다. AI 반도체 호황으로 발생한 막대한 초과성과를 둘러싸고, 그것을 어떻게 계산하고, 누구에게, 어떤 순서로 배분할 것인가를 둘러싼 자본배분 논쟁입니다.

이 논쟁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세 가지 질문을 함께 던져야 합니다.
 
첫째, 배분의 순서 문제입니다.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을 먼저 자본비용과 미래 투자 재원으로 남겨둘 것인가, 아니면 현재의 노동 성과에 대한 보상으로 더 직접적으로 배분할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반도체처럼 막대한 선투자가 필요한 산업에서 이 순서는 기업의 장기 생존과 직결됩니다.
 
둘째, 지대의 정밀성 문제입니다. 반도체 호황이 만들어낸 경제적 지대가 모든 노동자에게 동일하게 발생한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HBM 설계와 첨단 공정을 책임진 희소한 기술 인력에게 발생한 지대와, 전체 정규직에게 일괄 배분되는 성과급은 경제학적으로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셋째, 공정한 범위의 문제입니다. 조직행동론의 공정성 이론에 따르면 구성원은 자신이 투입한 노력과 역량 대비 보상을 타인과 끊임없이 비교합니다. 기여한 곳에 보상이 돌아가지 않고, 기여하지 않은 곳에 보상이 쏠린다는 인식이 퍼지는 순간, 구성원들은 투입 자체를 줄이는 방향으로 반응합니다. 불공정한 배분 구조는 결국 초과성과를 만들어낸 동력을 스스로 소진시킵니다.
 
이 질문들은 서로 연결돼 있습니다. 지대를 정확히 계산하지 않으면 잘못된 대상에게 먼저 배분하게 되고, 잘못된 배분은 재투자로 남겨야 할 몫을 잠식합니다.
 
결국 성과급 제도의 설계 방식은 단순한 보상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이 미래 경쟁력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의 문제와 맞닿아 있습니다.

 
◆초호황이 불러온 성과급 논쟁
 
2026년 1분기 삼성전자 DS부문은 53.7조 원이라는 역대급 영업이익을 기록했습니다. AI 메모리 호황과 HBM 수요 확대가 실적을 끌어올린 결과였습니다. 막대한 초과성과가 발생하자, 성과급 산정 기준을 둘러싼 노사 갈등도 커졌습니다.
 
노조 입장에서는 이 성과가 단순히 자본의 결과만은 아니었습니다. 수율 개선, 공정 안정화, 생산 대응, 기술 축적이 결합된 결과였습니다. 따라서 초과성과의 일부를 노동이 집단적으로 공유해야 한다는 주장은 일정한 설득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업과 주주 입장에서 반도체 호황기의 이익은 단순한 배분 대상이 아닙니다. 다음 불황을 견디기 위한 완충 자본이자, 차세대 공정과 HBM 라인 증설, 첨단 패키징, 연구개발에 투입해야 할 미래 투자 재원입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성과급 논쟁은 임금 문제가 아니라 자본배분의 문제로 확장됩니다.

 
◆기존 OPI는 왜 EVA 기준이었나

삼성전자의 기존 OPI, 즉 초과이익성과급 제도는 EVA 원칙에 따라 운영돼 왔습니다. OPI는 사업부별 실적이 연초 목표를 초과할 경우 임직원에게 연봉의 최대 50%까지 지급되는 성과급 제도입니다.
 
EVA 기준의 핵심은 자본비용을 먼저 차감한다는 데 있습니다. 기업이 영업이익을 냈더라도, 그 이익에서 투하자본에 대한 정상적인 비용을 먼저 빼야 합니다. 여기서 정상적인 비용이란 주주와 채권자가 요구하는 자본비용, 즉 WACC입니다.
 
EVA=NOPAT−(투하자본×WACC)
 
NOPAT은 세후 영업이익입니다. 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이익에서 세금을 반영한 뒤 남는 금액입니다. 투하자본 × WACC는 주주와 채권자가 요구하는 정상적인 자본비용입니다.
 
따라서 EVA 기준 성과급은 주주와 채권자에게 필요한 정상 보상을 먼저 인정한 뒤, 그 이후에 남는 잔여성과를 노동자와 나누는 구조입니다.
 
삼성전자가 이 기준을 채택한 이유는 초과이익을 정밀히 계산하고, 이 이익에 따라 배분순서를 결정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즉 삼성전자가 EVA를 성과급 기준으로 삼은 것은 단순히 주주에게 유리한 산식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자본의 기회비용을 먼저 반영해 실제로 배분 가능한 초과성과가 얼마인지를 보다 정확하게 계산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노조 요구의 핵심과 합의

① 영업이익에서 직접 나누자는 주장

노조의 핵심 요구는 기존 EVA 기준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데 있었습니다. 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삼아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산식 변경이 아닙니다. EVA 기준은 자본비용을 먼저 차감한 뒤 남는 초과성과를 나누는 방식입니다. 반면 영업이익 기준은 자본비용을 차감하기 전 단계에서 노동 몫을 직접 떼어내는 방식입니다.
 
즉 EVA 방식에서는 먼저 자본의 기회비용을 인정합니다. 주주와 채권자의 정상 보상을 계산한 뒤 남는 몫을 성과급 재원으로 봅니다. 반면 영업이익 연동 방식에서는 기업이 벌어들인 영업성과 자체에서 노동 몫을 먼저 확보합니다.
 
이 차이는 초과성과의 귀속 순서를 바꿉니다. 기존 방식이 “자본비용을 뺀 뒤 남는 것을 나누자”는 논리라면, 노조의 요구는 “영업성과 자체에서 노동 몫을 먼저 인정하자”는 논리입니다.
 
② 최종 합의: EVA 폐기가 아니라 별도 통로의 신설

최종 합의는 노조 요구를 그대로 수용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노조가 요구한 영업이익 15%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DS부문 영업이익의 10.5%를 특별경영성과급 재원으로 삼는 방식이 도입됐습니다.
 
즉 삼성전자는 EVA 기반 OPI를 유지하면서, 그 위에 영업이익 연동형 특별성과급을 추가했습니다. 따라서 이번 합의는 EVA 기준의 전면 폐기가 아니라 새로운 배분 통로를 만든 절충안으로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이 제도는 장기 적용을 전제로 설계됐으며, 성과급은 세후 전액 자사주로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다만 자사주 지급은 현금 유출 부담을 줄일 수 있을 뿐, 회계상 보상비용 자체를 없애지는 않습니다. 이는 이후 수치 분석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 수치로 본 부담: 200조 원 영업이익이면 NOPAT 15.75조 원 감소

이제 이러한 제도 변화가 실제로 기업의 수익성과 가치 창출 능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수치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영업이익 연동형 특별성과급이 도입될 경우, 세후 영업이익과 EVA가 얼마나 감소하는지를 계산해 보면 이번 합의의 경제적 의미를 보다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DS부문 연간 영업이익이 200조 원에 달한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는 1분기 영업이익을 기반한 시나리오입니다.
 
200조 원 × 10.5% = 21조 원
 
영업이익 200조 원이 발생하면, 그중 21조 원이 특별경영성과급 재원으로 먼저 배정됩니다. 이 금액은 현금으로 지급하든 자사주로 지급하든 회계상 전액 인건비, 즉 보상비용으로 처리됩니다. 따라서 세전 영업이익은 21조 원 줄어들고, 세후 영업이익인 NOPAT도 감소합니다.
 
법인세율 25%를 가정하면 NOPAT 감소액은 다음과 같습니다.
 
21조 원 × (1 - 25%) = 15.75조 원
 
명목 성과급 재원은 21조 원이지만, 세후 기준으로 기업의 가치 창출 능력을 나타내는 NOPAT은 약 15.75조 원 감소합니다. 이 금액은 EVA를 직접 잠식합니다.
 
만약 노조 요구안인 15%가 적용됐다면 부담은 더 커집니다. 200조 원 영업이익의 15%는 30조 원이고, 법인세율 25%를 적용하면 NOPAT 감소액은 22.5조 원입니다. 이는 단순한 보너스가 아니라, 기업의 세후 투자 체력을 크게 갉아먹는 수준입니다.

 
◆자사주 지급은 비용을 없애지 않습니다

이번 합의에서 주목할 점이 자사주 지급입니다. 하지만 이 성과 방식도 회계처리 효과에 있어 현금지급방식과 다르지 않습니다.   
 
① 지급 방식과 비용 인식은 다른 문제입니다

성과급을 전액 자사주로 지급하는 것은 겉으로 보면 현금 유출을 줄이는 장치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급 방식과 비용 인식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자사주 지급도 손익계산서에 비용으로 인식되기 때문입니다. 
 
회사가 성과급으로 21조 원 상당의 자사주를 지급하기로 결정했다면, 회사는 그 21조 원의 경제적 가치를 직원에게 이전하는 것입니다. 지급 수단이 현금이든 자사주든, 회사가 제공하는 보상의 공정가치는 동일하게 비용으로 인식됩니다. 핵심은 “어떤 방식으로 지급했는가”가 아니라 “얼마의 경제적 가치를 이전했는가”입니다.
 
② 자사주 지급도 보상비용으로 인식됩니다

이러한 효과는 회계처리를 통해 쉽게 이해될 수 있습니다. 
 
자사주를 이미 보유하고 있든, 시장에서 새로 매입해 지급하든, 직원에게 지급되는 자사주의 공정가치는 보상비용으로 인식됩니다. 다만 자사주를 어떻게 확보했느냐에 따라 현금흐름과 자본 항목의 처리가 달라질 뿐입니다.
 
⒜ 보유 중인 자사주를 지급하는 경우
 
(차) 인건비 또는 보상비용  100 (대) 자사주  80 / 자본잉여금  20


보유 자사주를 지급할 경우, 지급 시점의 공정가치만큼 보상비용이 인식됩니다. 자사주의 장부가액과 지급 시점 공정가치가 다르다면, 그 차이는 자본잉여금 또는 기타자본 항목에서 조정됩니다.
 
보유 자사주는 현금화하거나 소각하거나 주주환원에 활용할 수 있었던 자산입니다. 이를 직원에게 이전하는 순간 회사는 그만큼의 경제적 가치를 포기하게 되고, 이것이 비용으로 인식되는 겁니다. 
 
⒝ 시장에서 자사주를 매입해 지급하는 경우
 
매입 시: (차) 자사주  80 (대) 현금  80
지급 시: (차) 인건비 또는 보상비용  100  (대) 자사주  80 / 자본잉여금  20

이 경우에는 자사주를 시장에서 사들이는 순간 현금 유출이 직접 발생합니다. 이후 직원에게 지급할 때 지급 시점 공정가치만큼 보상비용이 인식됩니다. 현금 유출과 보상비용 인식이 모두 발생합니다.
 
③ NOPAT과 EVA에도 동일하게 반영됩니다

두 경우 모두 핵심은 같습니다. 직원에게 이전되는 자사주의 공정가치만큼 인건비가 발생하고, 그 결과 영업이익이 감소하며, 세후 영업이익인 NOPAT도 줄어듭니다. EVA는 NOPAT에서 자본비용을 차감해 계산되므로, NOPAT 감소는 곧 EVA 감소로 이어집니다.
 
“자사주로 주면 현금이 나가지 않으니 비용이 없다”는 주장은 회계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맞지 않습니다. 자사주 지급은 현금 지급을 주식 지급으로 바꾸는 방식상의 차이일 뿐입니다. 비용의 형태가 달라질 수는 있지만, 비용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결국 자사주 지급은 기업의 재투자 여력 감소 문제를 해결하는 장치가 아니라, 비용 부담의 표시 방식을 바꾸는 장치에 가깝습니다.

 
◆ 삼성전자 합의의 문제
 
삼성 노사 협상의 가장 큰 문제는 미래 투자를 위한 재원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현재 보상을 우선함으로써, 재투자 여력과 장기적인 경쟁력의 기반을 약화시켰다는 점입니다. 또한 지대의 규모와 발생 원인을 명확히 산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성과를 배분함으로써, 지대 배분의 공정성 문제를 초래했다는 점도 중요한 한계로 지적될 수 있습니다.
 
① 미래 투자보다 현재 보상을 우선한 배분 구조

앞서 살펴본 것처럼 성과급을 현금이 아닌 자사주로 지급하더라도 기업의 비용 부담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지급 방식과 무관하게 회사가 이전하는 경제적 가치만큼 보상비용이 발생하며, 이는 NOPAT과 EVA의 직접적인 감소로 이어집니다. 결국 핵심은 '현금이냐 주식이냐'가 아니라, '기업의 투자 재원이 얼마나 노동 측으로 이전되는가' 하는 그 규모의 문제입니다.
 
이 점을 앞선 시나리오(영업이익 200조 원)에 대입해 보면 그 파장은 더욱 분명해집니다. 여기서 도출된 '15.75조 원의 NOPAT 감소'는 단순 장부상의 숫자가 아닙니다. 이는 당장 차세대 EUV 노광장비 도입, HBM 생산 라인 증설, 첨단 패키징 기술 고도화, 그리고 선행 연구개발(R&D)에 투입되어야 할 세후 현금흐름이 그만큼 증발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자금 유출이 치명적인 이유는 반도체 산업의 본질 때문입니다. 반도체는 막대한 선투자와 긴 자본 회수 기간을 전제로 하는 대표적인 장치산업입니다. 따라서 초호황기에 대규모 영업이익이 발생했더라도, 이를 모두 자유롭게 나눌 수 있는 '초과이익'으로 착각해서는 안 됩니다. 오늘 벌어들인 막대한 이익은 단순한 배분 대상이 아니라, 다음 세대의 기술 격차를 유지하고 다가올 불황기(Down-cycle)를 버티기 위해 반드시 비축해야 할 '미래 생존 자본'입니다.
 
결국 세후 이익의 상당 부분이 현재의 보상으로 우선 귀속될수록, 기업의 재투자 여력과 재무적 유연성은 구조적으로 훼손될 수밖에 없습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 배분 방식이 기업 내부에 '역설적 유인(Perverse Incentive)'을 만들어낸다는 점입니다. 영업이익을 성과급의 기준으로 삼게 되면, 당장의 감가상각비 부담을 피하기 위해 대규모 설비투자를 꺼리게 될 유혹이 발생합니다. 투자를 축소하고 미룰수록 단기 영업이익이 커지고, 그만큼 당장 챙길 수 있는 성과급 재원도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지속적인 대규모 선행 투자가 경쟁력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닌 반도체 산업에서, 투자를 축소하도록 유도하는 보상 구조는 시한폭탄과 같습니다. 미래의 투자를 희생해 현재의 보상을 키우는 이 구조는 단기적으로 노동의 몫을 늘려줄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본원적 경쟁력을 갉아먹어 결국 기업과 노동자 모두를 위기로 몰아넣는 패착이 될 것입니다.

 
② 지대(Rent)의 오인: 단순 기여와 대체 불가능성의 혼동

삼성전자 성과급 합의가 단순한 임금 협상이 될 수 없는 또 다른 이유는, 초과성과를 만들어낸 '경제적 지대(Economic Rent)'가 노동 내부에서 누구에게, 얼마만큼 발생했는지를 따지지 않고 영업이익을 일괄적으로 선취하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노동이 호황의 성과를 공유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 아닙니다. AI 반도체 호황은 수율 개선, 공정 안정화, 생산 현장의 기민한 대응이라는 노동의 기술 축적 없이 불가능했습니다. 따라서 노동 측이 성과의 일부를 집단적으로 요구하는 것에는 일정한 정당성이 존재합니다.
 
문제는 그 요구가 '영업이익의 고정 비율을 장기간 선취하는 제도'로 굳어질 때 발생합니다. 과연 반도체 호황에서 창출된 경제적 지대가 '모든 노동 일반'에게 동일하게 귀속되어야 할 몫인가 하는 핵심적인 질문이 빠져 있기 때문입니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지대'는 단순히 회사에 출근해 성실히 일했다고 주어지는 보상이 아닙니다. 지대는 특정 자원의 희소성, 대체 불가능성, 그리고 외부 시장가치의 급격한 상승에서 발생합니다. 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 삼성전자 내부의 노동은 결코 단일한 집단이 될 수 없습니다.
 
예컨대 HBM 아키텍처 설계, 첨단 미세 공정의 안정화, 고난도 패키징 기술, 빅테크 고객사와의 기술 협상 능력을 보유한 핵심 기술 인력에게는 분명하고도 거대한 '희소성 지대'가 존재합니다. 이들은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천문학적인 몸값으로 스카우트 전쟁의 대상이 되는 대체 불가능한 자원입니다. 삼성전자가 이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시장가치 이상의 막대한 보상을 제공한다면, 그것은 기업의 초과이익을 방어하기 위해 정당한 지대를 지불하는 합리적 경영 활동입니다.
 
그러나 이 희소성의 논리를 일반 정규직 전체에게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은 명백한 논리적 비약입니다.일반 생산 현장의 안정적 운영과 품질 유지가 반도체 산업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들의 기여는 공정하고 합당한 기본 '임금(Wage)'으로 보상받아야 할 영역에 가깝습니다. 대체 불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고 노동 공급이 극도로 희소하지 않은 영역에 경제학적 의미의 지대가 대규모로 발생한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이번 영업이익 연동형 합의의 구조적 결함이 드러납니다.
 
기존의 EVA 방식은 주주가 요구하는 자본비용을 우선 차감함으로써, '잔여 초과이익(진짜 지대)'의 크기를 먼저 엄밀히 계산한 뒤에 배분하는 구조였습니다.
 
반면, 영업이익 연동형 특별성과급은 자본비용을 차감하기도 전에, 심지어 노동 내부에서 누가 희소한 지대를 창출했는지 가려내기도 전에 거대한 몫을 먼저 뭉텅이로 떼어냅니다. 희소 핵심 인력과 일반 정규직을 구분하지 않은 채, 발생하지도 않은 지대를 일괄 배분하는 기형적인 구조입니다.
 
이러한 정밀하지 못한 '추가 배분'은 필연적으로 가치 창출과 무관한 비용 증가를 초래합니다. 영업이익의 고정 비율이 성과급으로 자동 배정되면, 그 막대한 금액은 전액 회계상 인건비로 증발합니다. NOPAT(세후영업이익)이 줄어들고 진짜 초과이익인 EVA가 쪼그라들며, 결국 미래를 위해 쌓아둬야 할 재투자 여력마저 고갈시킵니다.
 
나아가 이 일괄 배분 구조는 '불공정의 역설'을 낳습니다.
 
조직행동론의 공정성 이론(Equity Theory)이 경고하듯, 구성원들은 자신의 투입(노력과 전문성) 대비 보상의 비율을 타인과 끊임없이 비교합니다. 압도적인 기술적 기여를 한 핵심 인력이, 상대적으로 단순 기여에 그친 직원들과 똑같이 거대한 성과급을 나누어 갖는 '무임승차(과대 보상)' 현상을 목격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핵심 인력은 이를 명백한 보상 불공정으로 인식하고 자신의 투입, 즉 조직에 대한 몰입과 혁신 의지를 스스로 줄여버립니다. 지대를 창출한 진짜 주역들의 동력이 꺾이면서 조직 전체의 생산성이 하향 평준화되는 뼈아픈 결과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불공정의 그림자는 본사 정규직 밖으로도 길게 늘어집니다. 같은 반도체 생산 라인에서 위험과 고단함을 감내하며 성과를 함께 일궈낸 수많은 협력사와 하청 노동자들은 이번 '성과 공유 파티'에서 철저히 소외되었습니다. 정규직이라는 신분 자체가 하나의 기득권이 되어 초과이익을 배타적으로 독점하는 구조는 산업 생태계 전반의 상대적 박탈감을 키우고, 이는 필연적으로 현장 전체의 품질과 생산성 저하로 직결됩니다.
 
결국 지대의 발생원을 무시한 부정확한 몫의 계산법과, 정규직이 이를 독점하는 일괄적 배분 방식은 조직 안팎에 치명적인 불공정을 잉태합니다. 그리고 이 구조적 불공정은 종국에 기업이 미래의 초과성과를 창출해 낼 근본적인 생산성마저 무너뜨리게 될 것입니다.
 
다시말해  지대의 발생 영역을 정확히 짚어내지 못한 맹목적인 일괄 배분은 성과 공유가 아니라, 기업의 심장인 '미래 투자 체력'을 갉아먹고 공정성을 훼손하는  비용일 뿐입니다. 그 비용은 결국 다가올 미래의 초과성과를 창출할 기업의 동력을 서서히 잠식할 것입니다.

 
◆결론: 지대를 정확히 계산한 뒤에 나눠야 합니다
 
삼성전자 성과급 논쟁은 단순한 성과급 갈등이 아닙니다. 기존 OPI는 자본비용을 먼저 인정한 뒤 남는 초과성과를 배분하는 EVA적 사고에 기반합니다. 반면 이번에 신설된 특별경영성과급은 AI 반도체 호황으로 발생한 초과성과를 누구에게, 어떤 기준과 순서로 배분할 것인가라는 경제적 지대의 귀속 문제에 더 가깝습니다.
 
최종 합의는 이 두 논리의 절충이었습니다. EVA 기반 OPI를 유지하면서도 DS부문에 별도 특별경영성과급을 신설해 노동이 초과성과의 일부를 보다 직접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든 것입니다.
 
그러나 이 구조에는 두 가지 문제가 중첩돼 있습니다.
 
첫째는 배분의 순서 문제입니다.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은 자본비용을 차감하기 전에 노동 몫을 먼저 배분하는 구조입니다. DS부문 영업이익이 200조 원이라면 21조 원이 성과급 재원으로 먼저 배정되고, 세후 기준 NOPAT은 약 15.75조 원 감소합니다. 이는 차세대 EUV 장비 도입, HBM 라인 증설, 첨단 패키징 투자에 활용될 수 있었던 재투자 재원의 감소를 의미합니다.
 
경제사는 이러한 위험을 반복적으로 보여줬습니다. 산업혁명 초기 일부 철도회사들은 감가상각비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채 이익 대부분을 배당으로 지급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높은 수익을 기록했지만, 설비가 노후화되자 이를 교체할 자금을 확보하지 못했고 결국 재무적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미래를 위한 비용을 남기지 않은 결과였습니다.
 
둘째는 지대의 오인 문제입니다. 경제학에서 지대는 공급이 제한된 자원이나 희소한 역량에서 발생하는 초과수익을 의미합니다. 특정 기술, 전문성, 혁신적 성과가 만들어낸 지대라면 그에 상응하는 보상이 정당화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희소성이 없거나 초과성과 창출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영역까지 동일한 논리로 보상하면, 이는 지대 배분이라기보다 소득 이전에 가까워집니다.
 
특히 희소 기술 인력에게 발생한 지대와 전체 정규직에 대한 일괄 배분을 구분하지 않으면 실제 지대가 발생하지 않은 영역에도 동일한 보상이 돌아갈 수 있습니다. 또한 같은 생산 과정에 참여한 협력사·하청 노동자가 배분 구조 밖에 남게 되는 현실은  노동 내부의 불평등 문제까지 야기할 수 있습니다.
 
반도체 산업에서는 이러한 문제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HBM 생산라인 증설, EUV 노광장비 도입, 첨단 패키징 시설 구축, 차세대 공정 연구개발에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호황기에 발생한 이익은 단순한 분배 대상이 아니라 미래 경쟁력을 위한 투자 재원이기도 합니다.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자동적으로 성과급으로 배분하면 미래 투자를 위해 남겨야 할 자금이 현재 소비로 이전됩니다. 단기적으로는 보상이 늘어나지만 장기적으로는 투자 여력이 감소해 기업 경쟁력과 고용 안정성 모두가 약화될 수 있습니다.
 
또한 조직행동론의 공정성이론에 따르면 구성원들은 자신의 노력과 역량 대비 보상이 타인과 비교해 공정한지를 지속적으로 평가합니다. 높은 수준의 전문성과 기여를 한 인력이 상대적으로 불리한 보상을 받는다고 느끼는 순간 공정성 인식은 훼손됩니다. 이러한 불공정성은 노력과 몰입, 혁신 활동을 감소시키고 결국 조직 전체의 생산성과 성과를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결국 반도체 산업에서 성과급 논쟁은 노동과 자본이 이익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의 문제가 아닙니다. 먼저 미래 투자를 위한 재원과 자본비용을 충분히 반영해 진정한 초과성과를 계산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지대가 어떤 기여에서 발생했는지를 따져 적절하게 배분해야 합니다.
 
이 사건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 성과급 논쟁의 핵심은 초과이익을 얼마나 나눌 것인가가 아니라, 미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재투자 금액과 자본비용을 제외한 뒤 진정한 초과이익을 어떻게 계산할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또한 그렇게 계산된 초과성과를 누구에게 어떤 기준과 순서로 배분할 것인가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이런 점에서 지속 가능한 성과급 제도의 조건은 자명합니다. 가장 먼저 자본비용을 인정하고 미래 경쟁력을 벼릴 재투자 재원을 온전히 남겨두어야 합니다. 그다음, 실제로 경제적 지대가 발생한 핵심 영역을 정밀하게 타겟팅하여 합당하게 보상한 뒤, 비로소 남는 잔여 초과성과를 노동과 자본이 공유하는 구조로 돌아가야 합니다.
 
기업의 계속성을 외면한 채, 훗날 낡은 기차를 교체해야 할 자본마저 눈앞의 배당 잔치에 탕진해 버렸던 과거 철도회사들의 어리석음을 지금 우리가 재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무겁게 돌아볼 때입니다. 지대의 기원을 엄밀히 따지지 않은 채, 모두가 동일한 초과 기여를 했다는 착각 속에 몫을 뿌리는 일괄 배분은 결국 조직의 공정성을 무너뜨리고 미래의 생산성을 치명적으로 갉아먹을 뿐입니다.
 
기억해야 합니다. 미래 기관차를 살 재투자 몫을 떼어두지 않는다면, 그리고 오늘의 지대를 정확하게 나누지 못한다면, 내일의 지대는 결코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