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의 혼동(confusion of the Inverse)과 대표성 휴리스틱 ] 잘생겼으니 배우일 거야? 우리가 빠지는 확률 뒤집기 오류

  • 등록 2025.08.17 04: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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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사담당자는 “신입사원 지원자 중 김씨는 스펙이 월등하네, 성과가 높은 사원들 중 고스펙비율이 높지. 따라서 스펙좋은 김씨는 업무성과도 좋을 거야. 그래서 이사람을 사원으로 뽑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김씨의 입사후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2. 사람들은 “박씨는 조용하고 사고가 논리적이며, AI지식도 해박하다. 그래서 그는 분명 IT 종사자일 거야.”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알고보니 박씨는 요식업 종사자였습니다. 단지 어릴 때부터 기계에 관심이 많았을 뿐입니다.   

위 두 사례는 일상에서 흔히 발견되는 판단 오류입니다. 오류의 원인은 대상의 겉모습, 곧 전형성만 보고 사람의 정체를 추측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이 사람은 키도 크고 정말 잘생겼으니 그의 직업은 아마도 배우일거야. 왜냐면, 배우는 대부분 키 크고 잘 생겼으니까’등의 대화가 전형성에 기반한 판단 오류입니다.  


◆ 겉모습으로 판단할 때 나타나는  ‘역의 혼동’(Confusion of the Inverse) 

이들이 범한 오류는 무엇일까요? 바로 ‘역의 혼동’(Confusion of the Inverse)입니다.

사람들은 ‘특정 집단(A) 중 B의 속성을 가질 확률’을 ‘B의 특징을 가진 사람 중 A에 속할 확률’로 뒤집어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두 문장은 겉으로 비슷해 보이기 때문에 쉽게 혼동하는 것입니다.

예컨대 ‘성과가 좋은 사람 중 고스펙일 비율’과 ‘고스펙인 사람 중 성과가 좋을 비율’은 얼핏 생각하면 같은 것으로 착각하기 쉽습니다. 마찬가지로 ‘조용하고 논리적인 사람 중 IT 종사자 비율’과 ‘IT 종사자 중 조용하고 논리적인 사람의 비율’도 겉으로는 거의 같은 말처럼 들립니다.

이런 혼동 때문에 사람들은 무심코 이 둘을 같은 것으로 여깁니다. 하지만 단순히 방향만 바꿔 생각하면 그릇된 판단을 낳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성과자 500명 중 70%가 고스펙인 상황(사실일 가능성이 높습니다)에서, 고스펙인 사람 중 성과자의 비율도 마찬가지로 70%일 것으로 착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실제 수치는 그보다 훨씬 낮습니다.


◆ 조건부 확률과 역의 혼동(Confusion of the Inverse) - 조건부 확률 역전

‘역의 혼동’은 조건부 확률에서 나타나는 개념으로, ‘조건부 확률을 뒤집는 오류’라고도 불립니다. 즉, P(B|A)를 P(A|B)와 같은 값으로 착각하는 것입니다.

앞선 사례의 ‘성과자 중 고스펙 비율’과 ‘고스펙인 사람 중 성과자 비율’을 조건부 확률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P(고스펙|성과자): 성과자라는 조건하에 고스펙일 확률 (예: 70%)
•P(성과자|고스펙): 고스펙이라는 조건하에 성과자일 확률 (예: ?)

따라서 ‘역의 혼동’은 P(B|A)가 P(A|B)와 동일하다고 착각하는 오류를 말합니다. “성과자 중 고스펙 비율이 70%”이므로, “고스펙 중 성과자 비율도 70%”일 것이라고 잘못 판단하는 것입니다. 


◆ ‘대표성 휴리스틱’ : 왜 혼동이 일어나는가

① P(B|A)와 P(A|B)의 혼동: 복잡한 계산을 피하려는 본능

하지만 실제로 두 확률은 엄연히 다릅니다. P(B|A) = 70%인 상황이라도, P(A|B)는 단순히 조건부 확률을 뒤집어서 나오는 값이 아닙니다.

P(A|B), 즉 사후확률 값은 더 복잡한 과정을 거쳐 산출됩니다. 이는 기저율(base rate)과 위양성(false positive) 등을 고려하는 베이즈 정리(Bayes' theorem)에 의해 결정되므로, 기저율이 낮다면 사후확률 값은 70%보다 훨씬 낮아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이렇게 복잡한 과정을 거치기를 꺼리는 경향을 보입니다. 할 일이 많은 세상에서 신속하게 결정을 내리고 싶어 하는 것입니다.

② 직관적 판단의 유혹 :  대표성 휴리스틱

이처럼 사람들이 신속하고 간단하게 판단을 내리고자 한다면,  어떤 방법이 좋을까? 

대표적인 방법이 앞선 채용 사례처럼 전형성(representativeness)에 기반하여 판단하는 것입니다. 이 방법이 ‘대표성 휴리스틱’(Representativeness Heuristic)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전형성이란 ‘어떤 대상이 특정 집단의 전형적인 모습과 얼마나 닮았는가’를 뜻합니다.

채용 사례에서 성과자 집단의 전형적인 이미지(고스펙)와 지원자의 모습(고스펙)이 유사하기 때문에, ‘이 지원자는 성과가 높을 것이다’라고 직관적으로 판단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대표성 휴리스틱은 특정 대상이 한 집단의 전형적인 이미지(stereotype)와 얼마나 닮았는지를 보고 그 대상이 해당 집단에 속할 가능성을 판단하는 사고방식입니다.

즉, ‘고스펙인 사람을 만남 → 성과자 집단의 전형은 고스펙임 → 따라서 그는 성과가 높은 사람일 것이다’라고 추정하게 됩니다.

비슷한 사례로, ‘잘생기고 키가 큰 사람을 만남 → 배우 집단의 전형은 잘생기고 키가 큼 → 따라서 그 사람은 배우일 가능성이 높다’라고 직관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대표적 휴리스틱의 예입니다. 


③ 대표성 휴리스틱과 ‘역의 혼동’의 연결고리

대표성 휴리스틱은 전형적인 특징에만 주목하는 직관적인 판단 방식입니다. 이 경향 때문에 사람들은 조건부 확률의 방향을 뒤바꿔 생각하는 오류를 저지르기 쉽습니다.

즉, 대표성 휴리스틱이 ‘역의 혼동’의 주된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대표성 휴리스틱의 판단 구조가 ‘역의 혼동’을 구조적으로 내포하고 있는 것입니다.
예컨대, 성과자 중 70%가 고스펙이라는 전형성[P(고스펙|성과자)]에 근거해서, 고스펙인 사람은 성과자일 것[P(성과자|고스펙)]이라고 판단하는 것이 바로 대표성 휴리스틱입니다.

이는 곧 ‘P(고스펙|성과자) ≈ P(성과자|고스펙)’이라는 착각이 발생했음을 의미합니다.

이처럼 전형성에 근거해 판단하는 대표성 휴리스틱은 조건부 확률의 방향을 뒤집어 생각하는 방식을 구조적으로 포함하고 있습니다. 즉, ‘어떤 대상이 특정 집단의 전형적인 특징을 보이므로, 그는 그 집단에 속할 확률도 높다’라고 추정하는 순간, P(특징|집단) ≈ P(집단|특징)이라는 착각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결국 ‘대표성 휴리스틱 → 역의 혼동’이라는 연결고리가 만들어집니다. 

다시 말해, 대표성 휴리스틱과 역의 혼동이 나타나는 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외형적 유사성에 큰 비중을 둠 → 중요한 통계 정보(기저율, 위양성 등)를 무시 → 역의 혼동 발생 → 판단은 빨라지지만 오류 가능성이 높아짐’


◆ 사람들이 전형성으로 판단하는 이유 (= ‘역의 혼동’에 빠지는 이유)

지금까지 논의한 ‘역의 혼동’과 ‘대표성 휴리스틱’의 관계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대표성 휴리스틱은 “성과자는 대체로 고스펙이다”라는 전형성에만 의존해 판단하는 방식입니다. 이때 사람들은 P(특징|집단)을 P(집단|특징)으로 착각하기 쉬운데, 이것이 바로 ‘역의 혼동(confusion of the inverse)’의 핵심적인 과정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P(고스펙|성과자)를 P(성과자|고스펙)으로 혼동하는 주된 이유 중 하나는 인지적 한계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시간 제약에 처한 경우가 많아, 복잡한 계산 대신 이처럼 확률을 뒤집어 직관적으로 판단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즉, P(성과자|고스펙)라는 사후확률을 정확히 계산하려면 기저율, 위양성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런 복잡한 확률 계산 대신, 즉각적으로 떠오르는 ‘전형성’에만 의존합니다.

또한 교육의 부재로 인한 인지적 한계도 ‘역의 혼동’이 발생하는 중요한 이유입니다.

사람들은 체계적인 경제 교육의 부족으로 조건부 확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P(고스펙|성과자)와 P(성과자|고스펙)의 차이를 명확히 구분하려면 베이즈 정리를 생활 속에서 적용하는 훈련이 필요하지만, 현실의 교육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사람들이 계속해서 직관에 의존하게 되는 이유입니다.

결론적으로, 현실에서 조건부 확률 뒤집기 오류가 나타나는 이유, 즉 사람들이 직관적 판단 체계인 대표성 휴리스틱에 의존하는 이유는 바로 인지적 편의성 또는 인지적 한계 때문입니다.


◆ 대표성 휴리스틱과 ‘역의 혼동’이라는 오류를 피하려면..

대표성 휴리스틱과 ‘역의 혼동’이라는 오류를 피하려면, 고교 단계부터 경제 교육을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것이 합리적인 정치적 판단이나 금융 의사결정 등 올바른 판단의 기초가 되기 때문입니다.

정리하면, 오판으로 이어지는 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체계적인 경제 교육의 부재 → 금융 의사결정, 정치적 판단 등에서 조건부 확률 이해 부족 → 대표성 휴리스틱에 의존 → 정치적 오판/왜곡, 금융 의사결정의 실패’


◆ 오류를 넘어 합리적 판단으로 

이를 다시 단계별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인지적 원인 단계]
├─ ① 시간 제약: 빠른 판단을 위해 직관 사용
├─ ② 인지적 한계: 복잡한 확률 계산 회피
└─ ③ 교육 부족: 조건부 확률·베이즈 정리등 경제이론 이해 미흡
        ↓
[오류 발생 단계]
├─ 대표성 휴리스틱 작동
└─ 조건부 확률 뒤집기(역의 혼동) 발생
        ↓
[교육적 해결책 단계]
├─ 고교 단계부터 경제 교육 강화 (수능에 경제를  별도  필수과목으로 설정)
├─ 생활 속 베이즈 추론 훈련 
└─ 정치·금융 판단에서 감성, 이상적 사고가 아닌 합리적 현실 감각 확립


결국 직관에 따른 판단은 빠르고 편한 길이지만, 의사결정에 있어 치명적인 오판을 낳는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오류를 피하려면 체계적인 사고 교육인 경제 교육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교육적 기반은 개인이 합리적 판단을 내리고 사회가 미래지향적으로 나아가게 하며, 궁극적으로는 왜곡된 진영 논리를 넘어 공동체 전체의 이익을 실현하는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것입니다. (계속)
                              
                                                       


조성규기자 ondol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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