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율 오버슈팅의 작동 원리 ] 가격경직성, 기대, 환율오버슈팅의 동태적 상호작용

  • 등록 2025.07.06 23:3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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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를 내렸을 뿐인데, 환율은 왜 폭등할까?
-환율은 왜 예상보다 더 움직이는가?: 오버슈팅의 경제학
-돈부시모델과 새케인즈학파

통화정책 등의 충격으로 두 국가 간 금리에 차이가 발생하면, 자산시장에서 차익거래 유인이 생기게 됩니다.

UIP(Uncovered Interest Parity)는 투자자의 기대수익률이 국가 간 동일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이를 위해, 금리가 높은 나라의 통화 가치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이자율 차이와 환차손이 서로 상쇄되어, 자산 간 기대수익률이 같아지고 균형이 형성됩니다.

그런데 가격이 단기적으로 경직적(sticky)이라면, 경제가 새로운 균형으로 이동하는 과정은 루디거 돈부시(Rudiger Dornbusch)의 ‘환율 오버슈팅’ 모델로 설명될 수 있습니다.


◆ 상황과 UIP이론 

① 상황

중앙은행이 통화를 증가(M↑)시켜 기준금리를 낮춥니다. 이로 인해 명목이자율이 하락 (i↓)합니다. 이는 국내 자산의 채권수익률등을 낮춥니다. 

투자자들은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금리가 높은 국가로 자본을 이동시킵니다. 이 과정에서 자국통화가치는 하락하고 환율은 상승합니다.

예를 들어,  미국 금리와 한국금리가 4%이었습니다. 그런데  한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2%로 낮추었습니다.  글로벌 투자자는 미국 금리가 한국 금리보다 높기 때문에 더 높은 수익을 주는 미국 달러 자산을 사려고 합니다.

따라서 단기에 원화 매도, 달러 매입으로 인해 원화가치는 하락하고 달러 가치는 상승합니다. 


② UIP이론

이렇게 한국 투자자가 고금리 국가인 미국에 투자할 경우, 투자자는 차익거래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만약 달러 가치가 계속 오르기만 한다면, 모두가 미국에만 투자해서 무위험 초과 수익을 얻게 됩니다. 

하지만 시장은 이같은 공짜점심은 없다고 말합니다. 이러한 차익거래 기회를 없애기 위해, 높은 이자 수익(4%)은 반드시 무언가에 의해 상쇄되어야 합니다.

그 상쇄 요인은  미래에 달러 가치가 하락(약세)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입니다. 즉, 미래의 예상 환차손이 높은 이자 수익을 깎아 먹어야 한국에서의 투자수익률과 미국에서의 투자수익률이 같게 됩니다. 

따라서 미국에서의 초과 이자수익(2%) + 예상 환차손(-2%) = 초과수익 0

결국 UIP는 '어느 나라에 투자하든 기대수익률은 같아야 하며  이를 위해  ‘추가 이자수익=예상 환율 손실’이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러한 투자 방향과 달리, 한국 투자자가 자국의 낮은 금리에도 불구하고, 더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미국 달러 자산에 투자하지 않는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비록 한국의 이자율이 미국보다 낮더라도, 미래에 원화 가치가 상승(환율 하락)할 것으로 기대된다면 투자자는 환차익을 통해 낮은 이자율을 보상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럴 경우, 한국 투자 기대수익률(2%)은 미국 투자 기대수익률(미국 이자 4% + 예상 환차손 -2%)과 같아져 차익거래 유인이 사라지게 됩니다.


◆ 가격경직성, 기대, 오버슈팅

그렇다면, 투자자가 ‘앞으로 원화가치가 2%상승(환율이 2%하락)할 것’이라는 기대를  왜 갖게 되었을까요?
 
그 핵심단서는 가격의 단기  경직성에 있습니다.   

즉, 중앙은행이 통화 공급을 확대하고 기준금리를 인하하더라도, 재화와 서비스의 명목 가격(물가)은 즉시 반응하지 않습니다. 음식점의 메뉴판 가격이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듯, 물가는 느리게 조정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 인하로 국내 명목 이자율이 하락하면, 자본은 더 높은 수익률을 찾아 해외로 유출됩니다. 그 결과, 단기적으로 환율은 상승(원화 약세)하게 됩니다. 이는 자산시장 조정의 즉각적인 반응입니다.

하지만 UIP(Uncovered Interest Parity) 조건이 성립하려면, 국내 금리가 더 낮은 만큼, 향후 환율은 하락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국내 이자율과 해외 이자율 간의 차이가 기대 환율 변동률로 상쇄되어, 두 통화의 기대 수익률이 같아집니다.

예를 들어 현재 환율이 1,000원이고, 국내 금리가 해외보다 2% 낮다면, 환율이 앞으로 2% 하락할 때  자산시장은 균형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투자자들이 ‘환율이 장기적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기대를 형성하면, 그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현재 환율이 장기균형(예:1,100원)보다 더 높게 설정되어야 합니다.  즉 그 기대로 인해  오버슈팅이 발생합니다.  

이렇게 환율이 1,000원에서 1,200원으로 폭등하였다면, 환율이 장기 균형 환율인 1,100원을 향해 하락할 것으로 합리적으로 예측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환율 오버슈팅’(Exchange Rate Overshooting)입니다. 

( 앞에서 장기 균형환율이 1,000원에서 1,100원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측되는 것은  ‘통화량 증가 → 물가상승’으로 인한 효과입니다.  이러한 물가상승은  구매력 평가설에  의해 환율상승을 야기합니다. 

구매력 평가설은 환율이 두 나라 화폐의 구매력이 같아지는 수준에서 결정된다는 것으로,  같은 물건은 어디서든 가격이 같아야 한다는 일물일가의 법칙에 기반합니다.

예를 들어 10,000원짜리 햄버거가 미국에서 10달러에 판매하고 있고, 현재 균형환율은 달러당 1,000원입니다. 그런데 한국의 물가가 10% 상승하면, 햄버거는 11,000원이 됩니다. 하지만 미국은 여전히 10달러입니다. 따라서 일물일가법칙에 따라, 장기 균형 환율은 11,000원/10달러=1,100원/달러로 상승합니다.)
 

◆ 통화정책 충격과 오버슈팅의 발생

환율 오버슈팅을 가장 잘 설명하는 이론은 경제학자 루디거 돈부시(Rudiger Dornbusch)가 제시한 모델입니다. 

환율 오버슈팅이란 환율이 단기적으로 경제의 펀더멘털이 예측하는 균형 수준을 벗어나 과도하게 변동한 후,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균형 수준으로 조정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시장 참여자들이 ‘미래에 환율이 하락할 것’이라는 기대를 형성하면, 그 기대가 현실화되기 위해 현재 환율이 과잉 반응하게 되고, 이로 인해 오버슈팅이 발생합니다.

그 결과 투자자의 차익거래 유인이 사라지게 됩니다.   

이 관계는  자산시장의  규칙에 의해 설명될 수 있습니다. 

우선 자산시장의 공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i = i* + E(de/dt)

•i : 국내 명목 이자율 (예: 한국 원화 예금 금리)
•i* : 해외 명목 이자율 (예: 미국 달러 예금 금리)
•E(de/dt) : 예상 환율 변화율.

예를 들어 한국 금리 (i) = 2%, 미국 금리 (i*) = 4%인 상황에서 미국 금리가 2% 더 높습니다. 

투자자들은 미국 투자로 얻는 2%의 추가 이익이 다른 요인으로 상쇄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2% = 4% + E(de/dt)에서 
이 등식이 성립하려면, E(de/dt)는 -2%가 되어야 합니다.

이 공식을 통화공급 증가의 상황에 적용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중앙은행이 금리(i)를 낮추는 순간, 이 등식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반드시 미래에 원화 가치가 상승(환율 하락)할 것이라는 기대 E(de/dt)가 형성되어야만 합니다. 

시장 참여자들은 모두 이 필수 조건을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대로 인해, 현재 환율은 미래의 장기 균형점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으로 폭등하게 됩니다. 

즉, '기대'는 오버슈팅을 유발하는 능동적이고 근본적인 원인입니다.


◆ 돈 부시 모델과 새케인즈학파와의 관계

이처럼 통화충격이 발생하여 불균형이 발생하였을 때, 그 불균형은 다음과 같은 경로를 밟게 됩니다. 

‘가격 경직성(구조적 제약) → 기대 형성 (논리적 추론) →오버슈팅 (시장조정 메커니즘) ’이라는 흐름이 형성됩니다. 

결국 이 모든 과정은 가격 경직성이라는 근본적인 제약에서 출발합니다. 이 제약 때문에 통화 충격이 발생했을 때, 시장은 미래에 대한 합리적 기대를 형성하게 되고, 이 기대가 현재의 환율을 장기 균형점 이상으로 밀어 올리는 오버슈팅으로 귀결되는 것입니다.

앞의 '가격 경직성 → 기대 형성 → 오버슈팅'의 흐름은 새케인즈학파의 이론구조와 정확히 부합합니다. 

그렇다고 ‘가격 경직성’과 ‘합리적 기대(Rational Expectations)’를 통합하여 환율의 단기적 불안정성을 설명한 돈부시는 새케인즈학파의 일원으로 분류되지는 않습니다.  엄밀히 말해, 그의 ‘오버슈팅 모델’(1976)은 새케인즈 이론의 직접적인 산물이라기 보다, 그 이론의 기초를 제공한 선구적 모델로 평가됩니다. 

이 모델은 오늘날 새케인즈 학파의 가장 대표적인 분석틀 중 하나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돈부쉬의 오버슈팅 모델(1976)이 이러한 평가를 받는 이유는 전통 케인즈학파의 ‘가격경직성’ 개념과 새고전학파의  ‘합리적 기대’이론을  절충 융합하여 환율의 단기적 불안정성을 설명했기 때문입니다. 

먼저, ‘가격 경직성(price stickiness)’이란 고전학파가 가정한 가격의 완전한 신축성과 달리, 현실에서는 상품 가격이나 임금 등이 단기적으로 즉각 조정되지 않는 경향을 뜻합니다.

이는 전통 케인즈학파의 가장 핵심적인 통찰 중 하나로, 경제의 단기적 불균형을 설명하는 출발점입니다.

반면, ‘합리적 기대(rational expectations)’는 새고전학파의 이론으로, 경제 주체들이 단순히 과거 데이터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모든 정보를 활용해 미래를 논리적으로 예측한다고 가정합니다.

예컨대 통화 충격이 발생했을 때, 사람들은 해당 충격이 미래의 물가와 환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합리적으로’ 기대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새케인즈학파(New Keynesian Economics)는 1980년대 이후 전개된 미시 기초(microfoundations) 기반의 거시경제 이론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미시 기초'란 모든 거시경제 현상이 개별 경제주체(가계, 기업)의 최적화 행위를 통해 설명되어야 한다는 이론적 원칙입니다.

새케인즈학파는 이러한 미시 기반 위에, 전통 케인즈주의의 핵심 통찰(가격 경직성,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계승하고, 새고전학파의 방법론(합리적 기대, 동태 일반균형 분석)을 접목하여, 거시경제학의 이론적 틀을 정교한 수학 모델로 재구성한 학파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보면, 돈부시의 오버슈팅 모델은 신축적인 금융시장과 경직적인 실물시장, 가격 경직성, 합리적 기대라는 핵심 요소를 포함하고 있으며, 그 구조 자체가 오늘날 새케인즈 이론의 원형(prototype)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돈 부시 모델은 새케인즈학파의 분석 체계에 통합되어, 환율과 통화 충격에 대한 동태적 이해를 뒷받침하는 핵심 모델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오버슈팅 계속)




조성규기자 ondol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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