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다. 변하지 않는 것은 결국 퇴행한다는 것이다.2차 세계대전 이후 50년대 초반까지 프랑스 영화가 그러하였다. 영화 종사자들은 게을렀다. 창작 시나리오 없이 유명 문학작품을 각색하기 바빴고 창의성보다 오락성에 매달렸다. 스타를 동원하여 생각하게 하는 영화보다 보기 좋은 영화를 만들었다.오락성을 추구하는 영화들은 관객들을 수동적인 존재로 인식하였다. 시각적으로 감각적으로 정보를 흡수하는 미숙한 이들로 간주한 것이다.이러한 방식의 영화들이 공장의 컨베이어 벨트에서 제품이 쏟아져 나오듯이 생산되었다.원인은 전후 할리우드 영화의 과대한 수입이었다. 생존에 위기를 느낀 프랑스영화제작자들은 수입쿼터제를 만들고 상업성을 추구하는 표준화된 영화를 찍어낸 것이다. 하지만 ‘쉬운 주제를 즐기는 단순한’ 대중으로 취급되었던 관객들은 관습화된 영화에 거리를 두기 시작하였다. 관객들은 ‘영화는 허구한 날 왜 저럴까?’라며 기존의 영화에 반감을 드러낸 것이다. 이는 습관과 일상화라는 순응주의에 대한 거부감이었다. 영화에 대한 변화의 조짐이 탈순응주의의 힘으로 형성되기 시작 한 것이다.◆새로운 물결의 전조 : 자유롭고 건강한 여성, BB 그리고 ‘카메라-만년필 이
철원의 한 고등학교의 평교사인 아버지의 정년 퇴임 일에, 춘천에 사는 어머니, 큰 아들 부부, 둘째 아들이 아버지의 사택에 모인다.아버지는 가족 앞에 이혼을 선언한다. 폭설로 교통이 묶여 가족은 2박 3일간 불가피한 동거를 한다. 가족들은 황당함 가운데, 각자의 속내를 드러내며 감정의 골을 깊이 판다.관객을 빨려 들어가게 하는 영화와 관객과 다소 거리를 두는 영화 중, 어떠한 영화가 좋은 영화라 할 수 있을까? 영화 철원기행은 거리두기를 하는 영화라 할 수 있다.이야기는 기승전결의 명확한 구분이 없다. 클라이맥스도 없고, 이야기의 맺음도 열려 있다. 즉 이 영화는 관객이 하나의 주된 줄기를 잡고 이야기를 따라 가도록 하는 친절한 구조의 영화들과 질감이 다르다.주인공들의 행동이나 이야기의 인과관계도 촘촘히 짜여 있지 않고, 다소 개연성이 부족하게 연결되기도 한다.이러한 영화의 구조는 관객이 영화 속으로 빠져드는데 방해가 될 수도 있다. 기존의 영화들이 관객의 집중을 위해 씬의 이음매를 부드럽게 연결하는 것에 반해, 철원기행은 에피소드적인 씬들이 투박하게 굴곡을 두고 이어진다.그렇다고 이러한 영화의 구성을 두고 불평하기엔 이르다. 영화와 관객간의 거리두기는 어쩌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는 10일 서울유세에서 “낡은 양당체제를 깨뜨리는 선거혁명에 동참해 달라”며 선거승리에 대한 강한 확신을 보였다.안대표의 주장은 양당체제의 양극화에 대한 비판이었다. 그는 4일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지금 대한민국은 위기이고 그 중심엔 기득권 양당이 자리 잡고 있다”며 “이들은 반대만 하면 반사이익을 얻다 보니까 문제 해결을 고민하지 않고 있다”고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의 대립을 비생산적인 정치퇴행으로 비판하였다. 즉 양당이 습관적으로 상호관계는 고려하지 않고 반대만 일삼는다는 지적이었다. 이러한 주장은 정치 양극화가 한국의 양당제에서 비롯되었으므로 양당제를 부수고 3당 체제를 정립해야 한다는 논리로 연결된다.양당은 이처럼 반대만 하고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걸까?◆정치 양극화는 무이념의 무조건적 반대?양당의 대립구도에 대한 비판의 하나는 양당이 내용 없이 무조건적으로 상대당의 정책에 반대한다는 것이다. 즉 정치양극화는 진영 간 대립과 갈등의 문제가 아니라, ‘무이념의 무조건적인 반대를 불러일으키는 욕구 때문’으로 해석한다.이념과 헌신하려는 정치인들이 진영 논리에 근거해서 상대당과 대결한다면, 이는 진영의 이익에 도
1983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더글러스 노스는 경제성장의 요인으로 제도에 주목한다. 그는 성장의 요인으로 불리는 기술혁신, 자본 축적등은 성장의 원인이 아니라 성장 그 자체 혹은 성장의 결과라고 지적한다.그는 기술의 혁신이 이루어지는 배경에 주목한다. 왜 어떤 나라는 기술혁신이 이루어지지 않고, 서유럽은 기술혁신이 왕성하게 나타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는 막스베버가 제기한 문제를 다시 한번 다룬 셈이다.베버는 경제발전을 청교도들의 경제윤리에서 찾은 반면, 노스는 효율적인 경제제도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노스는 한 사회가 효율적인 제도를 얼마나 만들어내는가에 경제성장이 달려 있다는 것이다.◆효율적인 경제제도란?효율적인 경제제도란 무엇일까? 이는 개인적인 편익이 사회적인 편익에 근접하는 제도를 말한다. 따라서 이 두 편익들의 일치를 위한 사회적 유인 제도를 마련해야한다는 것이다.일반적으로 열심히 노력하면 노력한 만큼의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하지만 개인의 편익과 사회적 편익이 다를 수도 있다. 이는 주로 개인이 창출한 부가가치 만큼의 편익을 얻지 못하였을 때 발생한다.예를 들어, 개인 A가 창출한 부가가치의 일부가 B에게 빼앗긴다면, 이를 뺏은
서유럽은 근대 자본주의 생산양식을 다른 지역보다 한 발 앞서 받아들여, 폭발적인 경제 성장을 누렸다. 무엇이 이를 가능하게 하였을까?막스 베버는 그의 저서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서 이에 대한 해답을 탐구한다. 여기서 ‘프로테스탄트’는 루터의 종교개혁으로부터 비롯된 개신교도가 아니라, 영국의 청교도(Puritan)를 말한다.베버는 당시 유럽의 직업통계를 관찰한 결과 하나의 사실에 주목하였다. “근대산업에 있어서 자본 소유나 기업경영의 담당자들을 살펴 볼 때 그들이 현저하게 프로테스탄트적인 색채를 지니고 있다.”라는 점이다. 즉 프로테스탄트가 근대적 기업의 소유자, 경영자, 상급 숙련 노동자등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전체인구 대비 프로테스탄트 비중보다 높았다.베버는 이러한 관찰에서 청교도는 내면에 경제적이고 합리적인 특질을 가지고 있었다는 가설을 도출해냈다.그가 언급한 청교도의 합리적인 특질이란 신 앞에서의 금욕적인 생활태도였다. 여기서 욕구를 억제한다는 것은 나태하고 방탕한 생활을 통제한다는 뜻이었다.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는 말로 요약되듯이, 게으름· 필요 이상의 수면· 잡담에 시간을 허비하는 것 등이 죄악시 된 것이다. 사치와 향락에 빠지
새누리당이 20대 총선공약의 하나로 내 건 ‘한국판 양적완화’가 경제에 미칠 영향을 두고 여야의 논쟁이 뜨겁다.새누리당의 양적완화는 정책 수단으로 장기채권 매입을 포함하고 있지 않다. 기업구조조정을 위한 산업은행 금융채권과 주택담보부채권(MBS)이 통화팽창 을 위한 대상자산이다. 새누리당은 전통적 금리 정책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인식이다. 기준 금리를 낮추어도 투자 소비가 크게 늘지 않고 있어, 비전통적 통화정책인 양적완화의 도입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양적완화정책은 선진국에서 이미 실패한 정책이라고 비판한다. 양적완화정책을 펼쳤지만 경제는 살아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민의당은 양적완화를 중앙은행 금고를 털어 돈선거를 치르겠다는 것으로 보고 있다.◆한국판 양적완화 VS 미연준 양적완화양적완화는 MBS와 장기국채등을 중앙은행이 매입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반면 새누리당 총선공약의 양적완화는 미연준의 1차 양적완화와 유사하다. 장기국채매입 없이, 중앙은행이 MBS와 정부기관 채권인 산은채권을 매입한다는 것이다.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2008년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로 촉발된 미국 경제의 대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비전통적인 통화
20대 총선은 다당제하에서 1與 多野의 구도가 펼쳐지고 있다. 전국 253개 선거구 중 야당후보가 두 명 이상인 지역은 28일 기준으로 178곳이다. 특히 수도권은 105곳이나 된다.이러한 선거구도하에 더불어민주당은 후보단일화에 대해 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는 국민의당에 대해 비난의 화살을 날리고 있다. 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후보자간의 연대마저 무산돼 여당이 과반의석을 차지하면 (국민의당은)역사에 죄를 짓는 것”이라는 더민주의 논리는 정당의 목표에 비추어 볼 때 타당한 주장일까?◆정당의 목표와 정당의 선거 의사결정정당의 목표와 관련, 다음 질문이 제기 될 수 있다. 정당은 정책을 만들기 위해 선거에 이기려는 것인가? 아니면 선거에 이기기 위해 정책을 만드는 것인가?이에 대한 해답을 아담스미스가 제시하고 있다. 아담스미스 다음과 같이 말했다.“우리가 저녁 식사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은 푸줏간 주인 양조업자, 제빵업자의 선의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이익에 관한 그들의 관심 때문이다. 우리는 그들의 인간애(humanities)가 아니라 그들의 자기애(self love)에 호소하며, 우리의 필요에 대해서가 아니라 그들의 이익에 대해 말한다.”아담 스미스의 논리
“정말 아름답군요.”“스미스의 모순이지”“스미스의 모순?”“그렇소. 여자야말로 사용가치와 교환가치가 전혀 비례하지 않는 예가 될 것이오. 즉 물, 공기등은 그것 없으면 인간이 당장 살 수 없지만 값은 거의 없거나 없는 것과 비슷하게 싼 대신, 여자는 보석 따위와 마찬가지로 별 쓸모도 없이 값만 비싸단 말이오. 그걸 위해 돈과 시간과 정력을 낭비하고, 이름을 더럽히고 몸을 망치고 심지어는 생명까지 바치는 것들이 숱한 걸 보면·····.”(「젊은 날의 초상」 중에서위의 소설 속의 대화는 아담스미스의 ‘물과 다이아몬드의 역설’을 말하고 있다. 다이아몬드는 살아가는데 필요불가결한 재화가 아님에도 시장에서 높은 가격으로 거래된다. 반면 물은 생존을 위해서는 없어서는 안 되지만, 다이아몬드에 비해 거저나 다름없는 가격으로 교환되고 있다. 스미스는 이를 파라독스라고 표현하였다.소설은 여성을 폄하했다기보다 남성의 여성이 지닌 외적인 아름다움에 대한 무분별한 열정을 경고하고 있다. 분별을 상실하면 상식적인 결정 기준을 무시하게 된다. 시간과 돈이라는 교환가치(비용)가 여성의 외모라는 사용가치(편익)를 뛰어넘게 되면, 순편익이 마이너스가 된다. 그럼에도 무모하게 몸을 망치는
일본의 문부과학성은 18일 고등학교 1학년이 사용할 교과서에 대한 검정 결과를 발표하였다. 일부 교과서는 위안부 문제와 관련하여 위안부 징집을 ‘모집’ 혹은 ‘위안부로 보내졌다’는 표현으로 바꾸어, 일본 정부의 징집의 강제성을 모호하게 하였다. 이러한 위안부 강제성과 관련한 모호한 표현은 일본정부가 일관되게 주장해온 견해를 반영한 것이다. 즉 군이 강제적으로 어린여성을 끌고 간적은 없다는 일본 정부와 우익의 주장이 교과서에 그대로 실린 것이다. 아베총리도 NHK에 출연해 “일본 병사가 남의 집에 들어가 납치하듯이 어린 아이들을 데려다 위안부로 삼았다는 기사를 보면 모두 분노하게 된다.”고 말했다.(도시환) 일본군 위안부 제도는 위안부의 모집, 이송 그리고 위안소 설치· 관리 경영등의 일련의 과정을 포함한다. 일본 정부는 군의 모집에서의 강제연행과 강제이송은 없었다고 주장한다. 군이 모집, 이송 그리고 위안소의 설치 관리에 관여했지만, 모집의 강제성은 없었다는 것이다. 모집은 위안부 모집에 대한 군의 요청으로 모집업자가 행한 행위라고 주장한다. 일본 정부가 위안부 징집의 강제성을 부인하는 근거는 무엇일까? 일본의 위안부 강제연행과 강제이송은 없었는가? 그리고
#1.찬바람과 눈보라가 몰아치는 날씨에 외투도 없이 재킷만으로 거리를 배회하는 포크가수 르윈, 아무도 들어주지도 않는 음악과 작별하고 따뜻하게 배를 채워야하는가 아니면 순수와 꿈을 위해 가수로 자신의 길을 계속 걸어야하는가.인사이드 르윈#2. 1950년대 할리우드 영화사인 캐피틀 픽쳐스의 대표로, 쏟아지는 사건과 스캔들을 처리하느라 밤낮없이 일을 하는 에디 메닉스(조슈 브롤린). 생활의 여유와 안락함을 보장하는 핵폭탄 제조사인 록히드사의 스카웃 제의를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지금까지 바쳐온 영화에 대한 열정을 지속할 것인가. 헤일 시저코엔 형제의 명성은 아마도 전작에 비해 변주가 더욱 깊어지고 넓어진다는 점일 것이다.그들은 3년 전 작품이었던 르윈 인사이드의 주제의식을 다시 꺼내들었다. 즉 헤일시저에도 존재와 존재해야하는 것과의 갈등이라는 철학적 명제를 제시한다. 하지만 전작과 동일한 관심사에 풍성함과 치밀한 깊이가 더해졌다. 풍성함과 깊이는 영화에 대한 그들의 헌사와 관련된다. 코엔 형제는 ‘봐라! 영화(예술)가 이렇게 눈부시지 않은가’ 라며 자신감 넘치게 캐피틀 픽쳐스의 작품들을 화면에 수놓는다. 조지 클로니의 로마시대의 서사극 ‘헤일시저’, 스칼렛 요한
트럭이 뒷걸음치자 난데없이 베토벤이 등장한다. 베토벤이 작곡한 ‘엘리제를 위하여’가 트럭 후진을 알리기 위해 사용되고 있으니, 그가 이 사실을 알았다면 무덤에서 벌떡 일어날 법하다.베토벤이 ‘엘리제를 위하여’를 작곡한 것은 우리가 본능과 현실에서 잠시나마 분리되길 바라는 의도였을 것이다. 고급음악은 현실의 고통을 위로하고 혹은 현실의 유혹을 억제하기 위한 역할을 하게 된다. 현실은 프로이드의 정신분석의 관점에선 이드(Id)이다. 즐거움을 추구하고 고통을 회피하고자 하는 쾌락원칙에 따라 이드는 움직인다.이러한 이드의 활동에 제동을 거는 힘은 자아(ego)이다. 자아는 현실원칙을 통해 이드의 질주를 억제한다.이렇게 에고가 이드를 억압함을 통해 인간의 역사와 문명은 발전해왔다고 프로이드는 간파하였다. 이런 면에서 역사의 진보는 抑壓의 역사인 셈이다.마찬가지로 프로이드의 견해에 비추어, 충동의 억압 장치가 사라지면 문명과 역사의 발전은 멈추거나 퇴행하게 된다.고상함이 끌어내려져 현실과 통합하게 되거나, 통제 수단이 힘을 상실하여 현실에 압도된다면, 사회의 양적 질적 성장은 정체된다. ◆ 정치도 사회적 현실과 이질적 통제와의 변증법적 대립우리 정치의 세계도 기존하는
사랑하면 엔돌핀이 나오고 싸우면 아드레날린이 분비된다. 엔돌핀은 면역력을 높이고 아드레날린은 분노를 끌어올린다. 그러므로 건강하게 살려면 사랑하라고 한다.육체적 건강뿐 아니라 마음의 상처를 아물게 하는 치유도 사랑에 빚지고 있다. 자존감과 자신감도 관계 회복과 사랑의 결과이다.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상처로 마음의 살이 도려내진 조제(이케와키 치즈루)의 사랑과 성장 이야기이다.*(이하 스포일러 있습니다)*◆ 조제 새벽, 할머니가 끄는 큰 유모차가 새벽을 헤쳐간다. 유모차는 늘 담요로 덮여 있다. 마을 사람들은 그 속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궁금해 한다.유모차엔 다리가 불편한 조제가 실려 있다. 그녀는 남에게 내어 보이기 창피한 수치라고 할머니는 생각한다. 조제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존재이다.마음에 상처를 예리하게 내는 이는 다름 아닌 가족이다. 결점 많은 아이, 내세울 것 없는 아이는 부모에게 부끄러운 짐이 된다. 부모의 위신을 위해 부족한 아이를 숨기고, 아이에게 무관심과 언어폭력을 휘두른다.조제는 호신용 권총을 구입하고자 한다. 칼로 도려낸 듯한 상한 마음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불신과 분노를 품게 한다.결점 많은 아이의 잠재의식에는 거절의 상처가 선