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 같은 눈보라가 산장의 문을 때리면, 문은 잠시도 버티지 못하고 벌렁 나자빠진다. 문은 어떤 곡절로 고장 났는지, 출입이 자유롭지 않다.어쩔 수 없다. 거센 바람을 막으려면, 문에 송판 몇 개를 덧대어 문에 못질을 하는 수 밖에...마음의 문도 이와 다르지 않다. 밖에서 쳐들어오는 눈보라를 막기 위해, 마음의 문에 못질을 한다.기대와 불신과의 간극이 커져가는 불확실성은 출입이란 관계의 단절을 끊고 마음의 문에 못질을 하게 한다. ◆때는 미국의 남북전쟁 직후.그 시절, 각자의 욕망을 품은 8명은 눈보라 속 한 산장에 갇힌다.현상금 10,000불이 걸려 있는 여죄수(제니퍼 제인슨 리)를 레드락 타운으로 이송해가는 교수형 집행인(커트 러셀), 그와 설원에서 합류한 현상금 사냥꾼(사무엘 L. 잭슨)과 레드락 타운의 신임 보안관(월튼 고긴스). 이들 4인은 눈보라를 피해 산장에 머문다.그곳엔 또 다른 4명이 산장에 이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남부군 장군(브루스 던), 레드락 타운의 교수형 집행자라 자신을 소개하는 리틀맨(팀 로스), 크리스마스를 엄마와 보내고자 한다는 카우보이(마이클 매드슨), 그리고 이방인(데미안 비쉬어)가 그들이다.이곳엔 여전히 남부와 북부,
영화는 횃불을 든 팔을 높이 치켜든 자유의 여신상과 먼 발치에서 자유의 여신상을 바라보는 남자의 뒷 모습으로 시작된다. 이 남자가 그 간의 삶의 괘적을 묵묵히 회상하는 듯한 장면이다.이 프롤로그는 영화 전체를 압축한다. 자유의 여신상이 치켜든 횃불은 1차 세계대전 직후 이민 온 폴란드 여성의 아메리칸 드림이며, 이를 바라보는 남성이 그녀가 낯선 땅에서 삶의 터전을 일구는데 적지 않은 관여를 하였다는 암시를 던진다.◆에바는 깨끗하고 우아했다. 하지만 미국으로 들어오는 배에서 남자들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한다. 살아남아 자신의 터전을 만들기 위해 남의 물건을 훔치고 몸을 판다. 이 세상에 태어난 자라면 한 뼘의 자리를 차지하고자 할 것이며, 그녀도 예외가 아니다. 그녀는 누구나 행복할 권리가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그녀는 살기 위해 발버둥 친다.◆이 영화의 장르는 멜로이다. 하지만 단순한 낭만적 로맨스가 아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아픔의 궤적에 등장하는 치열함이다.세 남녀, 에바(마리옹 꼬띠아르)· 브루노(호아킨 피닉스)· 올란도(제레미 레너)의 삼각 연애담은 단순한 사랑에 대한 열정이라기보다, 생존에 대한 욕망의 또 다른 표현으로 읽힌다.그래서 이들이 얽히는 장면
동화에 나올 법한 목가적인 집이 상공에서 바라보듯이 나타나며 영화는 시작한다.이 집의 주인은 쾌활하고 요란한 벨리에 가족이다. 든든한 버팀목인 아빠, 밝고 유쾌한 엄마, 사랑스런 동생, 그리고 코다(CODA: Children Of Deaf Adult- 부모가 청각장애인인 건청아동)인 여고생 폴라가 시골 목장을 운영하며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다. 헌데 벨리에 가족에 난데없는 날벼락이 내려쳐 진다. 학교 합창반 ‘루저’ 음악선생이 폴라의 목소리 재능을 알아보고, 파리행 합창반 오디션을 제안한다. 합격하면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야 한다.가족과 세상의 연결 통로인 폴라가 떠난다면, 듣지 못하는 아빠, 엄마, 동생은 어떻게 살아 갈 수 있을까? 폴라도 두렵고 아빠 엄마도 자신들만 남겨지는 것이 공포스럽다.◆영화는 청각장애가 있는 부모와 코다 이야기이지만, 어둡지 않고 즐겁고 경쾌하다.의존하고 받기만 하려는 이들을 책망하는 시장 후보 아빠, 힘찬 몸짓의 유머스럽고 쾌활한 엄마, 그리고 사춘기 동생은 장애의 불편함을 단지 정체성의 일부로 받아들인다.또한 기대를 품게 하여 폴라의 재능을 살리는 ‘피그말리온’ 음악선생, 집안의 가장 역할을 하는 이웃집 여동생 같은 포근한 폴라에
이 영화는 형사액션 영화이다. 전형적인 장르영화의 모습을 보이지만, 마음을 좀 먹는 정크푸드 영화와 달리, 상투성에 강렬한 캐릭터 이미지를 입힌다.이 영화는 작은 에피소드로 시작되어, 이후 본편인 장편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둘 다 형사액션 영화이지만, 도입부의 에피소드는 슬랩스틱 코미디가 가미된 영화인 반면 본편은 사회극이 더 진하게 묻어난다.◆도입부의 에피소드는 액션을 강조하는 전형적인 형사 액션영화이다.장르영화로서 예측과 불가측성의 긴장으로 지루함을 배격한다. 즉 이 에피소드가 상투성을 벗어난 것은 예측가능하면서도 예측의 허를 찌르는 참신한 액션의 전개 덕택이다. 덧붙여 슬랩스틱코미디가 가미되어 긴장과 이완이 적절히 융합되는 맛깔스러운 액션이 만들어졌다. 그래서 이 에피소드는 역동과 힘이 넘친다. 진부하지만 상투적이지 않은 장르 영화가 만들어진 것이다.아마도 이 에피소드는 감독의 필모그라피에 의미있는 작품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본 영화격인 사회극 장르가 가미된 형사 액션물은 장르의 공식과 관습을 충실히 따른다.우선 내러티브가 형사액션 장르의 공식과 문법의 틀 내에서 전개된다. 악당(재벌 3세: 유아인분)이 존재하고, 악당에 굴욕을 당하는 선량한 시
1933년 일제강점기, 안옥윤, 하와이 피스톨, 그리고 염석진이 경성에 모여든다. 한 명은 타깃을 암살하기 위해서, 또 한명은 이 암살자를 암살하기 위해서, 그리고 마지막 한명은 이 정보를 일본군에 팔기 위해서이다. 이처럼 호기심을 돋우는 이 세 캐릭터에 대한 탐구는 각각의 개성에 상응한 장르를 부여함으로써 실현된다. 독립군 저격수 안옥윤(전지현)은 액션을 통해, 청부살인자 하와이 피스톨(하정우)은 서부극을 배경으로, 일본군 밀정 염석진(이정재)은 역사극의 장르를 무대로 자신들의 매력과 개성을 발산한다. 이러한 장르간의 유기적인 연결은 유려한 내러티브가 담당한다. 내러티브는 살며시 고개를 내밀다 서서히 힘을 받고, 이어 정점을 향해 치솟는다. 역으로 내러티브의 힘은 장르의 매력을 강화시킨다.이 모든 장르들이 서로 두드러지게 나서지 않고, 자기 나름의 역할을 하면서, 각 장르간의 슬기로운 융합을 이룬다.액션에 집중함으로 인해 자칫 정서의 곤궁함에 빠질 위험을 캐릭터의 심리묘사를 통해 보완함과 아울러, 과거와의 대화인 역사를 점검함으로써 미래의 방향성을 제시한다.그 결과, 이 영화는 현실도피적인 상업영화라는 중립적인 영화의 한계를 넘어, 관객에게 자연스러운 설득
관객들은 피사체와 카메라의 거리를 두고, 피사체와 배경과의 관계를 통해 영상이 주고자하는 의미를 해석하고자 한다. 영화에서는 이 효과가 숏을 통해 구현된다. 숏은 카메라가 단절되지 않고 단 한 번에 찍혀지는 영상을 말한다. 감독이 ‘액션’하고 외친 후, 카메라가 돌아가고, 이후 감독이 ‘컷’하고 말할 경우, 액션과 컷 사이에 찍힌 영상이 숏이다. 이는 ‘테이크’라 불리기도 한다.숏에는 카메라와 피사체의 거리에 따라, 익스트림 클로즈업 숏, 클로즈업 숏, 미디엄 숏, 풀 쇼트, 롱 숏(딥 포커스), 익스트림 롱 숏등으로 구분된다. 혹은 프레임 안에 포함된 소재의 양에 따라 숏을 구분하기도 한다.하나의 숏에 의해 포착되는 범위가 넓어지면 배경이 중심이 되며, 반대이면 인물의 심리묘사에 집중하게 된다. △익스트림 클로즈업, 클로즈업=피사체의 크기를 확대하여 얼굴이나 사물들을 화면 가득히 찍는 숏이다.익스트림 클로즈업은 얼굴의 일부, 즉 눈이나 입을 보여주는 것이며, 클로즈업은 얼굴이나 얼굴이외의 다른 부분 혹은 물체를 포착한다.이 방식은 등장 인물의 심리상태나 생각등을 표현할 때 주로 이용된다. 물체에 클로즈업하게 되면, 이 물체가 앞으로 전개될 내러티브의 중심이
연평해전은 지켜보기 고통스러운 영화이다.화면을 연속적으로 채우는 핏방울, 잘려가는 다리, 총에 맞아 쓰러지며 고통스러워하는 얼굴등, 죽음과 살인의 기운이 넘쳐나는 전투신을 지켜보는 관객들은 어지러움과 조여오는 뻐근한 심장을 느낀다. 영화 마지막 시퀀스의 실제 영상이 젊은 20대 영혼들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싸우다 고통 속에 죽어가는 광경에 대한 상념과 오버랩 될 때는, 가슴은 먹먹해지면서 눈가에 촉촉한 물기가 맺힌다.◆ “영화를 잘 만들기까지 했더라면 얼마나 좋을까”이 영화는 가족의 가치를 강조하는 전반부와 국가의 존재 가치에 초점을 두는 후반부, 그리고 실제 다큐영상인 마지막 시퀀스로 구성되어 있다.우선 전반부는 가족의 소중함을 강조하지만, 이 소재가 성의 없이 소모된 듯한 인상을 준다. 사실주의적 다큐성 영화라고 해서, 느슨한 내러티브와 어디서 많이 접한 듯한 에피소드들의 나열 그리고 엉성한 프롯의 연결등이 용인되는 것은 아니다.후반부의 전투신은 감독의 에너지가 집중적으로 투입되었음을 느낄 수 있다. 장병들의 죽음의 공포등이 사실적으로 절절히 전달해 온다.하지만 이 영화는 분단이라는 비참한 상황에 대한 희망적 극복보다, 대립의 현실을 상기시키는데 주력하고
일본의 나라縣 고조市에 여행 온 한국인 혜정은 그곳 농촌 청년 유스케를 우연히 만나, 이 마을의 이곳저곳을 돌아본다. 어느새 둘 사이에 로맨틱한 애틋함이 차곡차곡 쌓여간다.한여름의 판타지아는 이처럼 누구나 한 번 쯤은 꿈꿔 본 수채화 같은 남녀간의 설레임을 이야기 한다. 남녀의 질펀한 애증의 연애담 대신 풋풋한 그리움이 살며시 피어오른다.소꿉놀이 같은 사랑을 바라보는 관객들은 고백 한번 제대로 해보지 못하고 가슴만 앓았던 사랑의 환상을 떠올린다.클래식 푸조에 올라탄 후 도착해 보니 1920년대 파리이며, 이곳에서 동경하던 헤밍웨이· 피카소와 꿈같은 하루 밤을 보낸다는 판타지처럼, 한여름의 판타지아도 이루지 못한 사랑의 꿈과 환상을 실현시키는 목마름에 대한 샘물이 된다. 현실에서 꿈꿔오던 것들이 이루어지는 곳. 그래서 삶의 고단함을 잠시나마 잊게 해주는 곳. 여기는 현실과 다른 곳인 판타지의 세계이다. 이 가상세계에서 얻는 잠시의 위로는 진정한 환상과 휴식처를 발견하기 위한 지름길이 될지 모른다.◆ 사실주의와 표현주의를 잇는 판타지 만약 누군가가 한 마을을 홍보하는 영화를 만들어 보라며, 투자금을 준다고 가정해보자. 이때 감독은 고민이 깊어진다.현장을 아름답게
무뢰한은 남녀 연애담에서 비롯된 개인의 감정과 욕망을 재료로 하여 빚어내는 멜로드라마이다. 멜로드라마는 노래(melos)와 움직임(drama)의 합이다. 즉 이는 감정과 욕망의 움직임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지점은 멜로드라마를 우연의 내러티브, 논리적 인과관계가 제대로 성립되지 않는 과도한 감정폭풍의 신파로 규정하게 한다.하지만 멜로의 결을 지니는 무뢰한은 감정의 윤기를 제거한 작법으로 욕망에 접근한다. 느와르풍의 음악이 은은히 울려 퍼지는 가운데, 오히려 욕망을 제거한 하드보일드의 비정과 무색 무취의 전개는 관객을 역설적으로 욕망의 에스컬레이터에 오르게 한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전도연배우의 언급처럼 감독은 배우를 감정의 늪으로 빠뜨리며, 다시 그녀는 관객을 감정의 수렁에서 긴 시간 허우적거리게 하여 그녀의 억눌린 감정을 보기 좋게 되갚는다. 또한 이 영화는 감성에 매달리는 여성 취향의 멜로에서 벗어난다. 형사 재곤(김남길)의 객관에서 감정의 주관으로의 이동을 강조하는 듯한 이 영화는 실상 재곤의 위선을 폭로한다. 이는 호스티스 혜경(전도연)을 감성에서 객관으로 유도하며, 한 인간으로서 혜경의 성찰과 자각을 이야기한다.◆ 재곤의 낭만적 멜로형사 재곤의 멜로
가장 위대한 영화, 최고의 걸작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는 오슨 웰스의 시민케인이 스크린에 걸린다.영화를 사랑하는 사람, 배우는 사람, 그리고 만드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 시네마테크 ‘서울아트 시네마’가 5월8일부터 5월 24일까지 개최하는 개관기념 「오슨 웰스 100주년 기념 회고전」에서 오슨 웰스의 25세 때 데뷔작인 시민케인을 만날 수 있다. 또한 이 회고전에는 개막작인 상하이에서 온 여인을 비롯하여 악의 손길 심판 오델로 거짓과 진실 심야의 종소리등 오슨 웰스의 걸작 12편을 감상할 수 있다. 한편 서울아트시네마는 낙원동시대를 마감하고 종로 3가에 위치한 서울극장 11관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하였다. 이 회고전은 종로 개관기념 첫 번째 프로그램이 된다.*문의 02-741-9782 www.cinematheque.seoul.kr◆ 작품 소개악의 손길과 관련, 앙드레 바쟁은 “자동차 극장을 찾는 오락 취향의 일반 관객과 진지한 관객 모두를 만족시키는 걸작이다.”라며 극찬하였다. 이 작품은 필름느와르와 하드보일드 탐정물이 결합된 미국표현주의의 걸작으로 꼽히고 있다.심판은 카프카의 동명소설을 기초로 한 작품으로, 웰스의 세계관을 잘 나타내고 있다. 웰스는 카프카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